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슬기로운언어생활] "실례지만 나이가...?" 처음 만난 상대의 나이, 왜 궁금한걸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8-14 12:16  | 조회 : 2961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8월 14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실례되지 않게 나이를 묻는 노하우? "띠, 학번, 비슷한 연령대가 알 수 있는 문화로 질문"
- 신상 묻기 좋아하는 한국인? 한국인들이 나이를 묻는 절박한 이유? "말을 하고 싶어서"
- 이름 대신 부를 말 '호칭'을 찾기 위해 나이, 신상을 묻는 한국인들
- 압존법, 군대 같은 계급 사회에서 유효하지만 민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중
- 언어 유형 연구 대상 207개 언어 중 상대를 '너'라고 부를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 포함 7개
- 아무에게나 '너', '당신' 한국인들, 상대를 공손하게 부르기 위한 호칭 필요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매일매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생활 속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 봅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학교나 직장에서 또는 사회 곳곳에서 누군가와 처음 인사를 나눌 때, 많이 하게 되는 질문인데요. 처음 만난 사이에 많은 질문을 주고받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이를 물을 땐 "실례지만" 이라는 말을 붙이게 됩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리는 왜 실례인줄 알면서 나이를 묻는 걸까요? 오늘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에서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눌 분 모셔보죠.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안녕하세요. 

◇ 최형진: 인사를 이렇게 드려볼게요. 교수님, 제가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옆에서 뵈면 너무 동안이셔서 제가 오빠인지, 동생인지 조금 헷갈려요. 실례지만 나이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네요. 오늘의 주제를 듣고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누군가 만나면 나이를 묻고 했던 것 같아요. 아주 어릴 때는 너 몇 살이야? 이렇게 물어봤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 신지영: 그 이유를 우리가 생각하기 전에 혹시 우리 어른이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 어른이들에게 우리가 한 번 여쭤보면 어떨까요? 어떻게 나이를 묻는 데도 굉장한 방법이 있잖아요. 직접 묻지 않으면서 나만의 노하우, 이런 거 있지 않을까요? 나이를 묻고 싶은데 실례지만 나이가. 이러면 너무 직설적이니까 여러 가지 노하우들이 있을 것 같아요. 혹시 형진 씨는 없나요, 그런 노하우?

◇ 최형진: 저는 보통은 실례지만, 이렇게 시작하게 되는데, 약간 남자끼리 경쟁할 때가 있어요. 내가 형 같기도 하고, 이럴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2002년 월드컵 때를 은근히 끌어 옵니다. 혹시 그때 몇 살이셨어요? 이렇게 물어봐요.

◆ 신지영: 아, 지금은 아니니까. 

◇ 최형진: 저는 그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그때 혹시 고등학생이셨어요? 이러면 저는 그때 군대에 있었습니다, 그러면 깨갱 되는 거죠.

◆ 신지영: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인데, 우리 어른이들 어떤 노하우 있는지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 최형진: 그러면 나이를 물을 때 상대에게 실례되지 않게 물어보는 여러분의 노하우 보내주십시오. 오늘 슬기로운 대인관계,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신지영: 그런데 형진 씨가 아까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이렇게 사람 만났을 때 물어본다고 하셨는데, 누구한테나 다짜고짜 물어보나요, 아니면 나이를 묻는 사람이 있고, 안 묻는 사람이 있나요?

◇ 최형진: 있죠. 물론 있죠. 제가 감히 교수님께 몇 살이세요? 이렇게 물어보면. 보통은 또래? 저하고 비슷해보일 때?

◆ 신지영: 그렇죠. 보통 우리가 놀이터 가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하고 유치원하고 조금 비슷하게 생겼을 때 아이들이 서로 묻는데, 예를 들어서 초등학교 1학년하고 6학년이 있다. 그러면 나이를 물을까요? 어떤 사람하고는 나이를 묻고, 어떤 사람하고는 나이를 안 물어요. 예를 들어서 20대 학생이 있는데, 학생과 교수인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20대의 어떤 사람이 있었고, 50대의 어떤 사람이 있는데 20대가 50대한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이렇게 묻나요?

◇ 최형진: 안 물어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뭔가 우리가 뭔가 나이를 묻는 사람이 있고, 안 묻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죠?

◇ 최형진: 그러면 나이를 물어보는 게 예의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 신지영: 뭔가 절박한 이유가 있으니까 물어보겠죠. 굉장히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같이 모였어요. 그런데 서로 처음 만나는 사람이에요. 7살 아이가 있고, 6살 아이가 있고. 아이들이 처음 하는 게 뭔줄 아세요?

◇ 최형진: 아이들이 처음 하는 거죠?

◆ 신지영: 인사죠. 그다음에.

◇ 최형진: 요구르트 먹었어, 이렇게 한 다음에.

