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한편의 시가 우리를 위로 할 수 있다면... 정재찬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2-28 15:13  | 조회 : 737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정재찬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편의 시가 우리를 위로 할 수 있다면... 정재찬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의술, 법률, 사업, 기술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거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란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교수가 한 말인데요. 여기, 현실판 키팅 교수님이 계십니다. 이분은 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꺼내며 위로기를 바라는 분인데요.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초대석, 우리 시대의 시 소믈리에,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정재찬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재찬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이하 정재찬)>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조현지> 어렵게 오셨어요, 교수님.

◆ 정재찬> 그렇지 않아도 영준책방, 그 코너에서 제 책도 소개해주셨다고 해서 한 번은 인사드려야지 인사드려야지 하다가 이제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현지> 그때 영준책방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을 저희가 소개해 드렸었는데 오늘은 또 새 책이 나와서 이렇게 또 나와주셨고, 코로나 19 때문에 대학 개강도 미뤄진 상태예요. 그리고 많은 분들도 지금 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너무 우울하다, 나도 언제 걸릴지 모른다, 이런 불안감을 호소하고 계신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 정재찬> 저도 사상 초유의 나날을 보내고 있죠. 개강도 미뤄졌고 뭐 강연 일정 모든 약속 만남 다 취소됐고요, 그래서 내 인생에서 이렇게 한가한 순간이 있었나? 그래서 방구석에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시간도 보내고 책도 읽고 되게 좋은데 하다가 어머 지금 무슨 소리하고 있지? 하다가 깜짝 놀라면서 너무 많은 걱정도 들다가 정말 이렇게 감정이 하루 안에 이랬던 날이 우리가 있을까? 좀 불안한 가운데서 안정을 찾으려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어제 한 청취자 분께서도 아이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까 힘들고 지치긴 하는데 밤에 맨날 엄마랑만 같이 자던 아이들이 아빠랑 같이 자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한 느낌을 받으셨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 정재찬> 모든 힘든 순간에도 이렇게 뭔가를 주는 게 있고 우리가 찾아내야 될 게 있어요. 

◇ 조현지> 맞습니다.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교수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시를 잊은 그대에게’입니다. 무려 15만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인데 이 책 부제가 공대생들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예요. 공대 하면 감정이 메말라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살짝 드는데 그들을 울렸다!

◆ 정재찬> 네 실제 있었던 일이긴 한데요. 사실은 공대생이 가슴이 메말라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거로도 영향받아본 적 없었던 아주 순수한 땅이었어요. 메마른 땅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밟지 않은 땅이었기 때문에 거기 약간의 빗방울만 적셔주면 오히려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좋은 반응을 보여서 그 강의가 가장 잊히진 않는데 그것도 이미 몇 년 됐네요. 제가 다른 일도 많아지고, 그건 기획 상품 같은 거였고요 이제 예비 국어교사를 양성하는 제 본업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이번에 새 책 제목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입니다. 사실 저는 책 제목을 보고 지금 상황과 연결 짓지 않을 수 없어서 조금 더 많이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책을 좀 들여다보면서 한 단어 단어를 어떻게 뽑으셨을까. 근데 저도 좀 와 닿는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 정재찬> 저희가 농담으로 말장난해서 시의적절함이 이런 게 아닌가. 

◇ 조현지> 딱 맞네요.

◆ 정재찬> 인생에 여러 테마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겪어보는 관문들이 있는 것 같아요. 통과해야 하는 예를 들어 밥벌이라든가 누군가를 돌보는 문제 또 배우고 공부하는 것 사랑하는 것 사람 사이의 관계, 건강, 소유 이런 건 누구나 필수적으로 누려야 될 그런 관문들 아니겠어요? 거기서 시는 우리에게 어떤 지혜와 상처를 줄까 그런 것들로 한 편의 에세이를 만든 겁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저는 이 책을 쭉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취향을 판다 그런 표현이 있잖아요. 쭉 어떤 시들을 고르셨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을까, 라는 걸 쭉 보면서 이 정재찬이라는 사람의 취향이 이런 거구나! 너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걸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들이 정말 많이 들었는데, 오늘 제가 느낀 감정들을 똑같이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교수님께서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책 선물을 가지고 오셨어요. 선물 받고 싶은 분들 사연 함께 보내주시고요. 그리고 오늘 교수님께서 특별히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우리를 위해서 시를 직접 들려주신다고 하는데요. 그 시 들으시면서 감상과 느낌 보내주시고 또 평소에 궁금했던 점들 질문해주신 분들께도 저희가 추첨 통해서 선물 보내드리겠습니다. 

