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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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 94.5]유아인부터 남궁민까지... 악역이 떠야 작품이 뜬다-정덕현 문화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12-22 20:08  | 조회 : 3027 
[문화코드 94.5]유아인부터 남궁민까지... 악역이 떠야 작품이 뜬다-정덕현 문화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12/22 (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덕현 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 네. 안녕하세요.

◇최영일: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악역이죠. 기억에 남는 악역 있으세요?

◆정덕현: 굉장히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꼽으라면 <다크나이트>의 조커 역할을 했던 히스 레저나 <레옹>에서 확실한 악역 역할을 보여줬던 게리 올드만 같은 인물들이 떠오르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씨가 정말 소름 돋는 악역 역할을 보여줬죠. 또 <달콤한 인생>에서의 황정민씨도 짧게 나왔지만 굵직한 악역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었죠. 악역은 역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극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런 악역들이 있는 작품은 대부분 극적 긴장감이 어떤 다른 작품들보다 센 게 특징이죠. <악마를 보았다> 같은 경우에는 너무 끔찍해서 관객들이 꺼려하기도 했었던 작품이죠.

◇최영일: 보통 드라마에서는 악역이라고 하면 악녀 캐릭터가 하나씩 꼭 있지 않습니까?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주인공을 미워하고 그러잖아요.

◆정덕현: 드라마 장르에 따라서 악녀 캐릭터의 기능과 역할도 다 달라지는데요, 흔한 악녀 캐릭터들은 멜로드라마 속에서 남녀 주인공들을 갈라놓거나 그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입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오 마이 비너스>의 유인영씨 캐릭터 같은 인물이죠. 그런데 요즘은 멜로에서도 이런 단순 선악 구도식의 악녀 캐릭터를 피하려고 하죠. <그녀는 예뻤다> 같은 경우에 친구의 남자친구를 빼앗는 민하리라는 캐릭터는 악녀여야 하지만 사실은 후에 다시 친구로 돌아와 여주인공을 돕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멜로 이외에 복수극 같은 장르에서는 악녀들이 마치 남자들과의 전쟁을 치르는 모습을 보여주죠. <아내의 유혹>의 점 하나 찍고 변신해 남편을 유혹하고 복수를 하는 민소희 캐릭터가 그렇죠. 남자들과 대결구도를 만들고 그들을 힘들게 만드는 악녀들로 <야왕>의 주다해 같은 캐릭터가 있는 반면, <선덕여왕>의 미실이란 캐릭터는 악녀이면서 선덕여왕의 정치 스승 같은 역할도 보여줬죠. 그만큼 악녀 캐릭터들도 참 다양해졌다고 보입니다.

◇최영일: 올해 영화 속에서 가장 사랑받은 악역 캐릭터라면 역시 베테랑의 조태오. 유아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에는 재벌 2세, 3세를 악역으로 그리는 경우가 상당하던데요?

◆정덕현: <베테랑>의 조태오 캐릭터는 올해 최고의 악역이 아닐까 싶은데요, 재벌3세, 갑질, 금수저 같은 지금의 대중들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다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캐릭터였습니다. 현실 어디선가 봤던 인물들을 모아놓은 듯한 캐릭터여서인지 대중들이 느끼는 실감은 훨씬 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상 1천만 관객을 넘긴 <베테랑>의 힘은 이 조태오라는 악역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말씀하신대로 최근 들어 재벌2세, 3세가 악역으로 많이 등장하는데요,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씨가 그랬고 <화려한 유혹>의 김호진씨 캐릭터가 그렇습니다. 또 <리멤버-아들의 전쟁>이란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남궁민씨는 드라마판 <베테랑>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조태오와 유사한 공분을 일으키는 캐릭터죠. 이렇게 된 건 아무래도 지금 현재 대중들이 재벌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탓입니다. 갑질 논란이나 금수저 논란에서 대중들은 재벌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죠. 드라마나 영화 같은 허구를 통해서나마 그 불편한 마음을 통쾌하게 뒤집고픈 욕망이 이들 악역 캐릭터에 들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영일: 역사극에도 악역이 등장하죠. 영화 암살의 이정재나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 박혁권, 홍인방 전노민.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줬죠?

