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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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신율 / PD: 신동진 / 작가: 강정연, 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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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승소하면 SK 지배구조 바뀔까? “글쎄... 흑기사 많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2-09 20:51  | 조회 : 13759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9년 12월 9일 (월요일)
■ 대담 :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노소영 승소하면 SK 지배구조 바뀔까? “글쎄... 흑기사 많아”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4부에서는 경제 이야기해보죠. SK 그룹 이야기부터 해봅시다. 최태원 회장의 이혼 요구에서 가정을 지키겠다던 노소영 관장이 입장을 바꿔 재산 분할을 요구하면서 SK그룹 경영이 최 회장의 이혼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기소된 임직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우리 경제에 남긴 숙제도 함께 짚어봅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의 박정호 실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이하 박정호)>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지난주에 나오셔서 해주셨던 말이 굉장히 인터넷에 화제가 됐습니다. 

◆ 박정호> 제가 어르신들에게 기분 상하게 해드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아니었고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요즘 그 친구들의 낙담, 절망감, 그게 아마 더 크게 보였던 것 같아요.

◇ 이동형> 그 인터뷰가 그렇게 화제 될 줄 아셨어요?

◆ 박정호> 솔직히 제가 말을 일부러 세게 한 것은 사실이에요. 특히 주변에 있는 어떻게 보면 선배 교수님들, 이런 분들도 재산이 꽤 있으시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굳이 안 파시면서 보유세 조금 올라가는 건 속상해하고 그러시는데, 조금 기분이 그랬어요.

◇ 이동형> 30억 이상 아파트 가지고 있으면 팔아라. 그런 제목의 인터뷰가 나갔는데, 포털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가장 많은 댓글, 여러 가지 퍼 날라졌더라고요. 

◆ 박정호> 이렇게 공감되는데 제가 기여를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오늘은 법정 다툼 중인 사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죠. 노소영 관장이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행복을 찾아서 이제는 가라, 대신에 최 회장이 가진 주식 중 40.29%를 내놓아라, 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재판은 두고 봐야 알겠습니다만, 어쨌든 SK 가문과 노태우 가문이 결합했던 것이고, 그에 따른 상당한 혜택을 SK가 받지 않았느냐. 그렇기 때문에 재판에서도 이게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추측도 있고요. 아니다, 라는 추측도 있는데요. 만일 노소영 관장의 말처럼 되면 SK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겁니까?

◆ 박정호> 사실 지배구조까지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물론 최태원 회장이 가지고 계신 지분은 꽤 줄어들겠죠.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올 3월 말 기준으로 18.44%를 SK주, 그러니까 SK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격인 것의 그 정도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만약에 노소영 관장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승소가 된다고 하면 이 비중이 10%대로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표면상으로 뭔가 지배구조가 미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다양한 방면에 우호지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흑기사를 해주실 분들이 많기 때문에 지배구조 자체에 큰 영향은 없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이동형> 그런데 절반이면 절반이고, 40%면 40%지, 42.29%는 뭔가.

◆ 박정호> 아마 이거 보도하기 전에 법률자문단, 이런 분들하고 많이 논의를 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42.29%라는 이 수치는 이미 법률자문단들하고 많은 논의를 한 거고요. 그 결과로 나온 숫자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이동형> 아까 제가 잠깐 언급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힘으로 당시 대한석유공사죠. SK로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때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SK텔레콤 같은 경우에도 결국에는 특혜 받지 않았느냐. 그게 방점이 돼서 이만큼 요구했다, 라는 이야기가 맞습니까? 그렇게 봐야 합니까?

◆ 박정호> 그 당시에 실제 굉장히 큰 기업을 SK그룹이 인수했던 기회를 얻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이 어떻게 보면 속칭 재벌가의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정략결혼이냐? 그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알기로. 우연히 유학 가서 만났고, 그렇게 해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진 것으로 저는 그렇게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시카고 대학에 유학하던 시절에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여튼. 어떻게 사돈지간이 되다 보니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당시 SK그룹이 굉장히 유망한 사업들을 많이 수주하고,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이동형> 보통 이런 재판에 가면 중간에 협의, 합의해서?

