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시간 : [월~금] 17:00~19:00
  • 진행: 신율 / PD: 서지훈 / 작가: 강정연, 임은규 / 유튜브AD: 김민영

인터뷰전문보기

文 교육정책 설계자 대담 “우리나라에 선진 교육제도 실현이 어려운 이유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2-13 22:03  | 조회 : 3915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12월 13일 (목요일)
■ 대담 : 이범 교육평론가



文 교육정책 설계자 대담 “우리나라에 선진 교육제도 실현이 어려운 이유는...”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오늘 4부에서는 교육 문제 얘기 해보겠습니다. ‘시험은 가장 공정한 평가인가?’ 어제 교육부 업무 보고를 받은 문제인 대통령은 “학부모들은 차라리 점수로 결정되는 수능을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우리 교육의 공정성, 투명성 확보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이른바 ‘불수능’ 논란 속에서도 학종에 대한 불신은 수능전형 확대 요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우리 교육과 입시, 어떤 방향으로 개혁이 되어야 할지 이범 교육평론가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본부장님, 안녕하십니까?  

◆ 이범 교육평론가(이하 이범)> 네, 안녕하세요. 이범입니다. 

◇ 이동형> 방송에서 목소리만 듣다가 처음 뵙네요. 오늘 교육부 업무 보고를 했는데, 여러 가지 지금 논란이 있습니다. 교사를 패싱했다, 이런 이야기도 있고요. 또 현장성이 결여됐다, 교총에서는 이런 표현도 하고 했는데요. 총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시죠. 

◆ 이범> 입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집권 여당 내에서도 처음부터 정리되지 않았어요. 대선 캠프에서부터 사실 입시 정책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두 가지가 충돌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복기를 해보면 한창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도중에 문재인 당시 후보가 정시를 늘려야 한다, 즉 수능을 늘려야 한다는 거죠. 이런 발언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크게 보도도 되고 그랬죠. 그런데 정작 장관이 된 김상곤 장관은 사실은 학종을 확대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약화하는 정책을 폈었죠. 그러면 김상곤 장관이 하려던 정책을 저지하려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청와대 민주당 내에 몇몇 정치인들이 이것은 국민 여론과 맞지 않다. 실제로 국민 여론을 보면 학종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는 편이고, 그리고 수능이 조금 더 공정한 것 아니냐, 이런 여론들이 그때부터 이미 다 나와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김상곤 장관은 처음에 그런 정책적 방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치인들하고 충돌하는 와중에 그런 정책적인 방향을 실현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 와중에 기억하시겠지만, 작년에 수능 개편안을 내놨다가 논란이 확 불거지니까 결국 1년 미루고, 올해 공론화까지 거쳐서 겨우 정책을 결정하는 상황이 됐던 것이죠.

◇ 이동형> 인수위가 없었다. 그것도 영향이 있었을까요?

◆ 이범> 그것도 영향이 있고요. 저는 김상곤 장관이 물러나게 된 것은 사실 장하성 실장이 물러나게 된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봐요. 사실 검증을 폭넓고 밀도 있게 했어야 하는데, 정책 검증이 조금 협소하게 된 아쉬움이 굉장히 큽니다. 김상곤 장관도 측근들하고는 상당히 많이 토론도 해보고, 그런 사이인데요. 입시 정책,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실 조금 더 예리하고, 폭넓은 검증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고, 저도 걱정을 했거든요. 물론 제 걱정보다 빨리 사건이 터져버렸는데, 장하성 실장과 주변에 진보적 경제학자들도 비슷한 편향이 있었다고 봐요. 최저임금 확 올리면 임금 격차가 줄어드니까 소득주도 성장, 논리가 맞을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산업예비군이 자영업자나, 미취업자가 굉장히 높은 비율인 특수한 나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려웠다고 보거든요. 

◇ 이동형> 그 어려웠던 점이 방금 정치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관료들도 포함됩니까?

