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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특집 한국 단편소설 시리즈]아내의 시신을 판 돈을 써버린 사내 이야기 7/26 (목)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2-07-25 17:53  | 조회 : 3366 
아내의 시신을 판 돈을 써버린 사내 이야기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1964년 몹시 추운 겨울날 서울의 어느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두 청년에게 삼십 대 중반의 초췌한 사내가 끼어듭니다. 그런데 이 사내가 좀 이상한 제안을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두 청년에게 무엇을 먹고 마시든 돈은 자기가 다 내겠으니 제발 끼워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남자의 주머니에 든 돈의 출처가 참… 그렇습니다. 사내의 아내가 그날 낮에 급성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병원의 권유로 시신을 해부용으로 팔고 받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고향을 떠나온 아내에게 친정에 관해 들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자식도 없는 터라 아내의 죽음은 그야말로 한 존재의 쓸쓸한 사라짐일 뿐입니다.
오직 아내 하나만 의지하던 사내로서는 아내가 유산으로 남긴 이 돈을 처리할 일이 퍽 난감했습니다. 하여, 낯선 청년들에게 매달린 것이지요.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버리고 싶은데요.”
그리하여 세 사람은 시신을 판 돈을 써버리는 데에 골몰합니다. 통닭과 술을 마구잡이로 시키거나 화려한 넥타이를 사기도 하고, 소방서 불자동차를 따라 택시를 집어타고 쫓아가기도 하고, 그러다 남은 돈은 화재현장의 불더미 속에 던져 버리고 맙니다.
돈을 다 썼으니 청년들이 사내 곁에 남을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내는 여관에서 함께 밤을 지내줄 것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청년들은 피곤을 핑계 삼아 각각 방을 잡습니다.
다음 날 아침, 청년들의 예감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지상에 자신이 발붙이고 살 이유를 하나도 찾지 못했던 사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괜히 머리 아픈 일에 얽힐 새라 아침 일찍 여관을 빠져나오고, 하룻밤 새에 어쩐지 자신들이 많이 늙어버린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1964년, 한 겨울 서울에서 벌어진 하룻밤 새의 풍경입니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이 자본주의의 근대화가 정착해가는 서울의 거리에서 쓸쓸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그린 단편소설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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