작가의 말이 가장 처음에 나오는데 거기 첫 문장이 이거였어요. 어쩌다 세상에 시를 나누고 전하는 자리에 서게 된 걸까. 알 수 없는 게 인생입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선생님

◆ 정재찬> 크게 보면 두 가지 뜻을 담은 건데요. 하나는 저는 시를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시를 나누고 전하는 사람입니다. 라는 뜻도 한 번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의 주인공이 제가 아니기를 바라요. 이 책은 하나의 가이드일 뿐이고 직접 시인과 시를 만나셔라. 이런 시를 쓴 분들이 주인공이지 저는 가이드다. 혹은 뭐 큐레이터다 그렇게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하는 마음 하나. 두 번째는 저도 사실은 이렇게 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제가 그렇게 문학청년이라거나 젊을 때 시를 좋아했다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 조현지> 아 정말요? 

◆ 정재찬> 그래서 오히려 이런 걸 전할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 거 아닐까 거꾸로? 그 분들이 어떤 상태인지 아니까. 저도 시를 잊은 그대라고 볼 수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뜻대로 되는 게 인생은 아닌데 그게 좀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중간에 써놨는데요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게 맞다. 뭐 이런 뜻에서

◇ 조현지> 사실 그렇기 때문에  또 한 번 살아볼만 한 것 같기도 하구요.  

◆ 정재찬> 자기 뜻대로 됐으면 인생 재미없었을 것 같아요. 오히려. 겸허하게 살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 해 본거죠. 

◇ 조현지> 가주 폴 킴씨가 정재찬 교수님은 가끔 긴 안부대신 시 한 편을 보내주신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데 개인적으로도 지인들한테 시 한 편씩 보내주시나요? 

◆ 정재찬> 지겨워하지 않을 정도로만. 이건 또 막 보내면 안 됩니다. 본인의 선의가 남을 괴롭힐 때가 많잖아요. 사실 폴 킴 군은 제가 모 방송 TV에서 만난 사이었어요. 근데 그걸로 그치지 않았던 게 그 땐 그 친구가 그렇게 음원을 석권하는 수준이 아니었다가 뒤에 잘 풀렸거든요. 너무 제가 축하해주면서 그 친구한테 이렇게 얘기했어요. 자기 계속 노래하기 위해서 인기가 필요한 거지 인기 얻으려고 노래하는 사람 아니잖아. 계속 즐겨도 돼. 이 말을 이 친구가 너무 좋아해줬었어요. 그래서 그런 식의 시 구절이라든가 이야기 같은 걸로 괴롭히죠 제가, 문자로.

◇ 조현지> 아니 그런 문자를 받을 때마다 좀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오늘 교수님께서 청취자들을 위해서 시를 준비해오셨다고 말씀해 드렸는데 특별히 위로와 응원이 되는 시를 골라주시면 어떨까요? 라고 저희가 또 부탁을 드렸었어요. 먼저 첫 번째 시를 한 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 직접 낭송해 주실게요. 

◆ 정재찬> 
이마   - 허은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 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 조현지> 저는 시를 들으면서 이마의 크기가 우리 손바닥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정재찬> 우리 어릴 적에 다 엄마가 이마에 손 얹어줬던 기억들 하고 있잖아요? 이 시는 아마도 세밑의 흰 밤 그냥 혼자 아팠던 것 같아요. 근데 깨어나 보니까 내 이마를 내가 짚고 있어요. 너무 서러웠겠죠. 아마 그걸 얘기한 것 같은데. 응급의학과의 남궁인 박사가 쓴 책을 보게 되면 그 아수라장 같은 응급실 환자들 사이에서도 의사가 다가가서 이마에 손을 얹으면 그렇게 온순한 양처럼 된다는 거예요. 사실은 우리 의사분들이 그렇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지금도? 누군가가 내 이마를 덮어 주는 게 그 업의 본질이에요. 그러면 내가 하는 밥벌이 직업 이런 것도 알고 보면 내가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의 부족한 걸 채워주는 거예요. 누군가의 이마를 내 손으로 덮어주고 있는 거예요. 어쩌면 오늘 아침에 버스기사 분은 내가 걸어갔으면 한없이 걸어갔을 길을 이마에 손 얹어주듯이 저를 데려다줬을지도 몰라요. 시는 우리가 그렇게 버티고 지켜가 주면 이거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거거든요. 서로의 이마를 얹어주는 손이 되고 그런 손에 감사하고 그렇게 서로의 온기로 이 사태를 버텼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시를 골라왔습니다.

◇ 조현지> 저희가 며칠째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하고 다들 힘들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미담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소식들을 전해드렸었는데 그 때마다 청취자분들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많은데 좋은 사람들도 여전히 많네요. 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보내주셨었어요. 정말 사소한 배려,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들 말씀하신 것처럼 시적 표현을 하자면 서로가 서로의 이마를 덮어주는 그 온기. 그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지금 이렇게 해석을 해주시고 지금 현 상황과 연결 지어서 얘기를 해주시니까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어떤 시는 바로 보고 딱 이해가 되고 마음에 와닿는 시들도 있지만, 무슨 말을 이 시인이 하려고 했을까? 싶을 때도 있거든요.  

