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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중국은 왜 대만여행을 불허할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8-02 11:11  | 조회 : 1001 

[앵커멘트]

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중국이 이달부터 자국민들의 대만 여행을 금지한다는 소식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중국 문화여유부가 지난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대만 관광 협상 창구인 해협양안여유교류협회(海旅會·CSTE) 명의로 "현재의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고려해 81일부터 47개 도시 주민의 대만 개인 여행을 일시 중지시키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고를 냈는데요

 

하지만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개인에게 대만 방문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만 여행 금지령을 내렸는데요

 

중국의 관영 언론인 <차이나 데일리>그간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와 대만에 인접한 푸젠성 샤먼 등 47개 시 거주민에 한해 개별 관광을 위한 입국 허가 신청 자격이 주어졌다개별 관광이 금지됨에 따라 이들 지역 거주자들도 모두 단체 관광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2. 비자 발급 자체가 중단됐으니 개인 여행은 당연히 불가능할 것 같은데 단체 여행은 계속 허용한다는 얘긴가요?

 

중국 문화여유부가 낸 공고에서는 중국 단체여행객의 대만 방문을 금지하는지에 관한 언급은 없었는데요

 

블룸버그 통신은 개인 여행이 중단되면서, 중국인들은 단체여행을 통해서만 대만을 관광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대만 여행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정해져 있는 데다 여행사는 당국에 여행을 원하는 중국인 명단을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되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허가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

 

이미 중국 정부가 여행사들에게 대만 단체여행 숫자를 제한하라고 지시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단체여행 신청은 거의 대부분 거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중국 측 발표에 대해 대만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나요?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이 우리 측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면서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데요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의 결정은 전략적 실수"라며 "중국 정부는 관광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오직 대만인을 역겹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고 일갈했습니다.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중국 공산당은 중국인들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달콤한 과실을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대만은 이러한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친 중국 성향으로 평가되는 국민당 총통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은 중국 당국에 민진당과 대만 사람들을 "동일시하지 말라"고 촉구했는데요

 

다시 말해 민진당 때문에 대만인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해 민진당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키고 분리 책동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4.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대만 여행을 금지시키는 이유는 뭔가요?

 

처음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저 현재의 양안 관계를 고려했다는 말만 했던 중국 정부는 잇따라 관영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이번 조처의 목표가 내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의 패배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중국 국무원 대만 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중국 관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대만) 독립 주장은 본토인이 대만으로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민진당은 중국 본토를 향해 끊임없이 적대감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고요

 

관영 언론인 중국일보도 "관광 매출의 감소는 대만 총통 선거에 파문을 일으켜 대만인들이 과연 분리주의 지도자와 '유령선'에 같이 타고서 앞으로 4년을 더 보내야 할지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5. 중국 정부가 민진당의 패배를 강력히 지원할 정도로 서로 간의 갈등이 심각한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최근 중국과 무역전쟁을 빙자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8일 미국 국무부가 대만이 요청한 탱크와 미사일 등 약 22억 달러(26000억 원)어치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 정부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대만을 중국 본토에서 분리하려는 어떤 외부의 간섭과도 싸울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요

 

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소식에 대한 중국 누리꾼 반응을 인용해 "불량배(미국을 지칭)들이 보호비를 요구한다", "미국의 재고 정리를 돕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5-1. 중국 정부가 대놓고 경고를 쏟아내고 있지만 차이 총통의 친미 행보는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왜일까요?

