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영준책방] 가까이 있으면 멀어지고 싶은 부부의 세계, 책 속에 답이 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4-13 15:10  | 조회 : 710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영준책방] 가까이 있으면 멀어지고 싶은 부부의 세계, 책 속에 답이 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조현지] 매주 월요일마다 문을 여는, ‘영준책방’. 나태주 시인의 시, ‘사랑에 답함’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시로 문을 열었는데요. 매주 이 시간 함께해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가 청취자분을 위해서 고른 거거든요. 어떤 사연이길래, 이 시를 처방해주셨을지, 지금부터 이야기 나눠볼게요.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이하 남영준)] 안녕하세요.

◇ 조현지] 교수님, 요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출산율과 이혼율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부부가 함께하면서 부대끼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던데요. 교수님은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져주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그 반대이신가요?

◆ 남영준] 당연히 부부싸움을 하지요. 그렇지만 항상 섬김의 자세로 살고 있기 때문에 삐지거나 우기긴 해도 이겨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조현지] 제가 왜 이런 질문을 드리냐면 청취자분의 사연과 관련돼 있어서입니다. 사연을 소개해드리기 앞서서, 영준책방에 참여하시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영준책방’은 매주 월요일, 청취자분들께 맞춤 책처방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 아니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 혹은, 재테크에 관련된 책도 좋습니다. 요즘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책이 어떤 건지 알려주세요. #0945, 단문 50원, 장문 100원의 유료문자로 보내주셔도 좋고요! 모바일어플 <yes> 앱, 유튜브 보이는 라디오 채팅창으로 남겨주시면,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다음시간에 책 처방 해드리겠습니다. 자, 오늘은 청취자 두 분께 책 처방을 해드릴 거라서 갈 길이 바쁩니다. 첫 번째 청취자님의 사연 소개해 드릴게요.

[9778] 아내에게는 말로 못 이깁니다. 정말 말을 잘하거든요. 그렇다보니, 부부싸움을 하게 됐을 때, 저는 말문이 막혀서 그저, “우씨”라는 말만 하게 되는데요.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도 있나요?

◆ 남영준] 이번 주 첫 번째 안타까운 사연은 아내와 말싸움에서 번번이 지는 아주 전형적인 요즘 남편께서 보내신 사연입니다. 오죽 절박하면 영준책방에 말로 아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SOS를 치셨겠습니까. 저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그런데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있나요?

◆ 남영준] 도서관에 가면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 대화를 리드하는 법과 같이 대화에 관련된 책자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그래도 명색이 제가 교육자인데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소개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피천득 선생의 수필 가운데 이 문장을 듣고 마음을 진정시키길 추천합니다. 조 아나운서가 읽어주시겠어요?

◇ 조현지] 같이 살아가노라면 싸우게도 된다. 언젠가 나 아는 분이 어떤 여인보고  “그렇게 싸울 바에야 무엇하러 같이 살아. 헤어지지” 그랬더니, 대답이 “살려니까 싸우지요. 헤어지려면 왜 싸워요”하더란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싸움이라도 잦아서는 나쁘다. 그저 참는 게 좋다. 아내. 이 세상에 아내라는 말같이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이름이 또 있겠는가. 천 년 전 영국에서 아내를 ‘피스 위버(peace weaver)’라고 불렀다. 평화를 짜나가는 사람이란 말이다.

◆ 남영준] 피천득 님의 96년에 출간한 ‘인연’이라는 수필집에 글입니다. 말다툼하면서 아내 분에게 단어나 논리가 딸려 그저 ‘우씨’라고만 하신다는데 아내 분도 그렇지만 9778님도 아내 분을 사랑하고 있게 제 눈에는 보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내만큼 좋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아내에게 남편이 어떤 존재인지를 절절하게 기록한 책이 있습니다. 책 자체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전문 작가가 아닌 분이 쓴 실제 일기책입니다. 조 아나운서가 읽어주시죠.

◇ 조현지] 일요일 오전에는 일찍 병원에 들렀다. 집사람을 목욕시키는 것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키가 아주 크기 때문에 간병인 혼자서는 힘에 부쳤다. 아내의 팔다리와 허리에 살이 너무 빠졌다. 가슴도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암 수술로 절제해버린 쪽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 딸 다섯을 그 큰 젖으로 키웠는데 말이다. 그러나 얼굴에는 살이 안 빠지고 예쁘게 보였다. “사랑해. 여보. 아주 예뻐졌어, 당신이. 당신도 날 사랑해? 날 좋아해? 날 좋아하면 눈을 깜박거려 보아요.” (그러자) 아내는 눈을 아주 꼭 감는다. 그 모습이 너무 순진해서 내 가슴을 울렸다.

