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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에 큰절을?' 코로나 갑갑증 날릴, 조선 보빙사의 미국 여행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8-27 09:18  | 조회 : 1526 
YTN라디오(FM 94.5)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8월 27일 (목요일)
□ 출연자 : 정대훈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뉴스를 각별한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뉴스 탐구생활. 역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뉴스를 좀 똑바로 들여다보겠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정대훈 편사연구사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 정대훈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이하 정대훈):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비를 뚫고, 바람을 뚫고 오셨습니다.

◆ 정대훈: 오늘 정말 바람 세게 불더라고요.

◇ 황보선: 그나마 예보보다는 약해진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오다가 조금 힘들었는데. 어쨌든 실외활동. 그것도 그렇고, 코로나19 때문에도 참 어려운 상황인데, 그래서 오늘 뉴스탐구생활 시간은 갑갑한 청취자 여러분들을 위해서 세계 곳곳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준비하셨다고요?

◆ 정대훈: 네, 떠나가는 휴가철을 아쉬워하면서 세계 여행 이야기를 준비해봤는데요. 사실 역사 속의 여행 이야기, 낯선 문화와 처음 접했을 때 우리가 겪었던 이색적인 상황들, 그런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재미가 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인데요. 제가 지난주에 러시아 차르의 대관식에 참여하는 민영환 일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그때 참여했던 사람 중에 사절단 단장이었던 민영환, 그리고 통역관으로 참가했던 김득련. 그때 참여했던 사람들이 각각 여행기를 남겼습니다. 시중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도 찾아보실 수가 있는데요. 각각 제목이 ‘해천추범,’ 그리고 ‘환구음초.’ 이런 여행기를 남겼는데요. 이거를 한 번 훑어보시면 굉장히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드린다면 이때 사절단이 유럽에서 성악가와 발레리나를 처음 본 이야기를 써놨는데 이게 참 재미있습니다. 성악가를 처음 봤겠죠. 목소리를 굵게 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처음 봤을 텐데 이 성악가를 두고 이렇게 썼습니다.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웬 신사가 목살에 힘줄이 돋칠 정도로 소리를 지르니 모두들 우러러 보더라. 서양에서 군자 노릇하기란 이렇게 힘든가 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요. 발레리나를 두고는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소녀가 까치발을 하고 빙빙 돌며 뛰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데 가녀린 낭자를 학대하다니 서양 군자들은 참으로 짐승이다." 이런 이야기도 썼습니다. 

◇ 황보선: 까치발, 아 발끝 세우고 하는. 네.

◆ 정대훈: 그것을 조선 양반들의 관점에서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겠죠.

◇ 황보선: 그러면 민영환 이전에 한국이 서구 세계와 처음 접한 것은 언제라고 볼 수 있습니까?

