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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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소라넷부터 n번방까지..디지털 성범죄 보도 어땠길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5-18 08:09  | 조회 : 1712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20년 5월 16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소라넷부터 n번방까지..디지털 성범죄 보도 어땠길래

- 2015년부터 5년간 7개 일간지와 8개 방송사의 디지털 성범죄 보도 모니터링 결과
- 2016년 폐쇄 '소라넷', 양진호 회장의 '웹하드', '다크웹' 손정우... 그리고 조주빈과 '갓갓'의 n번방까지
- 꾸준히 소극적이었던 언론보도


<김양원 PD>
1)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대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대표>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지난 한주, 이슈가 됐던 뉴스 중 하나, 바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최초 주모자죠, 갓갓이 검거됐고, 신상공개가 된 사건입니다. 이제 갓갓, 와치맨, 박사로 불린 조주빈 등 주도자들이 모두 검거됐고요. 지난달 29일이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N번방 방지법’들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김언경 대표> 
이번 본회의 통과는 N번방 참여자 전원의 신상공개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등 수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항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일보 진전이지만, 사실 너무 늦었고,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소라넷’,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그리고 ‘N번방’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공간 내 성폭력은 무대만 바뀐 채 반복되었고, 그사이 수많은 피해자가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변화에 언론은 얼마나 역할을 했을까요? 사실 저는 이번 텔레그램 엔번방 보도에 있어서는 일부 언론의 공로가 있었음을 분명하게 인정합니다. 하지만 오랜시간 디지털성착취가 있었음에도 사회의 인식과 제도의 개선이 이처럼 더디게 이루어진 배경에 언론이 있다고 봅니다. 언론이 디지털 성착취를 주요한 의제로 부각하지도 않았으며, 흥미위주의 언론보도에 그치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그간의 디지털 성폭력 관련 보도들을 모두 모아서 모니터해봤습니다. 그 결과는 실제 저희가 생각했던 것처럼 참 소극적인 보도였습니다. 

<김양원 PD> 
3)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으니, 이런 심각한 사건이 묻히기 일쑤였다는 말씀인데요.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죠. 

<김언경 대표> 
그간 대표적 사건으로 ‘소라넷’ 사건, ‘웹하드 카르텔’사건, ‘다크웹 사이트’ 사건이 있었고요.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꼽아서 2015년 1월 1일부터 2020년 1월 1일까지 7개 일간지(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한겨레)와 8개 방송사(KBS‧MBC‧SBS‧TV조선‧JTBC‧MBN‧채널A‧ YTN), 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실린 디지털 성범죄 관련 보도를 모두 모니터해봤습니다. 
먼저 소라넷을 모니터해본 것은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불법 촬영물 온라인 유통의 시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라넷은 1999년에 시작돼 2016년 4월에 폐쇄됐습니다. 회원이 무려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소라넷은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성범죄를 모의한 불법 인터넷 사이트였습니다. 

이 사건은 시민들이 ‘소라넷 폐쇄’ 운동을 벌이면서 언론에서 다뤄지기 시작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소라넷의 실상을 파헤친 적도 있긴 하지만, 2015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모니터 대상 16개 매체의 ‘소라넷’ 키워드가 들어간 네이버 기사는 382건이었습니다. 약 2년의 기간에 비하면 기사량이 적은 편입니다.

<김양원 PD> 
4) 당시 소라넷 사건... 음란물 사이트 정도로 보도됐던 것 같아요.

<김언경 대표> 
네, 당시 언론은 ‘디저털 성폭력’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소라넷은 그저 흔한 ‘음란 사이트’로 정도로 치부되었습니다. 동아일보, 한겨레, 연합뉴스,MBN 등이 제목에서부터 소라넷을 음란사이트라고 표현했고요. 보도내용에서도 거의 모든 언론이 명백한 성폭력인 디지털 성범죄를 ‘야한 동영상’쯤으로 치부했습니다. 소라넷이 불법 성착취 촬영물을 유포하고 강간 모의까지 한 점을 보면, 이런 기사들은 언론의 낮은 성인지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김양원 PD> 
5) 이후,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소라넷은 2016년 폐쇄됐죠. 그런데 곧이어 불법 촬영물의 유통 공간이 등장했죠. 

