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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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일자리 “신중년 인생3모작 수기와 함께” - 임은경 노사발전재단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1-20 14:45  | 조회 : 4940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 출연자 : 임은경 노사발전재단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다시 한 번 화알~짝 피어납니다! 나의 두 번째 일자리 “신중년 인생3모작 수기와 함께” - 임은경 노사발전재단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노사발전재단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임은경 소장, 자리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임은경 노사발전재단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이하 임은경): 안녕하세요.

◇ 김명숙: 먼 길 오시느라 애쓰셨어요. 인천에서 오시느라고.

◆ 임은경: 감사합니다.

◇ 김명숙: 요즘 많은 분들이 중장년 일자리에 관해서 관심이 많아요. 특히 저희 프로그램 청취자분들은 더더욱 그렇거든요. 그런데 뉴스에서 들리기로는 고용률이 떨어졌다, 이런 소식이 들리니까 좀 실망도 하게 되거든요. 점점 높아지면 좋겠는데, 하면서. 아무래도 계절적인 요인도 있을까요? 어떻게 보세요?

◆ 임은경: 네. 확실히 다른 계절에 비해서 겨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건 사실이에요. 보통 취업자 수가 1·2월에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봄이 되면서 증가하는 그런 추세를 보이거든요. 그 해 최대 취업자가 발생한 월에 비해서 대략 180~200만 명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는데요. 그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계절적 실업이라고 해서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실업인데요. 대표적으로 농업·건설업 등에서 겨울이 되면 일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실업이 발생하게 되고요. 또 한 가지 요인은 연말이 되면 계약종료로 인해서 비자발적 퇴직이 증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업자가 늘어나게 되고요. 저희 센터도 1·2월은 구직자분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바쁜 시즌이기도 합니다.

◇ 김명숙: 이제 좀 있으면 바빠지시겠네요, 곧이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곳곳에 여러 군데 있는데 소장님께서 근무하고 있는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조금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 임은경: 네. 노사발전재단에서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전국에 13개가 있는데요. 그중 인천센터는 인천·부천·김포·고양 지역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만40세 이상 중장년의 인생 이모작, 삼모작 준비를 돕기 위한 생애경력설계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요. 또한 1년 이내 퇴직 예정자의 퇴직준비 교육과 사후관리, 그리고 취업 컨설팅과 경력설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센터는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중년층 가운데 지금 일하고 있는 분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분들, 또는 이미 은퇴나 퇴직을 하신 분들, 또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분들은 누구나 다 가능하신 거죠?

◆ 임은경: 네, 그렇죠. 누구나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이번에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에서 2018 신중년 인생 삼모작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잖아요. 이게 매년 개최하는 행사인가요?

◆ 임은경: 네, 그렇습니다. 신중년 인생 삼모작의 기반인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해가 2015년인데요. 그후에 이름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개최해왔습니다. 공모전을 통해서 좋은 사례가 알려지면 같은 고민을 하는 중장년층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요. 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장년층에게는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나도 인생 삼모작을 미리 준비해봐야겠다는 생애경력설계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 김명숙: 수기 공모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 임은경: 얼마 전 11월 7일까지 공모를 했는데요. 개인 부문, 기업 부문으로 나누어서 공모가 진행됐어요. 개인은 인생 후반기 활력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 삼모작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또 기업은 중장년 근로자의 인생 삼모작을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또 조직의 성과나 활력이 제고된 사례를 공모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대국민 공모를 했기 때문에 중장년센터의 교육 참여여부와 관계없이 수기 공모를 진행했다면, 올해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프로그램, 생애경력설계, 인생 삼모작 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개인·기업을 대상으로 수기를 공모했다는 점이 조금 달랐고요. 그래서 재단으로서는 더더욱 의미가 있는 공모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개인 부문에서 총 101명이 지원하셨고요. 그중에 총 21명이 입상하셨습니다.

