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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태극기 부대 호칭은 잘못, 극우 반정부 시위대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2-21 09:36  | 조회 : 5960 
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2월 21일 (목요일) 
□ 출연자 : 전우용 역사학자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주옥같은 칼럼, 오디오칼럼 보내드리는 시간입니다. 아침을 여는 키워드, 목요일 오늘은 역사 편입니다. 출발새아침의 역사 선생님이죠.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님, 나오셨습니다. 박사님, 어서 오십시오!

◆ 전우용 역사학자(이하 전우용): 네, 안녕하세요.

◇ 김호성: 최근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보면 말이죠. 극우성 발언이 참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심지어 ‘빨갱이’란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 중심에 태극기부대가 있었어요. 박사님, 지난 한국당 전대 합동연설회장 현장 막말 논란, 어떻게 보셨는지요?

◆ 전우용: 글쎄, 좀 너무 옛날 고리타분한 이야기 같지만 공자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정치란 바로잡는 것, 정자정야(政者正也) 굉장히 유명한 말이죠, 라고 이야기했고요. ‘무엇을 바로잡으시겠습니까?’라고 제자가 물었더니 ‘가장 먼저 바로잡고 싶은 것은 말이다, 말을 바로잡아야 세상이 바로잡힌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공자 시대 벌써 3000년 전의 이야기니까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오랜 세월 변치 않는 정치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사회에나 극단적 주장, 극단적 요구, 그리고 몰상식하거나 패륜적 요구를 하는 사람들은 있어왔어요. 그건 막을 수가 없죠. 그런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 사회의 극단주의로부터 상식 기반을 지켜내고 또 언어와 언행이죠. 전반의 품격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그 안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정치의 기본을 다 깨버렸다. 막말에다가 거친 언행, 심지어 패륜적 욕설까지, 좀 많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봤습니다.

◇ 김호성: 안타까운 것은요. 그 같은 분위기의 중심에 태극기를 흔드는 분들, 흔히 요즘 우리 사회에서 태극기부대 이렇게 표현되는데. 태극기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떻게 보면이 아니라 그냥 국가의 상징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것이 그렇게 부정적인 현장에서 거론돼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 전우용: 태극기가 국민통합의 상징이고 국가의 상징이니까 누구나 들 수 있죠. 어떤 집단이나 들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거기에 자신들의 제한된 요구를 담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런 행위 자체에 대해서 국가 상징물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주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분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언론에서도 심지어, 말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줘야 할 언론에서도 그냥 편하다고 태극기부대라고 부르는 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부대는 또 군대용어잖아요. 무슨 마치 얼핏 들으면 한국군 특수부대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그런 이름이거든요. 본인들이 원하는 게 그런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일단 그분들이 태극기뿐만 아니라 또 사실 성조기도 들고 나오고, 어떤 때 집회 보면 이스라엘기나 일장기까지 이제 심지어 나오는 걸 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이름을 붙이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고요. 

◇ 김호성: 그런데 그분들이 상징성을 좀 더 확산시키기 위해서 그러는 것 아니겠어요?

◆ 전우용: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요. 그건 이제 사실은 태극기, 조금 있다가 말씀 더 하시겠습니다만, 태극기의 역사가 좀 그런 면이 있어요. 그런 행위들을 부추기는 면이 좀 있는데요. 이를테면 계속 그렇게 그분들은 자기 스스로 주장하잖아요. 자기들이 진정한 애국세력이다. 태극기를 사랑하고 애국가를 사랑하고 나라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자기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반국가주의 세력이다. 이렇게 보고 있는, 그런 태도니까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거겠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에게 태극기의 상징성을 다 던져주는 것은 좀 굉장히 잘못된 일이죠. 

◇ 김호성: 역사선생님이시니까요. 태극기의 역사를 이 시점에서 한 번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기적으로 봤을 때 언제라고 우리가 생각해야 하죠?