◆ 남영준] 이헌원 님이 쓴 ‘여보, 어디 가?’의 한 구절입니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임을 애청자님께 알려드리려고 어렵게 찾은 책입니다. 문장이 투박하지만, 표현이 너무 정직해서 오히려 책 속 주인공 남편의 절절한 사랑이 더 우리에게 와 닿습니다.

◇ 조현지] 그래도 부부사이든, 형제, 자매, 친구들 사이에서 의견 다툼이 있을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지나가는 건, 감정의 골만 깊게 하는 것 같거든요.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말할 때 내게 유리한 쪽으로 분위기를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남영준] 도서관 홈페이지 검색창에 말싸움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말싸움 이기는 법에 대한 자료 리스트가 쭉 나타납니다. 논리적으로 지적으로 아내에게 이기고 싶으면 대화법이란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하여도 관련 책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질없는 행동보다는 부인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9778님 신상에 훨씬 이로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조현지] 네, 아주 현실적인 말씀이었고요, 오늘 사연 두 개로 함께한다고 했죠. 두 번째 사연도 볼까요?

[6500] 꽃피는 봄날이 되니까 외로운 감정이 마구 피어오르네요! 저는 연애한 지 정말 오래됐거든요. 물론 결혼한 지도 오래됐죠~ 황무지 같은 아줌마 마음에 설렘을 안겨줄 책 추천해 주세요.

◆ 남영준] 저도 아내를 쳐다보면 연애 때 그 곱던 사람이 아이들 키우랴, 남편인 저 돌보랴 마음도 몸도 많이 지쳐 미안하던 차에 이 사연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배우자가, 혹은 친구가 ‘나 많이 아파, 힘들어’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은 이렇습니다. “나이 들어 그런 거야, 당연한 거야, 나도 그래”

◇ 조현지] 네,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섭섭할 것 같아요.

◆ 남영준] 그렇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힘들다고 저에게 이야기하면 절대 허투루 듣지 않습니다. 그건 위로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신호이거든요. 6500님은 오늘 저에게 잘 요청하셨습니다. 이런 좋은 봄날에 괜한 한숨이 나오고 조금은 외로워지는 것이 아직 6500님이 소녀 감성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거든요.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애청자님의 마음을 설레게 할 시 한 편을 조현지 아나운서가 선물합니다.

◇ 조현지] 너는 내 앞에서 시집 안 오겠다며 눈물 젖은 눈 글썽이는지? 집이 시골이고 직업이 초등학교 선생이라서 내 각시 되지 않겠다면 그만이지, 왜 자꾸 울기만 하는지? 내사 참말 니 맘 모르겠다. 모르겠다. 우는 여자 너 그렇게 서러운 내게는 꽃일 줄이야.

◆ 남영준] 저만 뭉클한가요? 조현지 아나운서가 들어오는 글로 읽어준 ‘사랑, 거짓말’에 수록된 나태주 시인의 ‘꽃 1’이라는 시입니다. 제가 아껴가면서 읽은 시입니다.

◇ 조현지] 아끼는 것이 아니라 아껴가면서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 남영준] 저는 한꺼번에 시집 전체를 다 읽기보다는 아껴가면서 시를 아껴가면서 읽습니다. 왜냐하면 시 한 편 한 편이 게는 다 설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설렘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시를 읽으면 지금 내 마음에 남아있는 설렘과 여운이 반감되는 것이 싫어서입니다. 그래서 청취자님도 시집을 후다닥 읽지 마시고 한 편의 시가 가진 설렘을 충분히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조현지] [6500]님이 봄을 타는 것 같은데요, 틈이 날 때마다 시를 접하시면 좋겠네요.

◆ 남영준] 그렇습니다. 시는 우리 모두의 감정을 빛나게 합니다. 그러니 코로나19가 끝나면 도서관을 방문하시어 도서관 서가에 기대어 시를 읽어보세요. 아줌마가 아니라 꿈 많은 소녀 시절로 순간이동을 할 것입니다. 6500님. 이 좋은 계절에 애청자님의 마음을 마구 설레게 할 좋은 시들을 많이 읽으시고 이 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영준책방’ 오늘은 세 권의 책으로 함께했는데요. 나태주의 ‘사랑, 거짓말’ 이헌원의 ‘여보, 어디 가?’ 그리고, 피천득의 ‘인연’이었습니다. 남영준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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