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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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마음다방 "먼저 승진한 동기와의 불편한 관계, 어쩌면 좋나요"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8-13 14:01  | 조회 : 2572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 출연자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먼저 승진한 동기와의 불편한 관계, 어쩌면 좋나요"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이하 누다심): 안녕하세요, 누다심입니다.

◇ 김명숙: 한 주간 잘 보내셨어요?

◆ 누다심: 지난주 방송 나가고 몇 분한테 이야기를 들었어요, 방송 잘 들었다고. 기분 너무 좋더라고요.

◇ 김명숙: 선생님도 기분 좋으셨겠지만 우리 방송 애청자분들도 마음이 편안해지신 것 같아요. 첫 방송 듣고 나서 청취자 여러분께서 많은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시간이 짧아서 다 소개를 못 해 드리는 게 너무 아쉬워서 저희 말은 최대한 줄이고, 첫 번째 사연부터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3082님의 사연입니다. “지난 늦봄에 구형 에어컨을 지인에게 줬습니다. 집에 둬도 잘 안 쓰고 있어서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여름이 너무 더워서 고생 중입니다. 이렇게 더울 줄 몰랐네요. 에어컨이 없어서 아내와 각자 선풍기 하나씩 끼고 살고 있는데요. 아내에게 상의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결정하고 준 건데 제가 이렇게 가끔 상의 없이 행동합니다. 제 마음이 저도 모르는 사이 일을 저지르는 것 같아요. 이런 행동 괜찮은 걸까요? 상의 없이 지인에게 가끔 돈도 빌려주거든요. 제 아내가 마음고생이 많은 것 같아요”

3082님 사연을 읽으면서 본인이 본인 문제를 잘 알고 계시네, 이런 생각 했거든요. 어떠셨어요?

◆ 누다심: 일단 이 사연과 상관없이, 저도 에어컨을 안 샀거든요. 그런데 너무 더운 거예요. 그래서 지난주에 구입했습니다.

◇ 김명숙: 그래요? 그래도 구입하셨으니 다행이네요. 요새 에어컨 사기도 힘들다던데.

◆ 누다심: 너무 더워서 저도 이렇게 더울 줄 모르고. 그래서 이분 사연 보면서 정말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시겠다는 게 느껴졌는데요.

◇ 김명숙: 더군다나 상의 없이.

◆ 누다심: 그렇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내분이 어떻게 반응하셨을까. 아내분이 정말 화를 냈을까, 아니면 아내분도 그냥 어쩔 수 없지 넘어갔을까, 저는 이 부분이 궁금해지더라고요. 

◇ 김명숙: 그 부분은 많이 표현 안 하시고 그냥 제 아내가 마음고생이 많은 것 같아요, 아시긴 아시는 거예요.

◆ 누다심: 그러니까요. 그래서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아내분이 굉장히 강력하게 남편한테 항의하거나, 그럴 때마다 부부싸움이 사실 크게 일어나는 게, 그게 바로 이분이 스스로 힘들어하는 부분을 고칠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는데. 

◇ 김명숙: 오히려 아내분이 표현을 해주는 게.

◆ 누다심: 그렇죠, 강하게 표현해주는 거죠. 그런데 이런 남편분의 의사결정방식이 지속된다는 것은 아내분도 그냥 마음이 좋으셔서 어떡해,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넘어가시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 김명숙: 어쩌면 오히려 그냥 원래 저런 사람이야 하고 체념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쌓이는 부분이 있겠죠. 그런데 이렇게 불쑥불쑥 즉흥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어떤 심리일까요?

◆ 누다심: 이렇게 사연까지 보내서 제가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고민하시는 경우라면 일부러 아내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려고, 힘든 게 뻔히 보이면서도 그냥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아내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런 분들은 내가 에어컨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혹은 돈을 빌려주고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 이게 사실 잘 안 되시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명숙: 글쎄요. 주변에서 보면 시작은 참 잘하는데, 그리고 잘 저지르는데 마무리가 잘 안 되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이런 심리일까요?

◆ 누다심: 네, 맞아요. 그래서 이걸 전문용어로 말하면 우리 인간에는 인지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판단을 하는 인지능력이 있는데 이게 사람마다 편차가 크거든요.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이 어떻게 이후에 될지를 고려해서 판단하고 결정하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주의력과 판단력의 폭이 좁은 분들은 그 순간만 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 순간만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이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굉장히 당황하시고요. 그런데 보통 그렇게 당황하면 우리가 그다음에는 안 그래야지, 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것조차 사실 잘 안 되는 겁니다. 일부러 아내를 괴롭히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인지능력의 폭이 좁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 김명숙: 원래 성격 자체가 그러신 분들일 수도 있죠. 원래 타고난 태생이 그냥.

