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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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글 쓰는 부장판사 문유석”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1-12 10:34  | 조회 : 7496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1월 12일(목요일)
□ 출연자 : 문유석 부장판사, 작가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글 쓰는 부장판사 문유석”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잔뜩 책을 쌓아 놓고 책을 읽는 게 유일한 재미인 책벌레 소년은 커서 판사가 됩니다. 수많은 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이해했고, 판사 일을 하며 비로소 사람과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스스로를 말하는, 글 쓰는 판사 문유석. 당신의 전성기 오늘,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주인공입니다. 안녕하세요?

◆ 문유석 판사(이하 문유석): 안녕하세요.

◇ 김명숙: 판사, 작가, 칼럼니스트, 직업이 참 많으신데요. 그래도 판사님이라고 호칭을 해야겠죠? 본업은 판사시죠?

◆ 문유석: 편한 대로 불러주세요. 뭐든지 좋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으로 월급을 받고 있으니까요.

◇ 김명숙: 사실 오래전부터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지금 시간이 원래대로 하자면, 오전 30분 즈음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퇴근 시간이 넘어선 저녁시간입니다. 판사님께 섭외 부탁 전화를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만, 공직자이시다보니까 평일 오전 시간에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셔서 지금까지 미루다가,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전례 없는 사전 녹음을 하게 됐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공직자이시다보니까. 저희 프로그램 잘 아시겠지만,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잖아요. 오늘 프로그램에서는 문유석 판사님이 아니라 작가 문유석, 사람 문유석과 만나는 게 어떨까 싶어서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요. 괜찮으시죠?

◆ 문유석: 정확히 말하면 40대 후반 아재 문유석입니다.

◇ 김명숙: (웃음) 시작부터 좋은데요. 요즘 아재 개그라고 하는데, 개그가 아니지만 재미있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판사계의 유재석이다, 이렇게 문 판사님을 표현한 사람이 있는데요. 판사로서 개인적 유명세를 탄다는 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문유석: 아주 많이 부담스럽죠, 사실. 숨어서 글만 쓰면 출판사가 알아서 팔아주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책 냈을 때는요. 그런데 요즘은 아무도 책을 안 읽는 세상이기에 최소한의 인터뷰나 최소한의 책 소개하는 라디오나 이런 것들을 해달라고 출판사에서 하도 부탁하시더라고요. 그분들도 힘들게 저를 믿고 책을 만드시는 건데요. 그런 사정을 알게 되니 도와드리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약간 그런 것들을 했는데, 상당히 부담스럽더라고요.

◇ 김명숙: 튀는 것, 자기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평소 조심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 문유석: 직업도 그렇고 성향도 개인주의자라고 뻔뻔스럽게 선언을 할 정도로 그런 편이라서요. 남들과 으쌰으쌰, 이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알려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 김명숙: 그렇지만 인터넷 검색해서 보면, 굉장히 젊은 층에서도 인기가 많고요. 중장년층 팬들도 많더라고요. 판사님 책을 읽고서 쓰신 분들이 많아요.

◆ 문유석: 감사하죠.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황송할 뿐입니다.

◇ 김명숙: 우리 사회에 이렇게 개성보다는 신뢰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판사님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공직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조직 안에서 튀고, 특별한 사람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잖아요.

◆ 문유석: 모난 돌 정 맞는 사회죠.

◇ 김명숙: (웃음) 책을 많이 읽으시고 판사님이라 명확하게 한 마디로 정리를 잘 해주시는데요.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국가주의적인, 집단주의 문화 때문에 개인이 개성을 표현한다거나 튄다거나 하는 게 좀 경계되는 분위기인가요?

◆ 문유석: 어디나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들 입장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아직까지는 좀 미국이나 유럽, 서구의 개인주의에 기반한 문화권에 비해서는 집단 내에서 개개인은 좀 개성을 죽이고, 전체 집단의 질서와 목표에 맞춰야 하는 압박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런데 저희 청취자분들 대부분 중장년층이신데요. 판사님도 386세대라고 해도 될까요?

