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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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블랑카 정철규, 다문화 용어 “외계인과 지구인이 결혼할 때나 써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3-12 18:30  | 조회 : 3328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정철규 방송인 


[생생경제] 블랑카 정철규, 다문화 용어 “외계인과 지구인이 결혼할 때나 써야...”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한국 경제를 생생하고, 상생하게 만드는 분들을 모시는 생생초대석입니다. 보통 어려운 일을 3D라고 하잖아요. 이런 일들을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많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분들에 대한 대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형편없죠. 굉장히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유머로 승화시켜 사회적 담론까지 만들었던 개그맨이 있습니다. “사장님 나빠요,” 외국인 노동자 ‘블랑카,’ 방송인 정철규 님이 오늘 초대석의 주인공입니다. 안녕하세요?

◆ 정철규 방송인(이하 정철규)>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장님 나빠요’의 블랑카 정쳘규입니다.

◇ 김혜민> 경제 전문 프로그램에 왜 정철규 씨를 모셨다고 생각하세요?

◆ 정철규> 일단은 제가 돈을 잘 벌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니까. 아까 외국인 근로자, 3D 말씀도 하셨고요. 그런 경제 쪽,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딱 떠오르는 사람이 저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맞는 말씀이고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요즘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굉장히 듣고 싶었어요. 굉장히 바쁘시던데요?

◆ 정철규> 개그맨으로서는 제가 활동을 하고 있었잖아요. 거기다가 다문화 이해 교육 전문 강사 자격증을 제가 작년 7월 정도에 땄습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개그맨 겸 강사라고 해서 ‘개강사’라고 얘기를 합니다.

◇ 김혜민> 얼마 전 굉장히 유명한 프로그램에 강사로 서시면서 그런 말을 하셨더라고요. 탄생해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이 내 안에 만들어진 틀이 아니라 진짜 내가 하는 선택이 되면 행복하고, 행동을 실천할 때 내 삶은 바뀌게 된다. 

◆ 정철규> 이게 어려울 수 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자꾸 주위의 이야기와 충고 때문에 자꾸 뭐는 하면 안 되고, 안 되고 하는 그런 것을 스스로 만들어놨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을 모르고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뭘 하려고 하면 이거 위험해, 나이도 있는데, 이런 틀에 갇혀 있어서 못한 것들이 많았는데요.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남들이 한 이야기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자꾸 그게 쌓여서 제가 뭘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을 깨고, 진짜 그런 틀이 없었던 순수한 나로서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러면서 하나하나 도전을 하게 됐죠. 

◇ 김혜민>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게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감히 추측을 해보면, 사실 2004년에 데뷔하셨는데, 그 당시 개그콘서트의 위상은 대단했고요. 공채로 선발되셨으니 그 인기와 명예를 보장받은 자리 아닙니까? 거기서 활발하게 활동하셨는데, 슬럼프도 있었고요. 

◆ 정철규> 슬럼프 있었죠. 심했죠. 우울증도 있었고요. 남들은 1년 했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말해서 우울증을, 유명한 강의 프로그램에서도 얘기했지만, 완벽하게 벗어났다고 말씀드리는 기간이 10년 정도는 고생한 것 같아요. 변하기 위해 상담도 받고, 제 스스로도 노력을 정말 많이 했어요.

◇ 김혜민> 그러니까 그런 안정적인 자리에 있었던 본인 자신을 벗어나기 위해서 본인 스스로를 깨야 하는 자기만의 감옥이 많았을 것 같아요. 

◆ 정철규> 그 틀이라고 말씀드린 것 중에서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 틀이 그거였어요. 블랑카 끝나고 나서 개그맨들이나 PD님, 작가님들이 너 블랑카를 계속하다 보면 너는 그거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이 된다. 

◇ 김혜민> 워낙 캐릭터가 강했으니까요.

◆ 정철규> 그래서 제가 그런 것을 안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다문화 관련된 것이라든지, 외국인 근로자에 관련한 TV나 행사는 일절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자꾸 배제하는 것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런데 그것도 결국은 주위 사람들의 얘기였지,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왜 나는 내가 선택하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에, 남이 나를 선택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 깨기 시작했죠.