 

사실 차이 총통은 지난 2016년 총통 선거 후보 시절만 해도 총통에 당선되더라도 중국 측과 소통하고 도발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겠다면서 양안 관계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독립 성향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하는 '92 공식(共識)'을 공개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이 총통을 압박하면서 과도하게 자극한 데서 본격적인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중국원칙을 견지하는 국민당의 재집권을 간절히 바라는 중국 정부는 차이 총통 집권 초기부터 대만 정부와의 공식적인 접촉을 끊은 상태에서 본토인들에게 대만여행을 자제하도록 하는 한편 대만과 수교한 국가들에 대해선 단교를 강요하는 등 외교공세를 펼쳐왔는데요

 

게다가 올해 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을 하는 등 대만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6. 그런데 중국이 여행객을 정치 무기로 삼을 만큼 대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인가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여행사협회를 인용해 중국 정부의 대만 여행 금지가 만약 내년 1월까지 지속된다면 대만이 1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개인관광객이 약 107만 명이었고 올해에는 1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한 명당 평균 4만 대만달러(152만원)를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사회주의 정부 수립 이후 중국은 관광 목적의 대만 방문을 금지해 왔고 친척 방문이나 학술세미나 등의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본토인들의 대만 방문을 허용해 왔는데요

 

그러다 20116월부터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샤먼 등 47개 도시에 호적을 둔 거주민들에 한해 대만 개인 여행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2016년 선거 당시에도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자 여행 금지 지시를 내려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시도하기도 했고요

 

차이 총통의 집권 후에도 대만 관광 업무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어서 실제로 여행객 수가 상당히 감소한 상탭니다.

 

 

7. 사실 중국의 여행객을 볼모로 한 압박은 우리나라도 예전 사드 사태 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얼마나 심각한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데 실제로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이 관광을 정치적 무기화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그렇습니다. 지난 2016년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배치했을 때 내부 지침으로 단체 관광을 금지한 적이 있었죠.

 

지난 64일 중국 문화여유국은 최근 미국에서 총격, 강도, 절도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며 미국행 중국인 여행객에게 안전 경고를 발동했는데요

 

올해 1231일까지 유효하다는 이 경고 조치는, 전날 중국 교육부가 미국 유학 비자 발급 등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2019년 제1호 유학 경계령'을 발효하면서 발동시킨 미국 유학 주의보에 이은 대미 압박 강경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바티칸과 남태평양 팔라우공화국 등 당시 대만과 국교를 맺고 있던 22개국에 대한 단체 여행 금지를 통보하기도 했는데요

 

공식 발표가 아닌 여행사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 조치들로 인해 실제로 타격을 심각하게 받은 나라들도 있었고 현재는 대만수교국이 17개국으로 줄어든 상탭니다.

 

 

8.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여행 금지를 통보하는 것 자체가 어떤 나라들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인데 현재 세계 관광 시장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돈가요?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해외여행객수는 14972만 명으로 전년보다 14.7% 늘어났는데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배 정도 되는 중국인들이 해외 여행을 나간 거니까 엄청나죠? 근데 또 중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보다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들이 더 많아졌다는 게 핵심입니다.

 

14억 인구,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진입하는 수준의 중국은 지난 20141700만 명으로 처음 1억 명을 넘어서면서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추센데요

 

중국해외여행연구소(COTRI)는 중국인 해외여행객 수가 2030년에는 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숫자에서도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 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도 그 성장세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데요

 

세계 관광 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인 여행객이 해외에서 쓴 돈은 2580억 달러에 달했고 이는 미국인 관광객의 2, 독일인 관광객의 3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합니다.

 

 

9. 그런데 이렇게 한 나라의 관광객들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들을 위한 특별한 관광 인프라나 서비스가 마련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마치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중국어 안내 방송을 일상적으로 하는 것처럼요.

 

정확히 지적하셨습니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 나라들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인을 위한 지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식당, 길 안내 등 관련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깔고 있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국의 기준과 규칙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공용 기준이 되거나 대중적 확산을 하는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 어디를 가나 대규모로 만나게 되는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오히려 불편을 호소하거나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제주도뿐만 아니라 일본도 올해 춘제 연휴에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넘쳐나는 쓰레기와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중국에서는 허가가 난 여행사 25000곳 가운데 2000개 여행사만이 해외여행 상품을 취급할 수 있고, 외국 여행사는 중국인에게 해외여행 상품을 팔 수 없는데요

 

따라서 단체 관광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에 대한 통제만으로도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정부 당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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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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