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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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 : 주현정 작가 : 안향주

2011.04.15 (금) 이슈진단 '문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1-04-18 15:04  | 조회 : 3209 

이어서 문화계 이슈를 알아보는 금요일 이슈진단입니다.
경향신문 박경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1. 기대를 모았던 심형래감독의 영화 <라스트갓파더>가 결국 흥행부진으로 사실상 종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1일 미국에서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는 초기만해도 미국과 캐나다 주요 12개 도시 58개 상영관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점차 스크린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는데요. 미국 박스오피스 전문사이트인 더 넘버스닷컴 집계에 따르면 현재 <라스트 갓파더>를 상영하는 상영관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종영된 상태입니다. 2주간 수입 역시 15만5천달러인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한화로 2억원이 안되는 금액입니다. 반면 북미지역에서 들인 마케팅 비용만 100만달러, 한화로 10억원이 넘습니다.

2. 왜 기대와 달리 이런 결과를 낳은 거죠?

- 무엇보다 콘텐츠입니다. 이미 지난해 말 국내에서 개봉하면서도 이같은 성적은 어느정도 예상이 됐습니다. 현지 매체나 평론가들의 혹평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습니다. LA타임즈와 같은 유력 언론에서는 “심형래 감독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대부분 어색했다”고 했고 유명 영화평론가인 제임스 홀랜드는 “이번 시즌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최악이다” “극중 아버지보다 더 나이 들어보인다”며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관객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는 평점 10점 만점에 최악인 2.3점의 평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디워 당시부터 혹평을 가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트위터를 통해서 “미국 간다고 국내에서 실컷 자랑하고는 미국 교민 밀집 지역에 달랑 50여개 개봉관에서 상영한다면 대국민 사기다”라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영화는 미국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코미디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안그래도 수십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개봉하는 미국에서 낯선 한국의 중년남자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작품이 주목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때 잘나가던 헐리우드 스타들이나 성룡, 이연결, 주윤발 등 아시아권 스타들도 쉽게 얻지 못하는 관심을 심형래 감독이 얻는 것은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영구 유머라는 것은 국내에서도 통하지 않았는데 미국에는 더욱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을 지 모릅니다.
 그나마 디워는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괴수영화라는 장르적인 특성 때문에 어린이들을 상대로 공략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어느뚜렷한 타겟도 없었습니다.

3. 국내에서 성적은 어떠했나요?

- 지난해 말 국내에서 개봉한 뒤에 256만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투자된 금액이 150억원이고, 500만명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이었기 때문에 큰 적자를 면치 못한 셈입니다.
 
4. 2007년 개봉된 <디워>와 비교해서 어떤가요?

- <디워>는 국내에서 당시 840만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또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당시 2275개 극장에서 1097만달러, 한화로 120억원 정도 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때도 현지 극장, 배급사와 배분한 결과는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엔 2억원에 불과하다보니 어마어마한 부가판권 수입이 없는 한 적자를 극복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어쨌든 이같은 결과 때문에 영화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작품이 한국콘텐츠 진흥원으로부터 12억원의 제작지원비를 지원받았는데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이유가 뭔지, 선정기준이 뭔지에 대해 영화인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5.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에 비해서 결과는 기대 이하입니다. 그런데 그 반대의 흥미로운 현상이 최근 영화계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요?

- 네. 그렇습니다. 3, 4월은 전통적인 극장가의 비수기인데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영화들이 최근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예산이 투입된데다 상영전에 크게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없는, 말 그대로 작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입소문만으로 붐을 일으키면서 잔잔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작품인데요. 이순재, 김수미, 송재호, 윤소정 등 노배우들이 열연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억원이 투입된 저예산 영화입니다. 65만명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었는데 현재 150만명의 관객을 돌파했습니다.보통 개봉 1, 2주는 홍보의 힘으로 가다가 3주차부터는 입소문의 힘으로 간다고 알려져있는데 실제 3주차에서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입소문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월 중순에 개봉해서 지금까지 두달 동안 박스오피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시작부터 불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노년의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당초에 흥행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자연히 투자를 얻기도 쉽지 않았고요. 극장도 비수기인데다 수많은 개봉작들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에서 젊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볼거리가 없었습니다. 청춘스타, 액션, 화려한 비주얼적 요소 등 뭣하나 내세울 게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개런티를 자진해서 깎고 희생하면서 영화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6. 그렇다면 흥행의 이유는 뭔가요?

- 진솔한 이야기와 따뜻한 감동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의 찬사로 꾸준히 입소문이 퍼지면서 블랙스완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입소문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평을 받으면서 가족관객, 젊은 관객층도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내용은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가 등장해 노년의 설레는 사랑을 다룹니다. 감정이 메마른 시대에 잔잔하고 애틋한 이야기, 눈물샘을 자극하는 노년의 사랑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죠. 이순지와 김수미씨가 펼치는 코믹연기는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줬고. 가족단위, 회사, 종교단체 등의 관람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지난달 개봉한 <내이름은 칸>도 비슷합니다. 인도영화인데 이 작품역시 국내에 알려진 유명배우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손님을 끌 요소가 별로 없다는 거죠. 이 때문에 개봉 초기만 해도 13개 상영관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몇주만에 입소문을 타면서 상영관이 전국 280개관으로 급증했습니다. 자폐증을 앓는 순수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종교간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내용입니다.

7. 일종의 깜짝 흥행인 셈인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 영화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다들 의외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보통 대작영화나 기대를 모았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사례는 꽤 많지만 저예산 영화들이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 시스템상 초기에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은 영화가 걸릴 기회 자체를 거의 갖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저예산 영화가 화제를 모으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완성도와 관객들에게 던질 수 있는 ‘한방’ 같은 것이 있다면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입소문을 강력하게 퍼뜨릴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무기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저예산 영화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많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몸값 높은 스타를 캐스팅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한국영화의 보편적인 공식을 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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