◇ 김명숙: 좋은 성과를 얻으셨네요. 앞으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물론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 13개가 있다고 하셨으니까 이곳에서 또 아주 바쁜 활동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저부터도 솔깃해지거든요. 왜냐면 저희 프로그램 청취하시는 분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제 중년이잖아요. 새로운 인생을 정말 시작할 나이에요. 많은 분들이 또 준비하고 계시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나? 어떻게 지금 잘하고 있나? 이렇게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 이번에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수상작을 저희가 한 번 함께 들으면서 여러분의 느낌도 문자로 받아볼까 합니다. 우선 그 첫 번째 대상작을 한 번 소개해 드릴까요. ‘신의 한 수’라는 제목으로 대상을 받은 문효숙 님의 작품입니다.

“‘친구야 이거 어떠니? 노사발전재단에서 하는 건데 취업도 알선해주신대’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친구의 문자에서 공연예술 코디네이터 1기 모집이라는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과를 전공한 저와 거리가 먼 직업인 듯해서 지원자격이 될지 걱정이 됐지만, 노사발전재단 선생님은 지원해볼 것을 권하셨고, 상담하는 동안 안심이 돼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주위에 대형 영어학원이 들어오면서 6년 동안 운영했던 영어교습소를 접어야 했고, 곧이어 취직한 고등학교 사감 자리도 밤샘근무로 건강이 악화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 마음이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혈이 심해지고 응급실에 실려가 혈액 12팩을 수혈 받고서야 무기력 뒤에 숨은 저의 진심을 알게 됐습니다. 무기력을 느낄 만큼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러던 중 친구의 권면으로 찾게 된 노사발전센터는 분위기부터 신선했습니다. 양성과정을 듣는 동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인생 삼모작에 관한 말씀을 들으며 50이라는 나이는 재도전하기에 좋은 나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연예술 코디네이터 양성과정과 생애설계교육을 마치고 노사발전재단에서 현장면접을 볼 기회를 마련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뮤지컬 극장에 취업됐습니다. 그곳에서의 1년은 신의 한 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에게 특별한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상담대학원 교수님을 만났고 상담사로서 새로운 길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공연예술 코디네이터로 공연장에서의 1년이 없었다면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인생 후반전에 학창시절부터 꿈꿨던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 이제부터 상담대학원에서 상담학을 배우려고 합니다. 막연히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던 소망에 도전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당당히 한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공부하러 집을 나서는 길이 설레고 행복합니다.”

네. 이렇게 해서 공모전 대상 수상작을 함께 들어봤는데요. 정말 이렇게 하기가 사실 쉽지 않은데 대단하신 것 같아요.

◆ 임은경: 그럼요. 저도 이 대상작을 읽으면서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 김명숙: 이런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있나요?

◆ 임은경: 네, 그렇죠. 실제로 저희가 취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개인마다 겪는 장애요인들이 있어요. 장애요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어려운 경우가 이런 심리적인 좌절을 겪으시는 경우에요. 특히나 여기 대상을 받으신 문효숙 님께서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크셨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에게서 얻은 상처도 굉장히 크셨던 거죠.

◇ 김명숙: 일도 일이지만 심리적인 상처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임은경: 그렇죠. 그 상처를 딛고 나온 게 저희 센터였고,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심리적인 위안을 얻으면서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던 거죠. 실제로 저희 센터를 찾아오는 분들 중에서도 심리적인 좌절을 겪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특히 마음 깊은 곳까지 침체가 되면 사실 바닥을 치고 올라오셔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심리적인 상처가 굉장히 크면 바닥을 치지를 못하고 계속 침체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경우에는 2년 3년 진짜 은둔하시다가 결국 취업을 포기하시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죠. 이럴 때는 지지자가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문효숙 님의 경우에는 친구분, 그리고 담당 상담사분께서 굉장히 든든한 지지자가 돼주셨죠. 그래서 주변에 나를 지지해주는 지지자를 한 분씩 두시는 게 나중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데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김명숙: 역시 정말 살아가면서 옆에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느끼는 수기였고요. 그다음에 정말 나는 바닥이야,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어, 지하로 더 내려갈 것 같아. 그런 정말 절망감에서 한 번 올라갈 수 있도록 바닥을 톡 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겠어요. 그게 바로 이제 노사발전재단과 이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하는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 임은경: 네, 맞습니다.

