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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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페루 대통령 의회 해산 ‘의회가 부패 척결 방해하고 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0-02 11:32  | 조회 :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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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코너명 : 문희정의 핫키워드

방송일시 : 2019102() 오전 1010분 경

-문희정 / 국제정치평론가

참고/ 010 25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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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의 핫키워드.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0. 북한과 미국 간의 실무협상이 오는 5일에 열릴 예정이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어제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를 통해 북미 쌍방이 오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한 이후 3개월 여만에 드디어 열리게 됩니다.

 

그동안 북미 양측은 실무자 간 만남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북측이 요구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좀처럼 확실한 날짜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였는데요

 

특히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네 차례의 담화문을 통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새로운 방식이 좋을 수도 있다'고 밝히며 협상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실무협상의 카운터 파트는 고위급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수석대표는 수십 년 간 대미 문제를 다뤄온 '미국통'인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대사가 외무성 순회대사 직책으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 박은 김 위원장 역시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고 ()핵폐기,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던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로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뀐 만큼 실질적으로 진전이 이루어질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1. 관련 소식이 나오면 이 시간에 또 전해드리도록 하고요 주제를 바꿔서, 라틴아메리카의 페루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했다는 소식이 있네요?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30일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생중계된 방송연설을 통해 헌법이 자신에게 부여한 권한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동안 반()부패·개혁정책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여소야대의 의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상황에서 비스카라 대통령은 "우린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면서 "누가 옳은지는 국민이 최종적으로 결정토록 하자"고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페루 헌법에 따르면 의회가 정부를 두 차례 불신임하거나 신임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고, 페루 의회는 지난 2017년 이미 한 차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한 적도 있는데요

 

이에 따라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언하면 4개월 이내에 총선을 치러야 합니다.

 

 

2. 그런데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언한 이유는 뭔가요?

 

헌법재판관 7명 중 임기가 끝난 6명을 새로 임명하기 위해 의회가 표결을 진행하는 절차에 비스카라 대통령이 제동을 건 건데요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의회가 임명을 강행하려는 헌법재판관들 중에 부패에 연루된 인사들도 있고 국회의장 친척도 있는 데다 특히 이들이 납치와 갈취, 성적 학대 등 민형사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는 인물들이어서 대통령이 반대를 선언하고 나선 겁니다.

 

중도 성향의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를 장악한 부패한 마피아가 헌법재판소까지 장악하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법관 임명 절차 개선안을 정부 신임안과 연계해 먼저 처리하라고 국회에 요구했고

 

지난달 29일 의회가 정부 신임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면 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해 의회를 해산하겠다고 이미 경고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의회에서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표결을 강행하자 비스카라 대통령이 결국 의회 해산을 선언한 겁니다.

 

 

3. 객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인물들을 굳이 헌법재판관에 앉히려는 보수 야당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데 왜 그런 건가요?

 

현재 페루 의회는 재임 중 저지른 각종 범죄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당수로 있는 민중권력당이 과반이 넘는 최고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게이코 후지모리 의원 역시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히트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예비적 구금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민중권력당이 중심이 된 보수 야당 의회는 페루 헌법재판소가 게이코 후지모리 대표의 석방 여부 등과 관련한 주요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논란의 인물들을 헌법재판관으로 앉히려고 한 건데요

 

이에 대해 비스카라 대통령이 부패 헌법재판관을 용인할 수 없다며 의회 해산이라는 강수를 둔 겁니다.

 

 

4. 야당이 주축이 된 의회의 반발이 상당하다면서요?

 

야당 의원들은 "비스카라 대통령이 쿠데타를 저질렀다"며 비스카라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면서 의회 해산을 거부한 채 의회 점거 농성에 들어갔는데요

 

'헌법 질서를 깨뜨렸다'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 직무정지 결의안을 채택하고 메르세데스 아라오즈 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P통신은 "이 결의안 채택과 직무대행 추대는 비스카라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한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는데요

 

다시 말해 별다른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의밉니다.

 

 

5. 그렇다면 페루 내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페루 군 합동사령부와 경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비스카라를 대통령과 군경 통수권자로 인정한다고 밝혀 사실상 비스카라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고요

 

국민 여론 역시 부패한 보수 야당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회 해산에 환호하며 "부패한 정치인들은 꺼져라", “국민은 야당이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추대한 메르세데스 아라오즈 부통령을 증오한다며 의회 해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의회 해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미국 하버드대 소속 페루 전문가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는 "페루 국민들은 의회 해산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며 선출직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깊은 페루 국민은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결정을 적법한 권한 행사로 간주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페루 교황청립가톨릭대학(PUCP) 소속 헌법학 교수인 세사르 란다도 해산 결정 이후 의회가 내놓은 어떠한 결정도 무게를 지니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썩은 나무에 열린 과일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6. 국민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한 의원들을 해산하는 데 동의할 정도로 정치인들의 부패 정도가 심각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다수 중남미 국가들의 부정부패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페루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브라질의 거대 건설회사인 오데브레히트가 무려 8억 달러(9600억 원)의 뇌물을 라틴 아메리카 각국 고위관리들에게 주고 건설공사를 수주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시작된 부패 수사에서 2900만 달러가 페루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페루의 전직 대통령 4명이 이 뇌물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 상황이었는데요

 

게다가 지난해 뇌물을 빌미로 한 판사들과 정치인, 기업인 등의 이면 거래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화 녹취와 몰래카메라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법부와 의회를 향한 국민적 공분이 크게 일기도 했습니다.

 

이는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인 IDL 레포르테로스와 뉴스 분석 TV 프로그램인 '파노라마'가 지난해 7월에 공개한 내용인데요

 

11세 소녀를 성폭행한 범인에 대한 형량을 거래하거나 판사들의 승진과 검사 임명을 관할하는 국가판사위원회(CNM) 인사들이 뒷돈을 받고 능력과 무관하게 일부 판검사의 승진을 도운 것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컸습니다.

 

 

6-1. 잠깐의 얘기만 들었는데도 국민들의 분노가 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국가의 사법부가 이 정도로 엉망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네요.

 

당시 여론조사에서 페루 국민의 80%는 자국의 사법정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사법정의와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속해서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의 부패를 막기 위해 페루 정부는 지난해 12, 판사와 검사를 선출하고 감독하는 위원회 개편, 양원제 복원, 선거자금 규정 강화, 의원 재선 금지 등 4가지 사항을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요

 

양원제 복원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들이 80% 안팎의 지지로 모두 가결됐습니다.

 

현재 단원제인 페루 의회를 양원제로 바꿔 의원 수를 늘리는 것과 의회의 권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는 의외로 컸는데요

 

무려 81%가 양원제 복원에 반대표를 던지며 의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7. 이 헌법 개정안 자체에 대해서도 의회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의회가 정부가 마련한 헌법 개정 발의안을 잇달아 저지하자,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가 반부패 개혁을 계속 방해할 경우 헌법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겠다고 맞서며 국민투표를 성사시켰는데요

 

이 헌법 개정안으로 인해 의원들은 앞으로 재선이 금지됐고 판검사 임용에 권력 행사를 할 수 없으며 선거 자금과 관련해서도 훨씬 더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는 아무리 부정부패를 많이 저질러도 몇 번이고 의원이 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입맛에 맞는 사법부 구성을 통해 특혜를 누려왔으며 온갖 추악한 방법으로 검은 돈들을 끌어모으는 등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는 건데요

 

더 이상 국민들은 의원들의 극악무도한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의 반부패 개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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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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