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독서여행
  • 방송시간 : [월~금] 06:33, 11:38, 17:53
  • 출연: 김성신 / 연출: 김우성

라디오책장

부희령 / 무정에세이, 마음의 세계로의 독서여행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1-19 11:47  | 조회 : 417 

YTN라디오 ‘3분 독서 여행김성신입니다.

오늘 떠날 독서 여행지는 마음의 세계입니다.

 

잊었나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관객이 거의 없는 극장 안에서,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통로를 기어 다니던 사람. 눈 오는 겨울밤, 시골 읍내의 문구점 앞 구식 오락기계로 게임에 열중하던 초등학생. 종로 한복판의 어느 학원 앞에서 가방도 없이 책과 공책과 필통을 들고 어쩔 줄 모르던 여학생. 모두 사소한 일,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다. 깜짝 놀랄 일도 아니고,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내게는 세상의 진짜 중심처럼 느껴진다. 흔히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집중하는 중심과 달리, 그런 장면들은 나도 모르게 다가가 손을 내밀게 만든다. 중심이란 그런 것이다.”

 

소설가 부희령의 신작 에세이 <무정에세이> 속에 나오는, ‘세상의 중심이라는 글의 한 대목입니다.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말로서, 삶을 아주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부희령 작가 특유의 문장력이 빛나는 대목입니다. <무정에세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아름답고 깊이 있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희령 작가의 문장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합니다. 쓸쓸하고 슬프다 못해 종종 서러운 감정마저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들은 어떤 식으로든 강요되지 않습니다. 정작 작가가 구사하는 문장은 한없이 담담하기만 합니다.

 

부희령 작가는 우연히 만난 사소한 풍경이나, 사건, 먼 기억 속에 간직된 일들을 직조해 이야기를 던지는데요. 이런 문장들을 동원하는 사유의 깊이가 독자들을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만듭니다. 확인해보실까요? ‘어떤 무해한 삶이라는 글의 한 대목입니다.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홀로 빙하 속을 헤매다가 해발 7천 미터 높이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어리석고 비현실적인 자, 구제불능의 몽상가 혹은 이상주의자? 어쨌든 그는 세상에 널리 유익하지 않았으나 해롭지도 않았다. (중략) 만약 그가 누군가에게 해로웠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모리스 윌슨이 마주친 구체적 현실인 수직의 빙벽을 떠올리며 이상하고도 슬픈 느낌에 잠긴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널리 유익하지는 않으나 무해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무해한 삶)

 

<무정에세이>에 대해 누군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너무나 시끄럽고 뜨거워서 유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정하기만 한 이 세상을, 무정한 마음으로 건너가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것은 더도 덜도 없는, 이 책에 대한 최적의 평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의 독서 여행지는

부희령의 <무정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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