◆ 이범> 관료들은, 교육부 관료들은요. 다 조금 찬성론자들입니다. 이게 진보, 보수를 조금 떠난 이슈에요.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계 종사하는 분들은 대체로 학종을 찬성합니다. 예를 들면 학종을 늘리자는 주장에 진보교육감들만 동의하는 게 아니라 보수교육감들도 예외없이 동의해요. 다만 진보교육감들은 학종을 통해서 혁신 교육을 고등학교까지 성공시켜볼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강도가 높기는 합니다만, 초·중·고등학교 전체적인 교육계가 학종에 친화적이죠.

◇ 이동형> 어쨌든 지금 문재인 정부 출범하고 1년 반 정도 지났는데, 가장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았던 부분이 교육 분야 같아요. 

◆ 이범> 처음부터 분야별 정책 지지도를 보면, 교육이 가장 낮게 나왔죠. 취임 100일 조사에서도 그렇고, 취임 1주년 조사에서도 교육 정책 지지율이 꼴찌를 했었죠. 

◇ 이동형> 혼선 때문에 그렇습니까?

◆ 이범> 그렇습니다. 저는 김상곤 장관이 만약 수능을 절대평가 하려고 했다면,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수능보다 학종이니까 먼저,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을 먼저 거둬내고 나서 수능을 건드리든지, 어떻게 했어야 그나마 자기의 뜻을 근접하게 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 순서나 전략에 있어서도 실수를 한 거죠. 덜컥 수능을 먼저 건드렸잖아요. 그러니까 여론이 확 악화되었던 거죠. 

◇ 이동형> 네, 대통령도 업무 보고 받으면서 공정성, 투명성을 이야기했는데, 결국은 숙명여고 논란, 또 숙명여고뿐만 아니라 전국 몇 군데에서 문제가 터졌잖아요?

◆ 이범> 여러 군데 터졌고요. 저는 사실 꽤 더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 이동형> 이것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은 없습니까?

◆ 이범> 제도적 보완은 이미 발표를 했죠. 부모, 자식은 같은 학교에 있게 하는 경우는 없애겠다. 이른바 상피제, 이런 것들은 발표를 한 상태이고, 조금 더 세부적인 문제 출제나 관리, 이런 과정에서 보완성을 높이겠다는 세부적인 정책이 발표됐고요. 

◇ 이동형>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까?

◆ 이범>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이 바로 그 정도에 불과한 것이죠. 어쨌든 이런 것 때문에 국민들이 더 불안해하다 보니까 겨우 공론화까지 거쳐서 정책을 정해서 발표해놓은 상태인데, 또 이게 논란이 되고 있는, 정시 비율을 더 높여라, 이런 논란이 막 나오고 있는 거죠.

◇ 이동형> 지금 현재 중학교 3학년을 기준으로 해서 2022년 대입개편안의 맥락이 정시 비중을 늘린다는 것 아닙니까?

◆ 이범> 그렇습니다. 지금 수능 비율이 20% 초반까지 떨어져 있거든요. 이것을 다시 30%까지 늘린다. 이게 긴 공론화 끝에 내려진 결론이고요. 그러니까 정부는 일종의 절충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중장기 안이 아니라 단기 안입니다. 즉, 현재 중3부터 적용되는 것이니까 사실 많이 바꾸기가 어려워요. 절충을 해야 했는데, 일단 국민 여론이 수능이 너무 빨리 약화되고 있고, 정시 비율이 너무 줄어들고 있으니까 이것을 조금 높여라, 이런 여론이 공론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죠. 그러니까 30% 이상으로 높여라,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난 것이고요. 다만 학종은 상대적으로 많이 건드리지 않았죠. 소논문 정도를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골자는 크게 건드리지 않았는데요. 이것은 초·중·고 교육감들의 뜻을 많이 반영한 것이죠. 그 선에서 절충한 겁니다, 정부가.

◇ 이동형> 우리 본부장님, 드라마 좋아하십니까? 

◆ 이범> 본부장님이라고 하지 마시고, 그냥 평론가라고 하시면 됩니다. 드라마요? 그 스카이캐슬 얘기하시는 겁니까?

◇ 이동형> 보셨나요?

◆ 이범> 그냥 지나가면서 조금씩은 봤습니다.

◇ 이동형> 소문은 들으셨죠?