◆ 정재찬> 아 그럼요 저도 그래요. 포기하시면 돼요. 

◇ 조현지> 넘기면 될까요?

◆ 정재찬> 다른 시 찾으면 돼요. 우리가 세상에 모든 노래를 어떻게 다 사랑해요. 나는 저 노래 싫어! 하면 안 들으시면 되잖아요. 그래서 너무 시를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어려운 시가 어려운 거예요. 세상의 이치 다 그렇지 않아요? 그림 쉬워요? 쉬운 그림은 쉽고요 어려운 그림은 어려운 거예요. 

◇ 조현지> 그렇죠. 그리고 또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요. 7237 청취자님 이마에 주름진 나의 모습을 봤습니다. 한 줄 두 줄 세 줄 세월이 주는 나의 주름진 이마에 따뜻하게 손을 한 번 얹어봅니다.

◆ 정재찬> 네 정 급하시면 자기 손이라도 얹어야죠. 지금 우리!

◇ 조현지> 맞아요. 그리고 1328 청취자님도 온기가 필요합니다. 참 좋네요라고 보내주셨고 많은 분들이 지금 감동을 받으신 것 같아요. 또 한 편의 시를 준비를 해주셨는데 이 시는 어떤 시인가요? 교수님

◆ 정재찬> 이번 시는 황지우 시인의 늙어가는 아내에게 라는 시인데 시가 좀 길어요. 그래서 제가 조금 빨리 읽어 볼텐데 들어보시면 그냥 마음이 좋아지실 겁니다. 

늙어가는 아내에게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 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은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거야

◇ 조현지> 제가 방송 들어오기 전에 교수님한테 이 시를 제가 소리 내서 한 번 읽어봤는데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요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 정재찬> 눈시울이 촉촉하게 붉어지셨네요. 

◇ 조현지> 젊은 나이에 벌써 그러면 안 돼요, 교수님께서 그러셨는데 지금 또 울 뻔했어요.

◆ 정재찬> 아니에요. 아나운서님 앞에서 읽으려니까 자꾸 버벅거려서 저도 잘 안됐어요.

◇ 조현지>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그래 괜찮았지?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 분명 올거예요. 그쵸.

◆ 정재찬> 네 저는 지금도 그럴 것 같아요. 이 시에 아까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 하는 게 아픔을 낫게 하는 것 보다 지금 중요하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이거 당장 왜 빨리 안 나아? 왜이래? 자꾸 그러지 마시고 지금은 같이 앓아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도 아프고 꼭 그 확진자만 아픈 것이 아니라 아닌 나도 같이 아파해 주는 것 같이 끙끙 앓아주는 것이 지금 중요한데 어느 세월 지나면 우리 그 때 잘 버텼지?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부부 사이도 그렇고 우리 사이도 그렇고 좀 그냥 좀 이렇게 살자.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너무 각박해요. 너무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다투고 그러는데, 아 좀 그냥 전 요즘 이 말이 제일 좋았어요. 아 좀 그냥 가자 우리 서로 힘든데.  

◇ 조현지> 7237 청취자님 따뜻하네요. 같이 서로 보듬고 사는 거죠. 그리고 9887 청취자님 남영준 교수님 이상으로 정재찬 교수님 목소리도 매력적이네요. 어떻게 코너 한 번 출연해주셔야겠어요.

◆ 정재찬> 음성만 나가니까 참 좋네요. 

◇ 조현지> 1328 청취자님 지금 같이 아픕니다. 라고 이렇게 문자주셨고 노사연의 바램,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런 노래들이 생각난다는 문자도 많이 보내주셨어요. 청취자분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교수님께서 지금 소개해주신 두 수의 시로 위로받는 시간이 됐으면 하고 오늘 시간을 준비해봤는데, 교수님 청취자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시죠. 

◆ 정재찬> 찰리 채플린이 했다는 유명한 말 있잖아요.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 영화용어로 얘기한 거예요. 이 사람이 클로즈업으로 보면 다 슬프고요, 롱 숏으로 보면 코미디 같다는 거거든요.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우리 인생을 좀 길게 보면 나중에 끄덕이고 감사하고 그럴 수 있을 걸. 왜 그때는 그렇게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서로의 험담만 했던가.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그러고 있지 않나? 그런 지혜와 성찰을 시에서 좀 빌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 조현지> 네 교수님 오늘 정말 좋은 시간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정재찬> 아닙니다.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조현지> 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정재찬 교수님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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