<암살>의 이정재는 우리에게 민감한 친일파의 전형을 보여줬죠. 대중들은 여전히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하곤 하는데요, 그만큼 공분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강력한 악역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육룡이 나르샤>는 특이하게 도당 3인방이라는 악역을 내세웠는데요, 흥미로운 건 그 악역에 해당되는 역사적 인물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여겨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들 캐릭터를 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인겸, 길태미, 홍인방이 그들이죠. 이렇게 이름을 바꿔 가상인물로 세운 건 이들의 악행을 더 극적으로 그려내기 위함입니다. 만일 실제인물로 세우면 여기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죠. 요즘은 후손들의 소송도 만만찮은 저항으로 나타나거든요.

◇최영일: 악역을 통해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혹은 무명이었던 배우가 재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도 하고, 또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할때 악역을 해보고 싶다.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악역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면 뭘까요?

◆정덕현: 말씀하신대로 연기자들은 악역을 통해 자신의 고정화된 이미지를 깨뜨릴 수 있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배우 장동건이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을 찍었던 건 자신이 늘 외모로만 평가받는 걸 연기자로서 깨고 싶었다고 볼 수 있죠. 올해의 악역으로 꼽히는 유아인도 마찬가지 이유로 악역을 연기했으리라 보입니다. 즉 유아인은 이전까지만 해도 청춘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였거든요. 악역을 통해서 확실한 연기자라는 인상을 심어줬죠. <내부자들>의 악역 연기로 화제를 모은 이병헌 같은 경우에는 최근 그에게 있었던 불미스런 사건 때문에 이미지가 하락했었는데, 오히려 악역이라는 연기력을 통해 이를 상당 부분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최영일: 그래서인지 악역 캐릭터가 연기력을 높이는 장점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덕현: 그렇습니다. 악역은 잘만 소화된다면 그 연기자의 가치를 높여주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죠. 너무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되는 건 연기자의 한계일 수 있거든요. 그 모습이 그 모습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죠. 이럴 때는 악역 같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연기함으로써 이미지의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최영일: 그런데 한번 악역을 제대로 하고 나면 그 이미지가 고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계속 악역 역할이 들어온다고 하던데요.

◆정덕현: 남궁민씨 같은 경우가 그런 것 같은데요, 남궁민씨는 아주 예전에는 꽤 번듯한 선한 역할을 많이 선보여왔는데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 살짝 연기변신을 보여주고는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확실한 악역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죠. 그것이 이어져서 이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도 더 강렬한 악역 캐릭터를 맡게 되었습니다. 또 이경영씨 같은 경우도 상당히 악역쪽으로 특화된 면이 있는데요, 최근 <디데이> 같은 재난 블록버스터에서도 확실한 악역연기를 보여줬죠. 김희원씨 같은 경우에는 <미생>에서 강렬한 악역을 보여주더니 <송곳>에서도 마트 직원들 괴롭히는 부장 역할로 악역을 선보였죠. 선한 이미지도 그렇지만 악역의 이미지 역시 굳어지면 계속 그런 역할로 연기가 제한되는 한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역시 연기자로서는 넘어서야할 벽인 셈이죠.

◇최영일: 고구마 답답이 착한 주인공보다는 차라리 악역이 낫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시청자나 관객들도 요즘엔 많던데요. 악역이 주인공의 들러리가 되었던 시대가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악역을 바라보는 관점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죠?

◆정덕현: 옛날에는 악역을 맡은 연기자가 길거리를 가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죠. 연기와 실제를 잘 분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 대중들은 이걸 확실히 분간하게 됐죠. 그래서 악역을 맡았다고 그 연기자가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대신 그 악역이 극에 큰 역할을 했다면 연기를 잘했다고 오히려 칭찬해주죠. 작년 <왔다 장보리>에서 장보리 역할보다 악역인 연민정 역할이 더 주목받았잖아요. 대상도 이유리씨에게 돌아갔고... 그것만 해도 악역을 보는 관점이 얼마나 달라졌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영일: 앞으로도 악역은 계속 진화해서 영화나 드라마 작품 속에 등장하겠죠?

◆정덕현: 사실상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역은 그 작품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되는 거죠. 그 이유는 악역에 사회적인 요소들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조태오라는 안하무인 재벌3세 악역은 우리 시대의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거죠. 또 <육룡이 나르샤>에서 도당3인방이라는 악역 캐릭터가 함의하고 있는 것이 권력자들의 문제라는 건 당연한 얘기죠. 그만큼 악역이 잘 그려져야 메시지가 선명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악역 없는 세상이 와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작품으로나마 다양한 악역들을 세워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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