◆ 이범> 네, 많이 들었습니다.

◇ 이동형> 굉장히 화제가 되는 드라마인데, 과연 강남의, 혹은 부잣집 사람들이 자식 교육을 저렇게 하느냐? 맞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고 합니다만, 어쨌든요.

◆ 이범> 과장은 섞여 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죠.

◇ 이동형> 그러면 학종 문제가 계속 불거지니까요. 학종도 결국은 돈 많고, 정보력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 아니냐?

◆ 이범> 우리나라에서 전형 요소 중에 그런 사람이 불리한 것은 유일하게 내신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내신은 상대평가 내신이잖아요? 그러니까 학력 수준이 높은 애들이 많이 몰려있는 강남, 이런 곳에 가면 자동으로 내신이 불리해지죠. 사실 내신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수능이든, 논술이든, 학종에 들어가는 비교과 활동이든 부모나 사교육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 학생들이 유리하게 되어 있죠.

◇ 이동형> 제가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여러 가지 논란이 있고 해서 예전 수능처럼, 혹은 학력고사처럼 그냥 국가에서 내는 시험 하나로 결정하자. 그런데 그렇게 되면 더욱더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진다는 얘기가 있어 가지고 그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여쭤보고 싶어요.

◆ 이범> 저는 그게 빈익빈 부익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 중립적이에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보는 편인데, 다만 그것은 교육의 격차 확대 여부보다는 우리나라가 그래가지고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 이런 문제인 거죠. 제가 OECD 국가들을 조사해보면, OECD 국가들이 35개국인데, 입시가 객관식인 나라가 네 나라밖에 없어요. 그게 한국, 일본, 미국, 터키에요.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입시는 논술형입니다. 유럽 국가들 보면, 국어도 논술형, 수학도 논술형, 사회도 논술형, 무조건 다 자기 생각을 포함해서 쓰게 만들죠. 그게 본인의 아이디어를 조금 더 발전시켜라, 이런 교육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입시를 굳이 바꾸겠다면 그런 쪽으로 바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는데요.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옛날로 오지선다를 모두 다 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를 만들자고 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교육이 되는 것이죠.

◇ 이동형> 그런데 방금 논술형 시험 말씀했습니다만, 가끔 인터넷에 올라와요. 프랑스 대입 문제라고 올라오기도 하고, 부럽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는데, 그게 안 되는 이유가 결국은 기득권자들의 반대입니까? 무엇 때문에 그게 안 되는 거죠?

◆ 이범> 논술형은 기본적으로 변별력을 세밀하게 가질 수가 없어요. 프랑스 바칼로레아 과목별로 20점 만점으로 채점하거든요? 영국의 A-Level은 더 심해요. 영국의 A-Level이라고 하는 전 과목 논술형 시험이 있는데, 9점 만점으로 채점해요. 그러니까 우리처럼 어느 대학 가는지가 무지하게 중요한 나라에서 세밀한 변별을 하려면 객관식을 낼 수밖에 없어요. 일본 사람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 교육학자나 기자들이 일본도 대학 서열이 상당히 심하잖아요? 우리보다는 조금 덜 하지만. 결국 변별력이 너무 중요하다 보니까 객관식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일본의 수능, 즉 센터시험. 이틀 동안 보는 오지선다 시험인데, 자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거죠. 결국은 대학서열이 아주 심하다는 것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변별력 압력. 이것을 어느 정도 약화시키지 않으면 그런 선진적인 제도의 실현이 참 어려운 거죠.

