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신년특집, 황금돼지를 잡아라! 2019년 트렌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1-03 17:41  | 조회 : 3404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김헌식 문화평론가 평론가



[생생경제] 신년특집, 황금돼지를 잡아라! 2019년 트렌드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YTN 라디오 <신년특집, 황금돼지를 잡아라! 2탄, 2019 대한민국 트렌드>입니다. 트렌드란 ‘방향, 경향, 동향, 추세, 유행’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사회와 문화의 방향계인 트렌드를 잘 알면요.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이 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 함께해주실 두 분 모셨습니다. <2019 대한민국 트렌드>의 저자 마크로밀 엠브레인 윤덕환 이사, 문화평론가 김헌식 평론가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이하 윤덕환)> 네, 안녕하십니까?

◆ 김헌식 문화평론가 평론가(이하 김헌식)>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먼저 아주 원론적인 질문드리죠. 윤 이사님,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 이렇게 질문드리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윤덕환>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 쉽게 말씀드리면 실수를 줄일 수 있고, 기회를 잡을 수 있죠.

◇ 김혜민> 경제적이네요.

◆ 윤덕환> 그럴 수 있습니다. 타인의 행동을 알아야 이렇게 가는 것이 튀는 게 아니구나, 또는 이렇게 가야 틈새가 있구나, 이렇게 알 수 있으니까요. 

◇ 김혜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우리 평론가님께서는요?

◆ 김헌식> 트렌드를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요. 한편으로는 지금 현재의 추세나 트렌드를 알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것을 선택을 할 여지도 있어요. 새로운 건줄 알았는데, 이게 다 하고 있는 거구나, 그러면 여기에서 약간 차별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도 가능하거든요.

◇ 김혜민> 아까 윤 이사님이 말했던 틈새를 노릴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네요.

◆ 김헌식> 전반적인 흐름이니까 흐름을 가지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고요. 그런 흐름 속에서 뭔가 창조하거나 덧붙이거나 이런 아이디어까지 얻으면 더 좋겠죠.

◇ 김혜민> 윤 이사님, 매해 책 쓰시잖아요. 2019 대한민국 트렌드. 제가 작년에도 교과서처럼 읽었는데, 올해도 책이 참 예쁘게 나왔어요. 이 책을 그냥 쓰시는 게 아니라 설문 조사를 실시하시더라고요?

◆ 윤덕환> 그렇죠. 보통은 트렌드 책들은 이맘때가 물 들어올 때입니다.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트렌드 책들이 많은데, 저희들이 조금 차별화된 것은, 그래서 사실 조금 재미도 없지만, 그게 조사를 통해서 대중 소비자들의 행동 방향 같은 것이 실제 존재하는구나, 이것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있죠. 예를 들면, 정상분포라고 해서 종 모양의 현상이 하나가 있다고 가정하면, 보통 트렌드는 앞선 3~5% 내외 선도 소비자들의 행동을 보고, 이게 앞으로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약간 맞을 경우도 있고, 틀릴 경우도 있어요. 저희는 그것을 실제 조사하죠. 그러면 51%가 움직이면, 실제로 이게 대세가 될 가능성이 있겠다고 확인하기 때문에 아주 앞선 트렌드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 현재 대세가 어디라는 것을 짚을 수 있죠.

◇ 김혜민> 그러면 2018년에도 책을 내셨잖아요? 2018년 후반에 대충 보니 적중률 어느 정도입니까?

◆ 윤덕환> 그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데, 가장 욕을 많이 듣는 대답을 드리자면 대세가 없는 게 대세다. 무슨 얘기냐면, 작년부터 저희가 미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는데, 1인 체제와 관련된 거예요. 혼자 밥 먹고, 영화보고, 술 먹고, 혼자 즐기고 하는 것이 약간 편해진 것을 넘어서 올해는 의식주 모든 분야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런 혼자 동기화된 개인들이 그 동기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이것까지 확장된 현장을 저희가 짚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대세가 없는 게 대세인데, 그 의미는 1인. 나홀로족이 단지 개인의 행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방위적으로 뻗어가고 있다?

◆ 윤덕환> 그렇죠. 혼자 떨어져 있는 것에 약간 불안해했다가 일상으로 다가왔고, 습관화되었다가 자기감정에 충실했다가 이제 생활로 퍼진 거죠. 그러다가 적극적으로 이미 사회 퍼져나간 공간에서도 개인화된 삶을 주장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거죠.

◇ 김혜민> 이 말에 대해 김헌식 평론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헌식> 저는 카운터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서 윤 이사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더 심화될 것은 분명히 대세라고 볼 수 있겠고요. 다만 여기에는 조금 카운터 트렌드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혼자 있는 것에 지친 사람들의 트렌드도 약간씩 있을 것 같아요.

