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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2019년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산되는 행복"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1-02 08:06  | 조회 : 3352 
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월 2일 (수요일) 
□ 출연자 : 이해인 수녀

-2019년 새해맞이 읽고 싶은 시, ‘작은 노래’
-올해는 나 자신보다는 다른 이를 배려하는 삶 살고 싶어
-‘시’란 타인의 눈물과 땀 닦아줄 작은 손수건 같은 존재
-‘시’가 민들레 홀씨 역할...많은 이웃과의 만남 퍼뜨려
-이웃사랑, 마음 수련 통해 지혜의 눈 키우는 노력 필요
-인류를 가족이자 또 하나의 나 자신이라고 여겨야
-살아있는 것 자체가 ‘행복’...행복 기준 너무 거창할 것 없어
-소확행? 올해는 소소하지만 확산되는 행복이 돼야
-걸림돌 없는 평화 없어...각자 자리에서 걸림돌 치우는 노력 필요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 거대한 밤하늘이다 //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 한마디의 말” 노래로도 많이 사랑받은 시 <사랑한다는 말은> 한 부분입니다. 유난히  고통과 절망과 대립이 많은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열어둔 마음의 문으로 천사처럼 시 한편이 날아온다면 그 순간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천사를 만나보신 적이 있습니까? 오늘은 방송사상 최초로 천사를 만나보는 특별한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이해인 수녀가 짓고 나누고 발견한 시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수녀님, 안녕하십니까.

◆ 이해인 수녀(이하 이해인): 안녕하세요.

◇ 김호성: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이해인: 네. 복 많이 받으시고요. 부산에는 바람이 많이 부네요, 오늘.

◇ 김호성: 그렇습니까. 제가 지금 아름다운 시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읽어야 했을 텐데, 잘 읽었나 모르겠습니다.

◆ 이해인: 네, 잘 읽으셨어요.

◇ 김호성: 그렇습니까. 새해에 청취자분들께 소개해줄 천사 수녀님의 시 한 구절을 들려주신다면 어떤 구절을 들려주시고 싶으십니까?

◆ 이해인: 아, 시가 여러 개가 있는데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시는 ‘작은 노래’라는 시인데요. “마음은 고요하게 / 눈길은 온유하게 / 생활은 단순하게 // 날마다 새롭게 / 다짐을 해 보지만 / 쉽게 방향을 잃은 내 마음이 / 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습니다. // 그래도 눈을 크게 뜨고 / 열심히 길을 가면 / 감사의 노래를 멈추지 않으면 / 하얀 연꽃을 닮은 희망 한 송이 / 어느 날 살며시 피어오릅니다. / 삶이 다시 예뻐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시를 쓴 적이 있어요. 이게 저한테 오늘 새해를 맞이하면서 읽고 싶은 시입니다.

◇ 김호성: 그렇나요. 저는 ‘생활은 단순하게’라는 수녀님 표현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데요. 뉴스가 워낙 복잡한 뉴스로 양산되다 보니까 때로는 단순한 것이 그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 이해인: 네, 네.

◇ 김호성: 수녀님께서 지금 올 한 해 맞으시면서 한 해를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생각 하셨는지요?

◆ 이해인: 그동안도 많이 감사하면서 살았지만 좀 더 감사하고, 마음의 시선을 좀 더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나, 다른 이를 좀 배려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김호성: 조금 전에 시 읽어주실 때 표현이라든가 이런 걸 가만히 곰곰이 씹어보면 시라는 것이 거대한 상징이라든가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라든가, 꼭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아주 일상적인 표현들이 많이 있을 수 있겠구나, 이런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시를 쓰시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드시는지요?

◆ 이해인: 네. 저에게 있어서 시는, 제가 주머니 속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거든요. 작은 손수건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누가 눈물을 흘리면 닦아주고, 땀이 나면 닦고 그런 손수건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가.