◆ 문유석: 그럴 수 있죠. 88학번이니까.

◇ 김명숙: 제가 왜 쭈뼛쭈뼛 질문을 드리냐면, 전혀 그렇게 안 보이셔서 깜짝 놀랐어요. 실제로 뵙고서요.

◆ 문유석: 피차일반이신데요? 청취자분들이 욕하고 계실 것 같아요. (웃음)

◇ 김명숙: (웃음) 칭찬하는 분위기는 좋습니다. 우리 세대, 선배 세대는 더욱더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았잖아요.

◆ 문유석: 그럴 수밖에 없는 힘든 시기를 겪기는 했죠.

◇ 김명숙: 그런 문화 때문에 대한민국 40, 50대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할까요,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는 한계라고 한다면 뭐가 있을까요?

◆ 문유석: 저도 법원에서 평생 일했기에, 20년째 일하고 있는데요. 결국 바깥 사회보다 직장 내에서, 법원 내 판사님들을 통해서, 선배님들을 통해 느끼는데요. 밖에서는 어려운 시험 되고 나름 명예나 여러 가지 지위가 높다는 식으로 부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솔직히 제가 안에서 본 바로는, 행복해하시는 분들이 별로 없어요.

◇ 김명숙: 왜 그렇죠?

◆ 문유석: 일이 많아서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40, 50대, 특히 남성분들 오랫동안 법관 생활을 하신 분들을 보면, 주어진 일과 법원 내에서의 조직 생활, 여기에만 매진하시니까 다른 취미나 사교, 다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지 못한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모든 직장인이 공통인 것 같아요. 특히 기업들은 더 할 것 아닙니까? 친구를 봐도 그렇고, 언제 정년이 될지 모르고 남들 다 승진하는데 자신은 탈락되면 어떻게 하나. 그렇게 되니 인사권자에게 찍히면 안 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개성을 드러내는 건 두려워하고. 하다못해 등산을 한 번 가든 회식을 가든 빠지면 안 되고. 밑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개성 강하고 자유로운 친구들이 계속 오는데, 중간에 껴서. 그러한 중간 관리자에 가까운 사람들이 40, 50대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한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래서 끼인 세대라는 말이,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세대를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살아남기 위해서. 좀 더 잘 살기 위해서. 어떤 것이 잘 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잘못하면 자칫 직장에서, 너무 튀면 찍힌다. 찍히면 진급도 안 되고. 그런 것 때문에 특히 남성분들이 더 그런 것 같습니다.

◆ 문유석: 그럴 수밖에 없었죠.

◇ 김명숙: 아마 이 얘기, 판사님들 말씀 들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책이나 칼럼, SNS를 통해 사회적 통념, 분위기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스스로 깨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중에 하나가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하신 것 아닌가요? 책도 그렇고.

◆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는데요. 판사가 개인주의자라고 하니까, 그 자체로도 안 맞아 보이지 않습니까? 욕을 엄청 먹을 각오로 썼는데요.

◇ 김명숙: 그 앞에, 합리적인 개인주의자가 붙으면 잘 맞더라고요. 뜻이.

◆ 문유석: 뜻이 좀 더 와 닿겠죠. 제가 어린 애가 아니니까. 이기주의나 사회로부터 벗어나서 혼자 동굴에 들어가서 살겠다는 게 아니고요. 그야말로 쉽게 말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반화된 것 같은,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쓴 겁니다.

◇ 김명숙: 너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한편으로 ‘너무 자기만 생각한다, 이기주의다.’ 이런 느낌도 받을 수 있어요. 절충하기 쉽지 않잖아요.

◆ 문유석: 합리적 개인주의. 제대로 된 개인주의라는 건 남의 자유도 존중해주는 거라고 봅니다. 다 같이 어울려 사는 사회인 것을 인정하고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곧 끝난다는 말이 있거든요.

◇ 김명숙: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끝나야 한다.