◆ 윤덕환> 정확하게 잘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 김헌식> 그런데 그 사이즈가 엄청나게 크다고 볼 수는 없고, 그런 흐름도 놓치면 안 되고요. 거꾸로 아까 틈새시장 말씀하셨잖아요? 그게 틈새일 수도 있어요. 물론 사이즈가 엄청나게 크다, 그렇게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그건 주의를 하셔야 하고요.

◇ 김혜민> 그러니까 혼자 놀고, 혼자 하는 것들이 대세가 됐으니까 이제 반대로 같이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무언가가... 

◆ 김헌식> 공동체까지는 아니더라도.

◇ 김혜민> 그러면 뭐라고 표현할까요?

◆ 김헌식> 끼리끼리, 이렇게 얼마 전에 유행했던 취향의 공동체일 수도 있고요.

◆ 윤덕환> 네, 맞습니다.

◆ 김헌식> 그런 것들이 등장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매개를 가지고 할 거냐, 이게 달라질 수는 있겠죠.

◆ 윤덕환> 그런데 전제가 그거 같습니다. 저희가 측정을 해보니까 2016, 2017, 2018년, 그리고 올해 2019년 대한민국 트렌드 책을 쓰는 과정에서 하나의 흐름이 보였는데, 2015년, 2016년 조사를 해봤더니 흥미로운 게 집에서 머문 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전제해야 할 현상은 뭐냐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라는 겁니다. 이게 뭐 아리스토텔레스가 옛날에 말해서 그런 게 아니라 뇌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형태로 진화해왔다는 게 최근 뇌 과학에서 증명한 것이거든요? 그러면 누군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본능적으로. 그런데 적극적으로 혼자 있잖아요? 그사이에 뭐가 발생하냐면, 결핍이 발생해요. 같이 있는 상황에 대한 결핍. 그게 김헌식 박사님이 말씀하셨던 이 중간 과정의 결핍을 메꾸는 과정에서 2015년, 2016년 유행했던 게 뭐냐면, 대리 만족입니다. 일반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이나 예를 들어서 결혼을 대신해준다거나 육아를 대신해준다거나 이런 식의 프로그램들이 대세였거든요. 사회성이 결핍을 메꾸는 방식으로 대리되는 거죠. 

◇ 김혜민> 저는 조금 슬퍼요. 2015년부터 혼자 있는 흐름이 이어졌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다양한 문화들이 나왔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저희 프로그램은 경제 방송이니까 그러면 나라 경제 정도. 경제가 흥하고 어렵고 하는 정도가 트렌드에 영향을 주죠?

◆ 윤덕환> 그것도 영향을 주죠. 그런데 일단 미시적으로 보면 여러 군데에서 소비나 이런 곳에 흔적이 있는데, 예를 들면, 유행에 덜 민감해집니다. 앞에서도 제가 대세가 없는 것이 대세라고 한 것처럼 타인에 영향을 덜 받는데, 회사에서는 머리 안 감고 출근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거나.

◇ 김혜민> 그렇게 어렵지는 않잖아요, 우리가. 

◆ 윤덕환> 브랜드의 영향이 줄어든다거나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중요했는데, 하차감이 덜 중요해진다거나 아니면 독서실이 요즘에 스터디카페로 다 바뀌고 있는 것은 아시죠? 그다음에 노래방도 코인 노래방이 대세가 됐어요, 지금. 그다음에 만화카페가 아주 흥행한다거나. 개인적으로도 분리된 공간에서 즐기고 하는 것이 집을 넘어서 아주 일상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거죠.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게 있고, 그리고 난 다음에 또 하나는 뭐냐면, 동기화된 개인이 자기 동기를 충족하기 위해서 회사 생활을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퇴사가 트렌드입니다.

◇ 김혜민> 그렇죠. 똑같은 질문을 문화평론가께 드릴게요. 경제 상황과 경제 분위기가 문화에도 영향을 당연히 끼치죠?

◆ 김헌식> 사실 고전적인 이론은 경제가 어렵게 되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문화비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도서비, 공연, 영화까지 포함해서 야외 행사 참여를 줄인다고 하는데, 이것도 약간 세대별로 달라지고 있는 측면들이 있죠. 젊은 세대들 같은 경우는 예를 들면, 예전에 유행했던 것처럼 88만 원을 받아도 내가 먹고 싶은 것, 혹은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은 한다는 겁니다. 퀸이 내한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내가 꽂혀있다고 하면, 빚을 내서라고 그 공연을 보는 행태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예요.