◇ 김혜민> 블랑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애증이라고 표현을 해도 될까요?

◆ 정철규> 그때는 그랬어요.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뭘 하려고 하면 자꾸 그것에, 제가 드라마도 찍고, 영화도 찍고 했는데요. 드라마 섭외가 왔을 때 혹시 스리랑카에서 온 블랑카 역할이면 조금 그렇습니다고 했더니 스리랑카에서 온 블랑카 역할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해서 갔더니 태국에서 온 붕타오 역할을 주더라고요. 또 영화도 스리랑카에서 온 블랑카가 아니라고 해서 찍으러 가니까 필리핀에서 온 경호원 역할이고, 늘 그런 식이었거든요. 제가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감사한 일이거든요. 개그맨 정철규라고 얘기했을 때, 가수로 치면 히트곡인데 히트곡 없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런데 나를 대표할 수 있는 히트작이 있는 것을 저는 자꾸 벗어나려고 하고, 지우려고 했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제 인생에 그런 게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죠. 어린 나이에 감사할 줄 몰랐던 것 같아요.

◇ 김혜민> 청취자분들이 문자로 “처음 개그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정말 외국인인 줄 알았어요.” “저 블랑카 씨 팬이었는데, 라디오에 안 나와서 섭섭했어요. 자주 나와 주세요,” 하고 청취자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고 계세요.

◆ 정철규> 그때 당시 제가 무대에 섰을 때 제일 먼저 KBS 게시판에 어떤 화난 한국 사람이 썼던 글이 생각납니다. KBS 공영방송인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 무대에 세워놓고 장난칩니까? 

◇ 김혜민> 그럴 때 마음이 어떠셨어요? 왜냐하면, 사실 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낯을 블랑카라는 캐릭터로 무대에서 하셨는데요. 여러 오해를 많이 받으셨잖아요?

◆ 정철규> 네, 일단은 사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그분께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오해를 풀어드렸고요. 

◇ 김혜민> 희화화한다는 것에 대해서는요?

◆ 정철규> 그런데 그게 희화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물론 있는데, 대부분 다수, 90% 이상은 블랙코미디. 풍자하는 대상을 누군지 보면 되는 거예요. 저는 사장님, 강자를 공격했어요. 약자를 향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 김혜민> 그때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을 소재로 삼으실 때 여러 자료도 찾아보시고, 증언도 들으시고 하셨을 것 아니에요? 그런 작업들을 하셨어요?

◆ 정철규> 사실 그 당시 제가 자료를 찾기보다는 제가 이미 병역 특례라고, 군대 대신 공장에서 3년 일하면 군대가 면제되는 제도가 있어요. 거기서 외국인 근로자분들, 중국 근로자만 20명, 그리고 우즈베키스탄하고 동남아 근로자분들 열 몇 명하고 3년 동안 먹고 자면서 같이 일했어요. 그래서 저는 어느 누구의 자료보다 실생활에서 제가 봤던 게 3년이기 때문에 자신 있었어요. 자료도 물론 찾았지만,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직접 내 눈으로 본 3년의 실화를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너무 있었어요.

◇ 김혜민> 그렇군요. 본인이 느꼈던 본인의 아픔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다가가도록 유머로 승화한 거군요.