◆ 전우용: 태극기는 기록상 탄생일은 1882년 8월 9일이에요. 기록상으론 그런데, 이걸 조금 더 뭐랄까요. 전문적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 깃발을 만든 건 아주 고대부터인데요. 깃발은 처음부터 어떤 용도로 쓰였냐면 바람의 세기, 풍속, 풍향을 측정하는 도구로 쓰였어요. 깃발을 들면 바람의 세기와 풍향을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서는 꼭 깃발을 만들어 휴대하거나 썼습니다. 그게 어디냐면 첫째가 전쟁터고요. 두 번째가 항해, 배였습니다. 여기는 바람이 워낙 영향을 많이 받는 일들이니까요. 그래서 힌두교에서는 바람신의 상징물이 깃발이고, 전 세계적으로 바람신을 섬기는 나라는 다 깃발을 써요. 우리나라에도 풍기대라고 해서 궁궐에 가면 옛날에 깃발을 꽂아놓고 바람신의 뜻을 읽는 그런 도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군기와 배, 함대기, 이게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었는데 17세기부터 국민국가가 만들어지면서 먼저 영국에서 유니온잭이라고 하는 국기가 만들어졌고요. 그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된 거죠. 그런데 국기는 처음에는 국민통합의 상징이나 이른바 애국의 상징이 아니고, 그냥 항해 시에 바다가, 전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의 배들이 항해하다 보니까 항해 시에 이 배가 어느 나라 소속이오를 표시하는 국적 표시 용도로만 사용이 됐어요. 그런 기능들을 해오던 차에 우리도 이른바 1876년 조일수호통상조약,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면서 잇따라 세계와 교섭하게 되니까 우리도 국가를 표시하는 뭔가 상징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1882년 수신사로 박영효가 일본에 가는 길에 그 배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걸었다고 해요. 그런데 누가 만들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설은 없습니다. 많은 경우는 박영효가 직접 그렸고 태극 8괘기를 그렸는데 그 배에 있던 영국인 선장이 너무 복잡하다, 4개를 줄여라. 그렇게 해서 4괘기가 됐다는 설이 가장 많은데. 그전에 고종이 초안을 그려줬다는 설도 있고요. 또 고종의 초안을 만드는 데 중국인 통역이 조언을 했다는 말도 있어서, 누구의 단독작품이다 이야기하긴 좀 어려운 형태입니다.

◇ 김호성: 지금 태극기의 모습이랑 다른 거였어요, 그때는.

◆ 전우용:  그러니까 애초부터 태극 4괘기였어요. 그런데 그 4괘의 순서, 위치, 그다음에 태극이 지금은 위아래로 돼 있잖아요. 그런데 좌우로 되어 있었고.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여러 차례 변했고요. 지금 현재의 태극기 도식은 또 해방 이후에도 태극기 도안확정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도식을 결정하는데, 지금 현재 태극기 도식을 만든 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기본적인 도안을 만든 것이 채택된 겁니다.

◇ 김호성: 태극기부대라는 명칭, 언론이 명명한 것에 대해서 의견도 지금 말씀해주시고 그랬습니다만, 지금 태극기부대를 어떤 세력으로 정의내려야 한다고 보시나요? 태극기부대라는 명칭은 저희들도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 전우용: 그런데 처음에는 이분들이 나와서 시위를 할 때, 그때 촛불집회가 있었고 맞불집회라고 불렀잖아요.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친박집회 이렇게 불렀어요. 제가 알기로는. 친박 시위대라고 쭉 불러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된 다음에는 친박 시위대라 하기에는 조금 이제 뭐랄까요, 초점이 흐려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랬는지, 이분들이 계속 태극기를 들고 나오니까 태극기가 가장 자기들의 대표적인 상징물처럼 쓰니까 그렇게 습관적으로 불러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거 우리가 1980년대에 전두환 정권이나 노태우 정권에서 반정부 학생시위대를 어떻게 불렀는지를 보시면, 학생들이 뭘 했든 간에 극렬좌경 반정부 시위대, 이런 식으로 불렀잖아요. 사실 이분들은 반대편에 있는 거죠. 극우 반정부 시위대, 극렬우경 반정부 시위대 이렇게 호칭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태극기 자체가 이분들이 정말 애국심의 화신인 것처럼 묘사할 우려가 있기도 하고요. 또 그분들의 주장이 광주 5·18을 부정하고 그러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 사회의 상식범위 안으로 편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일반 시청자들이, 또 일반 국민들이 용어에서도 자각할 수 있도록 그렇게 호칭을 붙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 김호성: ‘태극기부대도 엄연한 우리 국민의 일부이다’라는 주장과 관련해서, 그렇다면 이 같은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한쪽으로 모을 수 있는 어떤 통합의 리더십 이런 것들이 정치권에서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 전우용: 굉장히 중요한 문제죠. 언제나 통합 100%, 예컨대 전임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될 때 100% 국민통합 이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국민통합 이야기했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는 없거든요. 언제나 극단주의 또는 과도한 이념, 그래서 상식에 벗어나는 주장, 이런 것들은 어느 사회나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도수분표표상으로 보면 양극단에 이쪽 저쪽 해서 10% 정도는 정상성의 영역에 편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잖아요. 그것까지 다 통합해서 뭔가 만족할 만한 답을 주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 그래서 어느 사회에서는, 유럽 사회에서는 나치즘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게 그런 거거든요. 극단주의에 휩쓸리면 사회 전체가 광기에 휩싸인다고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런 극단주의를 걸러내기 위해서 심지어 유럽 같은 경우에서는 법으로 나치를 찬양한다든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부인한다든가 하면 아주 엄하게 처벌하잖아요. 그게 그런 몰상식한 논의들이 현실정치와 상식세계에 끼어드는 걸 막기 위한 거예요. 그건 사실 여론이 자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법으로 막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그걸 상식 선에서 끌어들여서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상대냐. 아니면 저것이 일종의 광기, 몰상식한 범주로써 우리가 좀 거리를 둬야 하는 것이냐. 이에 대한 판단을 정치권이 정확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 그 문제를 푸는 해법, 정치권에서 잘 고민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님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전우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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