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터키 EU 가입 또 다시 제동..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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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명 : 문희정의 핫키워드

□ 방송일시 : 2019년 3월 15일(금) 오전 10시 10분 경

-문희정 / 국제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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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의 핫키워드.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1.

영국의 EU 탈퇴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작 오랜 시간 EU 가입을 희망해온 터키에게

또 한 번 유럽의회가 가입 논의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가입하기도, 탈퇴하기도 쉽지 않은 유럽공동체와 터키의 관계에 대해

오늘 자세히 알아볼까 하는데요.

유럽의회가 터키의 EU 가입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건가요?

그렇습니다.

앞서 여러 번 터키의 EU 가입에 제동을 걸었던 유럽의회가 또 다시 지난 13일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가결했는데요

의원 370명이 찬성한 이번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EU 회원국의 결정에 중요한 지침이 되기 때문에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의회 결정에 대해 터키 정부는 “유럽의회 표결 결과가 무의미하고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라면서 “터키는 5월 선거 후 새로 구성되는 새 유럽의회가 터키와 EU 관계에 대해 건설적으로 접근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고 가입절차를 촉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터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터키를 무시한 이번 결의로 유럽의회가 극우 이데올로기 성향을 드러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2. 유럽의회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뭔가요?

의회는 터키 정부의 인권 탄압과 법치 훼손 등을 문제 삼았는데요

결의안을 발의한 네덜란드 대표 카티 피리 의원은 “무슨 혐의를 받는지도 모른 채 17개월을 감옥에 갇혀 있는 것, 이것이 오늘 터키의 현실”이라면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비판자를 상대로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EU 회원국 중 극우 정권이 들어선 나라들을 중심으로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되면서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가입절차를 공식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압박도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그동안 유럽은 계속 터키의 민주주의 훼손을 지적해오지 않았나요?

2016년 터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군부 쿠데타 시도가 진압된 뒤 에르도안 정권은 철권 독재 정치를 펼치며 공무원과 법관, 경찰, 교수,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수십 만 명을 해고하고 적법한 절차없이 구속시키는 등 심각한 민주주의 후퇴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2017년 4월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시키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며 ‘21세기 술탄’으로 등극하면서 터키를 세속국가에서 이슬람국가로 변모시키고 있어 유럽과의 관계는 더 악화되는 상황입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해 11월 EU 가입 협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터키에게 "EU는 강한 터키를 바란다"면서 "더 강한 터키는 법치, 독립적이고 유능한 사법제도, 기본권으로서 자유 존중에 바탕을 둔 민주적인 터키"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구금된 시민사회 활동가와 야권 지도자를 석방하고,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결정을 존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4. 터키는 꽤 오랜 시간동안 EU 가입을 위한 노력을 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터키는 1959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하기를 원했지만 1960년 준회원국 자격을 얻는 데 그쳤는데요

2002년 의회에서 사형제 폐지와 쿠르드어 방송 허용 등 유럽연합이 제시한 가입협상 개시 조건을 충족하고자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고 2004년 12월 정회원 후보국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 비로소 가입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됐지만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터키가 EU 회원국들과 종교적 문화적 차이가 심한 데다 인구 규모마저 너무 커서 EU와의 일체감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유럽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유럽의회 의원은 인구 비례로 선출하기 때문에 터키가 가입하면 유럽의회에 터키 의원들이 대거 진출하게 되고 EU 역내 이동의 자유로 인해 터키의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 일자리 갈등이 붉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겁니다.

게다가 정치개혁, 관세동맹, 농업 및 경쟁정책,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등 각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가입 협상에서 분야마다 터키는 자국 법률을 EU의 기준에 맞춰 변경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난항을 겪어온 겁니다.

5. 15년 동안 협상을 하면서까지 터키가 유럽공동체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뭔가요?

터키의 EU 가입은 말 그대로 숙원 사업이었는데요

1923년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으로 탈바꿈한 터키는 유럽권에 속한 국가라는 인식 아래 6·25 전쟁 참여를 계기로 1952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했고 그간 중동에서 벗어나 유럽공동체에 가입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습니다.

1995년부터 유럽의 관세 혜택을 받으면서 터키경제의 무게중심은 이미 유럽으로 넘어가 있는데요 올림픽에도 유럽팀으로 출전하고, 월드컵 예선에서도 유럽팀들과 조 편성을 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EU 회원국이 되는 것은 우리의 전략적 목표"라고 말했는데요

지난해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자본 이탈로 터키 리라화 가치가 28%나 떨어지는 등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 불안 문제를 유로존에 가입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에르도안이 총리이던 시절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 터키는 유럽연합의 회원국과 유로존으로의 편입을 통해 대외 신용도와 안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잇점을 노리고 있는 겁니다.

6. 유럽은 터키가 EU 기준에 미달한다며 가입은 시켜주지 않으면서 왜 협상은 계속하는 건가요?

우선은 공식적으로 협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끝내기 위해서는 절차상 28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데요

터키가 계속 가입을 원하는 상황에서 EU회원국들의 의견 역시 일치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 입장에서도 터키는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에 적대적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만 하는데요

터키는 이슬람권의 중심국가 중 하나로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국가이고 러시아의 확장을 견제하려는 유럽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현재 유럽의 가장 큰 갈등 요인 중 하나인 난민들이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마지노선이 바로 터키인데요

2016년 3월 유럽연합과 터키 사이에 난민송환협약이 체결돼 터키는 난민을 재수용하는 대가로 30억 유로의 재정지원과 터키 국민의 유럽 무비자 입국 허가를 허용했습니다.

7. 그럼 앞으로 터키의 EU 가입 협상은 어떻게 될까요?

2005년 처음 협상을 시작할 당시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15년째인 지금까지도 양측은 끊임없이 반목과 갈등으로 인해 협상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연합내 회원국들의 입장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데다 터키 역시 에르도안 대통령부터 가입을 포기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터키 국민들의 여론도 계속 바뀌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 타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