◆ 정철규> 제가 3년 동안 근무할 때, 처음에는 경남 창원에 있는 공장에 들어갔는데요. 외국인들하고 같이 일한다고 하길래 저는 들떴어요. 호기심도 많고 해서 외국계 회사에 일하는 것 같고, 여러 가지 기분이 들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몇 개월 동안 어린 나이에 본 모습은 굉장히 슬픈 현실들이 많았어요. 함부로 말하고, 당연히 반말하고, 욕하고, 심지어 때리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제가 그때 당시 21살 어린 나이에 형들이나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한테 욕하지 말아 달라, 이름 불러 달라고 했는데요. 그 당시에는 어린놈의 쓸데없는 소리라고 이야기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거든요. 제 의견을 묵살되고요. 그랬는데, 저라도 대우해주고 싶어서 이름 물어보고, 그 나라 말로 형이나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실천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제대하고 제가 개그맨이 원래 꿈이었기 때문에 개그맨이 되면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처럼. 그래서 했는데, 조금 수정해야 할 게 처음에 개그콘서트에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는 개그콘서트 PD님께서 이게 너무 어두운 현실이다, 웃을 수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해서 사실 퇴짜 맞았어요. 그런데 폭소클럽 PD님께서는 이게 메시지도 있고, 좋은 내용인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우리한테 와서 보여 달라 하셨어요. 보여드렸는데, 그때 PD님이 코드가 좋았는지 웃다가 진짜 쓰러지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이게 메시지도 있고, 너무 좋다고 당장 이번 주 녹화하자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 김혜민> 블랑카의 캐릭터를 잡게 된 이야기 뒤에 정철규 씨의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됐습니다. 그때 21살, 아주 어릴 때였는데요. 그런 블랑카라는 캐릭터가 지금 마흔 살에 다문화 관련 강사 일을 하게 되는 시작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일은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 정철규> 그때 당시 제가 외국인 근로자 블랑카로 사장님 나빠요, 사장님 나빠요, 하다 보니까 두 달 정도 했을 때 전국의 중소기업 사장단 협회에서 사장님들이 방송국을 찾아왔어요. 그놈 데리고 오라고. 우리는 나쁘지 않다,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를 그렇게 대한 적이 없다. 그렇게 해서 조금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PD님하고 의논을 하다가 당분간은 사장님 나빠요를 배제하자, 그러면 뭘 할까 하다가 그러면 블랑카가 봉숙이를 만나서 결혼해서 다문화 가정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문화라든지, 잘못된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풍자하는 것은 어떠냐고 해서 블랑카의 다문화 가정을 만든 거예요.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는 제가 3년 동안 겪어봐서 아는데, 다문화 가정은 저에게 많은 정보가 없어서 그때부터 다문화 가정분들을 만나서 실생활을 듣고, 회의를 했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코너가 끝나고 나서도 그분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몽골에서 온 형님이 있는데, 그분도 몽골분이고, 한국 여성분과 결혼하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힘들어했거든요. 그분의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그게 인연이 돼서 가끔 만나고 하다가 결국에는 다문화 센터에 봉사활동도 나가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제가 그분들을 만나는 데 전문적으로 만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거예요. 이것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고, 조금 더 진정성 있게 오래 볼 수 있을까 했더니 다문화 이해 교육 전문 강사라는 자격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부해서 따게 됐어요.

◇ 김혜민> 그 자격증은 제가 보기에 머리가 좋다고 해서 다 딸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닐 것 같아요.

◆ 정철규> 그게 학교도 특정 학과를 나와야 했었는데, 심사 볼 때 저는 전자과를 나왔거든요. 그런데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놔두고 얘기할 때 블랑카를 빼고 얘기할 수 없잖아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면접 심사가 있었는데, 3인 1조로 들어갔거든요. 저하고 면접을 같이 봤던 분이 앉아서 면접관과 얘기하던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나요. 어떤 선생님께서 우리 조에 블랑카 씨가 있는 것을 보니까 조 편성을 잘못 받은 것 같아요, 이분은 이길 수가 없는 캐릭터잖아요,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면접관도 웃고, 저도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 김혜민> 그러면 지금 강사 활동을 하시는 게 이런 다문화 관련 강사 일을 하시는 거예요?

◆ 정철규> 정확하게 얘기하면 다문화 인식 개선.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에 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 개선을 위해 주로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요. 저는 개그맨 출신이다 보니까 가끔은 다문화 가정분들을 모시고 하죠. 그분들도 사실 제 말을 100% 이해 못 하시거든요. 그러면 레크레이션과 함께 섞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쪽으로 유도해서 시간을 만듭니다.

◇ 김혜민> 사실 우리나라 한 민족 국가다, 이런 이야기하면서 저는 배타성이 굉장한 나라라고 생각해요.