◆ 신지영: 그런데 더 먼저 하는 게 있어요. 나이를 물어봐요. 몇 살이야? 

◇ 최형진: 아이들끼리요?

◆ 신지영: 나는 몇 살이야, 이렇게 말을 한다거나. 그러면 너는 몇 살이니? 이렇게 물어보죠. 이게 사실은 굉장히 절박한 이유 때문이에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상대와 말을 하려고 하면 불러야 하잖아요. 그런데 나보다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한테 ‘너’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어른들이 가르쳐줬죠. 너 그러면 안 된다고. 그러니까 내가 너라고 부를 사람인지, 아니면 너라고 부르면 안 되는지. 이거를 알고 싶은 거예요. 말을 하려면 불러야 하니까. 그러니까 굉장히 이거는 절박한 심정이다. 그러니까 아까 이야기도 돌아가면 20대하고 50대가 만났는데, 나이를 물을 필요가 없잖아요. 왜? 그러지 않아도 말을 할 수 있으니까. 이게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게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내가 저 사람하고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서 보통 이야기가 호칭 정리,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 게 바로 나이를 묻는 이유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 최형진: 그러면 어른들도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나 만나서 나이를 묻는 게 아니라 또래인 경우도 그렇거든요. 담당 PD가 나이가 있는데, 제가 나이 몇 살이에요? 하고 물어보기에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옛날에는 비슷한 또래 만나면 몇 살이야? 라고 했는데, 사회에 나와서 생각해봐도 또래도 사실 잘 묻지 않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 신지영: 왜 그럴까요?

◇ 최형진: 학교 다닐 때는 그런 것 같은데. 사회에 나오니까.

◆ 신지영: 아이들은 절박하게 묻잖아요. 대학교 때도 절박하게 묻지 않아요? 그런데 사회에 나오니까 왜 안 물어보죠?

◇ 최형진: 직함이 있어서 그런가?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나이를 안 묻고 다른 걸 묻죠.

◇ 최형진: 대리님, 이렇게 부르면 되니까.

◆ 신지영: 그런데 대리님인지 모르면?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하면 또 다른 것을 묻기 시작하죠. 한국 사람들은 그래서 처음 만나면 뭔가 신상정보를 캐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어요. 왜냐하면 사람을 불어야 해요. 내 앞에 있는 사람하고 말을 하려고 하면 그 사람을 불러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을 부르면 안 되죠. 예를 들어서 제가 최형진 씨한테 “형진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초면에. 뭔가 이상하죠.

◇ 최형진: 저 양반이 왜 저러지? 이럴 것 같아요.

◆ 신지영: 그렇죠.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거예요. 이름 대신에 부를 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우리는 호칭어,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그 호칭어는 대체로 뭐랑 관련이 있냐면 사회생활을 하면 직업이나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할 때 우리가 처음 만나면 어릴 때는 그런 게 없으니까 나이를 물어서 호칭 정리를 하고 존댓말을 쓸지, 반말을 쓸지, 이런 것들을 결정하는데 사회에 나오면 대부분 다 성인들이니까 일단 존댓말을 써요. 그러니까 그거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데 불러야 하니까 다 존댓말을 써주면 되지만, 그 사람을 내가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게 직업과 직함, 이런 것과 관련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사람들한테 신상정보를 묻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것을 일거에 안 물어도 되게 만드는 방법이 있어요. 

◇ 최형진: 그러면 잠시 뒤에. 일단 문제를 소개해드리고요. “나이 묻고, 어디 사냐고 묻고, 결혼은 했냐 묻고, 모두 확인하고 나면 애가 몇 살이냐고 묻고. 진짜 한국 사람들은 호구조사 좋아합니다,” 하셨고요. 다른 분은 “큰 아이가 몇 살이죠? 10살이에요. 와 아이가 그렇게 커요? 그러면 결혼을 스무 살에 하신 거예요? 결혼하시고 출산하셨나 봐요?” 이런 식으로 나이를 캐물으시는 방법도 있고요. 또 요즘은 또 이러시나 봐요? “몇 학년 몇 반이세요?” 이렇게 물어보신대요.

◆ 신지영: 아주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만 몇 살이세요, 하는 것보다는 조금 돌려서 말하는 거니까. 

◇ 최형진: “저는 이렇게 해요. 혹시 불량식품 아폴*을 하시나요? 했을 때 알면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 신지영: 그러면 그 질문을 받고 제가 결정을 해야겠네요. 재밌는 방법이네요.

◇ 최형진: 아까 전에 방법이 있다고 하셨는데, 소개를 해주시죠.

