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
<특집 대담>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 퇴진... 연금 사회주의인가, 주주 자본주의인가?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너무 뜨거워서 오늘은 특집 토론으로 준비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인연이 깊은 두 분으로 오늘 토론회 모셨습니다. 이번 결과는 일탈을 일삼은 재벌 총수에게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주주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라고 주장하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그리고 조양호 회장의 퇴진으로 중장기 투자 등 대한항공의 주요 의사결정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항공대학교 허희영 교수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하 안진걸)> 네, 안녕하십니까.
◆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이하 허희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제가 대한항공과의 인연이 두 분 다 깊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안진걸 소장님은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악역일 것 같고요.
◆ 안진걸> 저희가 다 응원하고, 좋아하던 기업인데 ‘땅콩 회항’과 같은 황당한 사건이 있어서 당시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서 어쩔 수 없이 고발한 것으로 인연이 되었고요. 그때부터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김혜민> 그런 인연이 있으시고 허희영 교수님이야 항공전문가시니까 대한항공에 대한 연구를 누구보다 많이 하셨을 거고요. 그래서 오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른 두 분을 모시고,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드릴 겁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두 분께서 해주시면 됩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조양호 회장이 어제 사내이사 연임을 못 했는데, 그가 정말 떠난 게 맞느냐,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 안진걸> 반은 떠났습니다. 등기이사에서 퇴출되셨으니까요.
◆ 허희영> 최대 주주니까요. 경영에서는 놓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게 되죠.
◆ 안진걸> 그런데 저는 반은 맞는데, 오죽하면 주주들이나 국민연금이나 소액 주주들이나 외국인 주주들이 연대해서 반대표를 행사했고,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겠습니까? 그러면 그것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텐데, 자기는 한진칼의 대주주이고, 미등기 상태로도 얼마든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결국은 총수 일가가 그 회사를 자기 것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국민들이나 주주들이 그런 오만함과 독선, 전횡에 대한 심판을 이번에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어제 대한항공에서 입장을 보였죠. 사내이사 연임만 못 했을 뿐이고,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그러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허희영> 조양호 회장께서 공식적으로 경영 참여를 표명하지는 않았죠. 다만 대한항공 경영에 있는 임원들의 입을 통해서 경영은 떠나시는 건 아니라는 당연한 얘기를 한 것이고, 지금 공식적으로야 당연히 등기이사에서 삭제된 것이기 때문에 경영에서는 공식적인 활동은 못 하는 거죠. 다만 한진그룹의 최대 주주로서 그것도 하지 않는다면 사유권의 문제죠. 실질적인 주인인데, 가장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누가 경영을 맡더라도 그분의 영향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거죠.
◇ 김혜민> 그러면 허 교수님께서는 사내이사가 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뒤에서, 혹은 막후정치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는데,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경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 허희영> 경영 활동을 직접 지휘는 못 하죠. 삼성의 예를 들면 되겠죠. 이건희 회장께서 물러났지만 지금 부회장에 대해서, 삼성그룹에 대해서,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최대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갖게 되는 거죠. 공식적인 활동은 물론 안 하죠.
◆ 안진걸> 그런데 최대 주주로서의 영향력이야 저희가 어떻게 배제할 수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오죽하면 주총에서 처음으로 총수 일가가 퇴출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겸허하게 생각한다면, 지금 현재 조원태 아드님이 대표이사로 여전히 있거든요. 그분에 대해서도 역시 평가가 안 좋다고 하면 다음에 주주들이 판단할 부분이지만,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만약에 계속해서 조 회장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아까 제가 듣기로는 참여연대에서 소송이나 고소를 하겠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 안진걸> 저는 현재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예전에 ‘땅콩 회항’ 고발하던 시절, 그다음에 조양호 회장 일가가 횡령, 배임, 갑질, 밀수, 이런 의혹이 있을 때 고발했던 인연이 있지만 지금은 민생경제연구소로 아주 별개의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당연히 책임 있는 위치에 없는 이가 경영권을 행사해서 회사에 또 손해를 끼친다? 그러면 그것은 주주 대표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고, 현재 이미 횡령이라든지, 배임이라든지, 경영자로서 중대한 흠결에 대한 여러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요. 심지어는 자기 집에 수리하는 비용을 우리는 자기가 힘들게 번 자기 돈으로 하죠. 이분들은 이것을 회사 돈으로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거든요. 몇 십 억을요. 그렇다면 대한항공이나 한진그룹에서 손을 떼는 게 맞는데, 다만 인위적인 수단은 없기 때문에 여러 시민단체들이 향후에 민·형사적인 대응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으로 제가 확인하고 왔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제가 두 번째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주주총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 텐데요. 조 회장의 퇴진은 국민연금의 뜻이었다, 아니면 다수 주주의 뜻이었다?