◆ 박정호> 그렇죠. 예를 들어서 진짜 SK그룹에 지분을 행사해서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말씀이 아닐 거예요. 그 정도의 지분이 내 소유가 아니겠느냐를 말한 거겠죠. 따라서 지배구조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 만약에 노소영 관장이 승소한다면 다른 형태로 지급을 하고, 지분은 그대로 보유하는 형태로 유지가 될 겁니다.

◇ 이동형> 주식하는 분들은 재판이 만약에 노소영 관장의 승소로 끝이 나면 그러면 주가는 어떻게 되지?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정호> 사실 예전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한 번 있었죠. 사실 남의 가정사를 자꾸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만, NC소프트 김택진 대표 같은 경우 이혼 당시 위자료로 전 부인에게 보유한 주식을 제공한 결과가 있어서 이게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사례가 있어요. 그리고 외국 같은 경우도 폭스그룹이라고 하죠? 루퍼트 머독이라고 하는 미디어 재벌. 이분도 이혼을 세 번 이상 하신 분인데, 그때마다 폭스그룹에도 여러 계열사 주가에 악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 이동형> 이런 겁니까? 결국은 그렇게 이혼한 전처에게 주식이 가다 보면, 결국은 그게 한꺼번에 매물로 나오니까 주식은 떨어진다?

◆ 박정호> 그럼요.

◇ 이동형> 노소영 관장도 언젠가는 처분을 할 것이다, 이런 거네요?

◆ 박정호> 네, 맞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사실 SK그룹 같은 경우 알짜 기업들을 많이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최태원 회장이 다른 재벌 기업에 비해서 지분이 굉장히 많은 회장님은 아니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전에 일가친척들에게 우호 지분을 빌려줬던 대가로 1조 원 정도를 다시 돌려준 적이 있잖아요? 그만큼 지분이 공고하게 쌓여 있는 데는 아니라서 만약에 SK그룹의 경영권을 탐내는 세력이 있다고 하면 그런 것들은 호재로 작용해서 경영권 자체가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들도 하는 거죠.

◇ 이동형> 아까 저희가 잠깐 이야기했습니다만, 원래 SK는 창업주가 직물회사로 출발했었고, 그러다가 유공과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대그룹 발판을 마련한 건데. SK그룹에서는 우리가 노태우 정권의 특혜를 받아서 컸다, 이렇게 인정하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 박정호> 어떤 기업도 그렇게 인정하지는 않죠. 그런데 분명한 것은 SK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전신이 공공부문에서 만들어진 공기업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유공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이동통신, SK텔레콤의 전신이죠. 그리고 SK그룹이 가지고 있는 게 워커힐도 있는데, 이 워커힐 호텔도 우리나라에서 호텔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그 시절에 국가가 운영하던 호텔이에요. 그것을 불하받은 거죠. 이래서 지금의 SK그룹의 형태가 유지되는 데 있어서 공기업이 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여기에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것은 비단 SK그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대기업도 그 전신을 잘 타고 들어가다 보면 공기업을 불하받은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요즘에 우리가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해요. 설명을 드리면, 우리 청년들에게 자꾸 창업하라, 창업하라고 하는데,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 정작 집에 가서 부모님 입장이 되면 너는 공무원 시험 봐라,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 옛날 SK그룹이나 삼성이나 LG는 창업가 정신, 기업가 정신이 있었고, 요즘 청년들은 없는 거냐? 저는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옛날에는 지금 SK그룹을 얘기하고 있지만, 다른 그룹사도 그 전신이 본인이 씨앗 뿌려서 하나하나 물주고, 새싹 키운 기업들, 사실 많지 않아요. 국가에서 리스크를 테이크해준 겁니다. 즉, 국가에서 씨를 뿌리고 공기업에서 일정 정도 규모 이상으로 성장을 한 다음에 약간의 법적 실체를 견고하게 갖춘 다음에 민간에 불하한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될 경우에 민간 기업하는 CEO 분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하나하나 모든 위험을 다 감수한 게 아니라 국가가 어느 정도 견실한 상태로 만들어준 다음에 내가 그것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니까 창업을 하고 또 창업을 하고, 거대 기업을 일구기가 수월했던 거죠. 그러니까 지금 청년들은 기업가 정신이 없고, 예전에는 기업가 정신이 있다, 이렇게 단순 비교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 이동형> 그러니까 실장님 말씀처럼 과거 우리 지금 10대 재벌, 30대 재벌 창업주들을 보면, 적산기업을 불하했거나 공기업을 불하받았거나,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이거죠?