◆ 신지영: 일거에 굉장히 좁히는 방법이 바로 명함을 주고 받는 거죠. 명함에는 알고 싶은 정보가 다 있어요. 이름 있죠, 직함 있죠, 그러면 직업도 알게 되고, 그러니까 어디 다니는지 이런 것도 다 아니까 일거에 그냥 저 사람은 내가 어떻게 부르면 되겠구나, 이거를 확 알게 되죠. 그러니까 우리가 명함을 가지고 사람 만날 때 사회생활을 할 때 명함을 가지고 와서 서로 교환하는 거죠.

◇ 최형진: 그만큼 또 명함이 중요해서 명함 예절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어떻게 받는지, 내려놓는지. 오늘 굉장히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호칭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잘못되면 싸우기도 하고, 그래서 나이를 묻기도 하는데요. 청취자님께서 “저에게 나이를 물어보면 저는 50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물어본 사람이 믿지 않더라고요. 겉모습이 동안이라 4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본인 자랑을.

◆ 신지영: 그러면 어떨까요? 좋을까요, 싫을까요? 

◇ 최형진: 좋지 않을까요?

◆ 신지영: 그런데 문자에는 양가적인 면이 조금 있는 것 같아서. 좋지만 내가 나이가 너무 어려 보여 가지고 함부로 부르는 경우도 있거든요. 막 대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 최형진: 제 직업 같은 경우에 특히 이 회사 같은 경우에는 어려 보이는 것보다는 조금 나이들어 보이는 게 중요해서 일부러 저는 잠도 덜 자고, 술도 한 잔씩 먹고 합니다.

◆ 신지영: 대단한 노하우네요, 정말.

◇ 최형진: 애플리케이션으로 “띠를 물어봅니다. 무슨 띠세요? 하면 대충 12년 정도는 나이 가늠이 된다”고. 

◆ 신지영: 대단한 방법이네요.

◇ 최형진: 요즘은 그런데 띠를 잘 안 물어보는 것 같아요.

◆ 신지영: 그러네요. 보통은 어떻게 물어보죠? 옛날에는 나이를 물어봤잖아요. 최근에는 또 젊은 학생들이 나이를 안 물어요. 나이보다 몇 년생이세요? 이렇게 물어봐요. 그리고 자기를 소개할 때도 몇 년생입니다. 이렇게. 그것도 되게 재밌어요.

◇ 최형진: 그런 것도 흐름이 있군요.

◆ 신지영: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이 많이 있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호칭어를 왜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할까요? 그냥 앞에 있는 사람을 이름을 부르면 되지, 왜 이름을 못 부르는지 말씀하셨잖아요.

◇ 최형진: 영어 같은 경우에는 그냥 YOU 하잖아요. 우리는 왜 나이도 중요하고, 이렇게 알아야 할까요?

◆ 신지영: 그렇죠. 그게 호칭 정리한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이게 나이라든지, 아니면 직업이라든지, 직함 같은 것으로 상대를 불러야 하잖아요. 그런데 부르는 말이라는 건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한다. 이것을 내 입으로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예를 들어서 내 생각대로 판단을 해서 거리를 측정해서 뭐라고 불렀는데, 상대방이 그게 온도가 맞지 않으면 불쾌해지는 거죠. 그래서 호칭이 굉장히 무서운 문제가 되는 거예요. 여러 가지 경험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 최형진: 맞아요. 

◆ 신지영: 내가 불러서 실례를 한 경우도 있고, 누군가가 내 생각하고는 달리 불러서 기분이 나쁜 경우도 있고요.

◇ 최형진: 기분이 저 같은 경우에도 상할 때가 많거든요. 

◆ 신지영: 어떻게 부를 때 가장 상하나요?

◇ 최형진: 그냥 형진아, 이렇게 조금 친해졌다고 나이나 이런 거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부를 때도 서운하기도 하고. 

◆ 신지영: 민증 까, 이렇게 되는 거죠.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다 언어와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진짜 언어는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최형진: 한 청취자께서는 “나이를 물어본 후에 놀라면서 피부가 왜 이렇게 좋으세요? 하면 이게 다 끝난대요.” 또 다른 분은 “이 코너 재밌네요,” 하시면서 “저는 호칭에 엄청 민감한 편이어서 상대가 압존법의 개념이 없으면 실망하는 편이에요. 압존법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려요,” 라고 하셨는데요. 사실 군대에서 제일 많이 배우는 게 압존법이거든요.

◆ 신지영: 군대에서는 굉장히 압존법을 강조하지만, 왜냐하면 계급 사회니까 계급이 되게 많고, 내가 누구를 불렀는데 더 높은 계급을 가진 사람한테 더 낮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존대를 한다거나 이러면 또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이 더 높은 사람이니까 불쾌해하고, 이러거든요. 그런데 사회에서는 압존법이 그렇게 현재로써는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학생들이 저한테 와서 이야기를 하다가 몇 학번 선배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이야기하거든요, 저한테. 그러면 조금 압존법에 대해서는 어긋나지만 그렇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많이 민감해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 최형진: 그것으로 크게 불쾌해하면 안 되는군요.