◆ 정대훈: 서구와의 접촉이라고 하면 기준이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공식적이고 외교적인 것을 기준으로 잡자면 1883년 미국에 파견된 외교단을 거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역사 시간에,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외웠던 것 중 하나가 미국과 조선 사이에 체결된 최초의 조약이라고 하면 조미수호 통상조약. 그리고 그다음 해에 공식적으로 미국에서는 공사가 파견되고요. 조선도 거기에 답하는 의미로 사절단을 파견합니다. 이 사절단 이름도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나실 텐데요. 보빙사라고 했죠. 보빙사라는 말은 답례하는 의미로 외국을 방문한다,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 황보선: 그러면 우리나라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초기의 외교관이 미국에 가서 대통령도 만나고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 정대훈: 네, 맞습니다. 보빙사 일행이 미국에 가서 했던 여러 가지 일화를 남겼는데요. 가장 유명한 게 보빙사 일행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이 유명합니다. 이 일행이 1883년 9월 18일에 뉴욕에 있는 피프스 애비뉴(Fifth Avenue)라고 하는 유명한 호텔에서 대통령을 만나는데요. 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체스터 아서입니다. 체스터 아서를 만난 자리에서 보빙사 일행이 처음에는 대통령이 누군지 못 알아봤다고 합니다. 원래 아시아 같은 경우면 복장도 다르고, 어마어마한 격식을 갖춰서 등장할 텐데 미국은 꼭 그렇지는 않으니까, 복장이 크게 차이가 없으니까 대통령이 왔다고 하는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 당황을 했다고 하는데요. 뒤늦게 대통령을 알아보고 보빙사 일행은 외국의 정상이니까 그 당시 조선의 예법에 맞게 당연하게도 큰절을 합니다. 이 장면이 당시 미국인들에게도 굉장히 이색적인 경험이었을 겁니다. 너무 신기했던 모양인지 당시 미국 신문에 크게 삽화로 그려서 보도가 되는데요. 삽화를 보시면 절을 하는 사절단의 모습, 그리고 맞은편에는 무척 당황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되게 신기하잖아요. 조선의 전통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장 복장을 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한테 엎드려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는 한데, 사실은 이게 조선의 사절단들이 서양의 예법을 몰라서 이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은 아니고, 서양에서는 절을 하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호텔에 보빙사 사절단이 먼저 도착해서 미국 대통령을 기다리던 중에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격식과 의전에 맞는 거냐고 토론을 하던 중에 예정보다 대통령이 일찍 도착했다고 해요. 결론이 안 난 상태로 도착한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 우리가 하던 대로 하자. 그래서 그냥 절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빙사는 외국으로 파견되는 사절단으로는 최초로 숙소에 태극기를 게양했다고 해서 그것도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 황보선: 태극기를 최초로 게양했다.

◆ 정대훈: 숙소에 태극기를 게양해서 우리가 조선에서 온 사절단이다, 라는 것을 밝힌 것이죠.

◇ 황보선: 보빙사가 정식 외교 사절단이니까 거기 가서 대통령만 만난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다른 것도 하지 않았습니까?

◆ 정대훈: 네, 다른 것도 많이 했습니다. 대통령을 접견한 후에 그 당시 미국에 있던 근대화된 산업시설들을 집중적으로 시찰합니다. 그 당시 보스턴에서 열리고 있던 국제박람회를 비롯해서 보험회사, 전기회사, 사관학교, 산업단지 등을 집중적으로 시찰하고요. 그중에 일부 사절단의 인원들은 미국에 남아서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 되기도 하죠. 그게 바로 유길준입니다. 서유견문으로 유명하죠.

◇ 황보선: 그랬군요. 그러면 보빙사가 전기회사도 방문한 거죠?

◆ 정대훈: 네,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방문한 산업시설 중 하나가 전기회사였는데요. 그 당시 미국의 대도시에는 이미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해요. 밤거리가 가로등으로 환하게 밝혀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을 텐데요. 이것을 보고 이것을 조선에 도입하려고 아주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 몇 년 뒤죠. 1887년에 경복궁 내에 처음으로 발전시설과 전등시설이 도입되는데요. 

◇ 황보선: 궁 안에 전기가 들어왔군요.

◆ 정대훈: 이때 도입된 시설이 미국의 에디슨 전등회사.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에디슨입니다. 거기서 바로 수입을 한 건데요. 사실 백열전구가 발명된 게 1879년, 그리고 미국에서 상업용 발전이 82년에 시작된 것을 계산하면 조선에 꽤 빨리 전기가 들어온 겁니다. 제가 아는 바가 맞으면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빨리 들어온 거죠. 이것을 보면 보빙사가 한국의 근대화에도 상당히 많이 기여했다고 할 수 있죠.

◇ 황보선: 제가 듣기로 또 당시 고종이 이런 외국의 문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 정대훈: 그렇습니다. 이렇게 서구로부터 받아들인, 혹은 서구에서 경험한 것들을 들여오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 황보선: 그런데 그것 때문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면서요?

◆ 정대훈: 사실 발전시설을 돌릴 때 냉각수가 필요한데, 그 냉각수를 경복궁 내의 향원정이라고 하는 정자가 있고 연못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냉각수를 끌어왔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냉각수가 연못으로 역류하는 바람에 거기에 살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 황보선: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대훈: 네, 감사합니다.

◇ 황보선: 지금까지 국사편찬위원회 정대훈 편사연구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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