◆ 박정호> 그럼요.

◇ 이동형> 그런데 요즘 보면 오히려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젊은이들 같으면 대기업에서 비슷한 회사를 만들어 버린단 말이에요?

◆ 박정호> 그런 건 조금 안타깝죠.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누군가가 이미 그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받아서 큰돈을 벌었다고 했을 때 유사 창업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솔직히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은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고, 사실 그렇게 견고한 회사가 뛰어든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까지 대비해서 경영할 수 있는 자체적인 마인드, 이것도 같이 필요해요. 

◇ 이동형> 외국 같은 경우에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면 대기업에서 그 가치를 인정해서 굉장한 자산을 주면서 사거든요? 우리도 그런 게 필요하지 않느냐. 예를 들면, 김기사 앱 같은 경우에 대기업에서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식으로.

◆ 박정호> 사실 이런 부분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많은 게 창업한 사람들이 창업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을 죽을 때까지, 끝까지 가지고 가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의외로 어느 정도 사업 규모를 키운 다음에 누군가에게 매각해서 자금을 회수하는 이런 것을 기대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경제 규모에 비해서 M&A가 작은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실제 M&A라고 하면 큰 회사들끼리의 M&A는 많아도 견실한 회사가 중견 기업 또는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을 때 이게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해주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 이동형> 이미지도 부정적인 것 같아요. M&A라고 하면 기업 사냥꾼 생각도 나고요.

◆ 박정호>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고요. 좋은 M&A 시장이 있어야지만 창업이 활성화되고, 또 다른 창업이 연이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동형> 그렇네요. 성공 과정을 다른 젊은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죠. 어쨌든 노소영 관장이 42% 정도 되는 지분을 인수 받으려면 법정에서 내가 얼마큼 기여했다고 하는 것을 입증해야 할 텐데, 과연 그 입증이 쉬울 것인가?

◆ 박정호> 이게 진짜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가 법률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사실 아마 지금 우리가 지배구조, 이런 것을 논의하고 있습니다만, 법적 공방이 꽤 길게 갈 거예요. 그리고 쉽게 결론이 날 일도 아니고요. 그래서 제 소견으로는 상당 기간 끌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이동형> 삼성 이야기로 가봅시다. 결국, 국정농단 사건도 정경 유착 사건의 일환인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 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판사가 지난 6일 열린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것도 이례적인 주문이기는 합니다만.

◆ 박정호> 사실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기업 현장 CEO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러 다니다 보면 굉장히 고충들을 상담 받게 됩니다. 무냐 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을 의존해서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외국에 가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그 외국 거버넌스 쪽에, 공무원이든, 아니면 정치가든 간에 쉽게 이야기해서 커미션을 요구하는 거예요. 개도국이니까 더욱 그럴 수 있겠죠. 우리 옛날의 모습일 수 있으니까요. 그랬을 때 과연 이것을 주고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까? 아니면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합니까? 저한테 이것을 물어보는 거예요.

◇ 이동형> 딜레마일 수 있네요.