◆ 안진걸> 일단은 국민연금이 11.56%를 가지고 있잖아요. 어제 반대표는 36%가 나왔습니다. 두 배가 넘는 이들이 국민연금에 공감하기도 했고, 또 국민연금과 상관없이 반대 의사를 일찌감치 밝혀오기도 했고, 세계 최고, 국내에서도 큰 의결권 자문 회사들도 반대 입장을 많이 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정한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어찌 보면 이미 1/3이 넘는 많은 주주들이 내가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오히려 떨어지고, 배당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총수 일가의 탐욕만 배를 불리는 이런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이미 입장을 먼저 정한 것 아닌가, 이렇게 충분히 추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허희영> 어제 말씀하신 대로, 이것을 잘 봐야 해요. 대한항공의 정관은 매우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죠. 절대 주주가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난 게 아니에요. 이것을 들여다보면 대한항공의 정관은 매우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죠. 무슨 애기냐면, 임원 연임에 대한 결정은 특별 결의를 하고, 참석, 물론 위임 받은 주주의 위임을 포함해서 과반수 주주가 참여해서 2/3 이상을 받아내도록 하게 되어 있어요. 만약에 보통 다른 기업들처럼 과반수로 해놨더라면 절대 다수인 64.1%를 확보했기 때문에 그렇게 연임이 안 되는 일이 없었죠. 그런데 대한항공은 왜 그랬느냐? 이 내용이 기가 막힌 얘기죠. 97년, 98년 IMF 금융위기 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많이 인수했죠. 그 당시에 한진이 어떤 머리를 썼냐면, 외국인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는 거예요. 그때 보면 우리나라 30대 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다 넘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대한항공은 어떤 방어책을 마련했냐면, 특별 결의를 해서 임원에 대해서는 2/3이 찬성해야만 연임될 수 있게 해 놓은 거죠. 이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거죠. 무슨 얘기냐 하면, 절대 다수인 64.1%는 연임에 찬성한 겁니다. 그리고 사실은 1/3이 넘는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서 반대했기 때문에 절대 다수라고 해석을 하면 안 되죠. 대한항공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거죠. 정관의 문제가 있는 겁니다. 현대나 삼성이었다면 이런 일이 없죠.
◇ 김혜민> 허 교수님은 절대 다수의 뜻이 아니었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안 소장님은 거기에 대해서 하실 말씀 있으신지요?
◆ 안진걸> 절대 다수. 찬성이 64%고, 반대가 36%는데, 64%가 절대 다수라고 보이지는 않고요. 그 정관은 지금 주주들이 만든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그렇게, 물론 주주총회에서 정관이 통과됐겠지만 이사회에서 의결해서 안건을 낸 거잖아요. 본인들이 필요에 의해서 그랬고, 그렇게 부결이 됐으면 깨끗이 받아들여야지 36%는 반대했지만, 64%는 찬성했으니까 절대 다수는 여전히 우리 편이라고 하는 해석은 과도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그러면 저희들도 예전부터 소액 주주도 해보고, 몇 번 주총에서 참여해봤지만 사실 표 대결에서 이겨본 적이 없어요. 제발 대주주들이 전횡을 행사하지 말라고 하는, 실제 표 대결에서는 지더라도 소액 주주들이 주주총회라고 하는 합법적인 권한을 통해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장으로 그동안 활용이 됐어야 하던 건데, 이번에는 기적처럼 부결된 것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것이고, 그리고 앞으로 국민들의 재산인 노후 재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하고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서 최소 몇 천 억에서 많게는 3조 안팎의 손해를 봤다고 해서 많은 국민들이 열 받아 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들의 재산을 수탁해서 관리하는 자로서 최선을 다해서 주주 가치도 높이고, 배당도 많이 받고, 우리 국민 돈으로 투자하는 회사가 맨날 세계적인 언론까지 갑질이니, 밀수니, 배임이니, 횡령이니, 이런 의혹으로 국민들 창피하게 만드는 일은 없도록 주주권이나 의결권 행사할 의무가 있다고 저희들은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관대로 보면, 이것은, 물론 64 대 36이라고 하는 수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정관에 2/3가 찬성해야만 연임이 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혁명적인 결과다. 국민들의 뜻이 굉장히 압도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혜민> 허 교수님, 듣기로는 대한항공 사측에서도 굉장히 주주들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찌 되었건 이렇게 된 것은 어떤 게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보세요?
