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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버려진 여성들 이야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5-13 15:22  | 조회 : 1797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남청수 코이카 사업전략기획실 과장


지구 반대편 버려진 여성들 이야기

- 아이낳고 버림받는 아프리카 여성들 
- 원인은 출산 후유증, ‘누공’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극한의 고통을 빗대어 산고의 고통이라는 말을 합니다. 지구상에는 이렇게 힘들게 아이를 낳고도 그 과정에서 생긴 질환으로 인권을 침해 받고 사회적 차별과 낙인에 고통 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또, ‘할례’라는 성차별적인 행위 때문에 고통 받는 제3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도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갈 기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과 해결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코이카 사업전략기획실의 남청수 과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남청수 코이카 사업전략기획실 과장(이하 남청수)>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과장님, 오늘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까요? 

◆ 남청수> 산과적 누공(fistula)이라고 아시나요?

◇ 김양원> 사실 익숙지 않은 단어입니다. 이른바 아프리카 여성들이 겪는 ‘누공’의 고통에 대한 말씀을 오늘 준비하셨군요.

◆ 남청수> 네, 그렇습니다. 누공은 난산으로 태아가 질벽, 방광, 직장항문을 오랫동안 누르면서 구멍이 발생해 대소변이 새는 질환입니다. 매년 5만~10만 명의 환자 발생 추정되고 있고요. 사하라 이남지역에서는 약 2백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김양원> 200만 명이요. 엄청난 숫잔데요. 그런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인가요? 아니면 특별한 원인이 있는 건가요?

◆ 남청수> 조기 출산, 열악한 모성보건 시스템, 안전치 않은 낙태, 적절한 의료시설이 아닌 곳에서의 출산, 여성 할례 등이 질환의 주된 원인입니다. 특히, 의료계 쪽에서는  제왕절개를 제때 받지 못하는 환경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의료 환경이 좋은 나라들이야 자연분만이 힘들면 병원에서 바로 제왕절개를 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처럼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경우는 의사도 부족하지만 제왕절개를 할 수 있는 의사는 더 부족합니다. 그래서, 출산 시 자연분만이 되지 않고 산통이 오래될 때 적당한 시점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막 30시간이나 며칠 씩 진통 상태를 겪는 것이죠. 아마 이 방송을 듣는 여성 분 중에 출산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이게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지 아실 거예요. 그렇게 오래 태아가 산도에 있게 되다 보니 산도 주변이 손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김양원> 제 때 필요한 의료 시술을 받지 못해서 생기는 거네요?

◆ 남청수> 네, 제왕절개를 받아도 누공증상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이 경우에 재발이  잘되는 증상 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의료 인력의 기술이 떨어져서 제왕절개 수술이 세심하게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의료 처치 과정에서 감염이 돼서 염증이 생기는 등으로 생기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제왕절개가 중요한 원인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헌데, 이것은 출산 상황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설명이기도 합니다. 왜 난산이 발생했느냐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들어가면 출산 상황이나 제왕절개, 의료 환경  이외에도 더 심층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김양원> 어떤 이윤가요?

◆ 남청수> 한 예로, UN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코이카에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코트디부아르를 포함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엔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여성이 37%에 이른다고 합니다. 11%는 15세 이전에 결혼을 하구요. 이들이 대부분 결혼 후에 곧 출산을 하게 될 텐데요. 어린 여성들은 아직 골반과 산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난산을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건 비교적 정상적인 신체발달 과정을 얘기하는 것인데요. 나이가 어느 정도 차더라도 어릴 적에 딸이라는 이유로 영양공급을 제대로 못 받아서 신체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골반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채 아이를 낳게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신체적 조건 이외에도, 돈 문제나 아니면 남편이 산모가 의료시설에 가는 걸 잘 허락하지 않거나 도와주지 않아서 출산 전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여서 출산 시에 난산 증세를 확인하게 되는 상황들도 원인이 됩니다. 

◇ 김양원>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의 의료나 지원뿐만 아니라 살아온 환경 전부가 원인이 된다는 거네요. 

◆ 남청수> 네, 여기에 덧붙여, 결혼이 아닌 혼외 성관계로 임신을 하게 된 10대 청소년 시기의 소녀들은 대개 원치 않는 임신이기 때문에, 가족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의료시설에 대한 정보도 잘 모르고, 돈도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출산 환경에 접근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안전치 못한 낙태 시술을 받다가 죽거나 오늘 얘기하는 누공 같은 증상을 얻게 되고, 또 경제력도 없고 교육 수준도 높지 않은데 애는 생기고 그러다 보면 극빈 상태가 돼버리는 거죠. 참 복잡하고 안타깝고 골치 아픈 일이죠. 코트디부아르 사업지에서 인터뷰한 한 사례자의 얘긴데요. 이 여성은 임신 때문에 학교를 그만 두고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낳았는데, 누공이 발생한 겁니다. 병원에서 계속 소변 줄을 달고 있어서 출산 때문인가 보다 했는데, 소변줄을 빼던 날 소변이 새고 있는 걸 알게 된 거에요. 곧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귀저기를 차고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됐는데요. 학교에서 교복치마가 소변으로 젖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찾아온 거죠. 학생들이 그걸 보고 심한 놀림과 함께 그 친구를 따돌린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는 극심한 소외감에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마음먹게 된 거죠. 현재는 수술을 받아서 다시 공부를 하고 있고요. 이런 게 아프리카나 서아시아 지역에서 십대 청소녀들이 임신출산을 하게 되고 누공증상을 얻게 되었을 때 벌어지게 되는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친구처럼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받으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우울증, 자살에 이를 수가 있게 되는 거죠. 가족이나 지역사회에서도 버림받고 살아갈 길이 없거든요. 