◆ 정철규> 우리나라만큼 우리라는 말을 쓰는 게 강한 나라가 잘 없는데, 사실은 제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단일 민족, 순혈주의라는 말을 썼거든요. 교과서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을 쓰지 않아요. 우리는 이제 다민족국가입니다. 어떻게 보면, 단일민족 국가라는 말도 써서는 안 되고, 위험한 생각인 거죠.

◇ 김혜민> 다민족. 이제는 그렇게 말을 할 만큼 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함께 살고 있거든요. 몽골에서 한국이라는 말이 무지개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만큼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분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데, 우리가 너무 많은 상처를 주고, 너무 불합리한 일들을 하는 것 같아서 늘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직접적으로 만나고, 특히 인식 개선 강사로서 어떤 부분이 가장 안타까우세요? 

◆ 정철규> 일단은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벌써 기존에 있는 한국 사람들의 잘못이기도 한 게, 다문화 가족조차 다문화라는 말을 안 좋아하게 되어 버린 거예요. 사실은 다양한 문화를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다양한 문화라고 얘기했을 때는 부정적인 인식이 없는데, 다문화 가정이라고 얘기하면, 어느 순간 한국 틀 안에서 만들어 낸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서 다문화 가족들도 다문화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한국으로 오시는 분들을 보면, 바로 넘어오는 경우보다 중국에서 중국분과 5년, 10년 살다가 한국으로 와서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분들이 중국분들과 같이 넘어왔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인데, 그분들조차도 다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세요. 그것은 뭐냐면,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 낸 다문화 가족이라는 인식 자체가 우리가 잘못 만들었다는 거죠. 이것은 정말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건데, 그러다 보니까 아직 갈 길이 멀다.

◇ 김혜민> 처음에 블랑카 하시고, 이런 코미디 할 때에 비해 한 발자국도 못 나갔습니까?

◆ 정철규>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요. 사실상 한현민이라는 친구가 방송에 나오면서부터 인식 개선이 많이 되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해요. 궁극적으로 제가 늘 어디 가서 말씀드리는 것은 다문화라는 말도 아까 말씀하셨지만, 없어져야 할 말이거든요. 구분 짓는 거잖아요. 어느 가정은 그냥 가정이고, 왜 여기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거죠. 그래서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것은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나서 우리가 정말 나중에 쓰게 될 때는 우리 사람, 지구인과 외계인이 결혼했을 때 그때 다문화라고 쓰는 게 어떨까, 하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 김혜민> 맞는 말이네요. 작년이죠. 저희 난민 문제 때문에 굉장히 시끄러웠을 때 저희 경제 프로그램에서도 난민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다뤄야 하나 기자님과 하는데, 기자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제가 3D 얘기도 했지만, 사실 한국 사회에서 어렵고, 힘든 일들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해준다. 그 인터뷰 나가고요. 항의 전화 엄청 받았어요.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오히려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저 깜짝 놀랐어요.

◆ 정철규> 참 민감한 부분이기는 해요. 물론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면, 우리 인식조차도 3D 업종에서 일하는 분들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냥 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와서 어떤 업종에서 일하든 외국인 근로자인 거예요. 예를 들어서 다니엘 헤니도 외국 출신인데, 한국 와서 일하고 있으니까 외국인 근로자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자꾸 우리 인식은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면, 뭔가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넘어와서 3D 업종에서 일하는 분들은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는 경향이 있죠.

◇ 김혜민> 이미 갑과 을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군요?

◆ 정철규> 그렇죠. 어떻게 보면, 갑과 을이라는 것도 없이 샘 해밍턴도 어떻게 보면 외국인 근로자인데, 그렇게 생각 안 하잖아요. 그런 거죠.

◇ 김혜민> 이제 ‘개강사’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셨고, 하지만 과거 본인의 경험을 십분 발현해서 하고 계시단 말이에요. 어떤 강사, 어떤 메신저가 되고 싶으세요?