◆ 박정호> 제가 그럴 때마다 저는 솔직히 이게 옳지 않은 일임은 아는데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느 인더스트리나, 어느 국가나 상관행이라는 게 조금씩 달라요. 또 우리 중동 지역이나 어떤 곳에 가보면 수주를 받고 나서 반드시 답례를 하는 것이 예의인 국가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해외에서는 제가 이런 커미션을 주시더라도 수출 많이 하시고, 일자리 많이 창출해주십시오,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문화가 다르더라도 이렇게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갑자기 급격히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죠. 그러니까 이런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고, 그리고 정도 경영, 공정 사회에 대한 가중치를 더 높이고 있는데요. 바로 이런 변화 속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문제가 하나 이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이게 방금 제가 멀리 예를 들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그런 예시를 통해서 이게 아주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동형> 알겠습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 증거 인멸을 시도한 부사장급 임직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본인도 다 인정했습니다. 자기들이 증거 인멸을 했다고. 그런데 지금 내용을 보니까 2년, 1년 6개월, 이렇게 받았단 말이죠. 미국의 엘론 사태에 비추어 보면 미국 같은 경우에는 거의 종신형이에요. 몇 백 년형씩 받고. 그런데 우리는 2년, 너무 낮게 나오는 것 아닌가. 어떻게 보십니까?

◆ 박정호> 사실 분식회계 같은 것을 했을 때의 처벌 수위는 저는 굉장히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어떻게 보면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아니라 일반 개미 투자자들, 이 사람들에게는 평생 모은 돈을 순식간에 날릴 수 있는 그런 요인이 되는 거거든요.

◇ 이동형> 사기죠, 사기.

◆ 박정호> 사기죠. 맞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외부에 공시되어 있는 그 자료만을 믿고 이렇게 외부 감사기관에서 감사까지 받은 내용이니 이것을 믿고 주식 투자를 한 사람이 전 재산을 날렸다? 그거는 진짜 무엇으로도 갚기 어려운 거예요. 따라서 분식회계 같은 것은 굉장히 엄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대표적으로 미국의 엘론 사태 같은 경우도 결국, 그 회계법인은 파산을 시켜 버렸잖아요. 이런 정도 수준의 강한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요. 하나 이것에 대해서 재밌는 사례를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공시제도로 나와 있는 뉴스들하고, 미국의 공시제도로 나와 있는 뉴스가 그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공시라고 하면 그 기업의 좋은 소식, 긍정적인 소식들을 잔뜩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조만간 이런 거 수출할 거고, 이런 신기술이 개발됐다, 이렇게 하는데, 미국 기업들의 공시 내용을 보면 전혀 다릅니다. 회사에 부정적인 내용들을 굉장히 많이 투여해요. 그 이유는 왜 그러냐 하면 이미 부정적일 수 있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이렇게 나쁜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는 것까지 공지를 안 했다가 나중에 집단소송 당하면 회사가 파산 내지 엄청난 손해 보상을 해야 하거든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법과 제도로 분식회계를 막고, 공시자료에 대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는 게 미국의 제도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이동형> 우리가 대우 분식회계 때도 봤습니다만, 피해자가 너무 많이 양산되기 때문에. 아니면 국가가 흔들릴 수가 있는 거잖아요?

◆ 박정호> 네, 그럼요.

◇ 이동형>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경제규모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평가된다. 그 원인은 바로 회계와 지배구조의 불투명. 그런데 이게 1970년대, 80년대 때는 심해졌다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부족한가 보죠?

◆ 박정호> 사실 저는 이 부분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나가야 할 것은 많이 있겠죠. 특히 지배구조 부분에서의 불투명    성이라고 하면 외부 감사에 대한 부분도 물론 더 개선해야 할 게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사내 의결구조에서 오너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든가, 그래서 오너들의 전횡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것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고 하는 것. 이런 차원에서 요즘 지적이 많은 것 같고요. 회계 시스템은 그래도 우리 IMF 외환위기인 1997년 이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이동형> 오히려 한국 경제는 오너 리스크가 더 위험이다?

◆ 박정호> 저는 그렇게 봅니다.

