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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똑바로보기] "인터넷 댓글, 여론으로 봐야하나" -안호림 인천대 교수 19년 3월 2일(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3-04 15:18  | 조회 : 4222 
조현지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호림의 미디어똑바로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인천대 교수와 함께 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조현지 아나운서는 기사 볼 때 댓글까지 읽는 편인가요?

조현지 아나운서: 아무래도 그렇죠.

안호림: 주로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보는 분들은 댓글도 읽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그러다 보니 댓글이 가진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지난 주에 다루었던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의 재판은 네이버 댓글 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시키려 했다는 혐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자연스레 들 수 있는 생각은 과연 인터넷 댓글을 여론이라고 볼 수 있는지, 과연 댓글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지난주에는 재판보도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는데요. 오늘은 인터넷 댓글과 여론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인터넷 댓글 조작은 최근 계속 이슈가 되고 있죠.

안호림: 맞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은 MB정부 시절에 있었던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입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등으로 부르지만, 사실 국정원 뿐 아니라 국방부 직속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령부, 경찰청까지 관련된 사건입니다. 국내의 정보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해서 온라인 여론조작을 한 것인데요.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등이 실형을 받았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과연 인터넷 댓글은 여론일까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던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안호림: 인터넷 댓글이 여론이다 아니다를 답하기 전에 먼저 여론은 무엇인가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여론을 다수의 생각, 욕구, 필요로서 특정 이슈, 문제에 대한 국가, 또는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의견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줄여 말하면 다수의 의견인데요. 이렇게 정의된 여론은 여론조사 결과와 같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과 같은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 거죠?

안호림: 여론이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합한 것과 다르다고 보는 견해도 있잖아요.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크다는 거죠. 여론이란 단순히 찬성, 반대 숫자 이상의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형태의 여론은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정보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비판과 토론과정을 통해 형성되는데요. 여론조사는 단순히 찬반 숫자만을 보여줄 뿐, 여러 사람의 공통된 의견, 의지로서의 여론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응답자 중에는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죠. 평소에는 해당 사안에 관심이 없어서 의견이 없거나 약한데, 설문조사를 하니까 찬성, 반대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거든요.

조현지 아나운서: 댓글을 과연 다수의 의견이라고 봐야 하나.... ?

안호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과연 인터넷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냐 입니다. 통계를 보면 인터넷에서 댓글을 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데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석달 동안 단 한번이라도 댓글을 작성한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에 불과합니다. 8%중에서 일주일에 1번 이상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26.5%입니다. 그러니까 전체 응답자의 2.1% 수준 밖에 안되는 거죠. 자주 댓글을 다는 사람(일주일에 4회 이상)은 약 0.5% 밖에 안됩니다. 언론진흥재단의 조사결과에서도 1년 동안 댓글을 한 번이라도 단 사람은 11% 정도 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댓글 자체는 소수의 의견이라고 봐야겠네요. 하지만, 댓글을 직접 달지는 않지만 추천이나 공감을 누르는 사람들도 댓글 내용에 찬성한다는 뜻이잖아요.

안호림: 그렇죠. 반드시 댓글을 써야 그 사람의 의견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겠죠. 그건 오프라인도 마찬가지일텐데요. 자신의 의견을 큰 목소리로 떠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 좋다, 싫다 정도의 찬반 표시만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그렇게 볼 때, 찬성 공감수가 많은 댓글은 추천을 누른 사람들의 숫자만큼 의견은 대표한다고 봐야되는데요. 물론 댓글 클릭수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겠죠.

조현지 아나운서: 댓글을 많이 다는 사람들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지 알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을텐데요. 다른 인터넷 이용자들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지, 아니면 보다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를요.

안호림: 안타깝게도 그건 정확한 통계가 없습니다. 연령, 학력, 성별 같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대해서는 조사된 바가 있는데, 정치적 성향에 대한 자료는 못 찾았습니다. 하지만 추측은 가능합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이나 정치 사안에 대해 자기주장을 자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좀 더 극단적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개 의견이 강해야 주장도 활발하게 펼친 가망성이 더 크거든요. 댓글을 자주 다는 사람들은 시사문제에 관심도 많고, 뉴스도 많이 보고, 자기주장도 많이 할 것으로 판단되고, 정치적으로도 일반인들에 비해 더 진보적이거나 더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하나 더 확인해야 될 것은 댓글을 정말 많이 읽는지 문제겠죠? 실제로 사람들이 댓글을 자주 읽나요?