◇ 김혜민> 그러니까 경제의 개념이 세대별로 조금 다르니까요. 돈을 쓰는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대해서도 다르고요.

◆ 김헌식> 그런데 다만 ‘욜로’가 유행할 때 그런 지적이 있었어요. 욜로라는 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즐겨라, 이런 측면들이 있잖아요? 원래 그 뜻은 아니지만. 그런데 욜로 담론이 나왔을 때 주로 어떤 지적이 나왔냐면, 욜로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욜로의 내실화라는 측면도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자기에게 접근 가능한 측면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거기에 집중 투자를 하지 예전처럼, 경제 상황이 좋았을 때처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런 식으로 다 할 수는 없고, 선택과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 윤덕환> 정확하게 지적을 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유튜브로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수렴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혜민> 유튜브 이야기는 뒤에 하고요. 씨스타의 ‘나 혼자’예요. 물론 실연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하는 거지만, 오늘 우리가 준비한 질문지와 논의할 내용들이 결국은 나 혼자라는 축으로 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유튜브. 유튜브가 나 혼자 문화와 여러 가지 우리가 말한 것의 집약체인 것 같아요. 유튜브 얘기를 먼저 해보죠. 두 분은 개인적으로 어떤 유튜브 콘텐츠를 즐겨보세요? 우리 윤 이사님부터.

◆ 윤덕환> 저는 최근에 기타를 하나 선물 받았어요. 멋진 선물을 받아서 학원을 다녀볼까 하다가 유튜브 찾아보자 했더니 엄청 훌륭한 선생님들이 거기 다 계시더라고요. 거기서 다 배웁니다. 거기에 다 있더라고요.

◇ 김혜민> 돈도 안 들고요.

◆ 윤덕환> 어제는 떡국 맛있게 끓이는 법을 찾아서 열심히 끓였죠. 거기에 공부하기에 딱 좋은 콘텐츠들이 많아요. 그런 것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김혜민> 공부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찾아보신다고 하셨고요. 문화평론가께서는 어떤 유튜브를 주로 보실까요?

◆ 김헌식> 오히려 저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요. 요즘 흐름이 갑자기 시사 프로그램이 유튜브로 진출했어요.

◇ 김혜민> 맞아요. 정치인들도 개인 방송을 하고요.

◆ 김헌식> 전에는 시사하면 팟캐스트, 라디오와 연동해서 뜨고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유튜브에 시사가 결합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까지 굉장히 위기감을 갖게 되는 상황이 돼서 오히려 일상적인 측면에서의 일반 아이템들, BJ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딱딱한 영역들까지 결합되고 있어서 조금 놀랍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 윤덕환> 여기도 보이는 라디오 해야 할까 봐요?

◇ 김혜민> 보이는 라디오 곧 합니다. 여러분, 저희 곧 보이는 라디오 2019년에 곧 합니다.

◆ 윤덕환> 트렌드 대열에 합류하시는군요.

◇ 김혜민> 기대해주시고요. 그리고 YTN 라디오도 유튜브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지금 얘기가 나왔으니까요. YTN 라디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생방송도 들으실 수 있고, 또 다시 듣기도 가능합니다. 지금 두 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유튜브가 대세가 된 게 지상파 라디오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거예요. 라이브로 듣는 분들보다는 이렇게 다른 채널로 듣는 분들이 많이 생긴 것 같거든요?

◆ 윤덕환> 무엇보다도 1인이라고 하면, 유튜브 말씀도 하셨지만, 동영상이 대세이기 때문에요. 젊은 세대 같은 경우에는 특히 라이브가 트렌드라서 이런 점은 2019년에 여전히 많아질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윤 이사님, 이 유튜브가 강세인 것이 나 홀로라는 축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 윤덕환> 한국 사회의 1인 체제는 서구에서 개인화되는 사회 분위기와 조금 다릅니다. 사실 어떤 자리에선가 이런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결국은 한국 사회도 서구에서의 그런 지향점처럼 개인화되는 것이냐, 그랬는데 그것과 조금 다르게 한국 사회의 1인 체제는 개인이 적극적으로 가족이나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고 싶은 건데 이 배경에는 한국 사회에서 조직이나 친족이나 가까운 곳에서 약간 억압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떨어져서 혼자 생활하기가 너무 편한,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아주 훌륭한 대체제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생활하기에 훌륭한 사회 시스템이 됐다는 건데요. 유튜브는 개인이 떨어져서 생기는 본능적인 사회적인 결핍을 완벽하게 메꿔줍니다. 나랑 비슷한 사람을 찾아보면, 예를 들어서 홍콩이나 이런 데 가깝고 따뜻한 곳에 가고 싶다. 그런데 여행은 필연적으로 돈과 시간이 필요한 선택지인데, 이게 없다 보니까 거기에 갔다 온 사람이 올린 동영상을 이불 속에서 편안하게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대체물이라는 거죠. 비슷한 경험들을 실제로 유튜브라는 게 이것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유튜브가 뭔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반복해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작년 2018년도에 꽤 알려졌던 유튜브 중에 ‘노잼봇’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던 분인데, 이분 콘텐츠가 무지하게 재미없습니다. 10시간 동안 공부만 하는 거예요. 심지어는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밥 먹으러 가느라 자리를 비우는데, 빈 좌석을 그냥 중계해요.

