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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똑바로보기] "5.18 망언 논란" -안호림 인천대 교수 19년 2월 16일(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2-18 11:12  | 조회 : 2222 
조현지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호림의 미디어똑바로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인천대 교수와 함께 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조현지 아나운서 5월하면 떠오르는 역사적 사건이 어떤 게 있을까요?

아나운서: 5월은 찬란하지만, 비극적인 근대사들이 모두 몰려있는 것 같습니다. 5.16, 5.17 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모두 5월에 일어난 사건들이죠.

안호림: 지난 8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과 보수단체가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씨가 북한개입설을 주장해서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요. 지만원씨 발표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인 이종명, 김순례씨 발언도 문제가 됐습니다. 공청회 이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행사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과, 발언자인 이종명, 김순례 의원을 국회에서 제명하자는 논의까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5.18공청회 파문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아나운서: 제명까지 추진할 정도면 발언 수위가 높았다고 짐작이 가는데요. 대체 어떤 말들이 나왔길래 이렇게까지 사건이 커진거죠?

안호림: 대부분의 언론에서 ‘망언’이라고 공공연히 비판할 수준의 발언들이 나왔습니다. 이종명 의원은 축사에서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며 다시 뒤집을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에 기초해서 첨단 과학화된 장비로 논리적으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란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발언만 놓고 보면 북한군개입설이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면서 5.18유공자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아나운서: 사실 5.18은 역사적인 사건이고, 이미 법률적인 판단도 끝난 일 아닙니까. 그렇다보니 여야 4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죠?

안호림: 행사장에서 나온 발언들이 알려지자마자, 공식논평, SNS,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만원씨 발언은 논할 가치 조차 없다고 밝혔고,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 씨의 발언에 동조하거나 지 씨보다 더 강한 어조로 5.18 민주화 운동과 유공자들을 비난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했습니다. 민주평화당도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기를 엄중경고’한다고 했고, 정의당은 ‘온전한 정신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한국당의 5.18 망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보수성향의 바른미래당 또한 ‘주최자나 발표자 모두 괴물같은 존재’라고 논평했습니다.

아나운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적절치 못한 대응도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안호림: 네, 자유한국당측의 뒤늦은 대응과 안이한 처사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MBC는 이번 사태가 커진 이유 중 하나가 한국당의 안이한 대응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청회 다음 날인 지난 9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는데요. 그런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덧붙여서 오히려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나 의원의 발언을 두고 SBS는 자유한국당이 비판을 자초한 꼴이라고 평했습니다. 한겨레신문도 ‘안일한 시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논란이 더 커지니까,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하면서 ‘이미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 끝없는 의혹제기는 곤란하다면서 수습에 나섰습니다.

아나운서: 이렇다보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청회를 주최하거나 발언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제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호림: 1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국회에 각 당 의원들이 서명한 징계안을 공동으로 제출했습니다.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는 최고수준의 징계를 추진하는 건데요. 징계안에서는 세 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발언을 통해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키고, 국민을 모욕했고, 나아가 민주헌정체제의 판단 자체를 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나운서 :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안호림 : 자유한국당은 같은 날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김병준 비대위장은 ’행사에서 발표된 내용이 매우 엄중하며 심각했다‘며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허위날조가 명백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서 징계절차를 밟기로 했습니다.

당의 공식적 입장과는 별개로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의 비판도 잇따랐는데요, 김무성 의원은 북한 침투설을 주장하는 것은 이 땅의 민주화 세력과 보수 애국세력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일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현재는 무소속인 서청원 의원은 5.18당시 조선일보 특파원이었는데요. 자신이 현장 취재를 9박 10일간 했는데 북한군이 왔다는 사실은 찾지 못했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국민행동본부 등을 257(이백쉰일곱)개 보수성향 시민단체들도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극악무도한 작태’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나운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은 사면초가 처지가 되었는데요. 결국 사과했죠?

안호림: 사과 했습니다. 김순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와전됐다며 유족들에게 사과했고요. 이종명 의원은 12일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상처받으신 분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법에 명시된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에 대한 검증과 다양한 의견 수렴은 국회의원의 기본 임무라면서 여운을 남겼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사과를 하긴 했지만, 5.18유공자 중에 가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고집했습니다. 그리고 5.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명단 공개는 법원이 사생활 침해 이유로 금지했거든요. 법원과 국가보훈처에서는 5.18뿐 아니라 다른 유공자 명단도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궁금하시는 청취자 여러분들도 있을까봐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아요. 북한군 개입설은 이미 여러 차례 조사가 이루어져 허위라고 판명된 것 아닌가요?

안호림: 맞습니다. 1989년 국회 청문회, 1996년 검찰 수사, 법원판결,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에서도 북한군 개입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에 국방부 조사 결과,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내린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전두환 전 대통령도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침투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요. 이순자씨도 지만원씨와 자신들을 연결시키지 말라고 했습니다. 미국 CIA도 북한 개입의 징후는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아나운서: 언론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요?

안호림: 중앙일간지들은 평소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들에 대해서는 ‘망언’수준이라는 반응입니다. 중앙일보는 10일자 기사에서 ‘정치권 뒤흔든 “5.18망언”이라고 제목을 실었습니다. 세계일보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모욕이자 망언이라고 기사 본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SBS는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했다‘며 망언이라고 표현했고요, MBC는 가짜뉴스로 판명난 것을 국민대표들이 퍼뜨리고 있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뜨이는 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입니다. 다른 신문들에서는 상세한 분석, 해설기사까지 나오고 있는데 비하면 이례적입니다.

아나운서: 그런데 나경원 의원이 역사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안호림: 역사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건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건 역사적 사건의 의의와 성격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거지 사실 자체를 다양하게 보자는 건 아니잖아요.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이거나 거짓이거나 둘 중 하나 밖에 될 수 없는 거죠. 이를테면 나치가 2차 대전 중에 유태인들을 집단학살한 것이나, 일본이 중일전쟁 당시 남경에서 대학살을 벌인 것은 역사적 사실이잖아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건 다양한 해석이 아니라 역사왜곡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나운서: 무엇보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것도 사석에서 한 말이 아니라 공개적인 장소에서 한 발언이잖아요.

안호림: 맞습니다. 정치권과 언론도 바로 그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두환 정권이 광주사태로 조작했던 것을 1995년 여야 합의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그 역사적 의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이잖아요. 국회의원은 특정 지역,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국민대표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기관인거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 발언은 국민적 합의를 무시했다고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1980년 5월 18일이죠, 이미 40년 가까이 지난 역사적 사건이 새삼스레 이슈가 됐던 한주였는데요, 마무리 말씀 부탁드릴게요.

안호림: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중 하나로 자유한국당이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을 의식해서 5.18문제에 어쩡쩡한 태도를 보여온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계산에만 연연하지 말고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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