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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앞둔 아이…자발적으로 배우려는 신호 읽어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1-09 11:20  | 조회 : 1969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9년 1월 9일 수요일
□ 출연자 : 유재령 도담도담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청취자 여러분은 초등학교 입학 때 기억나십니까? 지금 듣고 계신 분 대부분은 국민학교 시절에 입학하셨겠죠. 정확하게 그날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뭐가 뭔지 몰라서 왠지 떨렸던 기억이 흐릿하게 납니다. 어제 서울 지역 560개 공립 초등학교에서 2019학년도 신입생 예비소집이 열렸습니다. 예비소집에 참여한 학부모들, 그리고 또 예비소집을 곧 하게 될 학부모님들 모두 내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대견스러우면서도,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어떡하나, 산만한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실 겁니다. 아이 입학할 즈음해서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 오늘 귀기울여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투데이 포커스>에서는 <미리 가본 초등학교, 얼마나 준비되었나요?>의 저자인, 유재령 도담도담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과 함께하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유재령 도담도담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이하 유재령): 안녕하세요.

◇ 장원석: 어제가 예비 초등학생들이 미리 학교에 가보는 날이었는데요. 학부모들도 그렇고요. 아이들도 많이 긴장하겠죠?

◆ 유재령: 그럼요. 많이 긴장되는 국면이고요. 그동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아이들을 물론 교육도 하지만 보호를 해주는 비중이 좀 더 컸다면, 초등학교는 아이가 주체가 돼서 내가 스스로 상황들을 이해하고, 내 욕구를 조절하고 규칙을 받아들이면서 대응해야 할 일들, 그러니까 엄마가 또는 선생님이 일일이 해줄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일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아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생활과는 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긴장을 많이 하고요. 부모님도 긴장을 많이 하시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 장원석: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아무래도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요. 방과 후에는 학원에 가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역시 유치원에 있을 때보다는 부담,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선행학습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잖아요. 미리 공부시키는 게 좋다고 보세요,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뛰어놀도록 하는 게 낫다고 보세요?

◆ 유재령: 제가 상담을 하면서 이런 질문들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요. 저희가 전문가적 입장에서 아이들의 심리적인 성장들을 고려한다면 두 가지의 균형이 참 중요할 때인 것 같아요. 특히 7세 아이들, 학교 들어가기 직전의 아이들은 내가, 우리나라 나이죠. 7세랑 6세 때 내가 놀이했던 경험과 조금씩 배워갔던 경험들이 어느 정도 균형이 있나를 한 번 점검해보시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물론 놀이가 되게 중요하긴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거나 상상력을 키우고 긍정적인 감정들을 많이 느껴보고, 감각운동적인 기술들을 향상시키는 자연스러운 기회이기도 하면서, 인지적으로는 집중력이나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기회가 되는 게 유치원 시기 아이들의 놀이입니다. 하지만 너무 놀이만 하게 되면 어떤 문제들이 생기냐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구조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배워가는 것에 대한 연습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신호들을 잘 관찰해서 거기에 맞는 학습을 좀 지원해주시는 것, 그러니까 책을 펴놓고 꼭 앉아서 공부하고 이런 것을 푸시하라는 말씀이 아니고요. 아이들이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나이의 6세반 아이들이 길을 엄마랑 가다가 간판을 보면서 ‘엄마, 저게 빵집이라고 써있는 거야? 소아과라고 써있는 거야?’ 이런 식의 질문들을 하잖아요. 그러면 아이들은 사실 한글 학습을 처음 시작할 때는 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활 속에서 주변에 눈에 띄는 물건이나 장소가 무슨 단어로 읽어지는지, 그게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보는 것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이런 게 생활 속에서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되다 보면 어느 날 아이들이 형이나 언니가 가지고 있는 어떤 학습지 같은 것, 교과서 이런 걸 부러워해요. 그래서 나도 저런 게 있었으면 좋겠어, 내 공부책이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할 때, 그때 우리가 보통 말하는 구조화된 학습을 시작하는 거지, 6세의 상당수 아이들은 그냥 놀이 속에서 막 그걸 습득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놀이 따로, 학습 따로가 아니라, 어떤 것을 배우려는 욕구가 일단 아이한테 나오는지, 그런데 그게 글자일 수도 있고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 나이는.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그게 나오게 돼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주고 지원해주는 게 중요한 거고. 물론 학습과 전혀 관련 없는 놀이시간들도 충분해야 하죠.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학교를 고려해서 얘가 배우려고 자발적으로 신호를 보냈을 때 그것은 지원해주셔야 하는데, 그냥 놀고 있으니까 대답 안 하고, 이런 식으로 대응하시면 자발적인 배움의 타이밍들을 놓치시는 경우들이 있으세요. 그러면 너무 놀아서 바로 학교에 갔더니 다른 애들은 알림장을 쓰고 있는데 우리 애는 알림장을 못 쓰고 있다. 다른 애는 자기 이름과 가족의 이름을 정확히 쓰고 있는데 우리 아이는 그걸 못 쓰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자신감이 거기서 확 꺾여가지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급하게 공부하느라고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래서 6~7세 때부터 점진적으로 했었다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그 부분을 잘하실 거라고 제가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균형을 잘 맞추면서 아이가 학습의욕을 보이는 시점, 그런 행동을 잘 파악했다가 그때 지원을 잘해줘라. 아이한테 관심을 많이 쏟으면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입학 전에 한글, 구구단, 이 정도가 선행학습이었어요. 글자 읽지 못하거나 구구단 못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에는 입학 전부터 영어, 음악학원, 운동학원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죠. 어디까지가 적당하다고 보세요?