◇ 김명숙: 처음에는 정말 내가 재취업할 수 있을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갖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아요. 일을 그만두신 분들 가운데 새로 해야 하는데 막연하게 걱정만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실제로 상담하실 때 대부분이 이런 마음상태시겠죠?

◆ 임은경: 네, 맞습니다. 상담에 참여하시면서 첫 상담 때 ‘제가 과연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그분께서 왜 이런 질문을 하실까, 라는 부분을 이야기해보면 아까 이야기한 대로 정말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는 케이스가 있어요. 그럴 경우에는 ‘힘드셨죠?’라는 한마디만 톡 건드려드려도 이분이 굉장히 자기가 힘들었던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이런 마음을 가지면서 극복을 하시고요. 그리고 다른 케이스는 정말 합리적이지 않은 목표를 설정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 김명숙: 어떤 경우인가요?

◆ 임은경: 현실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본인께서 기업의 관리자로 퇴직하셨는데, 사실 대기업으로 다시 가기는 어려우신데 나는 대기업으로 갈래요, 이런 경우. 혹은 중소기업의 관리자, 정말 쉬운 일을 하면서 보수는 이 정도 받고 싶어요,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는 현실 취업시장을 어느 정도 인지시켜드리는 작업이 필요하고요.

◇ 김명숙: 그런데 사실 그게 다 이론적으로는 알면서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눈높이를 낮춘다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좀 비워라, 내려놓으라 하는 얘기를 계속 하나 봐요.

◆ 임은경: 이 두 가지는 특별한 케이스고요. 보통 보편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엄청난 심리적인 어려움보다는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또 자신감이 저하돼 있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특히나 비자발적인 퇴직을 경험하신 분이나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경우엔 더더욱 그러신대요. 저희가 이력서·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쓰셨는지 검토를 해드리면서 제가 그분들께 자주 질문하는 질문이 있어요. ‘선생님, 여기는 가기 싫으시죠?’ 그럼 그분께서 ‘어떻게 아셨어요?’ 이러고 깜짝 놀라세요. 그럼 ‘자기소개서에 그렇게 쓰셨네요’라고 말씀드리거든요. 또 ‘여기는 자신 없으시죠?’ 그러면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세요. ‘자기소개서에 그렇게 쓰셨잖아요’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내가 나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그게 그대로 고스란히 다 글에 드러나게 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로서는 그분들께 자신감을 부여해 드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컨설팅의 영역이거든요. 그분들의 자신감을 북돋기 위한 방법들이 굉장히 다를 뿐이지, 그분들껜 저희가 자신감을 북돋워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예전에 저에게 한 분이 찾아오셨는데 정말 경력도 괜찮고 능력도 괜찮고 인품도 괜찮은 분이셨어요. 그런데 상담할 때마다 좀 지나칠 만큼 위축돼 있었고, ‘제가 취업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꽤 자주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 김명숙: 저는 그런 부분 정말 십분 공감해요. 왜냐하면 저만 해도 이렇게 방송 일을 하지만, 중년층이잖아요. 백세시대에 노후대비를 해야 하니까 어떤 때는 방송을 하는데, 사실 방송하는 사람이 우물 안 개구리일 수밖에 없거든요, 저만 해도. 내가 방송 이외에 다른 일에 뭘 할 수 있을까? 정말 자신감이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얘길 해, 너는’ 이렇게 핀잔을 친구들이 하는데 실제로 본인 자신이 느끼기에는 그렇게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이 없고 위축되는 느낌이 있다는 게 저는 십분 공감이 되거든요.

◆ 임은경: 네. 그래서 그분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알고 보니 어쩔 수 없는 외부 상황으로 인해서 그분께서 회사의 실적이 나빠진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서, 그분이 영업부를 총괄하던 분이셨거든요. 책임감을 느끼시고 사표를 내고 나오셨던 분이셨어요. 이분과는 저희가 상담을 진행하면서 과거에 그런 성공경험들을 돌이켜보는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분의 경력이 100이라면 잘했던 게 90% 이상, 그리고 이분이 잘 못했던 게 10% 미만 이랬던 걸 이분께서도 다시 내가 잘못하지만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 김명숙: 정말 자신감 부여, 동기부여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젊었을 때, 어린 아이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장년층에 특히 더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말씀 듣다 보니까 공감도 많이 가고, 또 많은 분들께서 ‘그래,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그래, 자신감을 다시 회복해야지’ 이런 마음을 가지셨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또 두 번째로 장려상을 받은 황주민 씨의 수기를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요. 제목이 ‘나는 아직도 발달 중’이라고 합니다.