◇ 이동형> 우리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나누고 있습니다만, 정책이 왔다 갔다 했다. 그래서 공론화 과정을 거쳤잖아요? 이것도 말이 조금 많았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범> 공론화는 김상곤 장관의 승부수였어요. 원래 청와대하고 민주당 및 여러 정치인들이 학종 확대, 또 수능 절대평가,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가는 것은 문제다, 라고 자꾸 제동을 거니까 김상곤 장관과 그 측근들이 그러면 공론화를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어느 정도 압박을 받다 보니까 나온 수이기도 해요. 이분들은 제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공론화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공론화 결과가 평균적인 여론을 그냥 반영하는 정도로 나왔죠. 수능, 즉 정시를 오히려 늘리는, 그리고 절대평가화는 물 건너 가는 공론의 결과가 나온 것이고, 그래서 공론화라는 것은 예전에 처음 해본 것이 고리 원자력 발전소 계속 지을 것이냐, 이것을 가지고 했잖아요? Yes, 아니면 No 이렇게 단순한 때에는 공론화를 하는 게 의미가 있을 수 있고, 또 장기적인 정책을 정하는 데는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 아주 복잡한 것을 놓고 공론화하는 것은 그리 적합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 다만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그런 특수한 사정에서 공론화 해보자는 아이디어로 교육부 장관과 청와대 쪽이 합의가 됐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죠.

◇ 이동형> 방금 승부수라고 표현하셨는데, 떠넘기기였다, 이런 지적도 있더라고요?

◆ 이범> 떠넘기기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떤 식으로 공론화가 제기되었고, 결정되었는지를 상당히 소상하게 아는 편이었는데요. 떠넘기기는 전혀 아니었어요.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이것으로 승부를 내보자, 이런 승부수였습니다. 

◇ 이동형> 김상곤 장관이 진보교육감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평론가님이 진보교육계 인사들을 향해서 쓴소리를 했습니다. 진보교육계는 입시를 우습게 여긴다. 한계를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어떤 뜻입니까?

◆ 이범> 예전부터 느꼈던 것인데, 사실 제 얼굴에 침 뱉기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자신도 진보교육계의 한 인사이기 때문에요.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많이 느낀 것이 자꾸 수능을 미워하는 것은 이해가 돼요. 왜냐하면, 수능은 오지선다 찍기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저도 상당히 싫어하는 스타일의 시험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입시를 없애자, 이게 타당한 얘기냐? OECD 35개국 조사해 보면요. 입시가 뭔지 아시죠? 하니까 학교에서 보는 시험이 아닌 외부 기관에서 출제하고 채점하는 시험인데, 입시가 없는 나라가 딱 두 나라밖에 없어요. 노르웨이하고 캐나다에요. 나머지, 그 유명한 핀란드나 독일, 이런 나라들도 다 입시가 있어요. 객관식 입시인 나라가 네 나라가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논술형이지만, 왜냐하면 어떤 교사가 준 90점이라는 점수하고, 다른 학교, 다른 교사가 준 90점이라는 점수가 동등한 90이냐? 이것은요, 꼭 아이들을 서열화하기 위해서, 나쁜 마음을 먹어서 생기는 의문이 아니고요. 합리적인 의문이에요. 누구나 당연히 이게 동등한가?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입시를 본 것이죠. 독일처럼 내신하고 입시를 절충해서 합산해서 대학에 내는 나라도 있고, 심지어 영국, 프랑스처럼 내신을 안 보고 그냥 입시 점수만 그냥 대학에 내는 나라도 있는 거죠.

◇ 이동형> 그러면 진보교육감들은 입시를 하지 말자, 이런 주장인 겁니까? 그건 아니잖아요?

◆ 이범> 그러니까 많이 얘기되는 주장이 수능 자격고사화, 그다음은 수능 철폐. 그런데 그것의 의미가 단순한 수능 철폐가 아니라 입시 철폐입니다. 그러면 결국 남는 것이 뭐가 되겠어요? 내신하고 비교과가 되죠. 비교과는 잘 아시겠지만, 워낙 기회 자체가 불평등한, 굉장히 불공정한 요소고요. 내신도 우리나라에서는 서구하고 문화가 많이 달라서 숙명여고 사태는 너무 극단적인 사태이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합리적으로 관리되기 어려운 형편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신하고 비교과만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게 하자, 이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고, 세계적으로 봐도 그런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 이동형>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진보 교육계, 그리고 진보교육감 얘기가 나왔으니까요. 이번 지방선거, 또 지난번 선거도 마찬가지고요. 진보 교육감들이 전국에서 대거 당선됐거든요?

◆ 이범> 그렇죠. 진보가 원래 세요.