◆ 신지영: 약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히려 압존법보다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호칭이 왜 중요한가,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은 우리 한국어는 굉장히 특이한 언어 중 하나예요. 언어 유형론적으로 연구를 해보니까 207개의 언어를 대상으로 연구를 해봤어요. 전 세계. 그랬더니 207개 중에서 앞에 있는 사람을 부를 때 너라고 못 부르는 언어가 7개밖에 없어요. 너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굉장히 제한되고, 공손한 장면에서. 그러니까 내가 저분한테 공손성을 발휘해야겠다, 이렇게 생각이 되면 앞에 있는 사람을 2인칭 대명사를 사용해서 부르면 안 돼요. 그런 언어가 전 세계에 7개가 있어요. 그게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크메르어,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런 것들인데 이 언어들에서는 너라고 할 수 없으니까 그거를 부를 수 있는 말, 호칭어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최형진: 그렇군요. 너라고 부를 수 없으니까. 

◆ 신지영: 그런데 그 207개의 언어 중에서 7개를 뺀 200개 언어는 앞에 있는 사람을 너라고 부를 수 있어요.

◇ 최형진: YOU.

◆ 신지영: 네, 그럴 수 있는 거예요. 그것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어쨌든 그 상대를 부를 수 있는 대명사들이 존재를 해요. 그러니까 호칭어 없이도 이름만 부르면 되니까 YOU라고 해도 되고, 이러니까 괜찮은데 한국어나 일본어나 이런 경우에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관계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호칭어가 발달하게 되는 거죠.

◇ 최형진: 그런데 외국에도 호칭이 있기는 하지 않습니까? 이게 호칭이 결정되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신지영: 맞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언어와 관련이 있는데요. 호칭을 부르는 경우는 거리가 있는 거고, 영어로도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타이틀을 부른다, 그게 호칭이거든요. 그런 경우는 굉장히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고, 조금 서로 양해가 되면 그러면 이름을 부르죠. 그다음에 YOU라고 하면 되니까 그래서 호칭이 그렇게 발달될 필요도 없고, 오히려 호칭을 계속 불러주면 거리가 있는 사람. 뭔가 다른 거.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아까도 이야기한 207개의 언어 중에서 7개만 한국어 같으니까 나머지 200개 언어에서 온 사람들, 그러니까 대부분의 언어권에서는 우리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에 낯선 거죠. 

◇ 최형진: 어렵죠.

◆ 신지영: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너무 이상한 거예요. 사람들이 만나면 자꾸 나이를 묻죠, 뭐하냐고 묻죠, 자꾸 신상을 털잖아요.

◇ 최형진: 연봉 좀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 신지영: 그거는 언어랑 상관없습니다, 사실. 그거는 저 사람과 아주 배금주의적인 사람이네요. 그런 사람 안 만나도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실은 외국 사람들이 불쾌해할 게 아니라 한국 문화에 저런 게 있구나. 그다음에 우리는 다른 문화를 보면서 아니, 왜 자기 엄마, 아빠한테도 YOU라고 그러고 이름을 부르지? 뭔가 이상해, 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이런 차이가 있구나,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 최형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은 게 제가 만약에 교수님하고 차를 한 잔 하러 갔는데 저는 막 어렵잖아요. 우리 교수님, 하는데 갑자기 외국인이 YOU, 이래 버리면 그것에 대한 한국 사람들은 아직 받아들이는 게, 어른들 특히.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 신지영: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겨요. 제가 영국에서 유학할 때 어떤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싸울 때 한국어로 싸우지, 영어로 싸우지 않는다. 나이가 어린 사람하고는. 왜냐하면 영어로 싸우면 YOU, YOU, 이러니까 한국어로 하면 YOU라고 못 하잖아요. 그러니까 싸울 때 자기가 권력을 갖기 위해서 한국어로 싸운다. 그래서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 최형진: 간단한 질문인데, “아내가 연상이면 제 친구들은 제 아내를 부를 때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제수씨는 아닌 것 같고, 형수도 아닌 것 같고, 누나라고 불러야 하나요?” 하셨는데요.

◆ 신지영: 그냥 이름하고 “~씨” 부르면 안 될까요? 이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불렀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이야기하지 않고 언젠가 이야기를 하겠지만 100년 전에도 이런 문제들이 있었어요. 이런 논의들이 있었답니다.

◇ 최형진: 다음 번에 그 주제는 또 한 번 만들어서 방송해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끝났습니다. 이 시간 너무 금방 갑니다. 생각해보면 외국에서 YOU라고 부르거나 또 이름을 부른다고 서로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정말 언어는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부르는 말을 살펴보니까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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