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영준책방] 책으로 소통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4-20 15:01  | 조회 : 621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영준책방] 책으로 소통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겨울은 봄바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요 봄은 세상에서 매미 소리가 제일 무섭대요 여름은 귀뚜라미 소리가 제일 무섭고요 가을 햇살은 눈송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대요

◇ 조현지] 매주 월요일마다 문을 여는, ‘영준책방’ 김용택 시인의 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으로 문 열었고요,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시죠.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할게요. 안녕하세요.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이하 남영준)] 안녕하세요.

◇ 조현지] 교수님, 작년 8월에 문을 열었던 ‘영준책방’이, 휴업에 들어갑니다. 오늘 마지막 시간인데요, 앞서, 영준책방의 문을 열었던 시에, 남영준 교수님의 마음이 담겼다고 들었어요. 김용택 시인의 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으로 고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남영준]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누구는 비둘기의 눈이 무섭다고 하고, 누구는 발이 많이 달린 곤충이 무섭다고 하는데 조현지 아나운서는 혹시 무서워하는 것이 있으세요?

◇ 조현지] 네. 전 무서워하는 게 많은데요. 공포영화는 일단 못 보고요. 번지점프도 무서워하고... 그래도 그 중에 가장 무서운 건, 보고 싶은 사람을 다신 못 보게 되는 일 같아요.

◆ 남영준] 저도 무섭고 두려운 게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잊히는 일인데요. 저 역시 언젠가는 정년을 맞이할 것이고 제자들과 동료들에게 잊혀가는 것이 당연한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상상만으로도 많이 두려워요. 그래서 저는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편입니다. 정년을 맞이하면 지난 방송에서 말씀드린 대로 고장 난 시계 고쳐주고 시들어가는 난초를 분갈이해주는 자원봉사를 위해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가 영준 책방을 마무리하는 주라고 두어 달 전에 미리 알려주셨잖아요?

◇ 조현지] 네, 아쉽게도 이번 주를 끝으로 영준책방을 당분간 휴업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8월에 시작한 영준책방을 마무리하고 그동안에 시간 때문에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교수님도 많이 아쉽지요?

◆ 남영준] 그럼요. 저도 엄청 아쉽지요. 저한테는 아주 특별한 시간과 경험이었기 때문에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도서관협회 회장으로 사서들과 도서관의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알려드리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시작하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 사명감은 슬며시 뒤로 가고, 생방송이라는 매력에 홀딱 빠졌어요. 매주 주말을 기다리지 않고 월요일을 기다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영준책방을 잠시 휴업한다는 것은 정해진 것이고 마지막 방송 주제를 정해서 준비했습니다.

◇ 조현지] 어떤 주제로 정하셨나요?

◆ 남영준] 영준책방의 마무리 주제를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시간으로 만남과 성장, 인연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소개해드릴 책은, 처음 아기를 만나는 엄마의 마음이 표현된 동시집입니다. 제가 특별히 조현지 아나운서님께 선물하는 시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가 읽어주시죠.

◇ 조현지] 오줌 싸도 이쁘고 응가 해도 이쁘고 앙앙 울어도 이쁘고 잠을 자도 이쁘고 깨어나도 이쁘고 이리 보아도 이쁘고 저리 보아도 이쁘고 얼럴럴 둥게둥게 꽃 중의 꽃, 방 안의 꽃 우리 아기

◆ 남영준] 김용택 시인의 시, ‘방 안의 꽃’입니다. 동시가 참 평이하지만 읽다보면 아이를 쳐다보는 엄마의 모습과 옹알거리며 자는 아기를 떠올리게 되어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시입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뻐하는 막내아들이 꼬맹이일 때 같이 읽었던 시입니다. ‘섬진강’을 비롯한 모든 시집도 다 좋지만, 김용택 시인의 작품 중에서 제가 가장 아껴가며 읽은 시집입니다.

◇ 조현지] 자녀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이 시에 모두 공감하실 것 같아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 남영준] 아나운서님께 두 번째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읽어주시겠어요?

◇ 조현지] “전화했었는데 안 받더라. 많이 바빴니?” “어, 휴대폰이 꺼져 있는 걸 몰랐어. 엄마 미안.” 딸아, 가끔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할 때가 있었다. 정말로 휴대전화가 꺼져 있던 때도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네가 혼자 있고 싶어서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가 괜히 걱정할까봐 휴대전화 핑계를 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그런 말을 할 때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냥 너를 내버려 두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는 걸 아니까, 그러다 보면 너가 나한테 전화해서 말했지. “엄마, 저녁 때 시간 돼? 나 맛있는 거 먹고 싶어”

◆ 남영준]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딸을 둔 엄마인, 한성희 님의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라는 책입니다. 부제목이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걱정 많은 엄마가 다 큰 딸에게 진심으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들이 절절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엄마와 딸... 참 소중한 인연이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부모들은 조금 억울해하지요.

◇ 조현지] 네, 청취자분들이, 자녀들에 대한 사연을 종종 보내주시는데요, “아이들은 자기 혼자서 잘 자란 줄 알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우리 청취자분들 중에서, 자녀들과 책을 읽으면서 소통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책을 고르는 팁을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남영준] 독서는 내 취향이 우선이지 남을 위한 독서는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시집은 아이들에게 읽히면 참 좋습니다. 당연히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같은 책도 성장하는 딸에게 읽히면 좋지요. 그런데 저는 동시집도 자녀들이 읽었으면 하는 교훈성 책들도 부모님에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책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공감이거든요. 딸을 위해 책을 쓴 엄마의 마음을 딸도 딸이지만 오히려 어머니들에게 더 크게 공감될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아이보다 어머니가 먼저 읽으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그 책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선물을 고를 때, 내가 받고 싶은 것을 하는 것처럼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되실 때 ‘이거 내 입장에서 쓴 거네.’ 혹은 ‘이거 내가 아이한테 말하려는 거 아니야’라고 느껴지는 책을 고르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부모의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과의 이야기도 훨씬 느긋하고 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조현지] ‘영준책방’ 마지막 시간. 김용택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방 안의 꽃‘ 그리고, 한성희의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로 함께 했는데요, 교수님,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요?

◆ 남영준] 제 마음을 담은 책을 영준책방 애청자님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원래는 조현지 아나운서님께서 읽어주셔야 하는데 마지막이라 제가 읽겠습니다.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작별을 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상처를 안는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모르는 보물을 땅속에 파묻고 가는 것처럼, 애틋한 애정을 남겨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멀리 도망치는 것이 가끔은 아주 소중하고 싶은 사랑을 의미할 때도 있다.

◇ 조현지] “아무도 모르는 보물을 땅속에 파묻고 가는 것처럼, 애틋한 애정을 남겨 두고 있는 것이다.” 이 문장이, 가슴에 울림을 주는데요, 어떤 작품에 실린 글인가요?

◆ 남영준] 생텍쥐페리 산문집인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짧다’에 있는 글입니다. 이 글은 제가 영준 책방을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애청자께 인사말로 대신해야지’하고 미리 골라놓은 책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께 팁 하나 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슬프고 아픈 책보다는 밝고 아름다운 책들을 가능한 한 많이 읽혀주세요. 일찍이 철드는 것도 좋지만 철없이 마냥 즐거운 것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인성에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청취자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조현지] 네, 그동안 남영준 교수님이 마음속 보물이 되는 책들을 추천해 주시느라 수고 많으셨는데요, 감사합니다.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이자,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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