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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똑바로보기] "화웨이 사태로 본 미중무역 갈등" -안호림 인천대 교수 19년 2월 9일(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2-11 09:48  | 조회 : 2102 
조현지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설 연휴 잘 보냈셨는지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조현지 아나운서 설 잘 보냈어요? 떡국은 드셨고요?

아나운서: (대답), 교수님은요?

안호림: 저는 간만에 잘 쉬었습니다. 떡국도 많이 먹었고요. 현지 아나운서 지금 세계에서 휴대폰 판매량으로 1위하고 있는 기업이 어딘지는 당연히 아시겠죠? 그럼 2위는 어딘지 아시나요?

아나운서: 1등은 삼성일건데, 2등은 어딘가요? 애플인가요?

안호림: 중국의 화웨이입니다. 작년 2분기에 애플을 추월했습니다. 이렇듯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한 화웨이가 최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미국의 압박 때문인데요. 화웨이의 부회장이자 화웨이의 설립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가 작년 12월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습니다. 멍 부회장의 체포는 미국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체포 이후 두 달 가까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미국이 지난 28일 화웨이 관계사와 멍 부회장을 기소하고 캐나다에 신병인도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아니라 중국과 캐나다입니다. 오늘은 화웨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캐나다간의 외교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멍완저우 부회장은 무슨 혐의로 체포된 건가요?

안호림: 멍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대이란 제재조치를 위반입니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회사인 스카이컴(Skycom)을 통해 이란과 비밀리에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스카이콤을 매각한 것처럼 미국 은행들을 속여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약 멍 부회장의 혐의가 인정돼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대 30년형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중형이네요.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한데는 화웨이 내에서 갖는 위치 때문이겠죠?

안호림: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립자인 런정페이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 언론사는 멍완저우를 ‘중국의 이재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멍 부회장은 1993년에 화웨이에 입사해서 2011년에 현재 직함인 최고재무책임자(보통 CFO라고 하죠)를 맡았습니다. 미국이 화웨이 후계자 체포를 요구한 것은 멍 부회장 본인보다는 런정페이 회장,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통신업계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체포는 캐나다에서 하긴 했지만, 미국과 맺은 협정 때문에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한 것일 텐데요. 막상 미국이 아닌 캐나다와 중국 사이가 나빠지고 있네요.

안호림: 여러모로 사드배치 문제로 우리나라와 중국이 갈등을 빚었던 일이 생각나게 하는 사건입니다. 미국과는 한창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어서인지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는 없었는데요. 대신 캐나다가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양국간의 외교관계는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금 현재 중국에 구금되어 있는 마이클 코브릭, 마이클 스페이버라는 2명의 캐나다인이 억류되어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중국당국이 이들을 체포한 걸 멍 부회장 체포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얼마 전에는 캐나다인 마약사범에게 사형까지 언도되지 않았나요?

안호림: 맞습니다. 로버트 슐렌버그(셸렌베르크라고 표기한 기사도 있습니다)라는 사람인데요. 지난 14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중급인민법원이 마약밀매혐의로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중국이 마약사범에 대해 엄격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2014년에는 한국인 마약사범 3명을 사형한 적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 판결이 보복이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슐렌버그는 2016년 1심에서는 징역15년형에 15만위안, 한화 2400만원 상당의 재산몰수형을 선고받았었습니다. 슐렌버그는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했어요. 그런데 작년 12월에 열린 항소심에서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하급심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열린 재판에서 사형까지 내린 것입니다.

아나운서: 보복이 아닐까 의심할만하네요. 캐나다 정부는 어떤 조치를 했나요? 당연히 자기나라 국민을 구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했겠죠?

안호림: 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이 중국당국에 관대한 처분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 법치는 행정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단호하게 거절했는데요. 이 때문에 양국 사이는 더 벌이지는 모습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 언론은 보복조치라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다름 아닌 캐나다 지상파방송사인 CBC에서 나왔습니다. CBC에 따르면 슐렌버그는 2012년에 캐나다에서도 마약밀매혐의로 16개월 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당시 재판을 맡은 판사는 슐렌버그가 밀매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중국은 이번 판결이 보복이 아니라 법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캐다나 방송의 보도를 보면 중국의 주장이 전적으로 거짓이라고만 보긴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나운서: 캐나다 시청자들이 그다지 좋아했을 것 같은 기사는 아닌데요. 미국의 멍 부회장 기소 결정에 대해 캐나다 언론의 반응은 어떤가요?

