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인터뷰전문보기

[똑바로보기]"사법부의 떨어진 신뢰, 제대로 살펴보기!"-안호림 교수 6/16(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6-19 17:42  | 조회 : 1949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6월 16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6월 셋째주 <안호림의 미디어똑바로보기> 시간입니다. 인천대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안호림: 이번주는 세상의 이목이 온통 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에 몰려 있어서 그런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중요성이 큰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주목을 덜 받는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인데요. 오늘은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사건이 세상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한참 전이었죠?

안호림: 2017년 3월 6일 대법원이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는 판사들의 모임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에 부임예정이었던 이탄희 판사에게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3월 25일로 예정된 판사들의 학술행사를 축소할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이판사가 거부하자 일선법원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사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자체 진상조사위가 꾸려져서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조사가 한창이던 4월 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보도되어 사건이 커졌습니다.

아나운서: 조사결과는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것이었죠?

안호림: 맞습니다. 진상조사위는 4월 18일에 ‘법원행정처가 일부 사법행정권 남용을 했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실체는 없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법원 안팎에서 조사가 충분치 못했다며 추가 조사 요구가 계속되었지만,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이를 거부했었습니다. 결국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재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아나운서: 어떤 점이 미진해서 추가조사가 이루어진 것인가요?

안호림: 1차 조사에서 조사단이 사건과 관련된 법원행정처 컴퓨터와 이메일 서버 조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김소영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협조를 거부해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증거를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나운서: 추가 조사에서는 1차 조사에 비해 진전이 있었습니까?

안호림: 추가 조사에서는 법원행정처 전·현직 기획1심의관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컴퓨터와 저장매체를 확보해 조사했습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에 대한 대면조사도 진행됐습니다.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에서 특정 판사들의 동향을 조사한 증거들을 발견했습니다. 조사 대상들이 법원행정처가 추진하던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사찰의 의혹이 일었습니다. 게다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서 하급심 재판 동향을 파악하여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되어서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아나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과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나요?

안호림: 조사위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법원행정처를 통하여 법원에 원세훈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조속히 상고심을 진행하고, 전원합의체로 선고할 것’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법원행정처는 재판부와 사법부 내 동향을 파악하고 있고 향후 대응방향으로 ‘법률상 오류 여부 면밀히 검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실제 재판은 우병우 수석의 바람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나운서: 조사를 거듭할수록 의혹이 더 커지는 모습을 보이네요. 결국 추가 조사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한 번 더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안호림: 사찰 의혹을 넘어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김명수 신입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을 꾸려 다시 조사하기로 결정합니다.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지난 5월 25일 발표했습니다. 발표내용의 요지를 보면 첫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비판적 판사들의 성향 파악, 동향 조사가 이루어졌고, 둘째, 특정 재판과 관련해서 재판을 담당한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셋째,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로 모종의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상고법원은 무엇이길래, 대법원에서 그런 무리까지 해가면서 도입하려고 했습니까?

안호림: 상고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입니다. 상고심제도 개선은 사법부의 오랜 숙원사업입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1년에 처리해야하는 상고심 사건은 2017년의 경우 접수된 건수를 기준으로 4만 4천여건에 달했습니다. 업무과다인 것입니다. 상고법원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등과 함께 제시되었던 방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처럼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중 때마침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등이 상고법원 설치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대법관들도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해서 이를 추진한 것입니다.

아나운서: 3차 조사 결과는 의혹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 때문이겠죠?

안호림: 재판 거래에 대한 정황이 담긴 것은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서입니다. 문서에는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협조해온 사례‘로 24건의 사건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협력 대상 재판 24개 중 19건은 보고서 작성 당시 이미 판결이 났었지만 5건은 아직 진행 중이었습니다. 진행 중이던 사건 중 하나인 전교조 사건은 1, 2심에서 전교조가 노동부를 상대로 승소했는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뀌었습니다. 문제가 된 문건은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6개월 전에 작성되었고, 노동부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이 상고법원 추진에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자체로는 청와대와 실제 거래를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재판 결과를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입니다. 특별조사단이 문건을 공개한 이후, KTX 승무원들을 비롯해서 문건 속의 사건 당사자들이 재심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나운서: 세 차례에 걸친 조사가 있었는데에도 보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례적으로 변호인들의 시국선언도 있었습니다.

안호림: 특별조사단에게는 강제수사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협조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자료를 확보하는 데도 미진한 점이 있었습니다. 특별조사단은 재판 거래 정황 등 문제가 되는 문건이 410건에 달한다고 발표했지만 이중에 98건만 공개해서 의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나아가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명시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인사평가에서 불이익 같은 세밀한 점까지 들여다 본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추가적인 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를 사법부 내부에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이견이 분분합니다.

안호림: 사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었습니다. 애초 특별조사단이 형사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형사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혀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1일 열린 회의에서 ‘형사 절차를 포함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 차원의 고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 다수입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사찰 피해 당사자인 차성안 판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수사가 필요한데 고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무적, 타협적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정은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한 결과로 나온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과연 사법부를 검찰이 조사하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그것이 최선의 방책인가에 대한 검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언론들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요?

안호림: 언론사별로 태도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1차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블랙리스트는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추가 조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2차, 3차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이러한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사찰은 있었지만, 인사상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라고 것은 실체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반해, 한겨레, 경향 등은 1차 조사 때부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인사상 불이익 여부를 떠나 사찰이 이뤄진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아나운서: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안호림: 재판거래에 대해서도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언론사별 입장이 다릅니다. 조선일보는 6월 9일 ‘대법원장, '재판 거래' 없었다고 사실대로 선언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거래 대상으로 지목된 판결 대부분이 문건 작성 이전에 판결이 나왔다며, 재판 거래 의혹은 거짓 선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일보는 5월 27일 사설을 통해 청와대와 조율을 시도한 양승태 대법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수사 대상이라며 진실을 검찰수사나 국정조사, 특별검사 등을 통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나운서: 교수님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안호림: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입니다. 사법부는 존중되어야 하고,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해치는 행위들은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황입니다. 6월 1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63.9%가 사법부의 판결을 신뢰하지 않으며, 27.6%만이 신뢰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심지어 재판 결과 자체조차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일반 국민의 정서와 얼마나 괴리되어서 존재하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사법부의 권위를 더 이상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왜 사법부가 존중되어야 하고, 권위를 인정받아야 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위도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사법부의 위신이 국민의 권리에 우선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원인 조사와 후속 조치에 그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아나운서: 아무래도 언론학자이시니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의견을 안 여쭤볼 수가 없네요.

안호림: 의견과 시각의 다양성은 분명히 지켜져야 할 가치입니다. 하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과 관련해서 일부 언론의 보도는 개선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충실한 사실보도가 필요합니다. 일부 언론사들이 조사단의 발표결과를 보도할 때, 조사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의혹이 해명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독자들의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실을 누락시키는 것은 책임있는 언론의 태도라 보기 힘듭니다. 나아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면, 이를 틀린 의견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명쾌하게 해소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 정의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국민들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른바 ‘저신뢰 사회’라고 합니다.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비단 국가기관 뿐 아니라 언론도 포함됩니다.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에 충실한 보도, 균형 잡히고 공정한 보도, 권력, 자본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선 보도, 국민을 가르치는 게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보도가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북미정상회담와 지방선거의 열기 속에 자칫 다른 중요한 이슈가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오늘 방송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도 귀중한 말씀 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