◇ 이동형> 원래 셉니까?

◆ 이범> 교육계에서는 진보가 더 힘이 세고요.

◇ 이동형> 그런데 국민들이 뽑는 것이지 않습니까?

◆ 이범> 그런데 국민들이 진보 교육을 지지한다니까요?

◇ 이동형> 그런데 제가 느끼기로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경쟁 교육을 시켜왔는데, 경쟁 교육은 보수의 트레이드마크 아니에요?

◆ 이범> 그렇죠. 그러니까 국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실제로 예를 들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매년 똑같은 문항으로 여론조사하는 것이 있거든요? 국민교육여론조사라는 것이 있는데, 그중에 고교 평준화를 지지하십니까? 이런 것을 매년 물어봐요. 그러면 매년 2/3 정도가 고교 평준화를 지지한다고 답해요. 그러니까 교육계의 기본적인 여론은, 교육과 관련된 기본 여론은 진보에 약간 유리하게 되어 있어요. 진보가 장점이 하나 더 있는 것이 단일화를 잘해요. 후보 단일화가 진보에서는 나름대로 검증된 방법이 있어요. 그러니까 기본 여론이 보수는 너무 경쟁만 시키는 것 같고, 너무 메마른 교육을 시키는 것 같고, 진보는 조금 그래도 형평성이라든지, 창의력이라든지, 이런 것을 중시하는 것 같으니까 여론이 유리한 데다가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단일화가 잘 되니까 교육감 선거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이동형> 평론가님, 개인적으로 평준화 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범> 저는 평준화를 획일화라고 생각하면 큰일 난다고 봐요. 그렇게 이해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평준화는 동등한 선택권을 주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저는 과학고를 나왔거든요? 그래서 저는 선진국의 과학고가 다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미국의 유명한 과학고가 몇 개 있는데, 나머지 선진국에는 과학고가 없어요. 왜냐하면, 과학을 더 많이 수강신청하면 그게 과학고예요. 외고가 없는 이유도 외국어를 더 많이 수강신청하면 그게 외고니까 외고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일반고는 붕어빵을 찍게 만들고, 다양한 교육은 특목고에서 해라. 이게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교육이고, 진짜 집단주의 교육인 거죠. 개인에게 동등한 선택권을 줘야 하는데요. 저는 그래서 평준화라는 말의 의미를 바꿔야 한다. 동등한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주자, 그러면 알아서 아이들이 선택에 의해서 수월성 교육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평준화와 수월성은 결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동일한 선택권을 애들한테 준다. 이게 평준화고, 아이들의 선택에 의해서 나는 이 분야에 더 깊이 공부를 하겠다, 그게 수월성 교육인 거예요. 결국 선진국의 교육은 대체로 다 그런 식으로 되어 있고, 그래서 평준화로 유명한 핀란드도 수월성 교육도 잘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 이동형> 제가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중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에 시달렸죠. 좋은 고등학교, 나쁜 고등학교, 그때부터 가르거든요? 

◆ 이범> 그럼요.

◇ 이동형> 소위 말해서 학생들이 나쁜 고등학교 나왔다고 하면 어울리지를 않습니다. 그런 문제가, 서열이 중학교 때부터 정해지더라고요. 

◆ 이범> 교복 색깔에 의해서 정해지죠.

◇ 이동형> 그런 폐해를 많이 봐서 평론가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봤고요. 혁신학교 문제가 또 있습니다. 혁신 학교 정책 자체를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도 있고, 어제 조희연 교육감이 혁신 학교 지정과 관련해서 주민 간담회에서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귀족 혁신 학교, 이런 얘기도 들리더라고요? 언론의 프레임입니까?

◆ 이범> 귀족 혁신 학교는 어떤 얘기인지 이해가 잘 안 되고요. 

◇ 이동형> 돈을 많이 줘야 갈 수 있다, 이런 얘기가 또 있던데요?