◆ 누다심: 그렇죠, 맞습니다. 그래서 그건 주변 사람들이 아내분이 굉장히 힘들어하실 때 어떻게 당신은 나를 무시하느냐, 이렇게 이야기하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일부러 무시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남편분 입장에서도 억울한 거예요. 나도 내가 이게 잘 안 되는데. 사실 이게 힘든 부분으로 느껴지죠.

◇ 김명숙: 그렇다면 아까 좁은 인지능력이라고도 말씀하셨고, 성격적으로 그렇게 타고났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변화시킬 방법이 있을까요?

◆ 누다심: 결심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이 얘기를 듣고 내가 다음에는 안 그래야지, 라고 할수록 오히려 그다음에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면 자책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심한다고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이런 부분을 고치고 싶으시다면 소위 충격요법을 사용하셔야 한다. 지금이라도 에어컨을 준 사람한테 가서 에어컨을 달라고 하는 거죠.

◇ 김명숙: 그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가뜩이나 이런 성격이면 그런 말 하는 것조차도 힘들어할 텐데. 진짜 충격적이네요, 듣는 것만으로도.

◆ 누다심: 못하죠. 그래서 제가 이걸 충격요법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가서 달라고 하면 그 사람도 당황하겠죠. 어쩌면 이분도 그건 난 도저히 못 해, 라고 하겠지만 이 상황에서 말을 못하고 그냥 지나가시면 사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주의력과 판단력의 폭이 좁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서 그런 것들은 결심한다고 되지는 않는 겁니다.

◇ 김명숙: 줬다 뺏는 건 더 나쁘잖아요.

◆ 누다심: 그러니까 이분도 힘드시겠죠. 그리고 아내분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남편이 의도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려고 한 건 아니구나, 라는 것도 전달도 되고. 이런 우여곡절을 겪다 보면 그다음 상황에서는 조금 더 하나를 생각할 수 있겠죠.

◇ 김명숙: 그러면 그렇게 됐을 경우 아내한테는 어느 정도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상황이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에어컨을 줬다가 뺏었을 때 에어컨을 받았던 사람하고의 관계는 악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누다심: 그걸 좀 감내하셔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그 에어컨을 받으신 분도 에어컨을 돌려주시기보다는 그러면 내가 돈 좀 줄게, 이렇게 잘 합의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상황들을 계속 반복해서라도 경험하시면 그다음 상황에서는 이런 실수를 덜 범하실 가능성이 높아지죠.

◇ 김명숙: 이렇게 충격요법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힘든 경우, 곤란한 경우를 스스로 한 번 겪어봐서 뭔가 나중에 저지를 만한 시점에 내가 그때 그랬지, 이렇게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게 충격요법인가 보군요.

◆ 누다심: 만약 제가 이런 실수를 했다면 저는 가서 에어컨을 달라고 하는 충격요법을 쓰지 않아도 제 아내가 저한테 충격을 줄 거예요. 그러니까 굉장히 갈등도 많고, 그러면 저는 그다음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했다가는 아내가 어떻게 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죠.

◇ 김명숙: 오늘 충격요법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저도 하나 배웠습니다. 제게는 이게 충격이네요. 이런 해결방법이 가능하다는 것. 오늘 누다심 칼럼니스트와 함께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여러분께서도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들으면서도 내 이야기랑 비슷하네, 공감 가는 부분도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스스로 위안이 되는 방송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꾸미고 있거든요. 방송 중에 언제라도 문자 참여하실 수 있고요. 편지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산로 76 YTN뉴스퀘어 빌딩<당신의 전성기, 오늘> 담당자 앞으로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사연 기다리고 있을게요. 노래 한 곡 듣고 나서 이야기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해바라기의 ‘행복의 나라’

(음악: 해바라기 - ‘행복의 나라’)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함께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연으로 바로 이어갈까요.

8345번 청취자님의 사연입니다. “한 회사에 12년째 근무 중입니다. 최근에 동기가 부장으로 승진했는데요. 그 이후부터 동기와 자꾸 부딪히고 있습니다. 제 마음속으로 그 친구를 상사로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 그 친구와는 좋은 라이벌 관계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앙숙 관계로 변해버렸습니다. 회사생활을 이대로 계속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고민하게 되네요”

지금 사연을 읽어 드렸는데요. 입사 동기의 나보다 빠른 승진, 회사생활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은 아마 경험 많으실 것 같기도 해요. 종종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겪은 당사자에게는 사실 심리적인 부담이 정말 클 것 같아요.

