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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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상식을 뛰어넘는 갑질, 양진호 회장 사건"-안호림 교수 11/10(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1-12 17:50  | 조회 : 2568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11월 10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미디어 관련 이슈를 소개하는 <안호림의 미디어똑바로보기> 시간입니다. 인천대학교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번 주도 여러 이슈들이 있었는데, 어떤 주제를 고르셨나요?

안호림: 오늘은 요 며칠간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양진호 회장 사건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지난 10월 30일 온라인 뉴스 매체인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뉴스타파’는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이 전직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최근에도 이른바 ‘갑질’사건에 대한 보도가 종종 있었는데요. 양진호 회장 사건은 정도가 심해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본 기득권 갑질 중에 최악이다’라고 하면서 분개하고 있습니다. 양회장을 처벌하라는 여론이 끓어오르자 경찰도 재빠르게 움직여서 지난 7일 양 회장을 전격적으로 체포했습니다. 양 회장이 체포돼서 경찰 수사도 한층 더 속도가 빨라질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저도 그 동영상을 봤는데, 이게 실제인가 싶더라고요.

안호림: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라가서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 같네요. 문제 영상에는 양회장이 자신의 실소유주인 위디스크에 근무했던 전직 직원 한 명을 사무실 한 가운데 무릎꿇려놓고 폭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주위에 여러 사람이 있는데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요. 더더욱 놀라운 건 이 영상이 누군가가 신고하려고 양회장 몰래 찍은 게 아니라, 양회장이 기념으로 가지고 있으려고 직접 지시해서 찍었다는 겁니다.

아나운서: 영상을 보면 심하게 폭행을 당하는데, 대체 왜 저토록 심한 모욕과 폭행을 당한거죠?

안호림: 피해자는 위디스크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직장을 옮긴 사람입니다. 폭행으로 일이 일어난 건 2015년 4월, 피해자가 위디스크를 떠난 뒤입니다. 피해자는 ‘위디스크’ 인터넷 사이트 고객게시판에 접속해서 ‘양진호1’이라는 아이디로 장난스러운 내용의 댓글을 몇 개 달았습니다. 고객게시판은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댓글을 달 수 있다고 하네요. ‘매사에 성실히 임하면 연봉 팍팍 올려주겠다’, ‘지금도 불철주야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 낮과 밤이 바뀌면서 일하지만 어디가도 이만큼 돈 못 받는다’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양회장한테 연락이 왔고, 회사로 찾아와 사과하라고 해서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한 겁니다.

아나운서: 피해자는 맞은 것도 맞은 거지만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 같습니다.

안호림: 당연히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합니다.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후 IT업계를 떠났다고 합니다. 지금은 섬으로 들어가서 생활 중이라고 하네요.

아나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거나 다름없네요. 폭행도 폭행이지만, 그걸 기록으로 남겨두고, 기념으로 보관하려고 촬영하라고 했다는 건 정말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데요.

안호림: 그런데 양회장의 ‘갑질’과 기행은 직원 폭행이 약과였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습니다. 뉴스타파는 첫 번째 폭행 영상 이후에도 계속 양회장의 갑질과 비리를 폭로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중에는 직원들과 이른바 ‘워크샵’을 가서 벌인 일에 대한 영상도 있는데요. 영상에서는 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살아있는 닭을 활로 쏴서 잡으라고 하고 활로 못 잡으면 일본도로 죽이도록 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지어 영상이 너무 잔인해서 일부 뉴스에서는 편집해서 내보낼 정도였는데요. 이외에도 회식자리에서 토할 때까지 맥주를 원샷시키고, 직원 머리를 순대 간 색깔로 염색하라고 하고, 직원한테 비비탄을 쏘고, 술안주로 생마늘 한주먹을 먹이고 수많은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그 동안 재벌 2세, 3세의 갑질이나 기행 보도가 여러 개 있었지만, 양 회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아나운서: 교수 폭행 사건도 있죠?

안호림: 2013년에 있던 일입니다. 지금은 이혼한 전 부인이 대학 동창인 대학교수 A씨와 문자를 주고 받았었는데, 양회장 부인이 외도하는 걸로 의심했다고 해요. 결국 대학교수를 위디스크 사무실로 불러 직원들이 다 볼 수 있는 공간에서 폭행했습니다. 폭행은 2, 3시간이어졌다고 하고요. 피해자는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때리는 것도 부족했는지 구두를 핥게 하고, 가래침을 먹게 하는 가혹행위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폭로한 박상규 기자에 따르면, 그렇게 심하게 폭행한 건 외도가 아니라 마약투여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경찰은 전 부인에게서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양진호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저런 행동을 거리낌없이 했을까 궁금해할텐데요. 양진호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안호림: 40대 중반의 IT사업가입니다. 현재 한국미래기술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미래기술은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혹시 최형진 아나운서는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가 대형 로봇에 올라타고 기뻐하는 뉴스를 보신 적 없나요? 그 로봇을 개발한 회사가 한국미래기술입니다. 그런데 양회장이 돈을 번 건 로봇사업이 아니라 웹하드사업을 통해서입니다. 양진호 회장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라는 웹하드업체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디스크는 국내 최대 웹하드 업체이고, 파일노리도 2, 3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양회장이 두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웹하드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해요. 양회장은 웹하드 사업을 통해서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회장 본인이 2천억 정도의 재산이 있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웹하드 사업에서 가장 큰 수익원이 불법음란물이거든요. 결국 2천억이란 돈은 불법음란물로 번거죠.

