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인터뷰전문보기

자살 사건 보도시, 속보 전쟁이 아닌 자살 보도 권고 지켜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7-14 15:35  | 조회 : 1611 
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7월 11일 (토) 20:20~21:00
□ 진행 : 유다원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살 사건 보도시, 속보 전쟁이 아닌 자살 보도 권고 지켜야..

◇ 유다원 아나운서(이하 유다원)> 지난 9일 목요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 신고를 시작으로, 언론 매체들에서는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7시간. 그사이에 올라온 기사들은 천여 건이었습니다, 정말 속도만이 중요한 걸까요? 관련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이사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사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이하 김언경)> 네. 안녕하세요.

◇ 유다원> 네. 얼마 전까지 민언련 공동대표로 저희 방송에 고정 패널로 참여해 주셨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대표직을 사임하시고, 방송도 중단하셨잖아요. 그런데 급작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민언련 이사로 인터뷰를 해주시는 거죠?

◆ 김언경> 네.

◇ 유다원> 네. 알겠습니다. 지난 목요일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해서 갑작스러운 사건이 있었는데, 여러 속보와 오보가 쏟아져 나왔어요. 이 부분부터 이야기해주시죠.

◆ 김언경> 네. 일단 사건의 흐름을 말씀드리면, 지난 9일 5시 17분에 故 박 시장님의 딸이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는 것이 보도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5시 30분~9시 30분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곳은 근처의 와룡공원 일대였다. 그래서 이곳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0일 자정 무렵에 숙정문 인근에서 박 시장님 시신이 발견됐죠.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7시간 동안, 너무 많은 추측성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과연 이렇게 빠르게, 우리가 저도 5분에 한 번씩 다시 검색하고, 찾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확정된 내용이 나와야 보도가 나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나 많은 추측성 보도들이 그 시간에 쏟아져 나왔는데, 그것이 정확했든, 정확하지 않았든 간에, 저는 무의미한 보도들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불행한 일을 가지고, 소모적으로 보도 거리로만 사용한 보도들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유다원> 저도 계속 확인했었는데, 사망 소식과 시신 발견 관련해서도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언론에서 추측성 보도라든지, 속보로 업데이트가 됐던 거잖아요.

◆ 김언경> 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히 커뮤니티에 있는 글을 그대로 베낀 듯한 보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무분별한 사망 의혹 보도를 좀 볼게요. 월간조선 9일 오후 6시 45분경에 속보라고 앞에 쓰면서,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라고 보도를 했다가, 이후에 이 보도는 삭제가 됐고요. 로톡뉴스에서는 9일 오후 6시 52분에 마찬가지로, 속보라고 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 극단적인 선택, 성균관대 인근에서 시신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박 시장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단정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투데이코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제목을 많이 썼는데요. 서울신문에서는 15분 뒤에 ‘박원순 서울시장 와룡공원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이라는 따옴표를 친 보도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말씀드린 거의 모든 내용이 사실 큰따옴표가 쳐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나는 그냥 이런 말이 있어서 옮겼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발견됐다고 단정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뭐가 됐든 간에, 이 모든 보도들은 공식적인 경찰이나, 수사 진행하시던 분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것을 가지고, 사실 제가 찾아보니까, 이때 당시에 이런 내용이 커뮤니티에 많이 돌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내용을 언론사에서 가져다가 보도를 한 거죠. 이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행태였다고 생각합니다.

◇ 유다원> 네. 많은 언론에서 보도가 됐다는 건데, 사실확인이 정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성 보도를 하는 게, 언론인들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어떻습니까?

◆ 김언경> 그렇죠. 우리가 카톡으로 무슨 글을 봤거나 커뮤니티에서 글을 보면, 사실 많은 시민들이 그것을 바로 믿지 않죠. 이것은 카톡으로 받은, 그야말로 전한 글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기성 언론사가 이와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지 찾는 것이 시민들의 상식이에요. 그런데 심지어 언론사잖아요. 그러면 그런 커뮤니티 글이 와도 그것을 자기네 언론사에서 보도하면 안 된다는 것. 이것을 거듭 확인해서, 확인된 사실일 때만 보도해야 한다는 것을 시민도 아는데, 왜 언론이 모르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고요.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보면, 아주 못 들어본 언론사가 아니고, 좀 규모가 있는, 우리가 말하는 메이저급 언론사도 있었다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너무 안타깝고, 분노가 많이 생깁니다. 그리고 추측성 보도 말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매체가 있는데요. 청년의사라는 매체에서는 오후 9시 30분경에 ‘속보,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한 듯’이라는 제목의 추정 기사를 냈습니다. 그리고 또 ‘실종 4시간여 만에 발견돼, 이미 사망상태인 DOA로 알려져’라는 소제목과 함께 경찰에 실종 신고된 박원순 시장이 발견돼, 서울대 병원이로 이송 중이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다수가 한두 줄 정도의 짤막한 소식을 전했는데, 청년의사라는 매체는 꽤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기 때문에, 당시에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많이 공유됐는데요. 이날 오후 10시 20분을 조금 넘겨서 실시된, 경찰과 소방당국의 브리핑에서는 여전히 수색 중이라고 밝혔고요. 사망설에 대해서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가 처음 올라온 9시 58분경 최종 수정됐다는 기록까지 확인됐거든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청년의사는 이날 오후 11시 30분을 기준으로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에 걸어뒀는데요. 다음 날인 7월 10일에는 이 기사가 삭제됐습니다.