◆ 누다심: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서 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취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늦어졌고 또 그것이 자신한테 굉장히 중요하다면 그 심리적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내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이렇게까지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 김명숙: 내가 여태까지 쌓아왔던 게 이것밖에 안 되나, 인정을 못 받나, 이런 것.

◆ 누다심: 네, 맞습니다. 자기가 대학을 졸업하고 이 직장에서 성공을 위해서 정말 자신의 인생을 다 바쳤는데. 아무래도 지금 12년째 근무 중이시고 이제 부장으로 동기가 먼저 승진했다면 사실 더 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시작 단계에서 조금씩 뒤처지게 된 거잖아요. 그러면 앞에 다른 선배들을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 뒤처지면 결국 그 격차가 더 커질 거라는 생각까지 하시게 되면 정말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앞으로 살아가게 될 인생 자체가 흔들린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 김명숙: 그런데 또 인생을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절에 그랬던 거 별거 아닌데 내가 그때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몰라, 이런 말씀들 하시지만, 막상 또 그걸 겪는 지금 시점에서는 그런 말이 와 닿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 누다심: 그런 말이 와 닿지 않을뿐더러 그런 말을 들으면 상대방은 더 화가 납니다. 마치 부모들이 자녀들한테 괜찮아, 공부 못해도 너 잘살 수 있어, 라고 하지만 당장 자기에게 공부가 전부인 자녀 입장에서는 그 말이 와 닿지 않고 오히려 더 속상하잖아요. 그래서 그럴 때는 많이 힘들지, 그래 그럴 수 있다, 이렇게 공감하고 이해해주시는 게 오히려 그 사람을 더 도와주는 거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명숙: 그러면 직장생활 하면서 이렇게 동기가 나보다 더 먼저 승진하고, 좋은 관계였는데 그로 인해서 라이벌이 돼버렸단 말이에요. 이럴 때에는 서로 간에 편치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까요?

◆ 누다심: 어떤 상황에서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현실을 바꾸든지, 또 다른 하나는 생각을 바꾸는 겁니다.

◇ 김명숙: 현실을 바꾼다는 것은 갑자기 욱하는 마음에 사표를 내는 경우도 남자들은 가끔씩 있는 것 같던데.

◆ 누다심: 그렇죠. 그런데 욱하는 마음에 사표를 내시면 그 뒷감당이 안 되니까 차분하게 준비하셔서 다른 곳으로 이직을 생각하시는 것, 현실을 바꾸는 방법이죠. 그런데 만약 그런 것이 가능하고 내가 내 능력을 더 잘 펼칠 수 있는 직장을 구하실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그게 여의치 않다면 생각을 바꾸셔야겠죠. 그래서 어떻게 생각을 바꿀 수 있냐. 우리의 인생은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가는 거다. 그래서 저 친구는 나보다 먼저 어떤 위치에 올라갔고 나는 나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서 내 길을 가고 있다, 라고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경쟁이 아니라 나의 길, 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조금 더 마음은 편해집니다.

◇ 김명숙: 내가 가야 하는 길은 너와 똑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나는 나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간다, 이렇게. 그런데 그게 당장은 참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누다심: 쉽지 않죠. 왜냐면 이런 말들이 워낙 책이나 좋은 강의 들어가면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시겠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재 동기보다 승진이 늦어진 것은 결과, 결론이 아닙니다. 영화로 치자면 영화가 끝난 게 아니에요. 지금 영화로 치자면 위기가 발생한 겁니다. 그런데 모든 영화는 반전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인생의 반전, 회사생활의 반전을 노려서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딛고 더 큰 성취를 할 수 있을지. 좀 더 멀리 뛰기 위해서 웅크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고 칼을 가셔야겠죠.

◇ 김명숙: 그렇군요. 그 생각하는 건 그래도 좀 다른 방법보단 수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결론이 아니다. 지금 이게 출발하다가 중간에 위기가 잠깐 발생한 거고, 얼마든지 반전의 기회가 있는 거고. 나는 두 발 앞으로 가기 위해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거다.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한 것 같군요.

◆ 누다심: 네. 우리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지는데요. 그렇게 지금 나는 반전을 노리는 중이야, 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좋죠.

◇ 김명숙: 저희 월요일에 함께하는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와 함께 나누고 있는데요. 여러분의 문자도 기다리고 있고, 사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담받는다고 해서 꼭 해결책이 바로 나오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뭔가 다른 관점, 선생님 말씀 듣다 보면 다른 기준에서 접근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시간을 함께하는 거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문자로 참여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다음 사연 한 번 이어 가보도록 할게요.