◇ 이동형> 대한항공 사태에서도 봤습니다만. 오늘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요. 19곳의 주요 대기업 집단, 일명 그룹의 총수들이 계열사 이사직을 전혀 맡지 않고 있고, 또 그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 박정호> 사실 이것은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통계 발표 난 것을 보면요.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현황을 보면, 전체 조사대상 56개 중에서 총수가 존재하는 게 49개 소속이고, 1801개의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이사 명단에 올라있는 회사는 17.8% 정도 됩니다. 그런데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보면 아버님 회사를 물려받아서 오너 일가가 됐던 3세대. 3세까지 우리나라도 많이 왔잖아요. 이쯤 되니까 이게 무슨 다른 것으로 해석되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냐? 3세대 정도 됐더니 본인은 경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굳이 내가 꼭 경영을 해야 하느냐, 전문 경영인한테 맡기고 나는 내 삶을 살겠다, 이런 비중도 상당히 높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동형> 이게 CEO 체제인 거죠?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는 것도, 오너 체제가 경영하는 것도 일률적으로 뭐가 좋다, 뭐가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거죠?

◆ 박정호> 그런데 저널 오브 파이낸스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이 하나가 있는데요. 어떤 것을 비교했냐면, 가족 기업하고 가족 기업이 아닌 전문 경영자 기업들, 두 개의 집단을 비교·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어느 쪽 집단이 더 오래 살아남고, 또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에 더 강하냐고 비교했는데, 이게 참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는데, 가족 기업의 성장률이 더 좋아요. 생존율이 훨씬 좋죠. 이것은 왜 그러냐 하면, 아주 저는 쉽게 설명 드리고 싶어요. 지금도 아마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서 창업 준비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가끔 창업 준비하면 친한 친구, 대학교 동기, 그다음에 고등학교 동기,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이런 친구들은 창업 초반에 어려움을 겪다가 이게 한 번 굉장히 어려움이 심해지면 금방 틀어져요. 그런데 가족을 한 번 떠올려 보십시오.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병실에 누워 있어도 친구들은 초반에는 가끔 면회도 오고, 같이 마음 아파하고 이러겠지만, 가족은 평생 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위기 때, 뭔가 경영환경이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 때 헌신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료는 사실 가족이에요. 오너 경영이 우리가 너무 부정적인 면을 우리 사회에서 많이 봤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것을 순기능으로 승화한 회사들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오너 경영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서 어떤 행보를 보이는 지를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이동형> 아까 주식 이야기를 잠깐 했습니다만,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호황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한국 주식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초기보다 더 밑으로 쳐져 버렸거든요? 이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 박정호> 사실 우리 경제의 활로라고 해야 할까요?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보이는 게 뚜렷하지 않은 게 큰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 정부나 민간에서 다각적으로 시도는 하고 있습니다만,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들은 별로 없는 것 같고요. 또 그 과정에서 한국의 위치가 중국과 일본과 미국, 그 강대국 사이에서 경제적인 생태계가 큰 도전,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금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히 더 먼저 돈을 뺀 것 같고요. 그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이동형> 미중 무역갈등 같은 거 한 번 불어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후두둑 주식이 떨어지고, 이런 거네요?

◆ 박정호> 그렇죠. 사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작다 보니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이동형>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식이 떨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언론에서 많이 하던데, 이 경제의 불확실성은 뭡니까?

◆ 박정호> 사실 중국이라는 국가가 그동안 수출을 잘하면 한국 수출도 같이 늘어났어요. 왜냐하면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중국이 오늘 오전에도 제가 외신 기사를 통해서 봤는데, 중국 관공서에서는 앞으로 3년 안에 모든 PC와 관련된 제품들, 그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중국산으로 다 바꾸라고 요청을 한 거예요. 공문이 온 거죠. 그만큼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장벽을 쌓고 있다고 할까요?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제일 큰 수출처 중 하나인 중국에 수출하기가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니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 이동형> 네, 저금리 시대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돈이 시중에 많이 돌아야 하고, 특히 주식시장에 들어가야 하고,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요. 다 어디에 갔습니까?

◆ 박정호> 주식시장보다는 더 안전한 데로 흘러가지 않겠습니까?

◇ 이동형> 거기가 어디일까요?

◆ 박정호> 금, 부동산, 요즘 외화성 예금도 많이 담고 있고요. 회사채도 트리플 A 회사채는 발매되면 다 나가요. 