◆ 허희영> 물론 국민연금이었고요. 지금 2/3의 찬성을 얻어야만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씀드렸고, 이것은 대한항공 정관의 특수한 경우고요. 이것을 이사회에서 결의해서 된 게 아니고, 이사회에서 결의한 다음에 어제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모든 주주들의 동의를 받은 거예요. 그러니까 조양호 회장이나 경영진이 마음대로 한 게 아니라고요. 그리고 어제 같은 경우에는 사실 국민연금이 그렇게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국민연금이라고 하는 데가 앞으로 700조, 1200조, 계속 가죠. 누구는 그것을 뭐라고 비유하냐면, 연못에 고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감당을 못 해요. 그러니까 국민연금은 어떤 경우라도 주식 시장에 들어와서, 상장사에 들어와서,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 안진걸> 그런 이론이 어딨어요, 교수님? 국민연금도 주주인데, 모든 주주는 주주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데요.
◆ 허희영> 그런데 누구의 동의를 받아야 하냐면, 전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았어요.
◆ 안진걸> 그래서 가입자 대표들이라든지, 여러 구성 위원들이 들어가서 기금운용위원회도 있고, 기금운용위원회 자문위원회도 있고, 수탁자책임위원회 같은 것도 만들어 가지고 최대한 토의를 해서, 지금 교수님 말씀대로 국민연금이 모든 기업에 들어가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처럼 오해할 것 같아요. 청취자 여러분, 절대 그렇지 않고요. 정말 문제가 있는 기업에 한해서 그것도 상당한 사회적 논의와 이른바 수탁자책임위원회라고 하는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서 거기서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대다수가 동의해야만 제한적으로 의견을 내는 겁니다. 그게 이번에 대한항공에서 처음으로 작용했던 건데요. 지금 우리 국민들 여론을 보면 대한항공에 대한 지탄이 압도적이거든요. 우리 국민들의 노후 자산인 주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창피해서 투자 못 하겠다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에 이례적인 결정을 한 겁니다.
◆ 허희영> 국민연금은 88년에 만들어질 때 국민연금법의 기본 취지는 뭐냐면, 말씀하신 대로 우리 국민들의 노후, 생활 보장을 법제화하고 강제화한 거죠. 사실 세금을 내는 겁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의 토끼를 잡아야 해요. 안정적으로 자금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것을 가지고 리스크가 있는 곳에 투자해도 안 되고, 그러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해요. 저는 국민연금을 3년 간 경영 평가했던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냐면, 국민연금이 잘못되면 나라 망하겠구나, 국민연금이야 말로 참 무서운 곳이구나, 여기는 잘 보전되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치적으로 중립되어야 하고, 의결권이라고 하는 것의 제일 무서은 게 뭐냐면, 인사권이에요. 인사권 가운데 경영자를 갈아치운 거죠. 그렇게 되면 권리를 행사했어요, 그 뜻은 뭐냐면 국민의 뜻이라고 하는데, 저는 국민의 뜻을 정말 물었느냐고 하는 거예요. 지금 수탁위원회가 장론을 했지만, 기금운영위원회도 위원장도 사실 청와대나 정부의 영향을 받거든요. 또 국민연금 이사장도 문체부 장관이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해요. 그러나 거기는 정치적으로 중립되어야 합니다. 다만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지, 이렇게 경영 인사권에 들어가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기업인들이 불안해지는 거죠.
◆ 안진걸> 그런데 교수님, 다른 나라의 연기금들도 다 사회 책임 투자라든지,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 허희영> 다른 나라의 연기금은 우리나라처럼 거대한 기업이 없어요. 국민연금이 세계 몇 위인지 아세요?
◆ 안진걸> 알죠, 5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허희영> 5위는. 조금 있으면 1위가 됩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다 쪼개져 있어요.
