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08월 31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인천 무의도의 한 선착장. 주민 한 명이 수상한 여행용 가방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누가 버린 짐이려나 싶었다고 하죠. 꽤 커서 주민은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방을 연 순간...! 가방 안엔 20대 남성의 시신이 들어 있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시간을이틀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세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 사이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험담과 금전 문제를 두고 말다툼이 이어졌고 결국 두 사람이 한 명을 폭행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가해자는 당시 마약을 흡입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고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죽을 생각은 없었다, 살인의 고의는 부인했습니다. 사람을 때려 숨지게 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깨어나보니 죽어 있었다. 이건 과연 살인일까요. 상해치사일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임흥준 변호사 (이하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 정리부터 해보겠습니다. 그날,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요.
◇ 임흥준 : 네. 세 사람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평소에 험담 문제, 그리고 금전 거래 문제로 감정이 쌓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20년 7월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세 사람이 만났는데 말다툼이 시작됐고, 결국 두 사람이 한 사람을 폭행하기 시작한 거죠. 당시 가해자 두 사람은 마약을 흡입한 상태였고, 피해자를 결박한 뒤 스테인리스 봉 같은 둔기로 무려 7시간이 넘도록 폭행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결국 정신을 잃었고, 그 상태로 2시간가량 방치되다 숨졌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보도를 보면요. 가해자들은,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죽을 줄 몰랐다, 자다 깨보니 숨져 있었다,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 주장했거든요. 우선 법적으로, 상해치사와 살인, 뭘 기준으로 가리게 되는 건지, 그리고 이번 사건도 결국 살인의 고의가 문제였던 건데, 직접 죽이겠다, 했던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 거죠?
◇ 임흥준 : 네,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느냐’, 즉 살인의 고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입니다. 상해치사는 때리다 보니 죽게 된 것, 살인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행동한 것, 이렇게 구분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꼭 죽여야겠다’는 확정적인 마음이 아니어도 됩니다. 법적으로는 이걸 미필적 고의라고 하는데, ‘죽을 수도 있겠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그냥 했다면, 이것만으로도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대법원도 “살인죄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예견하는 것으로 족하고,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결국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 이원화 :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인정이 안 되고 확정적 고의만 된다고 하면은 총으로 쏴 놓고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마 나올 거예요. 자 그러면 하나씩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러면 하나씩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찍어서, SNS에 올렸습니다. 이런 행동은 살인의 고의를 판단하는데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겁니?. 아니면 주로 양형에서 잔혹성이나 형량을 판단할 때 쓰이나요? 어떻습니까?
◇ 임흥준 : 두 가지 다 해당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선 고의 판단 측면에서 보면, 피해자가 피투성이가 된 상태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는 건, 그 순간 피해자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두 사람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거거든요. 심각한 상태인 걸 알면서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이게 바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했다’는 미필적 고의의 근거가 됩니다. 실제로 2심 재판부도 “한 씨는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 앞에서 인증샷을 남길 목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등 가학적, 엽기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양형 측면에서도 당연히 영향을 줍니다. 범행의 잔혹성, 반인륜성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형량을 높이는 데 작용하죠. 이 사건에서 항소심 형량이 크게 올라간 데도 이런 부분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피해자가 이미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상당 시간 그대로 뒀다, 2시간 방치했단 이야기도 나왔잖아요.이렇게 피해자를 방치한 행동도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데 영향을 주죠?
◇ 임흥준 : 네. 굉장히 중요한 정황입니다. 살인의 고의를 판단할 때는 범행당시뿐만 아니라 범행 전후의 모든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서 봅니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2시간 동안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방치했다는 건, 피해자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인식, 적어도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 뒀다는 걸 보여주는 거거든요. 반대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사건들을 보면 범행 직후 119에 신고 하거나 구호 조치를 취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런 행동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고의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자기가 죽일 생각은 없이 때렸는데 누군가가 정신을 잃는다고 하면은 놀래서 어떤 응급조치를 한다든지 아니면 병원에 데려간다든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당연히 양형에 또는 고의 판단에 있어서 불리하게 작용이 되는 그런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자 근데요, 당시 가해자들이 마약을 흡입한 상태였다 이렇게 알려졌는데 이런 경우 제정신이 아니었다라는 심신미약 주장 심신 상실 주장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가능할까요?