◆ 문유석: 만원 지하철이나 이런 곳에서 나 혼자만 편하게 있으려고 어깨로 밀어내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자유나 공간을 침해하는 거잖아요. 불편해도 나도 몸을 움츠리고 상대방이 편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면 지옥철이지만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겠죠. 합리적이라는 말이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만 혼자가 아니라 같이 개인의 자유와 행복과 어떤 공간을 누리자는 것이 거기에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김명숙: 합리적 개인주의자. 좋은 표현이며 그게 올바른 방향인 것 같습니다. 판사님께서 책도 많이 쓰셨잖아요.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 문유석: 이번에 나온 법정소설이 <미스 함무라비>.

◇ 김명숙: 그 내용도 판사님들 내용이잖아요. 여성 판사.

◆ 문유석: 초임 여성판사, 박차오름 판사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죠. 가벼운 내용이지만.

◇ 김명숙: 어떻게 이렇게, 판사 일이 참 많고, 딱딱한 느낌도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소설도 쓰시고. 여러 권 책을 쓰셨는지 궁금하네요.

◆ 문유석: 세 권째 썼는데요. 저에게는 이게 노는 거라서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등산가고, 누군가는 낚시 가듯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벌레였고 소설이나 영화, 만화 다 좋아하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하나 좋아하다 보면 참여하고 싶어지잖아요. 휴일이든 밤이든, 저는 올빼미 체질이라 밤늦게 잘 때가 많은데요. 밤 되면 센티해지고 생각이 많아지지 않습니까? 그럴 때 아무거나 쓰고는 해요. 그런 버릇들이 몸에 베여있었는데요. 그런 것들이 모여서 쉽게 쉽게 책을 쓰는 것 같아요.

◇ 김명숙: 쉽게 쉽게 책을 쓴다는 말도 저는 와 닿지는 않아요. 책을 읽는 것도 어려운데 쓰는 건 더 어려운데, 많이 읽으시고 쉽게 쉽게 써 내려 가면서, 또 공직인 판사 업무까지 잘 하고 계신지. 대단합니다.

◆ 문유석: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욕심과 야심이 없으면 되는 것 같아요. 이것으로 노벨상을 타려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문학 작품을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요즘 박진영 씨가 케이팝스타인가 어디에서, 말하는 듯이 노래하라. 이런 조언을 하던데요. 저도 그냥 읽어보시면, 수준 높지 않은, 수다 떠는 듯한, 친구에게 투덜대는 듯한 내용으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 김명숙: <미스 함무라비>라는 이번에 출간한 소설책이 여성 판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의로운 여성 판사 이야기를 다룬 법정 활극 같은 내용인데요. 현직에 있는 사람이 쓰는 소설책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생동감 있고 현실적인 표현들도 많고요. 사건 묘사도 많고요. 이 책을 통해 문 판사님께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 문유석: 사실 저도 영화, 드라마, 만화 다 좋아하는데요. 법정물이 많잖아요. 미국 드라마도 있고, 국내에도 있고. 보면 좀 현실과 너무 다른 것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어요. 우선 대한민국 법조인은 망치가 없습니다. 망치로 땅땅땅 한다고 생각하시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없거든요.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들부터 법정에 그런 드라마나 영화 나오는 사람들은 인간 같지가 않죠. 무표정한 기계처럼 앉아서, 그 사람의 고민이나, 그 사람이 거기에 앉아서 무슨 일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저희들도 고민하고 애환이 있고, 불평불만도 있고요. 직장 동료들과 술 한잔하면서 상사 욕도 하고. 똑같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한 번 묘사해보고 싶었던 게 큰 동기였던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지금 판사로서, 작가로서,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신데요.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으신가요?

◆ 문유석: 영화 시나리오도 써보고 싶고요. 만화 스토리도 써보고 싶고. 드라마도 써보고 싶고. 기회만 있으면 뭐든지 좋습니다.

◇ 김명숙: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 같고요. 뭐든지 다 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라면 멜로? 스릴러?