◆ 안진걸> 어찌 되었든 국민연금이 투자를 하는데, 주식이 계속 떨어지고, 그게 총수 일가 때문에 손해를 봐요. 그러면 국민들이 그것을 당하고 있어야 하나요?
◆ 허희영> 얼마나 떨어졌나요, 그거 혹시 아세요?
◆ 안진걸> 주가가 떨어졌잖아요.
◆ 허희영> 땅콩 회항, 갑질부터 시작해서 2년 동안 대한항공이 어떻게 움직였나요? 땅콩에서 법적 제도가 사법처리가 시작되고 문제 선고가 되면 다시 올라요.
◆ 안진걸> 땅콩 유죄 선고가 됐잖아요. 총수 일가가 저지른 행동이 지금 대법원에서 확정이 안 됐다고 해서 그게 사실이 없다고 보시면 안 되잖아요. 이미 확정된 사실이 너무나 많잖아요.
◆ 허희영> 그런데 그게 여러 개가 입건된 거죠? 항로 이탈이라든가...
◆ 안진걸> 교수님은 그 부분은 봐주기로 작정하신 것 같아요. 그런 행동을 했는데도. 잘못된 행동을 했는데도.
◆ 허희영> 제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책임을 지죠.
◇ 김혜민> 일단은 국민연금 이야기로 옮겨져 왔어요. 그래서 국민연금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 교수님께서는 대한항공 주총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은 연금 사회주의다, 그러니까 국민연금이 정치적인 이유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거고, 우리 안진걸 소장은 이것은 주주 자본주의에 의한 것이다, 이것은 정말 자본주의의 실현이라고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사실 두 분이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두 분의 생각처럼 많은 분들이 갈라져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 분씩 제가 질문을 드릴게요. 일단 교수님,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것 자체가 국민연금 지난 7월에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했는데, 원칙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리고 정부에서 어찌 되었든 정부에서 이것을 도입해서 실현한 첫 번째 케이스인데요.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국민연금 운용하는 데 있어서 전혀 안정성이나 수익성 입장에서만을 위해 정부가 해야지, 경영권 개입이라든지, 그게 안정성과 수익성을 위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안 된다는 말씀이신 거예요?
◆ 허희영>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게요. 주주 행동주의로 나타난 것이고,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아직 그렇게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뭐냐면 분명히 나는 주인인데, 그 회사의 몇 주라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행동하지 못 하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하면 수탁을 받아서 대행해줄까 하는 것이 스튜어드십이거든요. 집사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이 집사가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하느냐? 그게 문제죠. 국민연금 같은 경우는 전 국민이 다 거기의 주주들이거든요. 그래서 그것은 어떤 정부이건 어떤 정권이건 중립에 서야 한다는 것이고, 그 권리를 행사하면요. 사장을 바꿨으면 권리와 함께 가는 게 책임이에요. 그러니까 결국은 제한된 권리를 행사해야죠.
◇ 김혜민> 제한된 권리라 함은 어느 정도의 권리일까요?
◆ 허희영> 시장에 감시 기능 정도가 될 겁니다. 그러니까 회계를 똑바로 투명하게 하고 있는가? 그것에 대한 제한을 하거나요.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사장. 경영자를 갈아치우는 데에 처음으로 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이렇게 하게 되면, 사실은 일반화된다고 하면, 대부분 우리나라의 블루칩들, 대부분의 대기업들, 좋은 기업들의 2대 주주거든요. 이것이 의결권을 행사하되, 경영권의, 특히 경영자의 교체에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기업가의 기업가 정신이라든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신껏 주인 의식을 가지고 끌어왔던 기업가들이 위축된다는 거예요.
◇ 김혜민> 그런데 조양호 회장 같은 경우에는 지금 여러 가지 재판도 걸려있고, 사회적인, 도의적인 지탄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잖아요?
◆ 허희영> 그렇죠. 사회적인 지탄을 엄청 받았죠. 그게 오너리스크로 나타난 겁니다. 사실은 사회적인 지탄, 가족에 대한 것을 보면 독선적인 경영 스타일. 그래서 지금까지 대한항공 본사는 내가 알기로 10번 이상 압수수색을 당했고요. 거기서 드러난 게 지금 30억입니다. 다 뒤지고 뒤지니까 30억이 나와서 지금 재판에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하고 개인 기업가의 비리는 분리해야 한다는 거예요. 조양호 회장이 잘못했으니까 이 회사 안 되겠다, 당신 이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사법적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문제라고요. 그런데 아직 그것에 대해서 결론도 안 난 문제입니다.
