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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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전문가 “반도체 왕좌를 유지하려면 중국과 차별되는 고가시장 노려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1-14 16:40  | 조회 : 2582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IT 전문)



[생생경제] 전문가 “반도체 왕좌를 유지하려면 중국과 차별되는 고가시장 노려야...”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우리 경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주제 바로 반도체죠. 새해 들어 열흘 동안 반도체 수출 실적이 27% 이상 줄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달 경제동향보고서에서 반도체 분야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IT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가 오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분간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우려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어요. 관련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나오셨어요.

◆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하 이주완)>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현재 우리의 상황을 위원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현재 우리나라의 위상, 어느 정도입니까?

◆ 이주완> 일단은 자랑해도 될 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탑클래스라고 보시면 되고요. 그런데 저희들이 조금 더 구분해서 생각할 것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디램 같은 것을 메모리 반도체라고 부르고요. 메모리라는 것은 기억한다는 의미죠. 저장한다는 의미고, 그 외에 우리 휴대폰이나 PC에 컨트롤러라든지 CPU같이 기능이 다른 반도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종류가 많이 있는데, 그런 반도체들은 비메모리 반도체라고 하기도 하고 시스템 반도체라고도 하는데요. 최근에 메모리 가격이 올라서 메모리 시장의 비중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전통적으로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5% 정도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얘기하는 것이어서요. 요즘 메모리 시장이 커지니까 메모리 시장 상위의 업체들이 반도체 전체 상위 업체 상위 업체가 되는 것은 맞지만요. 저희들이 1, 2위를 하고 있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라고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반도체 시장은 디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삼성이나 SK처럼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라는 거죠. 그런데 이 두 가지의 비중으로 하면, 사실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비메모리 반도체보다는 작군요?

◆ 이주완> 훨씬 작죠. 1/3 정도니까요.

◇ 김혜민> 그렇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하는 정도와 위상은 굉장히 크고요?

◆ 이주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반도체 치킨 게임’이라는 말을요. 1995년까지 가보면, 그 당시에 그나마 디램을 생산하는데, 그래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기업들이 15개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업들이 시시한 회사는 하나도 없어요. 지금도 들어보면 다 알 수 있는 모토로라, IBM, 인텔, 엄청난 회사들이 반도체, 메모리에서만큼은 경쟁을 우리나라한테 견디지 못하고 다 사업을 접었습니다. 비메모리 쪽으로 그래서 치중하고 있고요.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 특히 디램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의 두 개 회사하고, 미국의 마이크론, 이렇게 세 개 정도가 독과점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술 수준이나 실력으로 보면, 미국의 업체는 조금은 뒤쳐진다고 보시면 되니까요. 최소한 메모리만큼은 절대 강자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우리나라 반도체의 위상을 여쭤봤더니 자랑스러워할 만한 정도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 이주완> 예전에 제가 반도체 회사에서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 김혜민>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중요한 반도체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동향을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특히 이번 달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반도체 분야를 예의주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특정 업종을 위스크 요인으로, 그러니까 위험한 부분을 두고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굉장히 의례적이라면서요?

◆ 이주완> 네, 왜냐하면, 정책하는 분들이 무언가 표현을 직접적으로 해버리면, 그 영향이 커져서 심리적으로 사람들에 두려움, 공포감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간접적인 표현을 쓰거나 하는데요. 이번에 딱 반도체 업종을 한 이유는 작년 11월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반도체 시장의 상황과 12월과 1월로 넘어가면서 급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요. 

◇ 김혜민> 급변한다는 건 나쁘게 떨어졌다는 거죠?