안호림: 조사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댓글을 읽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언론진흥재단 조사에 의하면 기사를 읽고, 댓글까지 읽는 사람의 비율은 응답자 중 70.1%나 됩니다. 전체 온라인 뉴스 이용자의 2/3가 넘는 사람이 댓글을 읽는 건데요. 그런데 전체 댓글을 다 읽는 게 아니라 소수의 인기 댓글만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댓글을 읽는다고 대답한 사람의 35.4%가 상위 2~3개의 댓글만, 40.4%가 상위 10개 정도만 읽는다고 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경우 기사보다 댓글을 먼저 읽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댓글을 읽어보고 흥미 있을 내용이라고 생각되면 기사를 읽는 거죠.

조현지 아나운서: 결국 댓글 순위조작을 하려고 시도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네요.

안호림: 맞습니다. 사람들이 인기댓글만 집중적으로 읽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높은 순위에 있으면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이런 경향은 댓글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닌데요. 사실 영화, 드라마, 음악, 책과 같은 문화상품에서도 쉽게 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기 순위 상위에 있는 작품들을 주로 찾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끔씩 인위적으로 순위조작을 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어떤 글을 읽는 것과 그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이 바뀌거나, 더 강해지거나 하는 건은 별개의 문제일 것 같은데요, 과연 댓글을 읽는 게 읽는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미칠까요?

안호림: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듭니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영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기사와 댓글 중 어느 게 독자의 태도에 영향을 더 미치는지 연구한 논문에서 댓글이 기사보다 더 영향이 크다고 나왔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긍정적 댓글을 읽은 이들이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댓글을 읽은 사람들에 비해 긍정적인 논조의 댓글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댓글 때문에 의견이나 태도가 바뀌는 건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서만 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댓글 때문에 의견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연구도 있어서 아직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드루킹 사건 이후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자, 댓글을 아예 폐쇄하자는 의견도 나오잖아요. 이는 아마도 댓글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에서 일 것 같던데요.

안호림: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일반인들은 댓글이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한 시장조사기관이 실시한 댓글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1.6%가 댓글이 영향이 있다고 믿고 있는데요. 그래서 댓글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포털 댓글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62.6%입니다. 댓글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75.4%가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인터넷 댓글은 문제가 된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안호림: 포털이 댓글을 포기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매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서입니다. 포털이 수입을 올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는 광고인데요. 사람들이 많이 봐야 기사에 붙는 광고단가가 올라갑니다. 댓글이 많다는 것은 기사가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었다는 증거 중 하나잖아요. 댓글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이 더 기사를 찾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포털의 광고수입이 게시물의 노출수에 의존하는 한 댓글을 없애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해외는 이런 문제가 없나요? 우리나라만 유독 문제가 심각한 건가요?

안호림: 외국도 악성 댓글 문제는 계속 있었습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미국공영라디오 방송인 NPR은 아예 댓글을 폐지했는데요. 뉴욕타임즈처럼 기사의 일부에서만 제한적으로 댓글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댓글문제는 한국이 외국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온라인 뉴스를 포털을 통해 봅니다. 온라인 뉴스 유통이 독과점 양상을 보이는거죠. 그러다보니 기사에 달리는 댓글 수도 많을 경우 1만 개를 넘어가기도 합니다. 외국은 대개 직접 매체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기사를 읽습니다. 구글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접속하게 되죠.

조현지 아나운서: 인터넷 댓글도 여론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보죠.

안호림: ‘인터넷 댓글 자체가 여론이다, 여론을 대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론에 대한 정보를 단편적으로나마 알려주는 기능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은 항상 조작위험성에 노출되어 있고, 전체 의견을 잘 대변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댓글의 폐해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긍정적인 역할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TV, 라디오, 신문이 여론을 독점하던 시대와 비교할 때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게 가능해습니다. 그 결과로 의견의 다양성이 크게 높아졌고, 각종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활발해졌습니다.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같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터넷 댓글도 어떻게하면 긍정적인 면을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인터넷 문화는 네티즌들에게 달려있는게 아닐까..싶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사실 오늘이 안교수님과 마지막 방송입니다. 서운하지만 안교수님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호림: 매주 원고를 준비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제게는 소중하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열심히 들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안호림 인천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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