◇ 유다원> 언론사의 이러한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도 문제지만, 현장에서도 혼란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이것은 어떤 얘깁니까?

◆ 김언경> 10일 0시 01분쯤에 故 박 시장이 삼청각 인근에서 발견되서, 현장에서 기초조사와 시신 수습을 마친 뒤에, 오전 3시 반쯤에 서울대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는데요. 구급차가 병원에 들어오면서 일부 지지자와 유튜버 때문에 잠시 소란스러웠습니다. 많은 지지자들이 오열했고,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들도 몰렸고요. 물론 이분들이 보수든, 진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모인 거죠. 이들은 지나가는 구급차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거나, 취재진이 모인 곳에서 구급차에 시신이 없다며 고성을 지르고, 여러 가지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유다원> 네. 사실 기자들도 하지 않는 행동을 유튜버들이 직접 폴리스라인을 넘으면서까지 취재를 해야 하나, 좀 과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번 사건을 기준으로 살펴볼 때, 기성 언론들의 자살 보도는 어땠습니까?

◆ 김언경> 네. 저는 우선 유튜버가 기자들도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최근에 이런 사례들이 많이 있어요. 저는 유튜버라고 기자보다 급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유튜버들도 1인 미디어 시대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그렇다면 기자나 유튜버나 누구든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거기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버들도 기자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기자들에게 요구하는 준칙을 유튜버들도 마찬가지로 지켜야 한다는, 권리와 의무가 같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성 언론들의 자살 보도를 짚어봐야 하는데요. 경찰이 현장에서 발표할 때, 기자들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 수준을 보고 국민들이 많이 화를 내시고,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목을 맨 것이냐는 식의 질문을 기자들이 현장에서 했단 말이에요. 사실 많은 국민들은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알고 계세요. 최근에 이런 일이 많았잖아요.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국민들도 알고 있는데, 기자들, 유튜버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아무 말이나 물어보고, 이것이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런 내용의 답변을 듣고자 하는 것이거든요. 그 모든 것들이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부적절한 사례를 얘기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을 하지 말아달라. 사망, 숨지다 등의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를 보도하지 않는다. 이게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이에요. 그다음에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 예방 정보를 제공하고, 특히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보도 당시에는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나 함부로 추측하는 보도를 내놨던 거잖아요. 국민들의 걱정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조회 수, 기자도 마찬가지고, 유튜버도 마찬가지고. 본인의 높은 조회 수를 위해서 자극적인 내용을 내놨던 것 아닌가? 매우 무책임했다고 생각합니다.

◇ 유다원> 네. 언론사든, 기자든, 유튜버든 준칙을 지키는 것, 보도를 할 때는 자살 보도의 권고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 거죠?

◆ 김언경> 네.

◇ 유다원> 네. 그런가 하면 국내뿐 아니라, 로이터(Reuters)나 AFP(Agence France-Presse) 등 외신에서도 박원순 시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고요?

◆ 김언경> 네. 많이 일제히 보도했더라고요. 로이터나 AFP 그리고 블룸버그(Bloomberg) 통신 등은 당일 오전 0시 44분쯤부터 국내 언론을 인용해서, 실종된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긴급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AFP에서는 박 시장의 인권변호사 활동과 정치 이력 등을 소개하면서 그는 2022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여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한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고 보도했고요. 박 시장이 한국 최초의 성희롱 사건에서 승소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도 서울의 공격적인 코로나 대응으로 칭찬받았던 시장이라면서, 이 소식을 전했고요.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역시 박 시장을 가리켜서, 한국에서 두 번째로 힘센 선출직 공직자였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중 하나로 여겨졌다고 전했습니다. CNN은 박 시장이 정치적 연줄도 없이, 경험도 없이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면서, 예상을 깨고 그가 두 번째로 힘 있는 자리에 올라선 것은 한국인들이 기득권 정치에 질렸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소개했습니다. 영국의 BBC에서는 박 시장이 북악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면서, 전 여직원이 박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주장을 제기했지만, 이것이 사망 요인이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외신 보도를 보면서, 어찌 됐든 고인이 돌아가시면 그분의 업적 위주로 일생을 정리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충실하게 보도했다는 생각이고, 영국의 BBC의 경우에 성추행 주장을 보도하긴 했지만, 이것이 사망요인이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리하는 정도로, 비교적 건조하게 내용을 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다원> 네. 이전부터 속보 전쟁으로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많았잖아요. 이런 자살 사건 같은 경우는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 권리만큼 인권도 존중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서 보도하는 언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유다원> 네. 지금까지 김언경 민언련 이사였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