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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4 (목) 이슈진단 '교육'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1-04-15 17:34  | 조회 : 3306 

이어서 교육 이슈를 알아보는 목요일 이슈진단입니다.
세계일보 이태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1.카이스트에서 올들어 학생 4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연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이 소식을 자세히 좀 짚어볼까요?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카이스트 휴학생인 19살 박모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과학영재고 출신인 박군은 지난해 입학한 뒤 지난 6일 우울증을 이유로 학교를 휴학한 상태였다. 이 학교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올들어 4번째.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 로봇영재로 불리던 조모군이 숨진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4학년 장모(25)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그로부터 9일전에도 과학고 출신 김모(19)군이 휴학 중 목숨을 끊었다. 학생들의 잇딴 죽음에 카이스트 내부 구성원들은 충격을 넘어 패닉상태에 빠진 상태며 학교측은 자칫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베르테르 효과’를 초래할까 걱정하고 있다.

2.같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뿐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이 있을것 같은데요.

-지난1월 목숨을 끊은 로봇영재 조군은 전문계고 출신으로 학교에 입학했지만 학과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성적이 부진한 것을 비관해 우울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라 숨진 이들도 목숨을 끊기 전 지인들에게 우울감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 내부에서는 학업에 대한 높은 스트레스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학사 시스템이 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06년 취임한 서남표 총장의 각종 개혁정책이 학생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이라는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대표적인 것이 징벌적 차등 수업료제와 100%영어강의를 들 수 있다. 징벌적 수업료제란 카이스트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지만 일정 학점을 넘지 못하면 학비를 일부 부담하게 하는 제도. 2007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돼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생은 최저 6만원∼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수업료를 낸 학생은 2008년 전체학생의 4.9%에서 2009년 8%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전체학생 7805명중 12.9%에 달하는 1006명이 1인당 254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카이스트 학생들은 지나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은 학생들의 글로벌화한다는 명분으로 학부 수업을 100% 영어로 진행토록 했는데 이역시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압박감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4.학교 안팎에서 서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센 상황인데요.

-특히 서총장이 학생 3명이 잇따라 숨지고 난뒤에도 ‘명문대생이라면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교내 게시판에 올림에 따라 사퇴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학교 교수협의회와 학부총학생회는 11일 새로운 리더십과 개혁 철폐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고 대학원총학생회도 12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 교수노조 등 학계는 물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서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활발히 진행되는 등 사퇴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압박이 거센데 12일 국회교육과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총장에게 여야 의원들은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으나 서 총장은 현재로서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이에 교과위 소속 야당의원들은 13일 서 총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15일 오전에는 카이스트 긴급이사회가 열려 자살사태 대책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 서 총장의 거취문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서 총장의 사퇴보다 더 시급한게 대책 마련일텐데, 학교측은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학교 측은 지난 12일 평점 3.0 미만의 학생들에 대해 수업료를 부과해오던 ‘징벌적 수업료제’를 폐지하고 영어강의도 전공과목에 대해서만 실시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또 입학후 2학기 동안은 학사경고를 면제하고 학생 관련위원회에만 국한됐던 학생참여의 폭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5시간만인 13일 자정 총장의 승인을 거쳐 공식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개선안을 철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서 총장이 개선안 가운데 교양과목 전체를 우리말로 강의하겠다는 부분과 학사경고 면제 등에 이견을 보임에 따라 징벌적 수업료 폐지와 학생 참여 확대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개선안에서 사라졌다. 교내외의 압박에 조급한 나머지 서둘러 분위기만 달래놓으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6.헌데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쇄 자살 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15년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1995년과 1996년 사이에도 이학교 학생 6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6년 3월 당시 화학공학과 3학년 휴학생 이모군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이군은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전 과학고를 졸업한 뒤 16세에 카이스트에 최연소 입학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었다. 이군은 학업 부진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석사과정 학생 2명이 잇따라 성적 비관으로 자살했고 앞서 1995년에도 석사과정 학생 2명과 박사과정 학생이 잇따라 숨졌다. 징벌적 수업료 제도가 최근 학생들을 비극으로 몰고갔다면 당시 학생들은 엄격한 학사경고와 제적조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카이스트는 엄격한 학사관리로 매년 전체 학생의 15∼18%가 학사경고를 받았는데, 경고가 3회 누적되면 제적처리되는 탓에 퇴교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1년새 학생 6명이 잇따라 숨지자 학교는 뒤늦게 제적 조치를 완화했다. 학생들이 자살한 이유와 학교측이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모습이 최근 사태와 매우 비슷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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