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꼰대주의보* 40대들이 분석한 혐생과 덕질의 상관관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1-29 17:17  | 조회 : 2254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김헌식 문화 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꼰대주의보* 40대들이 분석한 혐생과 덕질의 상관관계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1부에 이어서 2부도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실 오늘 주제 하면서 처음 들었어요. ‘혐생.’ 저는 우울한 것을 넘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이것을 왜 트렌드로 해야 하는지. 여러분 혐생이라는 단어 아세요? 저는 처음 알았는데, 평론가님 설명을 좀 해주세요.

◆ 김헌식 문화 평론가(이하 김헌식)> 혐생이라는 것. 사실 생 자가 들어가는 게 많잖아요. 그중 하나가 ‘이생망’ 이렇게 유행어가 있었잖아요. 

◇ 김혜민> 이번 생은 망했다.

◆ 김헌식> 네, 이번 생은 망했다는 건데, 여기서 혐오스러운 인생, 혐오스러운 자기 삶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혐생 자체가 주제는 아니고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행위로 덕질하는 생, 덕생. 이게 또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설왕설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덕질 설명해주세요.

◆ 김헌식> 덕질이라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 마니아틱하게 선호하는 행위를말하죠. 그래서 오타쿠에서 와서 오덕. 이렇게 연관이 되고, 여기서 덕 자만 떼서 덕질이다. 그리고 덕질하는 생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한평생 덕질하는 인생, 이렇게 말하는데요. 덕질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혐생이라고 하는 굉장히 부정적인 상황들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빠져들면서 견디는, 즐기는, 이런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 김혜민> 이사님, 이 혐생과 덕생의 상관관계, 연관관계, 어떤 게 있습니까?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이하 윤덕환)> 혐생이 자기 인생을 혐오한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자기 인생이에요. 혐오라는 표현은 사실상 사전적인 의미로는 굉장히 강한 표현입니다. 그게 불쾌감이나 자기부정이나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중에서도 굉장히 강한 표현이거든요. 이것을 자기 인생에 붙인다는 것은 여러 가지 맥락이 있는데, 어쨌든 지금 하고 있는 혐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주로 자기 일이에요, 보통. 직장인들은 보통 자기 회사나 이런 것들을 혐생의 대상으로 보고요. 학생들은 공부나 입시나 학교생활, 이런 것들을 혐생의 대상이라고 놓고 있는 건데요. 자기 정체성에 맞는 일을 기본적으로 부정한다는 정서를 깔고 있어요. 그것을 피할 대상으로 덕질.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간다고 하는 두 가지 맥락이 연결되어 있는데요. 저는 이 현상의 이면에는 일단은 외적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자기 인생에 대한 자기혐오가 들어가 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자기 인생을 이렇게까지 혐오한다는 것은 어떤 식의 기준이라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해요. 그런데 그 기준이 뭐냐? 사회적 성공에 대한 외적 기준이에요. 그런데 이것을 못 맞추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죠. 자기 눈높이가 굉장히 높거나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 내가 뭘 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조금 부족할 때 이런 식의 괴리감이 생긴다는 건데, 그 괴리감을 뭐로 메우냐? 이런 식의 소비행동으로 메꾼다는 거예요. 거기를 피해서 당신 일주일 동안 고생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열심히 했으니까 이것으로 보상을 해라. 그런데 이 과정은 어쩔 수 없이 소외감이나 결핍 같은 것을 낳습니다. 소비로 메꿔지지 않아요, 이 행동은. 그래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 김헌식> 그런데 소비가 모든 깔대기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연결이 되는데요. 덕질 같은 경우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자기 만족감을 추구하게 되고 말씀하신 대로 이생망, 혐생, 이런 심리를 탈출할 수 있는 탈출구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덕질에 빠져든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요즘에 그런 팬 문화 같은 경우에도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과 같으면 단순히 좋아하는 수준이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수준이 아니고 그 사람을 성공시키는 쪽으로 많이 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BTS를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BTS의 핵심에는 덕질이 있어요. 덕질의 기본적인 특징은 뭐냐면 단순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성공시켜야 해요. BTS를 그래미까지 보내야 돼요. 그래미까지 보낼 때까지 계속됩니다.

◇ 김혜민> 그거는 아까 말한, 내가 이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나는 못하는 성공을 너는 할 수 있다고 투영하는 건가요?

◆ 김헌식> 그런데 전제조건이, 말씀하신 대로 내가 못하니까 상대방이 해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은 더 이상 어떤 우월자가 아니에요. 다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고, 상황인 사람들을 팬심의 대상으로 삼는 거죠. 할리우드의 스타 개념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보는 거예요. 스타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되는 상황까지 온 것이고요.

◇ 김혜민> 스타를 만들어주는 소비자의 권력이 더 커진 거죠.

◆ 김헌식> 그리고 펭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펭수의 신분이 연습생이잖아요. 자기와 정서를 잇잖아요. 펭수 같은 경우에도 지금 굉장히 뿌듯해할걸요? 그 구독자나 팬들이? 왜냐하면 방송국을 넘나들면서 활동을 하고 있고, 또 발언하는 것들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그런데 여기서 혐생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는데, 어떻게 보면 펭수 같은 경우에는 꿈을 향해서 열심히 활동을 하거든요. 그런 점들을 보고 싶지 않나.

◇ 김혜민> 덕질, 우리가 표현이 정제되어 있지 않은 표현이어서 그렇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로 발현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긍정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언가에 빠진다는 감정의 시작이 자기부정이라는 게 여기에 핵심인 거고, 그게 저는 너무 마음이 아픈 거예요. 이것도 연령대가 있습니까?