◇ 김호성: 손수건으로 마음을 닦으셔서 아주 깨끗하고 맑고 영진한 시가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수도자이면서 시인이시기도 하신데요. 오랜 세월 동안 시를 쓰시고 수도의 길을 걸으셨는데. 수도자의 삶과 시인의 삶. 같은 겁니까, 다른 겁니까, 비슷한 겁니까?

◆ 이해인: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결국 시를 쓰듯이 수도생활을 하고, 또 수도하듯이 시를 쓰고. 그래서 서로 다르면서도 연결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반세기를 살아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호성: 예전에 벌써 70년대인데, 종신서원 후에 <민들레의 영토> 출간하셨잖아요. 지금도 서울 곳곳에, 종로든 신촌이든 이런 데 가다 보면 ‘민들레영토’라는 간판의 음식점도 보이고 그러거든요. 수녀님께서 꿈꾸시는 민들레의 영토는 어떤 곳인가요?

◆ 이해인: 벌써 40년이 넘었고요. 제가 살고 있는 수도원 이 자리가 상징적으로 민들레영토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들레는 가만히 앉아있지만 그 솜털이 날아다니면서 역할을 하듯이, 저도 수도원에 있지만 제 시가 민들레 솜털처럼 날아다니면서 많은 이웃과의 만남을 퍼뜨리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서 제가 사는 이곳이 민들레영토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그렇습니까. 그런데 정작 우리가 사는 이곳이 좋은 일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때때로 몹시 안타까운 일들이 참 많은데요. 최근에도 수녀님께서 천호동 화재 추모시를 보내시기도 하시고 그러셨는데요. 이 같은 많은 안타까운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시가 갖는 의미, 시처럼 살아가는 생활의 의미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 이해인: 저 같은 경우도 아픈 일들이, 슬픈 일들이 많이 일어났을 때 제가 몸으로 일일이 그걸 갈 수는 없지만 시가 기도처럼 마음으로 함께 아프고 슬픈 뉴스에 함께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써서 보낸 거거든요. 이번에 천호동 화재 사건에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가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금만 자기 안에서 빠져나와서 옆에 슬픈 이웃이 바로 내 가족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마더 테레사 말씀처럼. 좀 더 마음의 눈을 새해에는 크게 뜨고 누가 더 어렵게 외롭게 슬프게 살고 있지 않은가 살펴봐야 하는 지혜의 눈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호성: 그런데 지혜의 눈을 키운다는 것이 그렇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잖아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닐 테고요.

◆ 이해인: 이웃사랑도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어떤 외적인 것에 치중했던 그런 날들이었다면 내면으로 내 마음을 살펴보고, 마음수련을 하다 보면 이웃사랑도 해야 되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김호성: 그런데 수녀님, 주변의 아픔이 나의 아픔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것도 저절로 되지 않고 훈련이 필요할 텐데요. 그런 훈련이라는 것이 대체로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해야 가능해질까요?

◆ 이해인: 이 세상에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데,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서. 자연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자연을 감탄했을 인간이 없다면 별 의미가 없다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사람 때문에 힘이 들기도 하고 또 기뻐하기도 하지만, 결국 인류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넓은 사랑, 인류도 또 하나의 나이다, 다른 이웃들이.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좀 내가 의무감이 생기지 않을까, 도와야겠다는. 그래서 기부문화도 확산되고 그래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너무 가족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 그게 너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객관적으로 볼 때.

◇ 김호성: 가족이기주의라든가 집단이기주의라든가, 이런 것들이 사실 가족의 행복이라는 것이 이웃의 행복으로 연결되고, 이웃의 행복이 사회의 행복으로 연결되고. 이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누구든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또 아무나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 이해인: 행복에 대한 기준을 우리가 너무 거창하고 너무 먼 곳에서 찾으니까 그런 게 아닌가. 그리고 내가 내일은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 순간에 충실하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인데. 그런 생각을 해봤거든요. 그래서 기준을 행복이 정말 아무 걱정거리와 근심거리와 시련이 없는 것이 행복인가,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고통이나 시련도 역이용해서 축복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고.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행복에 대한 기준도.