<김언경>
네, 바로 '웹하드'가 등장했는데요. 해외에 서버를 둔 소라넷과 다르게 국내에 서버를 두고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웹하드’는 버젓이 범죄 촬영물을 유통했습니다. 사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때 영상의 심각성은 소라넷과 다를 바 없이 더 심각해진 것은 물론이고, 피해 여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유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2018년 2월 웹하드 카르텔을 추적해온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한사성)가 경찰에 고발을 하게 되고요. SBS <그것이 알고싶다> ‘웹하드 불법 동영상의 진실’(2018.7.28.)에서 웹하드 카르텔의 중심에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보도했습니다. SBS 보도 이후 엄정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이 참여했고, 경찰청장이 수사의지를 밝혔지만 이때도 언론은 크게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김양원>
6) 이 '웹하드'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은 디지털 성폭력 사이트와 무관한 갑질 논란으로 화제가 된 사람이죠?

<김언경>
네 맞습니다. 이 사안이 주목받은 것은 2018년 10월 30일, ‘셜록’과 ‘뉴스타파가 양진호 씨가 자신의 직원의 뺨을 때리거나 생닭을 칼로 베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일탈 행위를 폭로하면서입니다. 양진호 씨 개인의 엽기적인 행동과 갑질에는 정말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2018년 7월부터 2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웹하드 카르텔’의 심각성을 방송한 이후부터 뉴스타파의 양진호 엽기행각 관련 폭로 보도가 나오기 직전인 10월 29일까지 모니터 대상 매체에서 ‘웹하드 카르텔’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31건, ‘웹하드 불법촬영물’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로 넓혀 봐도 105건뿐이었습니다. 반면 뉴스타파와 셜록의 폭로 이후인 2018년 10월 30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양진호’씨가 검색된 기사는 2,500여건에 이릅니다. 언론이 어떤 이슈에 반응하는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여성단체들은 본질은 웹하드 카르텔이라며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김양원 PD> 
7) 최근 엔번방 사건 이후 갑자기 부각된 것이 다크웹 사이트 관련 손정우 씨인데요. 

<김언경 대표> 
2018년 3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 컴투 비디오’를 운영한 한국인 손정우 씨가 검찰에 검거됐습니다. ‘웰 컴투 비디오’는 특정한 프로그램으로만 접속 가능한 ‘다크웹’ 기반 사이트로, 이곳에서 비밀스럽게 아동 성착취 영상물이 유통됐습니다. 120만 여명의 이용자와 4천여 명의 유료 회원이 아동 성적 학대 영상 25만개를 돌려봤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미국 연방 검사 제시 리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형태의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였다며 수사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웰 컴투 비디오’ 사건이 불거졌던 2018년 당시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2018년 1월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모니터 대상 매체에서 ‘웰 컴투 비디오’ 손 씨 관련 ‘다크웹’이 언급된 네이버 기사는 10여 건에 불과했습니다. 다크웹에서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이 붙잡혔다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 ‘N번방 사건’ 이슈가 터지고, 운영자인 손 씨의 출소가 임박하자 언론의 관심이 높아졌으나, 가해자 검거 당시에는 주요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김양원 PD> 
8) '다크웹' 손정우... 단신 정도로 짧게 지나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터진 거죠? 

<김언경 대표> 
그렇습니다. 이 사건도 정부나 언론이 아니라 기자를 지망하는 여성 대학생들에 의해 처음으로 폭로됐습니다. 2019년 9월 2일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제1화 탐사르포 취재물 공모전’에 공모한 대학생 기자단 ‘추척단 불꽃’의 취재물 <미성년자 음란물 파나요? 텔래그램 불법 활개>이 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지금은 ‘N번방 사건’이 대한민국 초유의 사건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으나, 당시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진 언론은 적었습니다. 
기성 언론사 중에서는 한겨레가 지난해 11월에 N번방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보도 이틀 만에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했고, 관련 스트레이트 기사가 일부 매체에 보도됐습니다. 이후 한겨레의 연속보도가 있었고, 비로소 조금씩 관심을 갖는 언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김양원>
9) 보도 이틀만에 용의자가 체포됐어요. 언론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가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n번방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군 내용이기도 합니다.