◆ 이주완>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수출에서 올해 1월부터 10일까지 관세청의 집계를 보면, 그동안 마이너스로 가본 게 최근 몇 년간 없었던 반도체 수출이 -27%까지 빠진 것 같고요. 그다음에 반도체 최강자라고 하면, 인텔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있지 않습니까? 며칠 전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했는데, 영업이익이 3분기까지만 해도 17조 원이었어요. 그런데 4분기 실적이 10조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17조에서 10조 원이 됐으니까 굉장히 많이 감소한 것이었고요. 그것과 수출 두 가지를 보니까 반도체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안 좋아지고, 하강 국면에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문제는 반도체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잖아요? 결국은 우리가 경제 성장률이 지금 경제 당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성적표라고 할 수 있으니까 올해 GDP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최소한 방어할 수 있을지가 주요한 관심사일 텐데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수출 비중이 높다 보니까 내수보다는 수출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고요. 그다음에 건설 투자는 70년대, 80년대, 이미 고성장기를 완전히 지나갔고, 침체기에 많은 부침이 있기 때문에 일반 설비·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수출과 설비·투자, 양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까 반도체가 흔들리면, 우리나라 전체적인 수출과 전체적인 설비·투자가 흔들리는 거죠. 결국은 GDP 성장률 자체가 하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정부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정부가 어떤 분야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축시킬 수도 있고, 불안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얘기한 배경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셨어요. 삼성전자 어닝 쇼크도 있었고, 또 수출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영업 이익의 90%가 반도체라면서요?

◆ 이주완> 4, 5년 전만 해도 반도체와 모바일이 반반 정도가 됐었어요. 나름 황금비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휴대폰은 점차 판매 대수가 늘지 못하잖아요. 중국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도 있고, 그런데 반도체 같은 경우는 반면에 최근에 가격도 많이 올라가면서 반도체에 대한 의존이 굉장히 높아진 거죠. 90%까지 그래서 높아진 것 같고요. 사실은 이게 양날의 검 같은 것이어서 의존이 높은 것이 상황이 좋을 때는 좋지만, 안 좋을 때는 전체적으로 흔들릴 문제가 있어서요. 우리나라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게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요. 그런 것이 지금은 안 좋은 상황 쪽으로 국면 전환이 되고 있는 것인 거죠. 

◇ 김혜민> 지금 반도체가 왜 어려운지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메모리 반도체는 요즘도 수요가 굉장히 많고, 앞으로 쓰일 일이 많기 때문에 과연 이렇게 어려운 게 우리가 우려할 정도인가, 하고 문제제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IT 시장 전문업체인 가트너의 밥 존슨 애널리스트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해요. 디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 마이크론의 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서버나 스마트폰 생산 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다. 그러니까 여전히 수요가 많을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와 스토리지용 수요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덧붙여주신다면요?