◇ 김호성: ‘소확행’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는데요. 행복이라는 것이 사람이 가진 기준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수녀님,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 이해인: 저는 그 소확행, 이 말도 아름답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약간 좀 이기적인 냄새를 풍겨요.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어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맞는 말이긴 한데 폭을 좀 더 넓혀서 바다처럼 멀리 넓게 볼 수 있는 그런 안목을 좀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이기심에서 빠져나와서 조금 더 남을 챙기려는 그런 마음을 실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김호성: 그렇군요. ‘확’이라는 것을 확실한 행복이라기보다는 확산시키는 행복이 돼야겠군요, 그러면.

◆ 이해인: 네, 네. 맞아요.

◇ 김호성: 수녀님, 한때 보면 건강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최근에는 가짜뉴스가 많아가지고 실제가 아닌 가짜뉴스가 확산된 적도 있고 그런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건강은 요즘 어떠신지요?

◆ 이해인: 그냥 크게 나쁘진 않고요. 일상생활 할 만큼 괜찮고. 그런데 가짜뉴스가 돌면서 저도 많이 제 삶에 도움도 받았어요. 이렇게 좀 더 잘 살아야겠구나, 선하게 살아야겠구나. 그런 노력이요.

◇ 김호성: 그렇습니까. 과거에 고 신성일 배우가 본인이 사망하지 않았는데 사망했단 소식이 나와서 저희가 오보를 해서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이렇게 내 이름이 많이 나오는 걸 보니까 오래 살 수 있겠어요’ 오히려 거꾸로 그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 이해인: 오래 살겠다는 말은 덕담으로 들리지 않지만 제 스스로가 누가 일부러,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추모편지나 추모시 쓴 걸 봤거든요, 저에 대해서. 이렇게 나에 대해서 좋게 말하니까 책임을 져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다니까요.

◇ 김호성: 그렇습니까. 사실 말씀 나오셔서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국민이모’라는 별명이 있으세요. 국민이모. 이모 하면 그냥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줄 것 같은데 친근한 단어인데. 국민이모, 이 별명 마음에 드시는지요?

◆ 이해인: 마음에 든다기보다, 그럴 자격도 저는 없지만 어떤 독자분이 ‘사랑하는 국민이모 수녀님께’ 이렇게 편지가 와서 제가 그걸 어떤 기자한테 말했더니 그게 계속 저한테 따라다니는 닉네임처럼 됐지만, 저 스스로를 국민적인 수녀라는 생각은 안 들고요. 그냥 작은 수녀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국민이모보다는. 저는 그런 큰 그릇이 되지 못하거든요.

◇ 김호성: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행복에 관한 말씀 하셨는데, 최근에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서 한반도 평화 이런 이야기 참 많이 나오고 그렇습니다. 남북 정상도 올해 또 만남이 있을까라는 기대도 있고요. 평화의 과정, 앞으로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밟아나가야 할지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해인: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각자 있는 자리에서 먼저 평화의 길이 돼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평화가 그렇게 아무 바람이 없고 폭풍이 없고 고난이 없는, 역경이 없는 그 상태가 평화는 아니잖아요.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이 평화가 아니듯이. 그래서 평화에 많은 걸림돌이 있는 것 같으니까 그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서 우리 각자가 먼저 있는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평화 일꾼이 될 수 있을지, 그런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일단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먼저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 이해인: 네. 선한 몫을 할 때 평화를 이루는 하나의 우리가 천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평화천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 김호성: 알겠습니다, 수녀님. 새해 아침에 좋으신 말씀 잘 들었고요. 앞으로도 아름다운 시, 평화로운 시를 지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해인: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호성: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금까지 이해인 수녀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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