◇ 김혜민> 아직 결론이 안 난 문제에 대해서, 사법적 처리도 안 했는데, 주주권 행사로 이중처벌이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 허희영> 이중처벌이 될뿐더러 국민연금이 사회적 여론에 휩쓸려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사로 나타난 거예요, 이렇게 되면.
◆ 안진걸> 국민연금이 사회적 여론에 휩쓸린 게 아니고요. 그동안 국민연금이 너무나 국민들의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집사처럼 역할을 하나도 안 하고, 오히려 손해 보는 결정을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권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 때 손해가 있는 줄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했고,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 국민들께서 분노해서 국민연금이 노후 재산 관리 제대로 해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많이 일으킨 기업에는 조금 투자에 주의도 하고, 특히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장의 감시로서의 기능을 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표결에 찬성해서 입장을 낸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다 반대가 되고, 찬성하면 다 찬성이 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신 것 같은데, 지금껏 그런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여러 번 찬성에 표결했지만, 작년에도 KB금융지주에서요. 시민사회로부터 신망 받고, 노동계가 추천했던 하승수 이사라는 분이 있어요. 사외이사. 사외이사 한 분 추천에 국민연금이 찬성했거든요? 큰 표 차로 졌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국민들이나 주주들의 마음을 다 모아도 이길까, 말까 하는 겁니다. 그렇게 재벌 총수들의 지배력이 견고해요. 다만, 그래도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냐면, 표결에서 졌지만 앞으로 어떤 CEO라든지,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공공성이라든지,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국민연금이 괜찮은 사람을 사외이사로 추천, 주주니까 주주의 제안권이 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졌어요. 또 우리 국민들은 아쉽지만, 그런 노력들을 계속 하라는 겁니다.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지금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국민연금이 모든 기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결정할 국민들도 없고, 국민연금도 그렇게 결정하지 않습니다.
◇ 김혜민> 할 수도 없죠.
◆ 안진걸> 정말로 문제가 돼서 이런 기업에까지 우리 국민연금이 투자해야 하느냐고 하는 범국민적 여론이 일거나 아니면 지금 뻔히 주가가 떨어져요. 총수 일가가 너무 황당한 일을 많이 하니까요. 주가가 떨어진다고 하면 이것은 노후 재산의 가치가 훼손되잖아요.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뭐라고 하시겠어요? 그럼 그런 곳에는 나서서 뭐라도 하라는 거거든요. 마침 이번에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이 너무 심하니까,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나선 것도 아니잖아요.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들, 민변, 참여연대, 또 많은 소비자들, 이용자들까지도 대한항공 진짜 심각하다, 심지어 안전까지 걱정된다, 어떻게든 총수 일가의 폭주를 제동 걸어야 한다고 하면서 나선 것입니다.
◇ 김혜민> 제가 참고로 말씀드리면요. 국민연금이 현재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대한항공을 비롯해서 81개사고요.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297개사입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가 지난해 3월 기준 코스피, 코스닥 시가 총액의 7%지만요. 기업별 지분율이 10% 초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주총 안건 607개 가운데 실제로 부결된 것은 단 7건이었습니다. 여러분께 참고로 말씀드리고요. 항공대학교 허희영 교수님, 그리고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과 함께 대한항공 관련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어찌 되었건 소장님이든, 교수님이든, 대한항공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은 거잖아요?
◆ 안진걸> 네, 그렇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안전하게, 그러면서 우리가 투자한 국민연금을 통해서 주식 가치까지 뛰어서 노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바라는 거죠. 지금 국민들께서 국민연금 말고는 지금 노후 자산이 없으세요. 그래서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셨다, 그 이야기를 드리는 겁니다.