◆ 유재령: 사실은 좀 더 전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모국어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일단 원하느냐, 그것을 원하고 소화할 수 있느냐. 그래서 아이가 일단 한글 모국어가 충분히 듣기, 말하기, 읽기 이런 것들이 충분한 상태에서 영어유치원을 가는 것, 그리고 아이가 그것을 즐거워하고 그것을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다녀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인이 없다면 괜찮지만, 일부 아이들은 모국어가 지금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학습을 함으로써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사인들이 많이 생기는 경우들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그냥 영어에 대한 욕심을 조금 접으시고, 우선은 모국어 환경에, 모국어 학습에 조금 더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를 1~2년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영어를 못하게 되거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후에 초등학교,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관찰해도 모국어를 충분히 잘하는 아이들이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도 더 유연하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요즘에는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진행하기보다는 영어를 먼저 가르친다든지, 혹은 동시에 가르쳐서 아이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면 모국어,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서 교육도 제대로 시켜야 하는데. 소장님 저서를 보면 ‘놀이를 통해서 한글을 보다 쉽게,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가르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어떤 식의 놀이, 어떤 식의 교육이 가능할까요?

◆ 유재령: 예. 이런 것도 결국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들의 사인을 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 우리가 다른 나라 말을 배울 때 항상 먼저 배우는 게 리스닝, 듣기지 않습니까. 그래서 모든 언어가 듣기, 말하기가 충분히 된 다음에, 그다음에 읽기, 쓰기로 넘어가는 순서는 모두 공통적이에요. 그러면 우리가 듣는다는 것은 1살, 2살 때 아이가 말을 못해도 엄마가 실컷 말을 많이 시켜주시느냐. 그러면 아이들이 언어표현, 표현언어가 발달할 때 말하기를 폭발적으로 막 하죠. 그렇게 2~3년을 지내다가 어느 날 글자라는 것을 읽으려고 하고 쓰려고 할 때 이 과정이 몇 년간 이뤄지는데요. 이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감각운동적 방식을 충분히 접했느냐예요.

◇ 장원석: 그게 뭡니까?