안호림: 캐나다 최대 일간지인 더 글러브 앤드 메일(The Globe and Mail)은에 실린 칼럼을 보면 보복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미국 당국이 멍 부회장을 기소하겠다는 입장이 단호해 보여서 극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는 보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기소결정에 대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물들의 면모를 들고 있습니다. 법무장관, FBI국장, 국토안보부 장관등이 참가했거든요. 이런 인물들 기자회견장에 동시에 등장한 게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이번 기소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보여주는 증거라는 건데요. 또 다른 일간지인 토론토 스타는 경제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실었습니다. 외교적 갈등 때문에 화웨이가 캐나다 내 5G사업에 참여를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화웨이. 캐나다 텔레콘 산업 모두 손해를 본다는 내용입니다.

아나운서: 미국의 이번 기소 결정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경제, 특히 IT기업들에 대해 미국이 견제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하겠죠?

안호림: 관련보도를 보면 대체적으로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기소는 지금 한창 진행중인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하지만 미국정부는 협상과 관련성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2020년에는 휴대폰 판매량에서 삼성을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 통신인 5G관련 분야에서는 가장 뛰어난 기술과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래서 미국이 화웨이를 압박하는 건 5G시장을 중국이 선점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아나운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미국, 중국간에 타협을 이룰 수 있을까요?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우리나라에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니까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데요.

안호림: 낙관론, 비관론 둘 다 제기되고 있습니다.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들은 양국간 분위기가 우호적이라고 보고 좋은 결과를 점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낙관적인 발언을 계속 내놓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2024년까지 1조달라 이상 미국 제품을 구매한다고 약속해서 무역불균형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관론도 있는데요.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위안화 환율 자율화 등 핵심 사안에서 양국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아나운서: 그러다 보면 무역협상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안호림: 많은 언론이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단 중국은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최근 미국이 중국의 특정 기업을 모독하거나 타격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영 활동을 말살시키려고 하는데’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도 캐나다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미국 당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무역협상이 잘 진행된다고 해서 화웨이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건지는 의문이 듭니다.

아나운서: 경제적 이유가 아니면 어떤 이유인가요?

안호림: 안보 문제와 첨단기술 도난 문제가 걸려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멍 부회장에 대해서 대이란 제재 위반 말고도 화웨이가 미국의 통신기업인 t-mobile의 기술을 유출하려했다는 혐의도 같이 걸려 있습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경계하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정권에서가 아니라 오바마 정부부터 인데요. 오바마 정부 때인 2012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화웨이·ZTE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화웨이를 중국정부와 공산당의 지령을 받아 운영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기업의 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도 침해하고, 이란과 같은 미국의 적대국과 수상한 거래까지 하는 기업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FBI도 2015년에 'FBI 대정보 전략 정보 문서’에서 미국과 영국은 중국 화웨이의 정보통신망 침투를 매우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작년에는 미국 정보기관들인 FBI, CIA, NSA가 공식적으로 미국 국민에게 화웨이와 ZTE 폰을 쓰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의심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적’으로 규정하는 수준아닌가요? 그런데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는 동안 손해를 본 건 화웨이가 아니라 애플이라는 기사도 있더라고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미국기업에도 손해를 미치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안호림: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가 미국 기업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습니다. 애플은 지난 2일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당초보다 5~9% 낮췄습니다. 애플이 분기 매출 전망치를 낮춘 것은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중국내에서의 아이폰 불매운동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화웨이가 몰락하면 미국 실리콘밸리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화웨이는 미국에 수출만 하는게 아니라 미국 기업으로부터 많은 부품을 구입하기도 하거든요,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업체의 36%가 미국기업입니다. 결국 미중 무역분쟁이 결코 중국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나운서: 미국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셧다운 사태에서 완패했다고 나오던데요.

안호림: 그 점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신문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번 기소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카드인 동시에 민주당과의 셧다운 싸움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미중 무역협상은 3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계속해서 이 사안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안이 국제 면을 보면 거의 매일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던데요, 우리 언론들의 보도 경향을 짚어주신다면요?

안호림: 비단 이번 멍 부회장 기소 건 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보도, 더 크게는 외신보도를 보면 언론사별로 별 차이가 없는 기사가 실립니다. 국제뉴스 부분은 어느 신문을 봐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좀 더 다양한 정보원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개 인용되는 신문이나 방송이 비슷비슷합니다. 미국 기사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도 보이는데요. 그러다 보니 내용도 크게 차이가 없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캐나다 방송의 보도에 대해 기사화한 것도 우리나라 일간지나 방송사가 아닌 허핑턴 포스트였는데요. 그런 기사가 좀 더 자주 보이길 바랍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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