◇ 김혜민> 그러면 제가 질문을 드립니다. 앞으로 대한항공은 이 일을 계기로 더 잘될 것이다? 아니면 굳건한 리더십인 조양호 회장이 물러났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 허희영>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받고 있는 평가보다는 해외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를 받고 있죠. 특히 조양호 회장이야 국내에서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데, 국제무대에서는 그렇지는 않고요. 지금 대한항공이 50주년인데, 50년간 세계적으로 제일 큰 항공사는 미국의 항공사들입니다. 유나이티드, 델타, 아메리칸, 이런 항공사들. 또 일본에는 JAL이 있고요. 이런 데를 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라든가, 9.11 테러라든가, 그런 것을 보면 전부 국가에서 아쉬운 손을 벌여서 구제 금융을 받았습니다. 일본 항공은 아예 망했고요. 2010년에 완전히 망해서 국가가 13조를 퍼부어서 지금 회생됐죠. 이에 반해 대한항공은 그동안 한 번도 국가에 손을 벌린 적이 없어요. 그리고 지금 대한항공이 조양호 회장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욕을 먹어도 경영은 참 잘했다, 제가 경영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들여다보면 대한항공의 안전도는 세계 1위입니다. 그것을 뭐로 볼 수 있냐면, 원래 광고를 못하게 되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보험료를 적게 내는 회사입니다. 세계적으로 97년 괌 사고 이후에는 사고가 없어요. 그러니까 가장 안전한 항공사를 만들었고, 지금 세계적인 평판이 굉장히 잘 형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왜 그러느냐? 결국은 주인이 있는 오너 경영을 해왔던 겁니다. 그런데 반면에 JAL은 망했죠. 망한 이유는 그야말로 국민의 기업으로 만들었죠. 다 국민의 기업을 만들고, 대주주를 안 만들어놨어요. 그러다 보니까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계속 들어갔죠.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15년이 지나니까 부실 징후가 나타났고, 2010년에 완전히 파산하고 상장이 폐지됐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앞으로 제가 대한항공의 앞날을 본다고 하면, 전문 경영인 체제가 들어오거나 뭔가 할 텐데, 과연 주인 의식을 가지고, 회사 내에서, 혹은 밖에서 욕을 먹더라도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에 힘쓰고, 그런 경영이, 물론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점에서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우려가 큽니다. 경영은 인기로 하는 게 아닙니다.
◆ 안진걸> 지금 국민들께서, 또는 이번에 반대표를 던진 분들이 인기투표하신 것처럼 하시는데요. 교수님 말씀 들으면 굉장히 서운하겠네요. 그런데 어제 조 회장 연임 부결되자마자 주가가 2.5% 오르고 마감돼서 저는 투자자들이나 주주들은 굉장히 정직하고,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오너리스크가 제거되고, 제약이 있을 거라고 하니까 주가가 오르잖아요. 교수님 말씀처럼 이렇게 훌륭한 회장님이 갑자기 타격을 입었을 때는 주가가 떨어져야죠. 안 그렇잖아요. 시장에서는 당연히 여러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오너 한 사람의 여러 가지 전횡과 여러 가지 의혹으로 인해서 책임을 일부 물었다고 해서 대한항공이 바로 망하는 것도 아니고, 망해서도 안 되고, 망할 수도 없습니다. 이사들 여전히 있잖아요? 아드님도 잘 계시고. 그리고 한진칼 지주회사로서 지배력도 행사하고 있고요. 다만, 어쨌든 최근에 발생했던 기업의 평판을 훼손하고,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에 대해서 누구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국민연금까지 가세해 지극히 주주 자본주의 하에서 주주들이 일부 연합해서 책임을 물은, 너무나 주주 자본주의적인 행동입니다. 그래서 주가가 올라서 이득까지 이어지는. 이것이 무슨 연금 사회주의라는 것은 저는 가짜 뉴스라고 보고 있고요. 그다음에 조양호 회장이나 조중훈 선대 회장이 잘한 것도 있죠. 우리가 그것을 언제 한 번이라도 부정해봤습니까? 안전하게 운행해주시고, 이런 것은 다 고마운 일이죠. 하지만 땅콩 회항 때부터 시작해서 오히려 오너 일가가 가장 무섭다, 가던 비행기를 뒤로 돌려서 사무장을 외국에서까지 내리게 만드는 정도면 오히려 위험한 것 아니냐. 그리고 그런 일들이 그때 분명히 국민들이 제발 그러지 말라고, 이게 일반 사업도 아니고, 우리 국민들 모두의 목숨 걸고 타는, 대한민국 대표 안전 사업인데, 제발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이후에 총수 일가의 전횡이 개선되지 않고, 더 심해졌거든요.
◇ 김혜민> 그러니까 오너리스크가 사라진 거다. 오히려 그게 시장에 반영된 것이고요.