◇ 김혜민> 본인이 공부하는 모습을 그냥 유튜브에 싣는 거예요?

◆ 윤덕환> 그 유튜버가 두 달 전쯤에 찾아보니까 구독자가 42만 명쯤 됩니다.

◇ 김혜민> 세상에.

◆ 윤덕환> 그런데 그게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까 65% 정도가 공감하기 때문에 한다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나랑 비슷하게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찾는 공간입니다. 거기 유튜브라는 것이. 재밌는 동영상들을 끊임없이 알고리즘을 타고 중독적으로 보여주는 플랫폼을 넘어서 나랑 비슷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곳이 유튜브라는 겁니다. 

◆ 김헌식>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어요. 예를 들면, 1인이다. 1인 시스템, 1인 체제다, 이렇게 말씀하실 경우에는 서구의 개인주의와 1인 주의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어서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대개 지적하는데, 이사님께서는 떨어지고 싶어 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서구 사회는 그냥 개인주의가 처음부터 보장됐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게 남다르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사실 문화심리학 관점에서는 집단주의 문화거든요. 그러다 보면, 사실 자기 일을 잃어버리거나 아니면 가치 평가를 외부에 의존하다 보니까 존재감이 없어지죠. 그래서 떨어져 나오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말 떨어져 나온다고 한다면, 아까 이사님이 말씀하신 사회적 동물이라는 의미는 뭐냐면, 유튜브로 가서 혼자 있는 것이 아니고 어쨌든 거기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아니면 뭔가 응답이 있어야 해요. 실제로 유튜브를 이렇게 라디오 방송하듯이 일방향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많은 경우에는 미션이 있어요. 실제로 미션을 내리고, 미션을 내렸을 경우에 BJ에 그것을 합니다. 그러면 서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거죠. 그게 사실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없는 거고요. 그 명령이 약간 짓궂은 것도 있고요. 힘든 것도 있어요. 그런 가운데서 거꾸로 하는 사람도 그렇고, 그 지시 명령을 하는 사람도 그렇고, 존재감을 갖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이라고 하면, 이론적으로 접근하는데,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호응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멍 때림이에요. 어차피 우리는 굉장히 많은 일을 하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편하게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저도 머리가 계속 돌아가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약간 빈 공간을 원해서 ASMR같이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곳도 있고, 아까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에는 다른 미디어 매체에서 볼 수 없는 자기 동족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유튜브라는 공간 매체예요. 그런데 그 사이즈가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 종족이. 하지만 이게 전반적인 흐름이에요. 예를 들면, 싸이다, 그러면 싸이 종족이 우리나라에 그렇게 엄청나게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에 몇십만 명, 프랑스에 몇십만 명, 모아 놓으면 인터넷상에서 이게 종족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1인이지만 결국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 종족을 찾고, 거기서 뭔가 나의 존재감을 찾기 위한 행위들이 1인 체제로 보이지만, 수많은 1인들이 같이 모이려고 하는 흐름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혜민> 그러니까 아까 윤 이사님이 초반에 말씀하셨던 혼자 있고 싶은 욕구에서 출발했지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결핍, 사회적 욕구, 또 문화적 변화들을 반영해서 새로운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유튜브 이야기까지 나눠봤습니다. 우리 청취자분들도 같은 말을 해주시고 계시네요. 무인 계산대, 유튜브, 1인, 결국은 나 혼자라는 줄기로 이것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야기 나눠 볼 것은 ‘워라밸’이에요. 그런데 이 워라밸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잖아요?

◆ 윤덕환> 그렇죠. 오래된 얘기죠. 한국 사회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일군의 학자분들이 여가 관련된 학회도 만드시고, 그때 출발했던 개념이 워라밸로 알고 있는데, 그때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여가가 기본적으로 일을 위한 여가였잖아요? 일을 해서 조금 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한데, 그것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잘 쉬자. 이런 개념이 한국 사회의 워라밸이었다가 지금은 여가를 위해서 그냥 직장을 그만둡니다. 여가 생활에 최소한의 비용을 벌기 위한 직장 생활이 존재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느낌인 것이죠.

