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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 서지훈, 이시은 / 작가: 현이,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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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 “세상사가 어려워지니까 詩도 어려워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1-05 10:29  | 조회 : 2063 
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1월 5일 (화요일)
□ 출연자 : 신달자 시인

-‘보는 문화’에 쏠리면 ‘읽는 문화’ 귀중함 잃게 돼 큰 손해
-한국, 세계적 추세 보면 시집 많이 팔리는 편
-사소한 것이라도 지금 할 일 충실하면 미래 밝아져
-바람의 사촌인가 싶었던 젊은 시절, 감정 남발 많이 해
-요즘 시 비유법 강하고 어려워, 세상사 어려워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삶의 실존론적 고뇌를 섬세한 여성적 감성으로 표현하고, 우리 문학에서 여성 시의 영역을 개척하고 대표해 온 시인입니다. 신달자 시인의 16번째 시집이 나왔습니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린다” ‘간절함’에 대한 시인의 언어인데요.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감하십니까?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한 활동으로 시대의 멘토가 되어주시는, 신달자 시인에게 답답한 제 마음과 답답한 우리들의 인생의 해답을 한 번 구해볼까 합니다. 신달자 시인님, 안녕하세요.

◆ 신달자 시인(이하 신달자): 안녕하세요.

◇ 노영희: 사실 저는 시는 잘 모르는데 너무 옛날부터 유명하신 분이어서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 신달자: 반갑습니다, 네.

◇ 노영희: 어쨌든 너무 유명하신 분이긴 하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아니면 아셨더라도 좀 더 한 번 생각해보시라고 저희가 소개를 간단히 해드리겠습니다. 신달자 시인은 1964년에 <발> <처음목소리> 이런 제목의 시로 등단을 하셨고요.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가 실리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평택대 국문과와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하셨고, 지금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대표작으로는 시집 <봉헌문자><겨울축제><모순의 방>, 그리고 산문집 <백치애인>,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등이 있습니다. 혹시 틀린 거 있습니까?

◆ 신달자: 네, 이제 시인협회 회장은 그만뒀고요. 다른 건 다 맞습니다.

◇ 노영희: 그러면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셨던 것으로 다시 고치겠습니다. 여러분들, 오늘 갑자기 우리가 시 이야기를 하니까 뭔가 마음이 풍성해지고, 특히 이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린다. 우리 너무 이 코너 잘 만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 신달자: 네, 네. 그렇습니다.

◇ 노영희: 선생님도 인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시와 수필, 소설, 하나를 쓰기도 어려울 텐데 경계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작가님께서는. 특히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는, 사실 저도 옛날에 이걸 읽었는데요. 70만부가 넘게 팔리고, 그 당시에 엄청난 베스트셀러였거든요. 게다가 영화로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 신달자: 네, 네. 드라마도 되고 그랬죠.

◇ 노영희: 그랬죠. 그래도 어쨌든 우리 작가님은 시를 가장 사랑하시는 분이죠?

◆ 신달자: 네, 그렇습니다. 시죠, 뭐.

◇ 노영희: 그런데 사실 시 그러면 좀 어렵다. 옛날 같으면 특히 어렵다, 이런 생각 많이 하는데요. 도대체 작가님이 생각하는 시라고 하는 건 뭡니까?

◆ 신달자: 시는 한마디로 말하면, 물론 각자 시인마다 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을 압축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겠죠. 그러니까 어느 것이든 다 시가 되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능한 압축해서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건 아니고요.

◇ 노영희: 그런데 압축해서 전달하려면 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을 정확하게 탁 독자에게 꽂히면서 누구라도 정말 그렇구나라는 공감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걸 찾기가 어려운 것 같은데요.

◆ 신달자: 그러니까 하다 보니까 단어 하나하나가 좀 무게가 필요하죠.

◇ 노영희: 그렇군요. 옛날의 시하고 요즘의 시가 조금 다른 것 같지 않습니까?

◆ 신달자: 좀 많이 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시들은 어려워졌다고 할까요. 비유법이 강해졌고, 옛날 시들을 보시면 그래도 좀 읽으면 금방 알아들을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죠.

◇ 노영희: 옛날 시는 금방 알아들을 수 있는 은유적인 표현이 많았는데.

◆ 신달자: 그런데 어려워진 것이 세상사가 다 어려워지니까 그런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 노영희: 세상사가 어려워지니까 요즘 시도 더 같이 어려워지더라. 세상에, 우리 작가님 이렇게 말씀해주시는군요. 근데요. 특히 요즘 사람들이 시를 많이 안 읽는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거든요. 출판시장도 위기라고도 하죠.

◆ 신달자: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로 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시집이 많이 팔리는 편이고요. 그리고 문인들이 행복한 나라이기도 해요. 자유롭게 책도 낼 수 있고, 그렇게 불행한 나라는 아닙니다, 글로서는.

◇ 노영희: 그런데 그건 선생님께서 너무 잘나가시고 행복하게 사셨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지금 많이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던데요.

