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시간 : [월~금] 17:00~19:00
  • 진행 : 신율 / PD: 신동진 / 작가: 강정연, 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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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국군 증오비에 새겨진 이름, 소름 끼친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1-10 20:10  | 조회 : 2738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10~19:00)
■ 방송일 : 2019년 1월 10일 (금요일)
■ 대담 : 고경일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베트남 한국군 증오비에 새겨진 이름, 소름 끼친다"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오늘은 시사 만화가 한 분을 모셨습니다. 요즘은 웹툰이라고 합니다만, 제 나잇대 분들은 아마도 만화책, 책 만화가 더 친근하죠. 만화책, 만화방에 대한 추억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텐데요. 어렵고 무거운 시사나, 역사 얘기도 만화로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곤 했습니다. 오늘 모신 분은 바로 그런 무거운 얘기를 만화로 쉽게 풀어내는 분입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양민 학살을 정면으로 다룬 만화집을 내셨는데요. ‘붉은돌단풍’이란 작품을 만든 분입니다. 시사만화가로 상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고경일 작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고경일 작가(이하 고경일)> 네, 안녕하십니까. 만화 그리는 고경일입니다.

◇ 이동형> 지금 저한테도 책이 들려 있는데 ‘붉은돌단풍.’ 일단 책 소개 잠깐 해주시겠습니까?

◆ 고경일> 네, 이 만화집은요. 제가 취재를 해서 스토리를 만들고, 만화책으로 엮은, 조금은 르포트타주 만화라고 하는 그런 장르의 만화고요.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지역을 취재해서 만화로 만든 저의 두 번째 작품집입니다.

◇ 이동형> 취재는 직접 현지로 가서 하셨습니까?

◆ 고경일> 그렇죠. 벌써 한 6년 정도 된 것 같고요. 길 때는 한 달 정도 몇몇 기자들하고 같이 들어가서 취재를 한 적도 있고요. 가능하면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고 하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서 거기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 이동형> 어쨌든 우리의 아픈 역사고, 베트남도 당연하겠습니다만, 이것을 들춰내서 취재하고, 만화로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것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 고경일> 저는 원래 일본에서 풍자만화를 공부했고요.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 저의 첫 번째 전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그리고 그게 1996년도였거든요. 그리고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다루고, 그것으로 협박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때 일본의 스승님이 말씀하신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데요. 일본에서는 냄새 나는 물건에는 뚜껑을 덮는다고 하는 속담이 있다고 하면서 자꾸 왜 이런 문제를 건드리느냐, 일본에서는 덮는다고 하셨어요. 그때 저는 도저히 이해를 못 했고, 그 당시에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생기거든요. 그분들이 TV에 나와서 계속 거짓말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이거는 문제가 있고, 특히 제가 한국에는 썩은 종기는 도려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고 그렇게 답변을 드리면서 풍자만화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전쟁 책임 문제에 대해서 계속 작업을 해왔고, 소녀상을 만드신 김서경, 김우성 작가하고도 계속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요. 작업을 하다 보면 김서경, 김우성 작가나 저나 일본이 싫어서, 일본 정부가 미워서 소녀상을 만들거나 일본 정부를 풍자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왜냐하면 도덕적이고,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그리고 이것은 그냥 상식의 문제고, 인류의 보편적인 인식의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들을 덮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작업을 하게 된 거고,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들의 민간인 학살 문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어떻게 한국군을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군인이고, 그분들 덕분에 경제 성장이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문제제기 하는 것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미워서가 아니고요. 우리가 잘못 배우고 있잖아요. 그리고 잘못 후세들에게 알려주고 있고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고요. 이런 부분에서 누군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 이동형> 네, 알겠습니다. 우리가 일본에게 진실을 요구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것처럼 우리 잘못도 겸허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작하셨다. 이렇게 이해하겠습니다. 풍자만화가 그림만 잘 그려서 되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권력 풍자해야 하는 건데요. 권력을 풍자하다가 사실은 안 좋은 경우를 당한 작가들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 고경일> 네, 늘 주위에 그런 작가들이 넘쳐나죠.