◆ 유재령: 그래서 예를 들어서 청각적으로 들었냐. 시각적으로 충분히 보았냐. 내가 머릿속에 기억해서 이미지를 그려보고 그것을 다시 입으로 말해봤냐. 그다음에 다시 머릿속에 넣은 글자를 눈으로 보면서 다시 써봤냐. 그런데 하나의 예를 들면, 쓰기는 갑자기 어느 날 공책을 들이밀고 너 이 글자 써봐, 이렇게 많이들 하시잖아요. 그런데 쓰기라는 게 본 것이 많아야 쓸 수가 있는 거고, 그다음에 아이들이 손가락에 협응이나 이런 것들이 중요해지는 나이거든요. 그래서 내가 어떤 놀이 속에서 가위질도 열심히 해봤고, 색종이도 열심히 접어봤고, 블록도 열심히 만들어봤고, 모래장난도 많이 해봤고, 하다못해 엄마 수건 갤 때 나도 따라서 개어봤고, 엄마가 쟁반 들고 갈 때 나도 쟁반 들고 가봤고, 그다음에 작은 주전자, 아이가 들 수 있는 작은 주전자에서 내가 컵에다가 물을 따라봤고. 생활 속에서 우리가 손을 조절해야 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은데 아이가 힘들까 봐 그런 건 안 시키고, 그다음에 아이가 공부를 안 할까 봐 그런 감각운동적인 놀이를 안 시키고 그냥 책으로만, 노트로만 쓰기를 한다 그랬을 때 아이들은 굉장히 부담스러워해요. 왜냐하면 내 몸에서 감각운동에서는 쓰기를 할 준비가 충분히 안 돼 있거든요. 그래서 잘 놀아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애가 원하는 것을 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놀이 속에서 아이가 몇 년 간 필요한 어떤 기능들을 아주 자연스럽고 즐거운 상황에서 발전시켜왔느냐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된 아이들은 어느 날 내가 글자에 관심을 갖고 쓰고 싶어지고, 이럴 때 충분히 쓴다고 봅니다, 저희가 관찰했을 때는.

◇ 장원석: 그래서 장난감 같은 거 보면 한글을 이용한 장난감 퍼즐이라든지 카드 같은 것으로 노는 것처럼 공부하는 그런 것이 많은 이유였군요. 그런데 요즘에는, 예전에 책을 위인전 세트를 사준다든지, 이렇게 해서 억지로 많이 읽도록 했는데,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어려서부터 쓰기 때문에 교육법 자체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책을 잘 읽을까요?

◆ 유재령: 읽는 것은 사실 스마트폰으로 읽는 것이든 책으로 읽는 것이든, 어떤 면에선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아무리 대중화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성장에서는 내가 오감각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 시각, 청각, 이런 것 위주로 쓰기는 하지만 손의 감각, 내가 촉각적인 거라든가 손을 조절해서 해야 하는 것들은 조금 놓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물론 중요한 기기가 되기는 했지만 다른 좀 더 원래 예전 놀이방식의 것으로 하는 것들도 동시에 가야 하는 거죠.

◇ 장원석: 방금 말씀해주신 대로라면 오감 발달을 위해서 손으로도 여러 가지 만져보고 만들어보고 해야 한다고 했는데,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 틀어놓고 교육인 것처럼 영상을 보고, 계속해서 그것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참 걱정 많으실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한 균형도 조절이 필요할 것 같네요.

◆ 유재령: 네, 네.

◇ 장원석: 그리고 수학 얘기를 해보죠. 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적어도 고등학교까지 12년을 배우는데, 이제 시작하는 첫 단계,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 유재령: 이것도 역시 그전에 생활 속에서 놀이 속에서 아이가 이런 기반이 될 만한 것들을 했느냐가 중요한데, 그것을 좀 더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아이들이 숫자의 이름을 알려고 하고, 그다음에 숫자들이 어떤 순서로 쓰여지는지, 예를 들어서 1 다음에 2고, 2 다음에 3이고, 이게 수의 서열화라는 개념이고요. 그다음에 2가 갖는 양과 5가 갖는 양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실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에는 수의 이름, 수의 서열화, 수의 양 개념, 이렇게 세 가지 개념을 충분히 갖고있느냐. 이것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덧셈을 한다거나 뺄셈을 한다는 것이 헷갈려지는 거죠.

◇ 장원석: 예를 들면 그런 수의 양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 속의 어떤 자연스러운 교육 없을까요?