◆ 이범> 그런 혁신 학교는 없습니다. 혁신 학교는 거의 100% 공립이고요. 동네에는 일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거든요. 고등학교는 다 일반고고요. 그러니까 그 동네 근처에 살아서 그냥 그 학교를 다니게 되는 것이지 혁신학교가 무슨 특별히 경제적 부담이나 이런 것이 큰 학교는 아니고요. 다만 이번에 조희연 교육감이 혁신학교 지정과 관련해서 심지어 지역주민 간담회에서 등짝도 맞았다, 저도 깜짝 놀랐는데, 조금 안타까운 게 우리나라에서 대도시 지역에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성공한 혁신학교가 몇 개 있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판교의 보평초등학교입니다. 그러면 보평초등학교 애들은 대개 보평중학교를 가요. 그러면 그 애들은 벌써 대학 많이 갔거든요? 대입 실적이 애들이 안 좋게 나왔을 것 같죠? 그렇지 않아요. 

◇ 이동형> 혁신 학교의 커리큘럼이 보통 학교하고는 다른 거죠?

◆ 이범> 조금 다르죠. 많이 다른데, 교과서 대로 수업을 안 해요. 우리나라 교과서가 사실 되게 이상한 것이거든요. 전국의 교사들한테 똑같은 교과서를 나눠주고, 창의적 교육을 해라,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혁신 학교는 창의적 교육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과서에서 벗어난, 흔히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고 표현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그러다 보니까 논술형, 토론형, 탐구형, 창의력을 중시하는 식의 교육 커리큘럼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이동형> 교사들은 혁신학교로 지정되는 것을 반깁니까?

◆ 이범> 교사들은 혁신학교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싫어하는 분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조금 일반적인 학교 교육만 하다 보니 답답한데, 여기 가서 조금 다른 교육을 해보고 싶다, 이런 뜻이 있는 분들이고, 싫어하는 분들은 혁신 학교 가면 고생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업무도 많고, 그렇다면 그냥 교과서대로 수업하면 사실 상대적으로 업무가 줄어들 것 아니에요? 그런데 그것을 막 재구성해서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수업하려면 업무가 늘어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기피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 이동형> 제가 아까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던 것은 대안학교하고 헷갈렸네요. 

◆ 이범> 네, 대안 학교 중에 그런 학교는 일부 있습니다.

◇ 이동형> 혁신 학교가 결국은 경쟁에서 조금 벗어나서 창의적이고, 자기주도 학습,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리고 평론가님 이야기대로 성공한 모델도 있고요. 그런데 부모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그냥 입시 위주로 해달라는 겁니까?

◆ 이범> 판교의 보평초등학교가 2010년, 2011년, 이때 만들어져서 대성공을 거둬서 그 지역은 전셋값도 주변보다 높고요. 아파트 값도 높아요. 그런데 판교의 보평초등학교의 학부모들도 판교니까 완전히 강남이잖아요. 그러니까 명문대 보내고 싶은 부모님들이 많이 계신데, 명문대도 곧잘 보냅니다. 왜 그러느냐? 학원을 보내요. 냉정하게 얘기해서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 명문대 보내기 위한 기초적인 자양분을 학교에서 습득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학원에서 사교육을 통해서 조달한다고 생각하시고, 실제로 그렇게 하죠. 그러니까 판교의 보평초등학교에 가보면 다른 데에 있는 아이들보다는 낫죠. 왜냐하면, 다른 애들은 학원도 재미없고, 학교도 재미없는데, 판교의 보평초등학교는 학원은 재미없지만, 학교는 재밌거든요.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좋아요. 학교 폭력도 거의 없어요. 애들끼리 서로 존댓말을 쓰고, 길 가는 아저씨, 아줌마들한테 계속 인사하면서 다니고요. 담임 선생님이 아침마다 껴안아 주고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제대로 전해진다면 송파 헬리오시티죠? 주민들도 생각을 달리하셨을 텐데, 아마 주민들이 그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봐요. 학종에 대한 불신, 그리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 혁신 교육을 지지하는 진보적 교육감들이 학종을 통해서 고등학교까지 혁신 교육을 성공시켜 보자. 이런 것들이 사실 얽혀서 2010년, 2011년에 만들어진 판교의 보평초등학교는 성공했지만, 지금은 진보 교육에 대해서 여론 지형이 조금 악화된 거죠. 걔네들, 결국 저런 식으로 교육시켜서 학종을 만들어서 더 불공정한 사회, 불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것 아니냐, 이런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고, 그러한 반감이 결국은, 물론 조희연 교육감 개인에 대한 호불호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이런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해됩니다.