◇ 임흥준 : 그럼요. 주장 자체는 할 수 있습니다.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을 감경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조항이 있습니다. 형법 제10조 제3항인데요.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심신장애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마약을 흡입해서 그 상태가 된 거잖아요. 본인이 자초한 거니까, 그걸 이유로 형을 깎아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마약 흡입 사실이 심신미약 감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이 사건 같은 경우, 피해자가 숨진 뒤 행동도 상당히 충격입니다. 시신을 캐리어에 넣어 무의도까지 옮겨 유기했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했던 것 같고,,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거짓 연락도 했던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들 이 살인 사건에 이어지는 시신 유기 사건들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패턴들처럼 보여서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법적으로 한번 짚어주시죠.
◇ 임흥준 : 법적으로 하나씩 봐 보겠습니다. 우선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무의도 선착장에 버린 건 사체유기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지인의 집에서 여행용 가방을 훔친 건 절도죄도 성립하고요. 피해자 어머니에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 문자를 보낸 것도 중요한데요, 이건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고, 양형에서 범행 후 정황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후 행동들이 아까 말씀드린 살인의 고의 판단에도 영향을 줍니다. 인터넷으로 시신 유기 장소를 검색하고, 거짓 문자를 보내고, 계획적으로 시신을 옮긴 일련의 행동들은 단순히 겁이 나서 한 행동이라기보다는, 범행 전체를 은폐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거든요. 이게 결국 ‘처음부터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작용하는 겁니다.
◆ 이원화 : 사건이 발생하고, 가해자들이 자수했다,란 표현도 나오긴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 수사망이 좁혀지던 중이었단 말이죠. 이런 경우도 법률상 자수로 인정됩니까? 유효한 자수가 되나요? 결과 결론적으로는 제일 궁금해하실 부분, 형을 깎아줍니까?
◇ 임흥준 : 네.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운 쟁점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사망이 좁혀지던 중에 자진 출석했더라도 법률상 자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범행이 발각된 후에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한 경우도 자수에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거든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수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출석만 한 게 아니라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범죄사실을 부인하면서 출석만 했다면 진정한 자수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두 사람은 자진 출석 후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자수의 효력이 온전히 인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둘째, 설령 자수가 인정된다 해도 형을 반드시 깎아줘야 하는 건 아닙니다. 형법상 자수는 임의적 감경 사유거든요. 법원이 재량으로 감경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자수가 어떤 수사나 재판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법원이 재량으로 감경하지 않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네요. 그런데 이 사건 같은 경우에 1심과 2심에서 형량 차이가 꽤 났거든요. 두 사람 다 그랬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부분을 더 무겁게 본 거죠?
◇ 임흥준 : 네, 1심에서는 한 씨 징역 18년, 백 씨 징역 10년이었는데, 2심에서는 한 씨 30년, 백 씨 20년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특히 무겁게 본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범행의 잔혹성이에요.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반성의 부재입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는데도 피고인들은 고의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명시했습니다. 범행 자체의 중대성에 더해, 법정에서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형량을 끌어올린 거죠. 이후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해 2심형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가해자가 두 명이었잖아요. 둘 다 살인죄가 인정됐는데 한 사람은 징역 30년, 다른 한 사람은 20년으로 10년이나 차이가 났어요. 함께 범행을 저질렀지만 두 사람의 책임 정도가 확연히 달랐던 건데, 어떤 점에서 다르게 본 겁니까?
◇ 임흥준 : 이 사건에서 한 씨와 백 씨의 차이를 보면, 한 씨는 직접 피해자를 폭행하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범행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됐습니다. 반면 백 씨는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폭행에 가담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은 한 씨가 했다고 본 거죠. 공동정범에서 형량 차이를 가르는 건 결국 ‘누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했느냐’입니다. 같은 범행에 가담했더라도 기능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더 무거운 책임을 지는 거고, 이 사건에서는 그 차이가 10년이라는 형량 차이로 나타난 겁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라디오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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