◆ 유재령: 예를 들면 엄마가 쌀을 씻을 때 검정콩을 꺼내는데 아이들이 ‘나도 만져보고 싶어’ 이럴 때 어머님들이 ‘저리 가’ 이렇게 말 쉽게 하시잖아요. 그런데 그것보다 ‘너도 만지고 싶어?’ 그래서 몇 개를 그냥 주시는 거예요. 그럼 아이가 그걸 식판 위에다 놓고 사실 세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6~7세 아이들 같은 경우는. 그러면 혼자서 자연스럽게 세어도 상관이 없고, 아이가 센 것을 보면 엄마가 지원하는 거죠. 1 숫자 밑에는 하나고, 2 숫자 밑에는 콩이 두 개고, 3 숫자 밑에는 세 개고. 이건 콩이 아니라 다른 도구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눈으로 내가 3이라는 숫자에는 저 양만큼 들어가 있고, 5라는 숫자에는 저 양만큼 들어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다음에 연산은 좀 더 쉬워지는 거죠. 그래서 연산만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이 세 가지 기초개념이 머릿속에 있는 아이인가를 점검하신 후에 그것에 맞게 연산을 지원해주시는 게 좋죠.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수학이라든지 한글 공부, 일단 학교에 가고자 하고 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은 아이들은 괜찮은데, 내가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거든요. 어떻게 아이들한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유재령: 내가 왜 학교를 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건 되게 안타까운 얘기인데요. 사실은 학교 가기 전에 이런 대화들을 하게 되거든요. 아이들이 7세가 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을 통해서도 ‘너희들이 이제 학교 형아가 될 거다, 초등학교 갈 거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에 아이가 자신의 성장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지를 한 번 보셔야 해요. 그래서 예를 들면 ‘네가 이제 곧 형이 될 거야, 언니가 될 거야’ 그럴 때 굉장히 반색, 반가워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면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가 유치원보다 조금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내가 성장한다는 것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들이거든요. 그런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미리 데려가서 공간을 보여준다거나 얘기를 들려주는 거죠, 형제들의 이야기. 예를 들어서 2년 전에 너희 언니가 초등학교 갈 때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걱정하던 일들이 별로 안 일어나더라. 그리고 어떤 긍정적 측면들, 계단이 너무 높아보여서 올라갈 때마다 힘들까 생각했는데 올라가니까 되게 재미있고 오히려 달리기 실력이 늘더라. 이런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시는 게 좋고, 그다음에 그래서 지금 네가 그걸 할 수 있는 시점이 됐고, 엄마 생각에는 네가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아이의 성장속도라든가 아이를 믿어주는 말씀, 그다음에 긍정적인 일들이 벌어질 거라는 이야기들도 해주시는 게 도움이 되죠.

◇ 장원석: 그렇군요. 예전에는 동네 또래 아이들이, 한두 살, 세 살 차이나는 아이들이 함께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노니까 거기서 자연스럽게 같이 놀던 형누나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보고, 뭔가 멋있어 보이고 부러워 보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겠지,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뤄졌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런 게 줄어들다 보니까 부모들이 혹시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어하면 이런 것을 잘 설명해줘야겠군요.

◆ 유재령: 그렇죠. 네, 네.