◇ 김혜민> 주객이 바뀌었네요, 이제는.

◆ 윤덕환> 행복이라는 개념이 더 중요해지면서 여가가 더 중요해졌죠.

◇ 김혜민> 그렇죠. 저도 직장생활 13년째 하고 있는데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의 회사 분위기와 지금 회사 분위기가 정말 달라요. 그리고 지금 제가 후배들을 보면, 정말 나하고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워라밸이라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몸에 인이 박힌 것 같아요.

◆ 김헌식> 그렇습니다.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는 학회나 전문가들이, 혹은 어떤 특정 책에서 이렇게 가야 한다는 당위 명제로 나왔어요. 시간이 조금 흐르다 보니까 이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차라리 일과 여가가 중심 균형 축인 것을 넘어서 오히려 여가가 중심이 되는 상황이었죠. 예를 들어 조직 문화 관점에서는 위의 상사 눈치 봐서 휴가 일정을 잡을 정도의 딱딱한 문화였는데, 지금 세대는 당당하게 얘기하고요. 또 이런 주 52시간과 같이 제도적으로 그렇게 보장해줬기 때문에 예전처럼 주 5일 근무 수준을 훨씬 더 뛰어넘어서 일상의 여가,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요. 또 사실 여가를 즐기다가 오히려 새로운 직업이라든지, 자기의 영역을 개척하는 상황도 벌어졌고, 그것을 실제로 생각하고 직장을 잡는다든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죠. 물론 그게 테크놀로지와 결합되어서 충분히 가능해진 측면도 있죠. 

◇ 김혜민> 문화가 제도를 이끕니까? 제도가 문화를 이끕니까? 둘 다 맞겠지만.

◆ 김헌식> 경우에 따라서 다르죠. 

◇ 김혜민>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했냐면, 주 52시간 근무가 작년에 핫했어요. 주 52시간 근무라는 게 먼저 워라밸이라는 사회적 분위가 형성돼서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뒷받침되었고, 이제 이 제도 덕분에 또 워라밸에 다양한 문화 상품들이 나올 것 같아요. 맞습니까?

◆ 윤덕환> 상품, 나오겠죠. 그것보다는 저희가 조사를 통해서 해보니까 공식적으로 그러면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정부의 선언이잖아요? 물론 기업에서 어느 정도 호응이 되고, 제도적으로 받쳐주느냐가 문제이기는 한데, 그러면 적극적으로 어차피 워라밸 원하는 하나의 문화가 있다는 전제가 있었다고 하면, 좋아하고 그래야 하는데요. 저희들이 조사해보면, 한 78.2%의 직장인들이 불안해합니다.

◇ 김혜민> 왜요?

◆ 윤덕환> 시간. 그냥 쉴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냐면, 지금 김헌식 문화평론가님께서 정확하게 지적하신 대로 또 다른 전문성을 만드려고 해요.

◇ 김혜민> 이것도 너무 슬픈 얘기예요. 

◆ 윤덕환> 아주 슬프죠. 61.7% 정도가 이 시간을, 그러니까 문화센터에서도 처음에는 꽃꽂이, 이런 것이었다가 캘리그라피를 하다가 취미 생활로 시작했는데, 자격증을 딴다거나 제가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은 타로를 취미로 배우다가 자격증을 따서 그것으로 미래 계획을 짜는 사람도 있어요.

◇ 김혜민> 그렇군요.

◆ 윤덕환> 행사할 때 그분 초대하면 줄을 섭니다. 

◇ 김혜민> 취미 시장이 다변화되는 건 워라밸 하나의 일종인데, 이게 결국은 취미 시장이 아니라 제2 직업, 전문성의 시장으로 발전되는 거네요. 