◇ 이동형> 이해가 안 돼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요.

◆ 고경일> 어쩌면 우리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상을 바꿔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대통령도 바꿔낸 이런 사회이기는 한데, 우리가 겉으로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하는 방증이고요. 그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풍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셨고.

◇ 이동형> 지난 정권에도 당장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으니까요.

◆ 고경일> 그렇죠. 거기에 이름이     안 올라가면 작가가 아니다, 라고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수난을 당했습니다. 

◇ 이동형> 저는 안 올라갔습니다.

◆ 고경일> 제일 먼저 올라가셨을 것 같은데요? 

◇ 이동형> 그래요. 우리가 붉은돌단풍, 이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혹시 베트남 참전 용사 분들이나 이런 분들로부터 항의를 받지는 않았습니까? 왜 지금 이런 것을 그리나, 이렇게요.

◆ 고경일> 항의는 늘 많이 받고요. 그리고 저는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안 팔리는 책을 이렇게 홍보를 많이 해주시고, 저한테 이렇게 애정을 가져주시는데 누가 이런 책을 보겠습니까. 이거 재미도 없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요. 취재는 의외로 해외에서 많이 했습니다. 지금 기억의 보따리전이라고 해서 2019년도에도 독일 도르트문트나 복흠, 이런 지역에서 전시할 때 거기에 참전 군인이셨던 분들이 와계신 거예요. 복흠이나 이런 지역은 또 탄광이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그 탄광에서 일하시고 은퇴하신 분들인데 알고 보니까 참전 군인이었다. 그리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만나고, 워싱턴에서도 만났는데요. 그분들은 굉장히 슬퍼하죠. 슬퍼하시고, 그리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안 하시는데,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기간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68년, 69년, 70년, 이때 집중적으로 일어나거든요. 

◇ 이동형> 집중된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64년부터 73년까지 약 10년간 파병했는데, 왜 3년 정도에 집중되어 있을까요?

◆ 고경일> 68년도, 저는 제가 취재한 바로는, 68년도에 구정대공세라고 해서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 베트콩이라고 하는 그 사람들이 전민항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잖아요. 그 기점, 그리고 전투부대들이 68년, 69년, 계속 상륙을 하면서 소개작전을 합니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을 취재를 가보면 흥미롭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데요. 이렇게 길잖아요. 되게 긴데, DMZ가 있고, 상륙을 할 때 저는 맨 처음에, 64년도 이때만 비행기로 지금의 호치민으로 오게 되고요. 상륙전으로 올라와요. 그러니까 분단이 되어 있는데, 속초, 강릉, 이런 지역으로 군인들이 무장하고 올라오는 거예요. 민간인들이 그냥 살고 있는데. 되게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뭘 말하냐면 남베트남은 우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런 구도 속에서 상륙할 때부터 베트남, 북베트남, 남베트남 상관없이 베트남은 적이다, 위험하다고 하는 것들을 참전 군인들한테 심어주는 거죠.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실제로 취재를 해보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DMZ가 있고, 작전을 나가면 DMZ에서도 가까운, 우리가 많이 가는 다낭, 호이안, 이런 지역인데요. 그런데 전선이 없어서 위험하고, 아군과 적군이 구분이 안 되고 민간인과 베트콩이 구분이 안 됐다고 하는데, 저는 그것을 잘 이해를 못 하겠어요. 실제로 가서 보면 위령비가 세워져 있거든요. 그리고 심지어는 증오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 이동형> 한국군은 향한 겁니까?

◆ 고경일> 네,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있어요. 너무 소름이 끼쳤는데, 무지하게 큰, 3m, 이렇게 되는 돌에다가 한국군이 여기에 와서 학살을 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 비에는 이 사람들이 이름을 새겨 놨어요. 그래서 이름에 T가 들어가면 여성이고요. 그리고 여기도 유교 국가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전쟁통에 일찍 죽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개똥이, 이런 이름이 있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이름을 새겨놓은 거예요. 0살, 2살, 19살, 17살, 여성, 그런 것들이 수두룩하게 적혀 있습니다.