◆ 문유석: 멜로도 좋고 스릴러도 좋고 에로도 좋고 (웃음)

◇ 김명숙: 19금 에로 이런 거요? (웃음)

◆ 문유석: 그런 것도 써보고 싶죠.

◇ 김명숙: 궁금해지는데요. 문 판사님의 시나리오는 어떤 건지 궁금해집니다.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고요. 저희 오늘 이렇게 나와서 말씀을 나눠주시는데요. 중장년층도 마찬가지이지만, 청년들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좋아하면서 도전하는 판사님의 모습이 젊은층이나 중장년층에게 다 자극이 될 것 같은데요. 뻔한 질문이지만 20대 청년들에게 롤모델로서 한 말씀 하신다면 어떤 말씀이 있을까요?

◆ 문유석: 우선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지 못해서 늘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청년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이라면, 직업은 결코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 같아요. 직업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잖아요? 사람은 행복하려고 사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행복을 꼭 직장 내에서, 직업 내에서 꼭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버스 기사분인데 시인일 수 있고, 어부를 하시는데 동네 합창단에서는 멋진 바리톤일 수 있잖아요. 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잖아요. 직업은 자기 삶의 일부분이고, 그 이외에 봉사도 할 수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 분야에서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고, 어떤 것이든 한 사람의 정체성은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것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게 부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명숙: 너무 한 가지 정체성에 연연해 하지 말고. 이 답변을 듣다 보니까 판사님은 20대 때 어떤 청년이었기에 오늘날 이런 모습인지 궁금해졌습니다.

◆ 문유석: 저는 말 그대로 책벌레, 영화, 만화, 이런 것들 너무 좋아했어요. 스토리, 이야기를 만들고 듣는 것을 너무 좋아했는데요. 그런데 법대로 가서 고시 보고, 어떻게 보면 딱딱한 직업으로 흘러왔지만, 사람 인생에 어릴 때 꿈을 이룰 기회가 한 번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세컨드 찬스가 한 번은 더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책도 보고 그런 생각을 해왔으니까 나중에라도 그 기회가 있을 때 쓰게 된 것 같거든요.

◇ 김명숙: 기회가 한 번은 꼭 있을 것 같다. 두 번, 세 번씩 있으면 더 좋겠죠.

◆ 문유석: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겠죠?

◇ 김명숙: 저희 프로그램 이름이 <당신의 전성기, 오늘>입니다.

◆ 문유석: 딱 맞는 얘기네요. 짠 것 아닙니다.

◇ 김명숙: 판사님과 인터뷰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시 결심하게 되는데요. 새해가 되니까 결심할 것들이 너무 많네요. 어떤 것들을 다 이뤄낼지 잘 모르겠는데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잘 읽을 수 있을까요?

◆ 문유석: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 노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 읽는 것을 잘 안 하게 되는 이유가 뭔가 굉장히 남들이 다 보는 책, 어려운 책, 있어 보이는 책, 백종원 씨 표현으로 ‘고급진’ 책, 이런 것을 보려고 하니까 힘들고 안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만화책도 좋습니다. 만화를 얼마나 봤는데요. 지금도 주기적으로 한 번씩 가서 보거든요. 만화도 좋고 아주 재미있는 소설도 좋고, 가벼운 책도 좋고 그림책도 좋아요. 누가 뭐라고 하든 봤을 때 금방 빠져들어서 보게 되는 것 하나라도 찾아서 보고, 비슷한 것을 찾아서 보고. 그러다 보면 점점 보는 것들이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쉽게 시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쉽게 시작하고 좋아해서 하면 된다.

◆ 문유석: 좋아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죠.

◇ 김명숙: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회에 기대하는 것도 참 많잖아요. 특히 올해에 판사인 문유석, 또 작가인 문유석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무엇인지.

◆ 문유석: 무엇보다 다 같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특별한 소수의 사람만 행복한 것 말고, 다 같이 행복한 그런 사회가 되어야죠.