6055번 쓰시는 청취자분의 사연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한 달 동안 중환자실에 계시다 돌아가셨어요. 오빠가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있었는데 면회 한 번을 못하게 하더라고요. 결국 돌아가시는 모습을 뵙지 못했습니다. 상을 치를 때에도 오빠네 식구들만 상복을 입었고 나머지 형제들은 상복을 받지 못했어요. 싸우는 것조차 창피해서 조용히 상을 치렀는데 가슴속에 남아 지워지지가 않네요. 오빠가 한 행동들이 용서되지 않습니다”

사연을 읽어보니 오빠와의 관계가 어떤 연유에서 안 좋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무리 그래도 어머님 상중에 이런 상황이 생겼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요.

◆ 누다심: 저도 이걸 보면서 어떻게, 다른 건 모르더라도 어떻게 상복조차 주지 않을 수 있을지,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굉장히 너무 속상하시고 화나실 상황 같아요.

◇ 김명숙: 그리고 더군다나 어머님 면회도 못 가고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같은 건 평생을 가지 않을까요.

◆ 누다심: 그렇죠.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또 상중에 있던 여러 가지 것들, 자식으로서의 느끼는 감정들, 참 이런 부분들이 마음에 오랫동안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김명숙: 임종 지키지 못한 죄책감은 지울 수는 없겠죠?

◆ 누다심: 네. 이런 부분은 아마 정말 평생. 그런데 이 죄책감이 한편으로는 오빠에 대한 분노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 김명숙: 그런데 저희가 이 사연만 봐도 사실 오빠와의 관계가 왜 이렇게 됐는가 잘 모르겠을뿐더러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거든요. 이렇게 하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한데, 대화로 과연 이렇게까지 된 것을 풀어낼 수 있을까요?

◆ 누다심: 구체적인 배경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대화로 풀 수 있을지 아닐지 섣불리 말씀드리기가 좀 조심스럽긴 한데요. 그런데 분명히 여기서 오빠가 어머니를 보살펴드리고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면 오빠 입장이 어떤 것일지를 참고하시는 게 대화로 풀 수 있을지 아닐지를 결정하시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를 다른 형제들이 보살펴 드리지, 우리 같이 분담하자, 라고 했는데 그렇게 못 했는지. 아니면 혹시 어머니에게 유산이나 이런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형제들끼리 갈등을 하는지에 따라서 좀 달라질 것 같은데요. 이게 현실적인 유산이라든지 이런 문제들이 있고, 또 어머니를 보살펴드리는 데 있어서 경제적인 분담이나 이런 것들이 문제가 있다면 일단 그 부분을 중심으로 대화를 시도하시고 현실적인 결정 혹은 오빠가 그동안 감내해야 했던 부분들에 대한 나름의 인정, 이런 부분이 선행돼야 그다음 대화로 왜 그랬는지를 얘기할 수 있지,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는데도 이걸 외면하고 그냥 대화만 한다면 사실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은 많습니다.

◇ 김명숙: 그런데 또 이렇게 자식 간에, 부모·자식 간에, 형제간에 이런 마음의 응어리라고 하죠. 상처받은 것들은 사실 더 가슴에 큰 상처가 되고 더 풀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별 문제가 없더라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가족 간에 싸움이 더 커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관계가 지속된 가운데 또 이런 상처를 받았을 경우에는 그게 굉장할 것 같거든요.

◆ 누다심: 맞습니다. 한국은 특별히 가족주의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래서 가족들이 너무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심리적으로 경계가 무너져 있기 때문에 이런 섭섭함이나 혹은 분노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파국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김명숙: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남는 건 사실 가족 중에 형제들이잖아요. 피붙이인 형제자매들까지도 이렇게 서로 아웅다웅하다 보면 응어리가 남고 상처를 주다 보면 결국 괴로운 건 나 자신이잖아요. 내가 제일 힘든 거죠. 내 마음이 편해야 상대방 마음도 편하게 해주는 건데 계속 이런 식이면 내 마음이 괴로워서 못살 것 같기도 해요.

◆ 누다심: 만약 오빠가 대화가 가능하신 분이라는 판단이 드시면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시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의 이런 행동이 납득이 안 된다면 사실 그때에는 내 사랑하는 오빠이긴 하지만 대화가 안 될 사람이구나, 라고 단념하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단념하고 그냥 내 마음을 먼저 추스르는 것.

◆ 누다심: 그렇죠.

◇ 김명숙: 이렇게 해서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줄이고 다음 시간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와 함께한 <전성기 마음다방> 어떠셨는지요. 오늘 말씀 잘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 누다심: 감사합니다.

◇ 김명숙: 저희 매주 월요일 함께하고 있는데요. 이 시간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마음 달래는 시간입니다. 상담받고 싶으신 분들은 문자나 편지 사연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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