◇ 이동형> 그러니까 우리 군 쪽에서 베트콩들이 낮에는 농부, 밤에는 베트콩으로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분간할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지금 교수님 말씀처럼 여성이나 아이들까지 무차별 학살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이런 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겠죠.

◆ 고경일> 그렇죠.

◇ 이동형> 그리고 지금 한국인들이 관광하러 가장 많이 가는 곳이 베트남, 다낭, 호이안인데, 그 지역에서 이런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도 상당히 아이러니하네요.

◆ 고경일> 너무 슬프죠. 제가 취재를 가면,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여행을 와요. 맛집 가서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라고, 이런 것도 많이 하는데요. 다들 베트남 여성들을 보면서 가난하냐, 불쌍하다, 그 여성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일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 이런 생각만 하지, 그 여성들이 베트남 전쟁 시기에 어떤 역할을 했고, 베트남의 경제가 지금 이렇게 힘들고, 점차 좋아지고는 있는데, 이런 상황이 된 것이 베트남 전쟁에서 기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그런 것들을 배우지 않으니까 우리 젊은 친구들이 이해를 못 하는 거죠.

◇ 이동형> 알겠습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김대중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세 사람의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베트남 정부에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끊임없이 우리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겠죠. 같은 논리로써요. 만화가이시니까 제가 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만화방에 만화책 보러 가다가 엄마한테 들키면 등짝. 뭐하느냐, 이렇게요. 요즘 만화는 웹툰 작가가 수입도 많고, 초등학생들 장래희망도 웹툰 작가가 많고요.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죠?

◆ 고경일> 많이 좋아진 정도가 아니고요. 학생들이 3학년 정도가 되면 웹툰 플랫폼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요. 수업이 안 될 정도입니다. 너무 안타까운데요. 학생들한테 우리 교수들이 많이 이야기를 해요. 빨리 데뷔하는 것도 좋은데, 자기가 스토리를 손수 쓰고, 연출하고, 엔딩까지 자기가 마무리를 다 하면서 그것을 작품으로 하는 사람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교수가 말로 하면 설득력이 없는 거죠. 그래서 부지런히 이렇게 재미없는 만화책을 매년 내고 있습니다.

◇ 이동형> 상명대학교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 만화학과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만화과가 생기고, 학생들이 많이 지원을 하고요. 또 교수님이 재밌고, 알차게 가르치고요. 그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다시 만화를 그리고. 세상이 참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교수님도 매년 이렇게 작품 활동을 의무적으로 하시는 겁니까?

◆ 고경일> 부끄럽지 않으려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났을 때 왜 저 선생은 저렇게 수업시간에 역사 이야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고, 그리고 취재 간다고 방학 동안 학생들 팽개치고 사라지고, 그랬지만 작품이 말해주는 거잖아요. 월급도 받고 있으니까 이런 일을 누가 해야 하는데, 누가 하겠습니까. 월급 받는 사람이 하는 거죠. 그래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한 길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요. 

◇ 이동형> 요즘 우리 학생들은 시사만화가, 이쪽보다는 당연히 웹툰을 선호할 것 같아요?

◆ 고경일> 네, 웹툰 중에서도 상업 웹툰이니까요. 성인 만화, BL, GL, 이런 장르예요. 사실은 학생들한테도 늘 이야기하지만 그런 장르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서사구조거든요. 그래서 시작과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힘이 먼저고, 그다음에 얼마든지 자기가 르포르타주 만화로 가겠다, 아니면 그런 성인물로 가겠다, 어느 장르로 갈 수 있는 거네요. 그전에 인문학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스토리도 구성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이동형> 알겠습니다. 오늘 출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경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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