◆ 안진걸> 네, 사라지니까 오히려 주가도 뛰었고, 앞으로도 조양호 회장이 설령 경영 일선에 없다고 해서 대한항공 이사회도 있고, 아드님도 있고 그런데 바로 타격이 있거나 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물론 이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예전에도 우리 재벌 기업 총수들이 구속됐을 때 어떤 분들은 그 기업이 망한다, 아무 결정도 못 한다, 큰일 났다고 했는데요. 통계상으로 황당하게도 그분들이 구속됐을 때 그룹의 주가가 더 올라가서 사람들 모두가 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 허희영> 주가가 올랐어요, 어제. 그래서 저도 보는데 주가는 이렇게 봐야 합니다. 이번에 강성부 KCGI 펀드가 이겼죠. 어제의 그것은 누구는 이게 대단한 혁명처럼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사모펀드하고 국민연금이 손을 잡은 겁니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KCGI 사모펀드, 강성부 펀드가 개선안을 요구했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한항공 왜 비업무용 자산 가지고 있느냐, 호텔 수익도 안 나는데 이런 것 정리 안 하느냐, 왜 김해공항에 있는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분산시키지 않고 끌어안고 가느냐, 또 왜 비행기 종류가 많느냐, 단순화해라. 내가 그것을 보면서요. 이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구나, 이게 바로 주주들하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주주들하고 장기적인 주인하고의 차이입니다. 사실은 주식 살 때 누구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고 하죠. 싸게 사서 비쌀 때 던지고 나가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다 ‘먹튀’죠. 지금 조양호 회장의 스타일이 바뀌면, 이 사람이 퇴진했으니까 대한항공은 알짜배기 회사거든요. 수십 년 동안 쌓아놓은 게 많죠. 자산 팔아먹어, 비행기 단순화 해, 비행기 단순화하면 소비자의 편익이 줄어요. 항공사는 돈을 벌죠. 그러나 손익이 줄죠. 항공우주사업본부 정리하면 다른 회사가 되는 겁니다. 비행기 사면서 물량 받아서 우리나라 부품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데, 분산시켜버리면 거기 직원들은 어떻게 됩니까? 직원들도 아마 스스로 발등 찍을 수 있어요. 노조에서 원하는 대로 한다면요. 당장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은 뜯어먹을 게 많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주가가 그대로 남아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3년, 5년을 장담한다고요? 아마 그렇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무척 내려갈 수 있다.
◆ 안진걸> 이건 교수님이 예언가도 아니신데 너무 단정적으로. 그리고 갑자기 KCGI 얘기를 여기서 왜 합니까?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KCGI가 없는데요. KCGI는 작년 8월에 생겨서 한진칼에 지분을 가지고 있지, 이번 대한항공 주총에는 그분들은 오지도 않았고요. 그 사람들 주주 제한도 하지 않았습니다. 방금 교수님 말씀하신 주주 제한은 한진칼에 주주제한을 일부 했죠. 교수님은 아주 이례적인 특정 주주 그룹에 과도한 제한 하나를 소개해서 마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나 또는 정말 그 기업의 가치가 오르고, 주주들이 제대로 이익이 보호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 사모펀드의 욕심과 비슷하다고 평가하시는 우를 범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과도하게,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 주총이나 이런 곳을 보면요.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는 사모펀드들의 과도한 주장 있잖아요? 다 부결됐습니다. 거기에 어느 시민단체나 소액 주주들 손을 함부로 들어주지 않습니다. 당연히 국민연금도요. 딱 봐서 이게 ‘먹튀’ 자본, 특히 외국계 ‘먹튀’ 자본의 공격이었다면 절대 손 안 들어주죠. 대한항공에서만 이례적으로, 해도 해도 너무 하니까 소액 주주, 그다음에 외국인 주주, 국민연금 등이 연합해서 일종의 혁명적 결과를 났다고 하는 평가를 한 겁니다. 저도 이것이 그렇다고 해서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이 완전히 박탈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평가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주주들이 한 건데, 계속해서 특정 사모펀드의 우려 하나를 제기하면서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일은 아니다.