◆ 김헌식> 이 미세한 차이 안에는 정교한 동기의 큰 이동이 있어요. 무슨 얘기냐면, 예전에 우리 선배님들, 50대 부장급 이상, 임원 하시는 선배님들, 직장 생활에 ‘올인’ 하셨던 선배님들 세대에서는 바보 같은 일이거든요. 빨리 퇴근하는 것보다 직장에 조금 더 남아서 조금 더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다음 비전을 계획하고, 내일 일정하고, 이렇게 회사 안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전문성을 쌓는 것이 장기적인 미래를 보장한다는 인식이 있었을 텐데, 아마 이게 분리된 거죠. 일은 일대로 하지만, 퇴근 후에 또 다른 전문성. 이 두 가지 삶에서 정교한 차이는 자발적 동기입니다. 개인들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자 한다는 거죠. 이것도 1인 체제의 영향입니다. 이 흔적이 또 어디 나타나느냐면, 예전처럼 보상과 처벌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패러다임 바깥에 제3의 동기. 그러니까 돈이 되니까 여기에 가야 해, 또는 여기는 가면 처벌한대, 그쪽 행동을 억압한다거나 더 강화한다거나 이런 차원을 넘어서 재미나 의미로 움직이는 일군의 사람들이 대단히 많아지고 있는 거죠. 흔적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고, 팟캐스터들입니다. 그것은 의미나 재미가 없으면 보상이 크거나 처벌이 무섭거나 해서 피해만 되는 콘텐츠거든요. 그런데 이 시장이 어마어마해지고, 또 전통적인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의 시장이 된다는 것은 이 안에 사람들이 엄청난 제3의 동기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죠. 

◇ 김혜민> 저는 이런 것도 하나의 워라밸 일종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이돌을 좋아하는 30대, 40대 여성들이나 남성들도 예전에는 어떻게 아이돌을 좋아해, 공연을 쫓아다녀, 음반을 사, 이랬는데, 이제는 그것을 본인 과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30, 40대는 돈도 조금 있고요.

◆ 김헌식> 그래서 이게 의사 표현이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시사회를 가지 않아요. 시사회는 사실은 전문가들이 주로 모여서 보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반응이 달라죠. 침묵이에요, 대부분. 그리고 오히려 대중들이 원하지 않는 예술영화가 나오면 박수를 쳐요. 흥행 다 한다고 해요. 그런데 대부분 실패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정확하게 일반 개봉을 할 때 처음에 가서 봅니다. 그러면 반응이 전혀 달라요.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관객들이 나누는 대화가 있어요. 특히 여성 관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남성상이 있는데, 대부분 다 어려요. 심지어 20살, 25살 차이가 나요. 한 명도 아니에요. 영화 볼 때마다 바뀌어요. 그것을 스스럼없이 얘기한다는 거예요. 그만큼 자신의 기호와 관련해서 충분히 중장년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따라다니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돌 음악을 듣는다, 요즘에 아이돌 음악을 걸그룹 쫓아다니는 아저씨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성분들도 워너원과 같이 굉장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이돌도 충분히 따라가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도 충분히 워라밸의 연장 선상에서 기호를 다양하게 표출할 수 있는 문화가 많이 형성됐다는 거죠. 

◇ 김혜민> 워라밸에 대한 이야기 나누면서 또 하나, 그렇다면 아까 우리가 트렌드를 아는 이유는 그 가운데서 방향계가 될 수 있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잖아요? 소위 ‘꼰대’라고 우리가 부르잖아요. 기성세대들이 그러면 이런 사회적 문화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얘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저는 무슨 일이 있었냐면, 제가 후배랑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후배가 6시가 되니까 당연히 퇴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속으로 조금 괘씸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맞잖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을 고쳐먹었죠. 이건 후배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성세대들의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트렌드를 읽으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사님, 팁을 조금 주세요. 꼰대 소리 안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윤덕환> 잘해야죠. 잘해야 하는데, 저도 회사에서 꼰대 소리 듣는데... 어쨌든 제가 주로 솔루션까지는 아닌데, 제가 감히 솔루션을 드릴 수는 없고, 다만 제가 쓰는 팁 같은 것은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이게 재밌는 게 찾아봤더니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표준어입니다. 꼰대가 약간 비꼬는 말이거든요. 거기도 보면, 나이 든 사람이나 선생을 비꼬는 말,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게 지금 약간은 악의적인 느낌까지 들어가서 표현하게 되는 시대적인 배경은 한 5년 전? 10년 전만 하더라도 꼰대 선배는 카리스마 있는 선배로 불렸어요. 답이 정해져 있는 시대나 조직문화 안에서는 카리스마 선배의 우산 밑에 있는 게 이익도 많고, 편안하죠. 그런 리더십이 있을 때였다가 지금은 이 산으로 가야 해! 이러면 후배들이 저 산 아닌데, 부끄럽게 왜 저래, 또 저런다, 이렇게 되는 거죠. 이런 시대적인 차이에서 가장 중심적인 것은 답이 아닐 가능성이 많아졌다. 시대적인 상황의 불확실성이 엄청나게 높아졌기 때문에 조직 문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문화, 사회적으로도 옳고 그름의 문제를 조금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적인 배경이 꼰대를 진짜 꼰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저렇게 행동하면,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 한 번 살짝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하는 게 꼰대 선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내가 하는 답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