“딸을 결혼시키고 빈 둥우리 증후군으로 우울감이 찾아올 무렵, 지금이라도 뭔가 해볼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았습니다. 쭈뼛거리며 두리번대는 내게 직원은 친절하게 상담사에게 안내해줬습니다. 전직도 오래 전의 일이었고, 자격증이라곤 장롱면허가 전부였으며, 결혼 후 줄곧 경력단절 전업주부로만 살았으니 나는 그냥 나이만 많은 중년 여자였습니다. 이력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내용을 듣고 상담사는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솔직히 그 연세시면 청소 자리도 힘드세요’ 맞는 말이었습니다. 맞는 말이어서 더욱 가슴 아프게 와 박혔습니다. 절망감과 수치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상담 후 취업을 하려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하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다시 찾게 됐습니다. 지난번에는 취업상담을 위해서였지만 이번에는 취업역량강화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전의 삶도 되돌아보고, 노후설계, 적성·흥미·가치관 검사도 하고, 이력서 쓰는 방법부터 면접까지 그야말로 꼭 필요한 교육들이었고, 흥미롭게 구성돼 있어 지루할 새가 없었습니다. 그곳에서도 나는 나이가 많은, 아주 많은 층에 속했지만 정말 열심히 배우고 익혔습니다. 그렇게 교육을 마치고 취업상담을 하고 마침내 이력서도 등록했습니다. 교육을 받고 나니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났습니다. 한 달 쯤 지났을 때 상담사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보훈업무 관련 기간제 사무직인데 한 번 해보시겠어요?’ 그렇게 나는 엉겁결에 기간제 사무원으로 3개월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수십 년 간 소위 경단녀로 살았기에 사회생활이나 업무가 모두 낯설었지만 그동안 배워둔 교육들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되기도 전에 나의 상사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같이 일하고 싶다고. 얼마 후 나는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사무과장이라는 직함도 가지게 됐습니다. 나이 57세에 내 이름이 박힌 명함을 갖게 됐다는 것이 꿈인 듯 믿기지 않았습니다. 불과 1년, 청소 자리도 얻기 힘들다는 말이 떠올라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때로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또 다시 찾아오기 쉽지 않은 기회라 생각하니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도 학업과 직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분은 그냥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럴 때 오히려 공부를 선택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면서 노력하신 것 같아요. 정말 선택이 중요하다는 걸 또 느꼈어요.

◆ 임은경: 대단하시죠.

◇ 김명숙: 또 그렇게 직업을 구하러 갔다가 절망감에 그냥 사로잡히기 쉬운데, 안 된단 말을 들었을 때,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걸 택하셨어요. 대단하세요.

◆ 임은경: 네, 맞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보통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좌절하고 그냥 포기하자, 이렇게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뭐라도 배우고 시도해보자, 라는 생각이 굉장히 좋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짧은 기간이지만 경력단절을 겪었던 여성으로서 굉장히 많이 공감이 되는데요.

◇ 김명숙: 저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직장생활 하다가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 등으로 많이 경력단절이 되잖아요.

◆ 임은경: 맞습니다. 또 제가 일자리를 찾을 때는 나이제한이 있어서 더 어려웠던 시기였어요.

◇ 김명숙: 그게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다 잘할 수 있는데. 우리 백세시대인데, 그렇죠?

◆ 임은경: 네, 맞습니다. 지금 50세 이상 여성분들을 보면요. 그때는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자연스럽게 퇴사하는 분위기였잖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사회생활을 다시 하려니까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이럴 때는 지금 사례자분처럼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배우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려면 무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직업훈련을 받거나 아니면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 취업에 도전해야 기초적인 역량을 갖추었다고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거죠.

◇ 김명숙: 그런데 이분은 공부를 선택해서 그냥 공부만 한 게 아니라, 그게 또 연이 돼서 생애교육프로그램을 잘 활용하신 케이스 같아요.

