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독서여행
  • 방송시간 : [월~금] 06:33, 11:38, 17:53
  • 출연: 김성신 / 연출: 김우성

라디오책장

한지혜 / 참 괜찮은 눈이 온다, 가난했던 시절로의 독서여행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1-12 12:18  | 조회 : 390 

YTN라디오 ‘3분 독서 여행김성신입니다.

오늘 떠날 독서 여행지는 가난했던 시절입니다.

 

그날 함박 함박 떨어지던 눈이 내 귓가에서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정말 모든 게 다 괜찮아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세상 모든 게 다 안온하고 안전하게 여겨졌다.

 

한지혜 작가의 산문집 <참 괜찮은 눈이 온다>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오래전 일이었다고 합니다. 구조조정을 당해 삶이 막막해졌던 어느 겨울날 밤 저자는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눈을 맞으며 괜찮다라는 말의 마법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가슴 속에서 응어리졌던 이야기를 모두 토해 놓은 뒤에 괜찮다라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나 봅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을 뒤로 자신의 삶이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참 괜찮은 눈이 온다>1998년 등단하여 <안녕, 레나><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 두 권의 소설집을 발표한 한지혜 작가의 첫 산문집입니다.

 

개천과 단칸방, 철거촌 등에서 기거하며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빚쟁이들을 견뎌내야만 했던 가난의 유년 시절 이야기부터, 삶의 형편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던 대학 시절과 작가가 된 이후의 삶까지, 한지혜 작가는 지금껏 살아오며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한지혜 작가의 문장은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합니다. 진정한 강인함은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하지요. <참 괜찮은 눈이 온다>에 동원된 문장이 바로 그러합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도망치지 마라. 원래 희망은 아프다. 그래서 꽃이 피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엄청나게 힘이 있는 문장이죠?

또 이런 문장도 참 좋습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삶 같지만, 실은 한자리에 꽂혀 한자리에서 늙어가는 식물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 수명 다한 식물을 뽑아내다 보면 흙 위에서 어떤 꽃을 피웠고 어떻게 시들었든 한결같이 넓고 깊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한지혜 작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자신의 삶의 기억과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어느 틈에는, 문단 내 성폭력, 저소득층 아이들의 아픈 현실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냅니다.

 

자신은 늘 실패에서 출발했지만, 그 실패가 결국 자신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고, 작가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없는 위로와 삶의 의지를 만들어 줍니다.

 

3분 독서여행 한지혜 작가의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여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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