◆ 김헌식> 그런데 이렇게 되면 세대 갈등 문제로 가는 것이거든요? 기성세대는 다 꼰대고, 젊은 사람은 꼰대가 아니고요. 요즘에 유행했던 단어 중 하나가 ‘젊은 꼰대’에요.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경향을 보이면 그게 젊은 꼰대가 되는 거죠. 저는 문화 현상 하나로 비유해드리면, BTS가 굉장히 큰 유행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꼰대 스타일은 어떻게 얘기하냐면, BTS 대단해, 반드시 들어봐야 해, 심지어는 멤버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다 알고 있어야 해, 실제로 이것은 모 평론가가 방송에 나와서 얘기한 거예요. 순간 아차, 했어요. 저건 아미가 좋아하는 게 아닌데. 심지어는 다른 방송사에 갔더니 이제 내가 아이돌에 대해서 공부 좀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거예요. 아니에요. 반드시 소비하고, 반드시 외워야 하고, 해야 하고, 이렇게 접근하지 않거든요.

◇ 김혜민> 머스트가 아니구나. 

◆ 김헌식> 그것은 선택 사항이에요. 

◇ 김혜민> 그냥 스며드는 거군요.

◆ 김헌식> 예를 들면, 그냥 들어보세요. 그중에 와 닿는 음악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들어갈 거예요. 이렇게 하면 훨씬 더 부담이 덜 하고, 거기에 선택 사항이 있잖아요. 그런데 반드시 해야 해, 안 되면 너 유행이 뒤처지는 거야. 트렌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거 들어보시고요. 자기가 맞으면, 맞는 부분에 있어서는 자기 종족을 찾아가시면 돼요. 

◇ 김혜민> 그렇군요.

◆ 김헌식> 그런데 너무 억지로 하다 보면 이게 결국 트렌드 알아야 하는데, 너 이거 아니? 이렇게 하면 꼰대잖아요. 

◇ 김혜민> 예전에 ‘힙하다’는 단어가 있었는데, 제가 그 정의를 후배한테 물어봤더니 본인이 힙한지 모르는 게 힙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 김헌식> 그게 요즘 코드에요.

◇ 김혜민>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했는데, 오늘 평론가님이 얘기하니까 이해가 갔습니다. 오늘 2019년 트렌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우리가 모든 것의 줄기는 나 홀로, 나 혼자라는 것으로 맞춰지고 있는데, 결국은 나. 나라는 게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있었던 집단주의, 혹은 혈연주의에서 조금 벗어나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 국민청원도 이런 나를 중심으로 하는 트렌드의 일종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맞습니까?

◆ 윤덕환> 맞습니다. 그게 저는 개인적으로 되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큰 이슈나 이런 것들은 참여가 꼭 필요한 이슈가 있어요. 통일이라든지, 정책적인 이슈에 국민들이 참여하거나 관심이 필요한데, 이게 예전 같지 않다는 게. 개인화되고, 이슈가 파편화되어 있다는 흔적 중 하나가 흥미로운 사례가 그런 겁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크게 한국 사회를 움직였던 게 남북 정상회담이잖아요? 3차에 걸친. 그런데 특히 3차 같은 경우에는 2박 3일 일정이기도 했고, 그때 백두산에 가서 손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어서 3차쯤 되니까 언론들이 다 준비한 거죠. 그래서 9월 18일에 거의 전 언론이 거기 가서 매달리고, 이게 굉장히 이슈였는데, 이게 대중적으로 굉장히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9월 18일이 3차 남북 정상회담 첫 날이었거든요? 그 날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1위한 것이 뭔지 아십니까?

◇ 김혜민>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에요?

◆ 윤덕환> 구하라 카톡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문재인 대통령이 키워드 5위였어요. 그런데 트렌드 분석가들은 가치 판단보다는 그 배경에 있는 이유를 주로 찾기 때문에 이 이슈가 나랑은 관계없다는 거죠. 어떤 이슈든 간에 개인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려면, 그 안에 한 발 들어오게, 내 이슈화, 자기 이슈화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 절묘한 아이디어가 저는 국민 청원 게시판이라고 봐요. 참여하게 하고, 거기에서 얻는 효능감 같은 것을 느껴야 하고, 실제 변화 같은 피드백을 주면 사람들은 내 이슈화됩니다. 그래서 국민참여 게시판, 저희도 조사하면서 보면, 국민참여 게시판에 참여했던 49% 정도의 사람들이 뭐라고 했냐면, 국가 이슈가 내 문제 같다고 88% 정도가 느꼈거든요. 이게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다.

◇ 김혜민>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네요. 