<김언경>
사실 N번방 사태를 이슈화한 것은 언론이라기보다는 시민이었습니다. 2020년 1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착취 사건은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1월 24일 20만명 동의를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N번방’이 언급된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온 1월 2일부터 조주빈 신상공개 전인 3월 22일까지 ‘N번방’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는 370건 수준이었습니다. 3월 23일부터 5월 1일까지 모니터 대상 매체 중 ‘N번방’ 키워드가 포함된 네이버 기사는 약 6,900건으로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양원 PD> 
10)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 벌써 수십년 전부터 이런 불법 디지털 성폭력 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었는데, 그간의 언론보도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이번 n번방 사건으로 보도량이 그야말로 폭발한 것이군요. 조주빈의 신상공개가 이뤄진 3월23일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언론보도 모니터링 해보셨죠?

<김언경 대표> 
먼저, 모니터를 진행해본 소감은 저희가 이런 모니터링을 통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높이고, 제도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랐는데 보도내요은 좀 속상했습니다.
이번 모니터는 조주빈 검거 하루전인 3월 18일부터 공범 강훈이 검거된 다음 날인 4월 18일까지로 한정해서 국민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를 모니터했습니다. 

이런 성폭력범죄 보도에 있어서는 피해자보호가 보도원칙의 최우선입니다. 그런데 피해자 보호가 잘 지켜지지 않은 보도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선 조선일보는 <단독/조주빈 폰엔, 여성 연예인 2명 ‘충성사진’ 있었다>(4/13)에서 “경찰은 압수 수색을 통해 조씨의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서 대중에게 알려진 직업군의 A씨와 B씨의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본문에서는 “대중에게 알려진”이라고 피해자 A씨와 B씨의 직업군에 대해 다소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이미 기사 제목에서 “여성 연예인 2명’”이라고 적시한 것입니다. 언론이 피해자에 대해서 작은 단서라도 언급하는 순간, 사실상 2차 가해는 시작됩니다. 조선일보는 언론이 지켜야 할 가장 첫 번째 원칙을 깨뜨린 것이며, 실제로 이후 네이버 자동검색어에는 ‘N번방 연예인 피해자’ 등의 단어가 생성되기 시작하고, 중앙, 국민 등이 비슷한 보도를 했습니다. 

<김양원 PD> 
11)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도록 넌지시 빌미를 주는 보도였군요. 저희가 이런 성폭력 범죄에서 또 하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범죄자죠, 가해자를 악마화해서, 매우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몰거나, 범죄자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잖아요. 

<김언경>
이번엔 매우 심했습니다. 주모자들이 검거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범죄자의 일상, 가족 등 모든 삶을 다 파헤쳐서 서사를 부여하는 것 역시 언론의 나쁜 관습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해자의 신상 정보를 낱낱이 파헤치는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조주빈의 학창 시절 성적이, 온라인 활동 기록이 과연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만한 사안일까요?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더라면 알 필요도 없었고, 궁금해하지도 않았을 사안들입니다. 조주빈 신상털기 기사가 그저 클릭 유도성 기사에 지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김양원 PD> 
12) 자, 그나마 조주빈의 검거와 신상공개를 계기로 소라넷 사건 이후, 20년간 보도된 것보다 많은 기사가 쏟아졌는데, 대표님이 지적하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 사태가 모든 뉴스를 묻히게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보도가 별로 안나오는 것 같아요.

<김언경 대표> 
시간이 지날수록 n번방 사건이 잊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3~4월의 디지털 성 착취 보도는 조주빈이 전부였습니다. 조주빈의 신상 공개가 임박한 3월 23일부터 신상 공개가 결정된 24일 무렵에 하루 150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검찰이 아동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14개 혐의로 조주빈을 구속기소하고, 강훈 및 공범들도 추가로 기소했지만 보도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범죄 근절을 위해 언론은 꾸준히 본질을 짚을 수 있는 기사들을 써야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끝까지 잘 이뤄지는지 감시하고, 가해자가 제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논의를 이끌어야 합니다. 언론은 좋은 보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 나쁜 관습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김양원 PD>
13) 계속해서 추적해주는 언론의 모습 봤으면 합니다. 오늘말씀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대표>
감사합니다.

<김양원 PD> 
지금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공동대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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