◇ 김혜민> 청취자 문자 잠깐 소개할게요. “40년간 주식한 사람으로서 국민연금이 주식장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행위 절대 반대합니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돈 잘 관리하지 못하는데, 왜 그 탓을 대한항공에 전가하나요. 연금은 독립적인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기업가 정신 이야기하는데, 조 회장과 가족들의 행태를 보고도 기업가 정신 이야기 하실 수 있으세요?” 하셨고요. “조 회장 회사 직함만 내려놓은 거지, 이사장들 조 회장 역할 하는 거 모르는 국민들도 있나요?” 지금 저희 문자로도 팽팽하세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두 분이 한 말씀씩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어찌 되었건 지금 이 사건이 대한민국에 뜨겁다는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에 뭔가 지표가 된 것 같아요.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우리가 두고봐야 하지만요. 그 의미에 대해서 허 교수님 말씀해주시죠.
◆ 허희영> 이번에 물론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실제로 힘이 있다는 것을 어제 보여줬고요. 앞으로 아마 이것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의 문화 전반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고요. 그러나 부정적인 변화, 우려되는 변화는 뭐냐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의결권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경영권에 들어올 때, 과연 지금 기업가 정신이라고 하는 게 뭐냐면, 리스크를 테이킹하는 거거든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나를 따르라, 망해도 내가 앞서 가겠다, 그런 정신은 주인이니까 가능한 것이지, 전문 경영인은 못 하는 겁니다. 벌써 내년, 1년 후에 결산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 연구 개발, 이런 점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고요. 당장 문제는 주가 하락을 싫어하는 주주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런 문화가 된다고 하면 과연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끌어왔던 대기업들, 그리고 재벌이라고 하는 게 우리나라에서 참 나쁜 단어입니다. 반기업정서가 그만큼 형성되어 있으나, 그러나 외국에서 재벌은 고유 명사가 아닌 보통 명사입니다. 한국의 경제를 끌어온 독특한 문화가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재벌을 우리가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달리 보면 나쁘게 보면 문어발이고, 좋게 보면 다각화거든요. 위험 분산인 거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그냥 사회적으로 저 사람은 갑질을 하고, 물컵을 던졌고, 가족이 형편없다, 그러면 그것은 사법처리 하면 됩니다. 지금 관세법에 걸려있고, 배임에 걸려 있으면 그것은 사법처리 시키면 되는 것이지, 이것을 가지고 앞으로 국민연금이 나서서 국민들의 분노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하면 앞으로 무섭게 책임이 뒤따라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 김혜민>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나 연구에 쏟아 부어야 할 자원을 앞으로 이렇게 된다면, 경영권 방어에 쏟을 것이다, 결국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씀이시고요. 안 소장님?
◆ 안진걸> 저는 답답합니다. 조 회장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세요.
◆ 허희영> 아니요, 사법처리 받으면 돼요. 문제가 없는 게 아니죠.
◆ 안진걸> 조 회장 본인이 270억 대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요.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돈도 엄청 많은 사람이 일반 국민도 대출받아서 힘들게 고치는 자기 집을 회사 돈을 써왔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다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주주들이 회사 돈을 빼돌리는 집단이라는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겁니다. 대법원 판결이 아직 안 나와 있기는 하지만요. 그리고 기업가 정신, 사업가적 모험, 그런 것을 누가 문제 삼겠습니까? 오히려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은 오히려 잘할 수 있도록 자본을 조달해주는 역할을 우리가 하겠다는 주주 자본주의라고 제가 몇 번을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자꾸 불법, 비리, 배임, 횡령, 그다음에 노동자들이나 직원들, 소비자들 기만하는 행위, 짓밟는 행위를 하냐는 거죠. 이제는 우리 국민들께서는 어떻게 판단하냐면, 내가 직접 투자한 거라면 소액 주주, 간접적으로 국민연금에 투자한 거라면 간접 주주로서 제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는 투자를 아예 안 하거나 아니면 총수 일가가 저지르는, 기업의 가치까지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기업에 대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 정도가 심하고, 그다음에 도저히 주주들과 국민들이 이것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는 제한적으로 나서서 적극적인 의견을 내라는 게 우리 시대의 정신이고, 과제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결코 국민연금이나 소액 주주들이 모든 기업에 감 놔라, 배 놔라,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을 필요도 없고, 시민단체의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면요. 소액 주주들도 굉장히 힘듭니다. 피곤하고. 그것도 아주 진짜 정말 안 할 수 없는, 거의 벼랑 끝 상황이 됐을 때 하는 겁니다.
◇ 김혜민> 오늘 열띤 토론 해주신 항공대학교 허희영 교수님,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님, 고맙습니다.
◆ 허희영> 네, 고맙습니다.
◆ 안진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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