◆ 정철규> 저는 제가 강의할 때도 강의 내용 중에 그런 것도 많아요. 우리 대한민국의 다문화 가정 수가 100만이고, 외국인 주민 수가 100만이라서 합치면 200만을 넘어가고 있다. 1년에 몇 %씩 증가하고, 어느 지역에 많고, 이런 건데요. 이런 지식 전달은 사실 저는 웬만하면 하지 않거든요. 제 생각에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냥 제가 경험했던 것들, 제가 만나 왔던, 그리고 제가 같이 지내면서 겪은 그분들의 이야기,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전달해드리려고 해요.

◇ 김혜민> 강사 하시면서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사분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으로 생계를 하시는지, 아니면 무대에 다시 서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 정철규> 저는 개그맨 일은 계속하고 있고요. 그리고 강사로서는 다문화 이해 교육 전문가로 여가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인데요. 거기서는 1회당 강의비가 20만 원밖에 안 돼요. 제가 강의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강의가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사실상 그것을 생계는 어려운데, 그 부분도 저하고 같이 작년에 교육 이수를 끝낸 다른 강사 선생님들과 얘기해보면, 생계로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건수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 김혜민> 그런 부분도 보장해주고, 저는 보장되어야 많은 분들이 전문적, 공익적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정철규> 그게 얼마 전에 몽골 출신 버트가 선생님과 했던 얘기에요. 이게 조금 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이 됐으면 정말 우리가 더 활발하게 인식 개선을 위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인식 개선 선생님들 대부분은 일과 병행해서 다른 일을 해야지만 생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그 부분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김혜민> 왜냐하면, 작년에 제가 자살 관련 취재를 했는데, 자살 유가족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강사가 자살 유가족들이에요. 그런데 그분들이 강의를 하면서 생계가 유지된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위로하는 공익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거거든요. 예를 들어 다문화 강사도 다문화 분들이 직접 하실 때 파급력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분들에게 새로운 직업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까지 이루어질 때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철규> 그렇죠.

◇ 김혜민> 마지막으로 우리 청취자분들께 인사 말씀해 주시겠어요?

◆ 정철규> 네, 이렇게 경제 프로그램에 와서 개그맨이 웃겨야 한다는 조금의 부담은 있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저의 진정성을 얘기할 수 있게 유도해주셔서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풀고 가는 것 같아 감사하고요. 아까 팬이었다, 나와 줘서 반갑다, 자주 나와 달라, 이런 말씀해 주셨는데, 너무 감사합니다.

◇ 김혜민> 5540님도 “진짜 좋아했는데, 왜 TV에서 사라지셨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돌아와 주세요.” 이렇게 올리셨고, 0805님은 “정철규 님 멋지게 변신하셨군요.” 이렇게 보내주셨고요. 다른 분은 “생생경제 들으며 새로운 정보 오늘도 알게 됐네요. 한국인이셨군요.”

◆ 정철규> 제가 진짜 외국인으로 오해받아서 제가 차별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차별을 받은 당사자로서 다문화 교육 전문 강사로 할 이야기도 많은 게 얼마 전에도 제가 수원에 있는 정형외과에 가서 대기하고 있는데요. 원무과 어떤 분이 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니까 옆에 계시던 분께서 왜 사진을 찍냐고 해서 저분 개그맨 블랑카 씨다, 하니까 어, 진짜네? 하시더라고요. 저보다 어려 보이셨거든요. 저를 보더니 반말로 블랑카야, 안녕? 하더라고요. 옆에 그분이 반말하시면 어떡하냐고 하니까 그분이 죄송해요, 저 외국인인 줄 알았어요, 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또 한 번 저는 그런 거죠. 저한테 반말하는 건 상관없어요. 그런데 외국인인 줄 알았다는 말은 뭐냐면, 외국인이면 반말해도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도 조금은 외국 사람에 편하게 반말하는, 소수겠지만, 그런 문화가 점점 개선돼서 결국에는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혜민> 개그맨 정철규 씨의 더 멋진, 더 깊어진 웃음과 강의를 기대합니다. 오늘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정철규>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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