◆ 이주완> 절반은 맞고, 절반은 사실을 은폐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거짓말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이야기를 안 한 부분이 있는데요. 저희들이 반도체 수요를 말할 때 금액으로 하면 가격 효과가 있기 때문에 왜곡될 수가 있어서 ‘비트 그로스(Bit Growth)’라고 해서 용량으로 환산한 전 세계 올해 팔린 반도체의 용량이 지난해보다 얼마나 성장했느냐, 이것을 가지고 수요가 얼마나 좋은지를 얘기하거든요. 비트 그로스라는 게 여태까지 디램도 그렇고, 낸드도 그렇고, 마이너스로 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 얘기는 반도체 수요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저희들이 전제로 깔고 가야 하는 것이고요. 그렇게 된 이유는 반도체가 쓰이는 수요가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산업 하나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수요는 항상 증가하는데, 지금 디램 수요가 어느 정도 되냐고 하면, 디램 같은 경우는 20% 초반 정도 되고요. 연간 디램의 용량 수요가 20%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다음에 낸드 같은 경우는 45% 정도. 굉장히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저희들이 초반에도 그렇고, 그러면 왜 반도체가 안 좋아지느냐, 성장률은 이렇게 높은데, 라고 생각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수요하고 공급,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하는데요. 수요만 높고 보면, 여전히 20%, 40% 성장하기 때문에 아까 가트너에서 말씀하신 게 맞기는 맞아요. 왜냐하면, 새로운 수요가 계속 창출되기 때문에 수요는 늘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비트 그로스가 얼마나 됐을까? 이것을 살펴보아야 하는데요. 2014년까지는 비트 그로스 평균이 40%대였어요. 2015년부터 20%대,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고요. 낸드 같은 경우도 2014년 전까지는 평균 115% 정도 성장하던 게 지금은 40%대.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굉장히 높게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반도체 자체만 놓고 보면 과거에 비해 수요 증가율이 현격히 낮아지는 상태에요. 어떻게 보면, 모든 산업도 그렇고, 제품도 그렇고, 라이프 사이클이라는 게 있거든요. 처음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태동기에는 잠재기 같이 해서 성장하지 못하는 기간이 한동안 있다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성장기가 있고요. 어느 정도 시장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계속 커지거든요. 지금이 저성장기에 들어섰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조금 더 지나면 거의 제로 성장으로 갔다가 감소하는 것으로 가는데요. 제가 볼 때 거기까지 가는 것은 아직 한참 뒤의 일일 것 같아서 수요가 여전히 좋다고 하는 말이 반은 맞다는 것이죠. 하지만 과거보다 점점 수요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제가 말씀드리는 거예요. 수요가 좋다는 것은 다른 산업에 비해 좋다는 것이지 반도체 자체의 과거에 비하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라서 수요 측면에서 두 가지를 우리가 혼돈하면 안 될 것 같고요. 그러면 반도체 시장이 최근에 가격이 하락하고, 불황이 가끔 오는 것은 수요가 안 좋을 때 불황이 오느냐? 전혀 아니라는 거죠. 보면, 기업들, 특히 반도체 메모리 기업들의 수익성하고, 비트 그로스하고는 전혀 상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수요하고 전혀 상관없이 실적이 호황이 왔다가 불황이 왔다가 반복하면서 사이클이 생기는데요. 그러면 경제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것이지만, 수요가 문제가 없으면 결국은 경기를 좌우하는 것은 공급이라는 거죠. 그래서 수요 증가율은 항상 있는데, 이것보다 초과해서 설비·투자가 많이 되어서 공급 증가가 더 커지면, 가격이 하락하게 되어서 불황이 오는 것이고요. 수요가 큰 만큼 설비·투자를 하지 못해서 공급이 떨어지게 되면, 가격이 상승해서 호황기가 오는 구조인 것이죠. 최근에 장기간 호황이 계속됐었잖아요. 역대 최장이고,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두었는데, 이것도 결국에는 공급 측면에서 이해하시면 쉽게 이해될 것 같은데요. 2012년에 반도체 시장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일본의 디램 3위 업체가 있었어요. 엘피다 반도체라고. 엘피다라는 것은 그 이전에 보면, 일본의 굉장히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있다가 다 망해서 정부에서 구조조정해서 다 합병해서 하나 만든 것이거든요. 유일한 자존심이죠. 도시바라는 낸드 회사가 하나 남아있고요. 그런데 그 엘피다가 경영 악화로 인해서 2012년 파산하게 됩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요. 1년 후쯤에 미국에서 마이크론이라는 메모리 회사, 지금 3위를 하고 있는 회사가 엘피다를 인수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이 합병 자체가 잘못된 만남이었던 거죠. 보통 어떤 합병을 할 때 이게 성공하려면, 인수하는 업체의 기술력이 좋거나 자본력이 좋거나. 내가 자본이 좋고, 피인수 회사가 기술력이 좋으면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겠고, 그 반대의 경우가 되거나 해야 하는데요. 사실 마이크론 같은 경우는 기술력도 가장 낮은 상황이었고요. 오히려 엘피다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회사였고요. 

◇ 김혜민> 자본력이 좋았습니까?

◆ 이주완> 자본력도 굉장히 안 좋았습니다.

◇ 김혜민> 그런데 어떻게 인수를 했어요?

◆ 이주완> 삼성 하이닉스는 굳이 엘피다가 좋은 회사가 아니니까 인수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요. 그것을 비싼 가격에 마이크론이 사면서 돈도 없고, 기술력도 없는 두 회사가 합쳐지니까 시너지는 고사하고, 1 플러스 1이 0.5, 0.3이 됐어요. 그러니까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가 뚝 떨어집니다. 대부분 반도체 설비투자가 없어진 게 미국과 일본 사이드였어요. 간접적으로 결국은 마이크론과 엘피다가 합병하고 나서 자본이 달려서 설비투자를 제대로 못해서 합병 후에 더 쪼그라든 상황이 된 것이고요. 4년 동안 설비투자가 굉장히 안 좋았기 때문에 계속 공급 쪽의 압박이 있었던 거죠. 4년 동안 누적되었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공급 부족이 아주 심해진 상황이 2016년이 된 것이고요. 2016년부터 반도체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서 2년간 계속된 겁니다.