◇ 김명숙: 그런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문유석: <미스 함무라비> 소설 내내 나오는, 주인공이 외치는 슬로건 같은 게 있는데요.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맙시다.’ 이 얘기를 지하철에서 성추행범 잡으면서도 하고, 여러 반칙이 있는 곳마다 가서 이 친구가 얘기합니다. 우리 모두 권리를 가진 공화국의 시민들이니까 자기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그러기 위해서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할 줄도 아는. 이런 것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참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네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권리를 지키는 게 중요한데요. 청취자분들 가운데 주부 애청자분들도 많습니다. 가정주부,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면 여러 생각, 고민들이 많습니다. 주부가 아니셔서 이해가 잘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 문유석: 저도 전업주부와 살고 있습니다. (웃음)

◇ 김명숙: (웃음) 아 그러면 전업주부를, 아내분을 잘 이해하세요?

◆ 문유석: 잘 이해한다고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죠. 많은 대화와 지도, 편달을 받고 있습니다.

◇ 김명숙: 받고 계신 거군요. 아내분에게는 어떻게 하시나요?

◆ 문유석: 솔직히 아내에게 얘기를 들으며 느낀 점은, 오히려 가정주부들이 밖에서 직장생활에만 매진하는, 집집마다 맞벌이도 있고 다양합니다만, 전업주부들이 요즘엔 더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시는 것 같아요. 굉장히 활발하게, 학부형들 모임도 있지만 지역사회 모임도 있고, 본인들 취미나 동창 모임도 있고. 네트워크를 굉장히 다양하게 가지고 있더라고요. 스마트폰이나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돌아가는 사회도 더 빨리 취득하고, 그런 것에 대해 SNS를 통해 더 많은 의견 공유를 하고, 오히려 제가 많이 듣고 배우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더 활발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살림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살고 있는 지역 사회 같은 곳에서도 활동을 충분히 하시는 게 좋겠다,

◆ 문유석: 여러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애들 학교의 학부형으로서 참여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에서도 그렇고, 봉사도 참 많이 하거든요.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비영리 활동에서 공동체를 위해 좋은 일을 할 기회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본인들도 거기에서 행복을 찾고.

◇ 김명숙: 그러면서 스스로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면서. 합리적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면서. 왜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도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가 참 다를 때가 많아요. 거기에서 오는 갈등이 있거든요. 내가 내 일을 잘하면 되는데, ‘남들이 이것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그냥 도전하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 문유석: 제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제가 똑같은 고민을 할 때 누군가가 해준 말인데요. 아마 혜민 스님이 책에 쓰신 말인 것 같은데, ‘네 생각보다 다른 사람은 너에게 관심이 없다.’ 그게 굉장히 위안이 되는 말이더라고요. 그렇구나. 왜 나 혼자 오버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번째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이 두 가지 면은 인생 살아가는데 아주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 김명숙: 명쾌한 해답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애청자분들 가운데 중장년층, 문 판사님은 그야말로 판사라는 안정적 직업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잘 하면서 행복하게 사니까 쉽게 말할 수도 있지, 이러는 분들도 계실 수도 있어요. 중장년층들이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 혹시 걱정도 되는데요. 혹시 그런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응원의 말씀을 하실 수 있다면요?

◆ 문유석: 그 말씀이 맞기 때문에 제가 감히 응원하는 것이 건방지고요. 다만 이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동료나 선배, 판사님들 봐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어떻게 보면 우울증까지 앓는 분들이 많거든요. 결국 직업은 수단일 뿐이고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다음부터는 이겨내고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건 자기 싸움인 것 같습니다. 무책임하지만, 열심히 싸웁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런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명숙: 열심히 행복해지기 위해서 싸우자는 말씀. 이것은 정말 싸우자는 의미가 아니고 잘 살자는 말씀이시죠?

◆ 문유석: 자신과 싸워서 남들의 시선에 갇히지 말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얘기입니다.

◇ 김명숙: 정말 말씀 잘하십니다. 작가 맞습니다. 오늘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개인주의자 선언과 미스 함무라비 저자, 문유석 부장판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문유석: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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