◇ 이동형> 그러면 회사채, 금, 부동산, 달러. 소위 말하는 안전자산에. 금리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 박정호> 네.

◇ 이동형> 주식에 안 들어가는 건 아까 이야기한 불확실성, 이런 겁니까?

◆ 박정호> 네. 그리고 아주 상류층 같은 경우는 제가 PB 분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많이 하는 편인데요. PB 분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저한테 그것을 물어보시더라고요.

◇ 이동형> PB가 뭡니까?

◆ 박정호> 그러니까 Private Banking이라고 해서 VVIP 분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전문가.

◇ 이동형> 1:1로 관리해주는 거예요?

◆ 박정호> 그렇죠. 그런데 그분들이 요즘에 저한테 강의 요청을 하나 온 게 뭐였냐면, 요즘 부쩍 초고액 자산가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재단법인하고 사단법인 설립하는 게 궁금하대요.

◇ 이동형> 왜 그럴까요?

◆ 박정호> 돈을 어디다가 묻어둘 데가 없다 보니까 재단이나 사단을 하나 차려놓고 거기다가 돈을 쟁여놔야 하지 않나, 이런 고민들도 하는 것 같아요.

◇ 이동형> 나중에 증여, 상속, 이런 것하고 상관이 있나요?

◆ 박정호> 거기까지는 제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것도 맥락이 있지 않을까요?

◇ 이동형> 하여튼 돈이 남기는 남는데, 다른 데 투자하기는 그렇고?

◆ 박정호> 이제 부동산도 살 만큼 샀고, 채권도 살 만큼 샀고, 우량주식도 살 만큼 샀는데, 그다음에 또 어디다가 투자해야 하느냐,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죠. 우리는 가계부채가 1400조가 넘어갔다는 소리만 알고 있지만 시중에 유휴자금이 2000조 이상 있다고 있다는 것도 생각 안 하거든요. 그 자금도 어디 오갈 데가 없어서 지금 스타트업이나 창업에 지원해주면 참 좋은데.

◇ 이동형> 그렇네요. 그쪽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요.

◆ 박정호> 그러니까요. 참 안타깝습니다. 사실 이 고액 자산가들이 초창기에는 VC라고 해야 할까요? 벤처 케피탈을 설립하고, 엔젤 펀드 등을 통해서 창업에 지원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초기 창업가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이 경로가 끊긴 것도 사실이에요.

◇ 이동형> 벤처 붐이 있었을 때 말입니까?

◆ 박정호> 아니에요. 요 근래 한 2~3년 전에도 우리가 벤처자금에 지원을 할 경우 세제 혜택을 많이 주겠다고 해서 고액 자산가들이 그렇다고 하면 나도 스타트업에 지원을 해볼게,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스타트업 분들 중에서 일부가 쉽게 이야기해서 남의 돈 가지고 개인 돈처럼 써 버린 거죠. 제가 아는 3~4000억 가지고 계신 회장님도 모 스타트업에게 일부 돈을 줬는데, 사업을 너무 잘해서 추가적으로 증자를 해주신 거예요. 그랬더니 몇 개월 지난 뒤에 가만히 봤더니 자기 돈으로 장가가고, 아파트 사고, 이래 버리는 거예요.

◇ 이동형> 기술투자, 이런 것을 하지 않고?

◆ 박정호> 안 하고. 그래서 이 회장님은 정말 너무 분한 거죠. 뒤통수를 맞은 것 같고. 나는 다시는 창업 지원 안 한다, 이런 소리 하신 적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고액 자산가 분들의 자금이 창업으로 흘러가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초기 창업가들의 도덕적 해이도 분명 원인 중 하나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이동형> 흔히 말해서 엔젤 투자,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말씀이네요?

◆ 박정호> 사실 초반에 선의로 이렇게 해주려고 하다가 지금은 그것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을 공적 부분에서도 워낙 많이 지원을 하다 보니까 굳이 사적 부분에서 창업 지원을 하는 여지도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오늘 박정호 실장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박정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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