◆ 김헌식> 그래서 저는 말씀 이어서 더 드리면, 이게 왜 국민청원 같은 게 활성화되느냐? 이게 또 하나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면, 구하라,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이게 젠더 문제하고 관련 있어요. 그러면 세상은 남녀로 나뉘잖아요? 그러면 그만큼 이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요. 

◇ 김혜민> 그러니까 남북통일보다 젠더 문제가 더 와 닿았던 거군요.

◆ 김헌식> 나를 중심으로 해서 상대하는 거예요. 요즘 트렌드는 무조건 캐릭터 소비거든요. 예를 들면,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작업장은 다 캐릭터가 있어요. 어벤저스 시리즈가 있건 지난 한 해 유행했던 곰돌이 푸가 있든 간에 캐릭터가 있어요. 심지어 드라마에도 다중인격이 나와요. 한 연기자가 몇 개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건 복면가왕처럼 되고 싶은 캐릭터들이 많은 것이고, 거기에 호응을 보이는 것은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하면, 국민 청원도 내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일수록, 분노를 느낄 만한 대상일수록 훨씬 활발하게 가는 거고요. 사실 BTS 계속 얘기 드리는데, BTS가 흙수저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성원을 보낼 리가 없어요. 

◇ 김혜민> 그렇죠. 캐릭터가 있었군요.

◆ 김헌식> 그래서 지금 예를 들면, 이모티콘 같은 경우도 거꾸로 이모티콘에서 활성화되니까 그게 인형으로 출시되고, 심지어 만화 캐릭터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왜 캐릭터에 주목하느냐는 나로부터, 또 나와 비슷한 어떤 복제적인 대상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에 이런 트렌드는 2019년에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그 대상이 국민청원이냐, 아니면 검색이냐, 아니면 특정 콘텐츠냐에 따라서 약간의 변화 지형은 있겠죠. 

◇ 김혜민> 2019 트렌드, 우리 예측하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그래도 이 트렌드를 봐야 하는 당위성은 우리가 설명했으니까 비법? 한 가지 정도. 저는 아까 윤 이사님이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그건 저는 굉장한 팁인 것 같아요. 개인뿐만 아니라 문화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이유가 있겠지, 하고 한 번 생각하면, 트렌드로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윤덕환> 그런데 그 생각이 꼰대를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제가 평소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서 연말에 회식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 남자 네 명이 와서 술을 네 병 시키는 거예요. 그러면 이상하잖아요? 한 병씩 순차적으로 시켜야 하는데, 네 병을 동시에 시켜서 각자 따라 먹습니다. 저것을 왜 저렇게 먹어, 이상하네, 라고 보지 말고, 그것을 이유가 있겠지, 하고 보면 거기에서 다른 흐름이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반 마시고 잔을 덮고 그만 마시고, 혼자 다 마시는 분은 추가시키기도 하고요. 이게 회식에서 서로 부담을 덜 주는 방식이지만, 같이 모여서 회식하는 거죠.

◇ 김혜민> 따로, 또 같이. 평론가님도 팁을 주세요.

◆ 김헌식> 한옥마을 키워드가 잠깐 보여서 연장 선상에서 말씀드리면, 지난 한 해 뜨거웠던 것이 경복궁 근처의 한복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복고인 것 같죠. 그런데 그런 와중에서 고증을 지키지 않은 한복이냐에 대한 논증이 있었어요. 전문가들은 왜 한복의 기본적인 룰을 안 지키냐고 해서 많이 비판을 했어요. 그런데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그건 한복 아니에요. 그리고 한복을 소비하는 이유도 달라요. 한복을 소비하는 이유는 거기서 궁에 들어가서 그냥 옛날 사대부나 옷을 입고 거니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공주와 왕이 되고 싶은 거예요. 일종의 코스튬 플레이를 그 안에서 궁을 배경으로 사진을 올리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옛것을 다시 끄집어낸 것 같은데, 거기 안에는 현재와 미래에 통용되는 가치가 있는 거죠. 보헤미안 랩소디가 단지 중장년층을 위한 콘텐츠로 성행한 것이 아니고, 10대도 즐겨들을 수 있을 만한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뜬 것이고, 또 종로의 익선동이 한옥인데, 트렌디하게 된 것도 결국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어요. 

◇ 김혜민> 헌 것 같지만, 새것. 이런 흐름들을 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문자로 8106님이 “트렌드 알아야 돈이 보인다고 하는데, 딱 떠오르지는 않네요. 물 흐르는 대로 가야 하나요?” 5433님, “70먹은 우리 아버지도 유튜브 보세요. 유튜브가 대세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 2019년 트렌드 함께 예측해주신 윤덕환 이사님, 문화평론가 김헌식 평론가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윤덕환> 네, 고맙습니다.

◆ 김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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