◆ 윤덕환> 연령대가 있습니다. 혐생이 기본적으로 자기 스스로 결정한 자기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외적 기준에 못 맞춘 것에 대한 자기부정이라는 중요한 근거가 오늘 아침에 나왔어요. 뭐냐면 5년 새 2014년하고 2019년 사이 20대하고 10대 우울증 환자가 2배 이상 늘어났거든요. 이게 통계를 찾아봤더니 2014년에 4만 9975명 정도가 우울증 환자였다고 해요, 20대가. 그런데 이게 2019년에 9만 8430명이 됐어요. 이게 심평원 자료니까 환자로 확진된 사람이에요. 97%가 늘었습니다. 10대는 78%가 늘었어요. 이게 전 연령대에서 20대하고 10대가 가장 높은데, 우울증이라는 건 기질적인 것도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게 우울자가 머릿속에 뭐가 많은 거예요. 특히 지적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요. 외부의 기준이 높은 기준에서 자기가 못 맞출 때 이런 심리적 기질, 특성들을 경험하거든요.  

◇ 김혜민> 그러면 그래서 10대는 대학이라는 입시, 그거야말로 사람을 1등부터 꼴등까지 쭉 세우는 게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기준에 맞추는 스트레스가 있는 거고, 20대는 취업이나 결혼, 이런 게 있을 거고요. 그러면 평론가님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마음이 너무 무거운데, 우리 얘기 들으면서 20대들은 뭘 그렇게 심각해, 그냥 하는 말이야, 트렌드야.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그러세요, 이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김헌식> 약간 여기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하는데, 여기에 다 생 자가 들어있어요. 이생망, 혐생. 제가 과잉해설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생을 망했다고 할까. 자기 자아나 인격적 자체가 혐오한 게 아니라 생애 전반이 혐오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 김혜민> 내가 못나고 내가 못해서가 아니고 나는 아무리 해보려고 하는데도.

◆ 김헌식> 복합적인 거죠.

◆ 윤덕환> 정확하게 보면 지금 자기가 꿈꾸고 하는 것들이 사회적 성공 같은 것들이 자기 통제권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김혜민> 그래서 20대가 공정에 대해 그렇게 예민하고 이런 게 다 연결되는군요.

◆ 윤덕환>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덕질이라든가, 이런 것은 자기 통제 안에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사회적 성공까지 갈 수 있다고 믿어요. 

◆ 김헌식> 누군가를 성공시킬 수 있고.

◆ 윤덕환> 좋아요 하고 댓글 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자체, 이것을 즐기는 것이 이 친구가 사회적 성공을 하면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거죠. 이것은 통제가 가능하죠. 덕질과 혐생 같은 것들이 양날의 검처럼 같이 가는 거죠. 

◆ 김헌식> 아까 PD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질이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거죠. 그런데 질이라는 건 별로 좋은 어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겉으로 보면 이게 질이라고 단어가 붙으니까 정말 그것을 혐오하는 것처럼 보이느냐? 아니죠. 거기에는 나름대로 질을 통해서 이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외적인 통제의 변인에서 자기가 성취할 수 없는 것들을 자기의 행위를 통해서 성취감도 느끼고, 자존감도 느끼려고 하는 정말 소극적 저항이 들어가 있고, 속으로는 아마 이게 진화해서 생존까지도 됐으면 좋겠다. 생생 하고 싶다는 거죠. 

◇ 김혜민> 제가 얘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냐면, 우리 요즘에 트로트 가수들을 어르신들이 되게 좋아하고, 어르신들이 덕질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어르신들은 이 세상이 싫고, 이런 혐생 때문에 하는 게 아니고 본인들의 에너지, 건강도 있고, 돈도 있고, 그러니까 내가 응원하고 사랑하는 가수가 잘되는 것을 보고 싶은 거예요. 저는 이런 덕질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덕질이 우리 젊은 세대에서는 일어나지만, 물론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혐생에서 말하는 덕질은 그런 것은 아닌 거잖아요. 그렇죠?

◆ 김헌식> 그렇죠. 

◆ 윤덕환> 50대나 60대가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의 소비는 아주 정상적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겁니다. 여가 활동의 일종으로 이런 몰입의 대상을 새롭게 발견한 거죠. 이거는 자기 생에 대한, 인생에 대한 평가하고는 별개에요. 그런데 이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책에도 나와 있지만, 노력에 의해서 성공을 해야 한다, 모범생에 대한 로망이 굉장히 강합니다. 세대로 봤을 때 20대가 가장 높아요. 이것이 철저히 자기 통제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있어요.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와 관계가 없이. 그런데 이것이 통제권 바깥에 있다고 하는 끊임없는 믿음. 아까 김헌식 박사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외적인 환경의 요인으로 봤을 때는 뭔가 손 안에 들어오지 않는 거죠. 제가 볼 때는 그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성공관, 이 자체를 의심해야 해요.

◇ 김혜민> 저는 꿈을 이룬 사람이거든요. 방송 일을 하고 싶었고, 꿈을 이뤘고, 아이 둘을 낳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요.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내가 이룰 성공은 다 이뤘다. 그다음에 얹힐 것은 그냥 제 인생에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20대들은 제가 말한 그 기본조차 안 되고 있으니까. 직업도 결혼도. 그래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마음이 아픕니다. 이게 꼭 심리상담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내년에는 이런 게 트렌드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의 수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덕환> 고맙습니다.

◆ 김헌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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