◇ 장원석: 미리 학교에 가서 학교 모습을 구경한다든지, 이런 것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 있잖아요. 예전에는 아이들 말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조용히 있고, 수업시간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학부모들이 당부했는데 그걸 듣고 자란 학부모들이 또다시 자녀들에게 그렇게 교육하게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 해야 학교가 즐겁고 재밌는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 유재령: 아까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지만, 긍정적 행동을 하면 긍정적 결과가 올 수 있고, 사실은 부정적 행동을 하면 부정적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이 조금씩 더 많이 인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부정적 행동을 했을 때 부정적 결과가 온다고 얘기하는 것은 가끔 해주셔야 하는 거고, 오히려 ‘네가 선생님을 열심히 쳐다보면 의외로 네가 기대했던 것보다 되게 재미난 것들을 많이 알게 될 거야’ 이런 식의, 그래서 네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네가 이롭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그런 긍정적 측면의 말씀을 해주시는 게 더 좋고요. 사실은 주의력이 좀 부족한 아이들이 여러 분류로 나뉘어져요, 같은 모습이 아니라. 그래서 어머님이 한 달 정도 이런 이야기를 간간이 해줬을 때 정말 아이가 노력하려고 하고 어떤 사람한테 집중할 때 그 사람 얼굴을 열심히 보고 그 사람이 말하려는 걸 내 머릿속에서 이해하는 그런 모습들이 잘 나오는 아이들은 그냥 엄마의 노력만으로도 사실 주의력이 점점 좋아지기는 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하루하루 가고, 한 시간 한 시간 집중하고, 집에서 간단한 학습을 하고. 이런 것들도 다 주의력을 유지해보는 경험이기 때문에 이 연습의 양이 많아지면 결국 아이들은 주의력이 점차 좋아지고, 1학년 1학기 때까지는 조금 아이들이 주의력이 불안정하긴 한데 1학기를 지나면서 괜찮아지면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주의력이 생겼는데 우리 아이만 더 심해진다거나,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고 하면 그때는 전문가에게 의논하시는 방법을 택하셔야 하기도 합니다.

◇ 장원석: 수업시간하고 쉬는 시간 구분을 못해서 수업시간에도 계속 돌아다니면서 창밖 내다본다든지, 갑자기 일어나서 장난감을 만지러 간다든지, 이런 아이들. 계속해서 한 학기 정도 지켜봤을 때도 차도가 나아지지 않으면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까요? 어렵겠습니다만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요.

◆ 유재령: 그것은 되게 이야기가 복잡해지고요. 일단 좀 더 일반적인 말씀을 드리면, 보통 종소리가 나잖아요. 종소리가 청각적인 자극이죠. 그러면 이것은 무슨 신호구나, 라는 인식이 아이한테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내가 만약 지금 A라는 놀이를 쉬는 시간에 하고 있는데 그다음에 종을 침으로써 이제 국어시간이다, 라는 새로운 자극이 들어왔을 때 내가 예전에 몰두하고 있는 자극을 빨리 접고 새롭게 들어오는 자극을 딱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지금 필요한 것에 주의를 집중하는, 주의를 전환시키는 능력이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보통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을 잘 구분하는 아이들은 주의력이 괜찮은 아이고요. 그런데 이게 사실 주의력만 되는 게 아니라 약간 정서적인 부분의 요인들이 같이 작용할 수 있는데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빨리 접는 아이들은 욕구제연 능력이 있는 아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입학할 때까지 욕구제연 능력이 잘 키워지지 않은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면 ‘나 지금 쉬는 시간에 A라는 놀이가 재밌는데 왜 나 지금 국어 해야 해?’ 라고 투덜거리기 시작하는 게 심해지면 문제가 되는 거죠. 그래서 여기서는 욕구제연 능력이라든가 내 아이가 혹시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을 때 이 감정을 잘 견디고 해소하는 능력이 있는가도 동시에 보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선생님 미워’ 이런 마음도 들면서, 더 선생님을 방해하는 행동을 한다든가, 본인 마음에 일어난 좌절감이나 분노들을 잘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창가로 간다든가 교실 밖을 나간다든가, 이런 엉뚱한 행동들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동시에 정서적인 능력도 같이 보셔야 하고요.

◇ 장원석: 알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학교생활의 부담이 느껴지더라도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게 즐겁고, 친구들 만나는 게 재밌다면 적응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제 기억도 그렇고요.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짧게 들어보겠습니다.

◆ 유재령: 일단 자기 할 일을 잘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친구관계가 좋습니다. 그런데 선을 넘는 행동이 있는지만 좀 어머님들이 한 번 관찰해보시길 바랍니다. 저학년 때 일어나는 대표적 사례들이 짝을 툭툭 치는, 때리는 것 아니라고 하면서 자꾸 툭툭 치는 아이, 짝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아이, 짝의 물건을 허락없이 갖다 쓰는 아이. 그래서 이런 세 가지 경우에만 어머님들이 좀 더 적절한 훈육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장원석: 알겠습니다. 오늘 흥미로운 이야기 잘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유재령: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유재령 도담도담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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