◇ 김혜민>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군요. 

◆ 이주완> 우리나라도 보면, 2017년 보면,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그다음에 생산량도 줄었어요. 의도적으로 가격을 강하게 가려고 조금 생산을 적극적으로 안 한 측면도 있죠. 한국 업체들 같은 경우는요.

◇ 김혜민> 이렇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과 일본의 기업이 무너져나가고 실적이 부족할 때 어쨌든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든든히 서 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반도체가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수요가 느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자체적으로는 줄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에도 대안이 필요하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주완> 단기적으로 보면, 지금의 가격 하락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면 공급 쪽에서 조절할 필요가 있고요. 제가 아는 한 분이 기업 탐방을 하고 왔더니 이미 그런 액션을 하고 있다고 해요. 장비를 다 사서 공장 지어놓고, 안 돌리는 거죠. 그렇게 해서 최근 가동률을 다시 떨어뜨리기 시작했어요. 이런 식으로 1, 2년 정도는 아직 우리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자신의 패를 이용하는 것이죠. 아직은 이렇게 저희가 콘트롤할 수 있는 상태인데요. 이 상태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고요. 가격 하락이 심했지만, 아마 떨어지는 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1, 2년 정도까지 가능한 옵션이고, 그 후에는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들을 열심히 짓고 있는데, 완공 시기는 조금씩 지연되고 있어요. 언젠가는 나올 텐데요. 그래서 중국의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는 3, 4년 후 정도가 되면, 우리가 물량 조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잃어버리게 돼요. 우리가 줄이면 중국은 더 늘려서 시장을 다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다 맞대결하면서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되고요. 그게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치킨게임이거든요. 치킨게임이 다시 돌아오는, 반도체가 한동안 불황 없이 사이클이 정지되어 있던 상황이 2년 동안 됐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사이클이 돌아오는,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는 사이클로 가는 시점이 몇 년 후에는 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김혜민> 단기적으로는 우리가 패를 주도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이 공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하나는 중국의 기술 개발 문제인데요. 지금은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양으로도 승부하지만, 이제는 질로도 승부하게 될 때 그런 날이 올 수 있겠죠?

◆ 이주완> 기술 격차로 따지면, 10년 후에도 여전히 격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런데 저희가 시장을 보는 입장에서는 기술 격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점유율이거든요. 기술이 약해도 물건을 다 팔아서 가져가 버리면 끝이기 때문에요. 기존에 우리가 LCD나 LED 같은 곳에서 이미 겪었고요. 반도체 같은 경우도 기술 격차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지만, 중국에서 타겟으로 하는 시장은 수출 시장이 아니고, 내수 시장이고, 우리가 알다시피 삼성전자 갤럭시나 애플만큼의 퀄리티가 아닌 화웨이, 샤오미 같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들은 충분히 1, 2년 후면 양산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어쨌든 국산품을 애용하려는 정부의 방침도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저희는 기술력과 상관없이 시장은 저가시장부터 중국이 점점 먹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우리는 그것을 막으려고 억지로 하는 것은 조금 무리이기 때문에 그 시장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시장 쪽으로 조금 더 비중을 높이든가, 메모리가 아닌 쪽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기는 한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비메모리 쪽의 진입장벽이 꽤 높더라고요. 
 
◇ 김혜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네요.

◆ 이주완> 이게 사실은 양쪽을 다 노리기는 해야 해요. 이쪽은 어느 정도 견제해가면서 약한 쪽은 꾸준히 두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네, 오늘 우리의 먹거리, 반도체 전망과 현 상황을 잘 짚어주셨습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셨어요. 고맙습니다.

◆ 이주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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