아나운서: 전설치고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전설이네요. 양회장의 폭행도 폭행이지만, 결국 돈을 불법음란물 유통을 통해서 벌었다는 점에 대해 더 괘씸해하는 것 같습니다.

안호림: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면 성공한 IT사업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불법음란물을 통해 돈을 번 사람입니다. 불법음란물이라고 하면, 외국 포르노그래피들 이른바 ‘야동’을 떠올리기 쉽지만, 웹하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는 이른바 국내 ‘리벤지포르노’나 몰카, 핸드폰이나 PC에서 본인도 모르게 유출된 영상들이거든요. 죄다 불법적인 영상들인 거죠. 한 웹하드 전직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음란영상 중 90%가 그런 종류였고, 일본의 성인영상물인 AV(adult video)가 10% 정도였다고 합니다. 결국 남의 불행을 통해 돈을 번 것이죠.

아나운서: 양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웹하드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10년이 조금 넘는 사이에 2천억 가까운 재산을 축적한 거네요. 웹하드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많은 수익을 올리는 거죠?

안호림: 웹하드는 회원들에게 웹 상에 하드 공간을 제공해서 파일을 업로드해줄 수 있게 하고, 다른 회원들이 그 파일을 다운로드 하면 일정한 판매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흥행하는 영화파일을 웹하드에 올려놓으면, 그 파일을 다른 회원들이 대금을 지불하고 다운받는 식입니다. 판매대금은 파일을 올린 개인판매자, 웹하드업체, 그리고 원래 파일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자들이 나눠 가집니다. 웹하드 업체의 수익률은 일반 기업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예를 들어서 위디스크의 작년 매출이 210억원쯤이고, 순이익이 63억쯤 됩니다. 파일노리는 매출액 160억여원에 순이익 80억여원입니다. 합쳐서 140억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거죠.

아나운서: 파일노리는 순이익률이 50%나 되네요. 그런데 웹하드가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설명만 들어서는 어떻게 그렇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안호림: 웹하드은 가장 큰 수익원은 불법음란물입니다. 물론 웹하드에 올라오는 콘텐츠 전부가 불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제휴 파일’들은 영화사나 방송사 등 저작권을 가진 업체와 협의를 통해 유통합니다. 제휴 파일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판매수익의 70%를 지불하고, 남은 30%를 파일을 올린 개인 판매자와 웹하드 업체가 나눠가집니다. 개인 판매자 몫은 통상 5~10%정도라고 합니다. 웹하드 업체 수입은 20~25%니까 그렇게 높다고 보긴 어렵죠. 그런데 웹하드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제휴파일이 아니라 비제휴파일, 그러니까 저작권자가 없거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 콘텐츠들입니다.

아나운서: 주로 어떤 콘텐츠들이 비제휴파일인가요?

안호림: 주로 불법음란영상들입니다. 이를테면 외국 포르노그래피는 국내에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내 몰카 같은 경우도 저작권자가 없거나 있어도 저작권을 주장하기 힘들죠. 비제휴파일은 저작권료를 지불 안 해도 되니까, 웹하드 업체가 판매대금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웹하드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불법음란물들입니다. 웹하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음란물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40%, 많게는 60% 정도 되고, 80%까지 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웹하드가 불법 음란물 유통의 온상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당국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나요?

안호림: 방통위가 모니터링도 하고 있고, 경찰도 단속합니다. 문제는 단속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죠. 법적으로도 웹하드 업체는 불법영상을 알아서 걸러내야 합니다. 웹하드 업체들도 2012년도부터 시행된 ‘웹하드 등록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필터링 업체와 계약해서 필터링을 해야 합니다. 몰카 같은 불법 영상을 검색해서 걸러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사이버 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들이 결탁해서 계약만 하고 실제 필터링은 하지 않는 식으로 필터링을 피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탁 수준을 넘어서 아예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 몰카 피해자의 의뢰를 받아서 영상을 지워주는 서비스를 하는 디지털장의사업체까지 소유하고 이중으로 수익을 올려왔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가 계약한 필터링 업체는 뮤레카라는 업체인데요. 뮤레카 실소유주가 양진호 회장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고 네요. 피해자들의 영상을 웹하드에 올려서 돈을 벌고, 다시 이 사람들한테 그 영상을 지워준다는 구실로 돈을 또 받는다는 말이네요. 사악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불법음란물을 완전히 근절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안호림: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일벌백계의 처벌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계속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단속과 처벌만으로 과연 없어질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국내 불법음란물을 전부 다 단속한다고 해도 외국에서 만들어진 포르노그래피는 여전히 문제로 남습니다. 불법음란물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불법음란물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한 문제는 계속 남을 것입니다. 단속과 처벌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불법음란물을 찾는 이들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국내 온라인 영상 시장을 어떻게 하면 건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간단한 사건 같았는데, 할 말을 다 한 것 같지 못한 미련이 남네요.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호림: 양회장 사건은 한국 기업의 갑질 문화와 한국 온라인 영상 시장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둘 다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갑질 문화를 없애기 위한 ‘직장 내 괴롭힘’방지법이 국회에서 몇 달 째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루 빨리 처리될 수 있기 바랍니다. 불법음란영상 문제는 최근 여러 사건 때문에 사회인식도 조금씩은 바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웹하드 업계가 건재한 것을 보면, 아직도 웹하드에 국내불법영상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이를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영상을 찾는 분들은 조그마한 호기심과 무관심이 피해자에게는 자살까지 고려해야하는 깊은 상처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기술만 발전한다고, 인터넷 속도만 빠르다고 IT강국이 아닙니다. 이에 걸맞는 품격과 문화도 갖추어야겠지요.

아나운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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