◇ 김양원> 사실 문화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12살, 18살이면 엄마가 되기에도 너무 어린 나이예요. 게다가 난생 처음 겪는 질환과 주변의 눈초리까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상황인데요. 이렇게 치료만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인가요?

◆ 남청수> 현재까지 사업을 통해 1,000여 명의 여성들이 산과적 누공 수술을 받았고, 수술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첫 수술로 성공한 누공환자의 완치율’은 87%이며, ‘수술 받은 환자 중 요실금을 동반하지 않은 완치율’도 92%이다. 

◇ 김양원> 그럼, 제대로 된 의료시설만 있다면 치료가 가능한 거네요?

◆ 남청수>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누공은 외과 시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료 방법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증상 자체도 문제지만 증상에 걸린 다음에 주변 사람들의 대응도 큰 문제입니다. 지역사회 내 인식 부족으로 여성 환자들을 평소에 정결하지 않았다거나 저주를 받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그렇게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숨어 지내게 됩니다. 당연히 경제적인 빈곤을 겪게 되고요. 한국과 같은 나라들도 마찬가지긴 합니다만, 코트디부아르 같이 소득 수준이 낮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여성들의 교육수준도 떨어지고 경제력도 많이 떨어져서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복지제도도 빈약하구요. 그러다보니, 남편이나 가족에게 버림받으면 정말 바로 극빈,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체적 고통, 심리적 고통, 경제적 고통에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로부터 버림받는 고통까지 겪게 되는 거죠.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것이 왜 발생한지도 모른 채 마녀라 손가락질 받으며 고립된 채 자신의 삶을 비관하게 됩니다. 산과적 누공은 단순한 질환이 아닌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에 대한 문제인 거죠. 사회적으로 배척당한 상태니, 치료도 쉽지 않죠. 해당 국가 역시 금전적 지원을 하기엔 재정이 부족한 상태고요. 

◇ 김양원> 건강하게 살아갈 기본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네요. 이런 상황이면 치료 지원만큼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겠어요.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고요. 

◆ 남청수> 네. 그래서 코이카도 처음이 이 코트디부아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누공 증상에 대한 수술 지원에만 집중했다가, 2차 사업부터는 사회 인식 부분에도 함께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남편의 태도와 관념이 여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 현지에서 남편학교를 70회 운영하여 누공질환과 모성보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부분을 지원했고요. 120명의 동료교육자(peer educator)와 80명의 전통 산파도 교육해 지역사회의 행동변화를 촉진했다(2017년 기준). 이중에 동료교육자 같은 경우는 이전에 자신이 누공증상자였다가 치료를 받아 완치된 여성들을 교육해 현재 누공증상을 가진 여성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4개 산과시설의 개보수와 장비 및 소모품 보급, 보건인력 훈련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김양원> 치료 받은 여성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가요?

◆ 남청수> 치료된 여성들의 사회복귀 성과도 긍정적이다. 소득증대 사업에 참여한 여성 315명 중 96%가 가족으로 복귀, 지역사회 활동 참여, 학업 재개, 소득증대 사업 참여 등의 방식으로 사회에 복귀했습니다. 

◇ 김양원> 네, 처음에 이야기 했던 코트디부아르의 여성도 학교를 다시 다니고 있다고요.

◆ 남청수> 네, 자신 같은 여성들을 돕기 위해 조산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소녀는 학교로 돌아간 사례이지만, 인터뷰를 했던 또 다른 50세의 여성 같은 경우는 누공 증상 후 남편과 가족에게 버림받고,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팔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치료를 받고 완치된 분도 계신데요. 이분은 소득증대 프로그램을 통해서 비누나 그릇, 옷 등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셔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되기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아이도 학교에 보내고 아까 말씀드린 동료교육가 활동도 하고 계십니다. 단지, 사회복귀라는 것이 꼭 원래의 가족이나 고향에 돌아가는 것만을 의미한다고는 할 수 없는데요. 가족이나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이분들이 일단 원래의 가족이나 공동체에게서 버림받았기 때문에 거기서 받은 상처들은 남을 수밖에 없죠. 경우에 따라선, 남편이 다른 여자랑 결혼해 버린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사회복귀의 근본적인 목표는 원래 있던 곳으로의 복귀라기보다는 누공증상으로 사회에서 버림받은 여성이 한명의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실, 누공증상은 해소되었지만 그녀들을 버렸던 그 사회는 여전히 병든 가족이자 이웃을 내쳤던, 여성에게 불평등한 세상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 곳에서 다시 예전처럼 남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만 살아가는 삶이라면, 그리고 내가 다시 아파지면 버림받게 될지도 모르는 삶이라면 그분들도 그런 삶을 원치는 않으실 것 같아요. 

◇ 김양원> 사실 건강하게 살아가는 건 누구나 당연히 누릴 권리죠.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이런 기본권조차 보호받지 못한 여성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제 사회에서 젠더, 성 평등 관련 이슈가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데요. 개발도상국의 성 평등에 대한 문제, 우리도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남청수 과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남청수>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코이카 사업전략기획실의 남청수 과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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