◇ 이동형> 우리 흔히 서구 사회의 교육 이야기할 때 독일과 핀란드의 예를 많이 들잖아요? 거기는 평등 교육이다, 평론가님이 얘기한 것처럼 공부를 못하는 친구가 있으면 잘하는 친구가 가르쳐주고, 같이 함께 걸어가는 교육을 가르친다고 흔히 말하는 데 맞습니까?

◆ 이범> 의무교육까지는 그게 맞죠. 그런데 의무 교육 벗어나면, 대개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데, 그러면 본격적으로 진로가 달라집니다. 그때부터는 자기가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서 상당히 경쟁도 벌어집니다. 핀란드에 대학 입시 없느냐? 두 가지나 있어요. 특이하게. 독일도 대학입시 있고요. 독일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학과가 뭘 것 같습니까? 의대하고 법대입니다. 우리하고 비슷합니다. 인기 대학은 없어요, 독일은. 대학이 평준화로 되어 있어서요. 하지만 인기 학과를 위한 경쟁은 있죠.

◇ 이동형> 선행학습이 없다는 얘기가 있던데 맞나요?

◆ 이범> 선행학습을 사실상 금지하죠.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선행학습 해 온 것 같으면 하지 말라고 하고, 엄중하게 경고를 합니다.

◇ 이동형> 선행학습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 이범> 그게 결국 아이 학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거죠. 교육학적으로는 그런 이유가 제일 중요한 거죠. 그렇잖아요? 내가 섣불리 배워놓고 나서 학교 가니까 선생님이 다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네? 그래서 딴청 피우는 애들이 사실 우리나라에 꽤 많거든요?

◇ 이동형> 제가 그랬어요. 

◆ 이범> 그런데 정작 깊이 있게 물어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데요. 그래서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닌데, 학교 선생님들이 못하게 합니다. 

◇ 이동형>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선행학습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제가 뉴스에서 들은 것 같은데, 다들 그냥 하잖아요?

◆ 이범> 안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죠. 우리나라에서는.

◇ 이동형> 옆집 애도 하는데 우리 애는 안 하면 어떡해, 이런 것처럼요.

◆ 이범>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학 서열이 워낙 강하잖아요? 제가 봤을 때 세계에서 대학 서열이 가장 강한 나라가 한국하고 대만이에요. 그다음이 일본이고, 그다음이 미국이고요. 제일 평준화된 나라가 독일, 프랑스, 이런 나라고요. 이런 식으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데, 대학 서열이 워낙 강하다 보니까 한 칸이라도 높은 대학 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미리 준비해놓으면 유리할 것 같고, 실제로 요즘은 대입이 할 게 되게 많거든요. 그러니까 선행학습이 조장되는 거죠.

◇ 이동형> 19살, 혹은 20살 때 한 번 시험친 것 가지고 인생이 결정된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이런 게 과연 앞으로도 30년, 50년 이후에도 지속될까요?

◆ 이범> 제가 요즘에 만들고 있는 정책이 대학 시스템을 고치는 정책이에요. 흔히 국립대 통합, 공동 입학 네트워크,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우리나라 진보 쪽에서 해왔는데요. 그것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불가능해요. 제가 시간 관계상 자세히 설명 드리지는 않겠지만, 될 것처럼 생각하시는데요.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제발. 해보면, 국립대 통합, 공동입학, 이래 가지고 이 제도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해요. 우리는 사립대가 워낙 많고, 특히 서울 수도권은 사립대가 많아서 저는 요즘 서울 수도권 사립대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엄청난 재정 지원을 매개로 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고등학교 졸업자의 1/3 정도를 수용하는 전국적인 공동입학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 이것을 차기 대선 공약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정책 설계를 하고 있어요. 

◇ 이동형> 알겠습니다. 오늘 이범 평론가와의 대담,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이범> 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