◆ 임은경: 네, 맞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케이스 중의 한 분도 결혼 후에 계속 경력단절을 겪으셨던 50대 여성분이셨거든요. 이분도 다시 일하려고 하니까 가족들은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냐, 이러고 반대하셨고요. 어디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분은 고용센터에 가서 보니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시더래요. 그래서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공부해서 취득하셨어요. 그뒤에 상담을 받으러 오셨는데 일단 자격증은 취득했는데 막상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니까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자신만 우뚝 서있는 기분이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선 자격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들을 알려드렸고, 그분께서 일하고 싶어 하시고 또 초보자가 진입하기 좋은 곳을 추천해 드렸어요. 그리고 그 기관에서 일하시는 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드려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드렸습니다. 그분께서 취업에 성공하시고 처음에는 안 하던 일이기 때문에 적응하시는데 약간 애를 먹긴 하셨는데요. 지금은 더 좋은 기회를 잡으셔서 동년배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쪽으로 이직하셔서 거의 60이 다 되셨는데 즐겁게 일하고 계세요. 지금도 간간이 소식 전해주고 계세요.

◇ 김명숙: 그야말로 멋진 제2의 인생을 펼치시는 거네요. 우리가 그만 여기서 그냥 멈춰야지, 하는 생각은 요즘에는 하는 분이 안 계실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내딛는, 내딛으려는 마음만 있어도 충분히 제2의 인생을 멋지게 펼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세 번째 사연까지 이어가겠습니다. 사연이 아니라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신 김낭자 님의 ‘47년생, 시니어 기자에 도전하다’라는 수기입니다.

“저는 수원시 광교 노인복지관 소속의 인터넷 신문사 광교IT기자단의 기자로 3년째 활동 중입니다. 중학교 미술교사로 지내다 만 60세에 정년을 2년 정도 앞두고 학교를 떠났습니다. 퇴임식 자리에서 ‘퇴직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멍하니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벽 한 번 쳐다보고, 지금 다른 사람들은 뭐할까. 이런 생각 하겠지’라는 말을 했더니 명예퇴직을 신청한 동료 교사도 눈물을 훔쳤죠. 그만큼 준비 없는 퇴직이었어요. 처음에 노인들을 위한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좋은 뜻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들의 권유로 건강을 위해서 수영을 시작하면서 저의 생활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60 중반이 넘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나이는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었죠. 2016년 70세의 나이에 기자 모집 공고를 보고 신문사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광교IT기자단은 65~80세의 기자 17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글솜씨가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번 해보자는 마음 뿐이었죠. 선배 기자들과 함께 기사를 쓰며 배우고 역할에 집중하다 보니 혼자서 기사 쓰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요즘은 일상이 취재입니다. 작년에는 가족들과 여행 다녀와서 기사로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활동만으로도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까 2주에 한 번 있는 자녀들과의 모임도 미룰 때가 있습니다. 자녀들도 저의 바쁜 생활에 감사하다고 합니다. 제 주변에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다니면 얼마나 버니?’ 실제 수입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활동으로 나 자신이 젊어지고, 더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 거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보상이 따라준다면 좋겠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 못한다면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을 하신 중장년층 여러분,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집밖으로 나오세요. 72세인 저도 아직 현역이랍니다. ‘기존에 내가 해왔던 게 있는데, 왕년에 이랬는데’라는 생각 말고 배울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꼭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공모전 수기 들으시면서 많은 분들이 도전해야지, 결의를 새롭게 하셨을 것 같습니다. 8169번 청취자분께서 문자 주셨는데요. ‘시련과 상처를 극복하고 인생 2막을 열정적으로 개척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반면에 저를 반성하게 만드네요. 오랜 직장생활을 끝내고 새로 잡은 일자리에서 초창기의 열정을 잊어버리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 응원합니다’ 0116님 ‘정말 장려상 받으신 분의 글이 깊이있게 와 닿습니다. 눈물이 핑 도네요. 40대 후반인 저도 용기 내겠습니다. 고용센터 찾아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이런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힘입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도움 말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임은경: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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