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여행, 쉼표
  • 진행: 김재용 / PD: 손영주

오늘의 방송내용

2월5일(금)- 한국 남성 성악가의 크로스오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2-11 11:14  | 조회 : 1748 

M1)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동규
M2)인생이란- 고성현
M3)향수- 이동원, 박인수


21세기 오페라 성악가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대중음악을 노래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80년대 초반,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가수 존 덴버와 함께
‘퍼햅스 러브’라는 곡을 부르면서 시작된,
이런 크로스오버 열풍은,
국내에도 21세기 들어서 점차 일반화되기 시작했죠.

조수미, 김동규 같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던 정상급 성악가들이
국내 무대에 진출해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음악도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아름다운 노래라면 굳이 장벽을 칠 필요가 없다는,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악가들 중에서 클래식을 넘어서서 대중음악을 부르는 데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가수,
역시 바리톤 김동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동규는 1991년 베르디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이탈리아 라 스칼라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한 성악가입니다.

당시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으로 활동한 한국인 남성 성악가는
김동규가 유일했죠.
그는 이후 한국에 귀국하여 활동하면서
대중음악을 부르는 일에도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처음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 같은 노래는
클래식 성악가의 노래로서는 드물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이 곡은 노르웨이와 아일랜드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의,
Serenade To Spring이라는 연주곡에,
새롭게 우리말 가사를 붙인 노래입니다.

작년 말, 바리톤 고성현도 ‘인생이란’이라는 노래를 발표하며,
크로스오버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죠.
고성현은 세계 정상급 성악가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여러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휘자 정명훈이 가장 신뢰하는 바리톤이기도 하죠.
‘인생이란’이라는 곡은 고성현이 처음으로 내놓은 크로스오버 음악입니다.
015B 출신의 작곡가 정연욱이 작곡한 노래이기도 하죠.
이 곡을 작곡한 뒤 노래를 부를 사람을 찾지 못했던 정연욱은,
우연히 바리톤 고성현의 노래를 듣고,
무작정 전화를 걸어 녹음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김동규와 고성현 모두,
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한 정상급 성악가입니다.
이들은 클래식에만 안주하지 않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이런 크로스오버 노래를 불렀던 것이죠.
클래식 성악가가 팝 음악을 부르는 일은
지금으로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클래식 성악가와 팝 가수가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시도가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팝 음악은 저급한 음악이기 때문에
고상한 클래식 음악가들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여겨졌습니다.

이런 편견을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이 바로,
1989년 테너 박인수가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국내 정상급 성악가로 활동하던 테너 박인수는
가수 이동원이 함께 ‘향수’라는 곡을 불렀습니다.
이 곡은 정지용의 시에 1989년 작곡가 김희갑이 곡을 붙인 노래죠.
이 곡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클래식 음악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었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시도를 받아들일
포용력이 없던 때였습니다.
테너 박인수는 결국 이런 이유로 국립 오페라단에서 물러나야만 했죠.

하지만 박인수의 이런 시도는 오늘날,
클래식과 대중음악과의 만남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뒤늦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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