◆ 신달자: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도 시집 하나 내려면 굉장히 어렵고 그렇다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문학적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불편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그건 제가 잘 몰라서 그렇게 질문한 것으로 생각이 들고요. 지금 옛날 시하고 요즘 시가 조금 달라졌다, 아까 말씀하셨는데 또 문화를 볼 때도 옛날에는 읽는 문화라고 했으면 요즘에는 보는 문화다. 이런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너무 생각을 하기보다는 보는 것, 시각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이런 문화의 불균형,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신달자: 그건 제가 이제 늘 강조하는 부분인데요. 우리들의 문화가 읽는 문화에서 보는 문화로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영상 문화가 편리하게 되어 가고 있으니까 모든 게 우리가 핸드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그리고 TV가 늘 우리 눈앞에 있고, 이제 이렇게 되다 보니까 보는 문화에 익숙하고 보는 문화가 시간 절약이 된다고 생각하고, 편리 위주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그쪽으로 쏠리게 되는데, 사실은 우리가 이쯤에서 너무 보는 문화에 익숙하고 거기에 쏠려들면 사실은 읽는 문화의 그 귀중함을 다 잃어버리면 우리는 굉장히 큰 손해를 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걸 종이가, 종이책, 종이신문, 종이잡지, 이렇게 스스로 그 책을 들고 읽는 것에 우리가 길들여져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그래야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훈련도 되는 거죠?

◆ 신달자: 네, 보는 문화는 좀 피로하죠.

◇ 노영희: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선생님께서는 사실 특강도 왕성하게 하시고, 멘토링 프로그램도 많이 꾸준하게 하시면서 주변에 후배 문인들이나 학생들이 힘들어할 때 엄청난 도움을 주신다고 제가 들었어요. 요즘 사람들은 무슨 고민을 안고 선생님을 찾나요?

◆ 신달자: 네. 그러니까 우리는 너무 내일을 걱정하잖아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공포도 있고. 저는 늘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충실하자. 그럼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저는 그냥 그렇게 말해보고, 또 저는 그 논리를 믿습니다.

◇ 노영희: 그러니까 사람들이 미래를 걱정하고 미래의 불완전한 모습, 혹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아라, 이런 얘기시군요.

◆ 신달자: 네, 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 일에 충실하자.

◇ 노영희: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고, 지금 현상을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아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 신달자: 네. 오늘 내가 한 일을 완성했나, 이것에 대해서 좀 골몰해지면 내일 걱정은 신에게 맡기고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자. 

◇ 노영희: 그렇군요. 오늘 할 일을 충실히 하면 내일 걱정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 신달자: 네,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것을 믿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그런데 참 우리 선생님께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오셨어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편 분을 간병하면서 혼자 세 아이를 키워 오신 건데요. 이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 신달자: 그거 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지만, 그러나 제 삶에서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내 것이었으니까, 그것이 썩고 좋지 않은 것들이었지만 내 것이었기 때문에 그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해서 그냥 별로 핀잔을 주고 싶지 않은. 그 길도 나의 길이었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 노영희: 그 길도 나의 길이었다.

◆ 신달자: 그런데 그게 내가 지금 불평을 한들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미 건너온 길인데 그 길을 건너오면서 저도 많이 했고, 약한 여자였지만 강해졌고, 그리고 많은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것이 결국은 저에게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겸손해지기도 하고.

◇ 노영희: 그런데 사실 당시에 여자 혼자 몸으로 아이들 셋을 키우는 것도 어려웠을 거지만, 특히 문학이라고 하는 세계가 사실 우리나라만큼 생각보다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 신달자: 그런데 저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았고요. 남성 중심이라도 우리는 여자도 살고 남자도 살고, 이렇기 때문에 저는 한 시인으로서 그냥 무조건 썼습니다. 무조건 썼고 무조건 발표하고, 이런 식으로 나가면 만약에 1000개를 발표했다면 거기에 3가지는 좋은 게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죠.

◇ 노영희: 그러시군요. 일단 그런 것 저런 것 생각하지 않고 오늘의 현재에 충실해서 일단 쓰고 집중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 모든 정성을 바쳤다. 이런 얘기네요. 그리고 또 이런 이야기도 하셨어요. “인생에 후회가 있다면 지나치게 남발한 내 감정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이건 무슨 뜻입니까?

◆ 신달자: 네, 젊은 시절에는 정말. 그래서 제가 스스로 나는 바람의 사촌쯤으로 태어났나, 이렇게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젊은 시절에는 정말 감정 남발이 심했고,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감정 때문에 또 활발하게 살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죠.

◇ 노영희: 바람의 사촌쯤으로 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감정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었다?

◆ 신달자: 네, 그것도 나의 힘이었을 것이다.

◇ 노영희: 그렇군요. 그리고 또 이런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불행을 보내고, 지금은 참 평온하다. 이건 무슨 얘기예요?

◆ 신달자: 감정적으로. 너무나 혼란스럽고 말하자면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이 많이 지나갔는데, 그리고 운명이라는 걸 좀 이렇게 저주하기도 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이 다 없고 그냥 감정적으로 평온합니다.

◇ 노영희: 운명을 저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평온한 상태가 됐다.

◆ 신달자: 네. 가을이 아름답고 그냥 그런 자연을 보는 게 평온합니다.

◇ 노영희: 그러면 시인 입장에서 지금 행복한 상태이신 것 같은데, 우리 선생님께서는.

◆ 신달자: 시인으로서는 행복하면 안 되겠지만, 안주하면 안 되겠지만, 인간으로서는 행복합니다.

◇ 노영희: 인간으로서는 행복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달자: 고맙습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신달자 시인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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