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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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초대석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거리, 우리가 기억해야 할 언어의 줄다리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1-09 12:42  | 조회 : 3142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11월 9일 (금요일) 
□ 출연자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전성기 초대석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거리, 우리가 기억해야 할 언어의 줄다리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앞서 예고해 드린 대로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올바른 언어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교수님 자리 함께하셨어요.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안녕하세요. 신지영입니다.

◇ 김명숙: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 지금 이 자리 굉장히 놀라워요. 마치 연예인이 오신 것처럼 문자가, 예고를 해드렸는데 문자가 너무 많이 오고 있어요. 교수님에 관한 문자가요. 그래서 제가 좀 소개를 잠깐 하고 인터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3526님께서 ‘앗, 초대석 기대되네요. 저 서점에 갔다가 <언어의 줄다리기> 사서 읽고 있어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 인터뷰도 기대됩니다’ 하셨고요. 팬이신가 봐요.

◆ 신지영: 글쎄요. 감사하네요.

◇ 김명숙: 그리고 또 4594님, ‘신지영 교수님,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연구 열정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습니다. 저의 영원한 롤모델이십니다. ? 김경화 드림’ 이렇게 보내주셨는데 지인이신가 봐요.

◆ 신지영: 네. 대검찰청 음성분석실에 있는 박사입니다.

◇ 김명숙: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 보내주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말들, 생각해보면 그냥 지나쳤는데 상대방을 아프게 한다든가 차별적인, 내 생각과 무관하게 상대방이 받아들이기에 그런 언어들을 우리가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일단 말 이전에 요즘에는 메신저, 카카오톡이나 문자나 페이스북을 많이 하잖아요. 그럴 때 보면 맞춤법을 별로 신경 안 쓰는 경우가 많아요. 몇 년 전만 해도 맞춤법이 틀리면 창피하고, ‘내가 정말 무식해 보이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별생각 없이 그냥 맞춤법 틀려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시나요?

◆ 신지영: 네. 저도 빨리 쓰다 보면 오류 같은 걸 만들기도 하고요. 신경 쓸 만큼의 아마 여유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오류를 범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거기에는 두 가지를 우리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첫째는 시간이 없어서 빨리하는구나, 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틀리면 사람들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혹시 실력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오해를 받지 않고 싶다면 조금만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또 한 가지는 약간 많이 지속적으로 틀리면 받는 사람이 혹시나 ‘이거 나한테 무성의한 것 아닐까?’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으니까 좀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류를 범할까 봐 너무 지나치게 의식하면 문자를 보내기가 어려울 것 같잖아요.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보내면 어떨까. 아까 제가 드린 두 가지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문자를 보내는 태도를 취하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요.

◇ 김명숙: 말하는 것도 참 조심스럽지만, 문자 보내는 것도 참 조심스러운 게 왜냐하면 여기에는 감정표현이 안 드러나잖아요. 그리고 마침표를 찍는다든가 느낌표를 찍는다든가, 부호를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또 느낌이 달라지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데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고. 문장 자체가 억양이나 강조 그런 게 안 들어가니까. 그래서 이모티콘도 쓰고 요즘에는 많이 그러잖아요.

◆ 신지영: 맞습니다. 바로 문자에는, 전문적인 용어로 운율이라고 해서요. 소리의 높낮이나 강약이나 길이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죠. 그러다 보니까 문자가 보는 사람의 마음대로 읽히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나는, 예를 들면 ‘이거 봐주세요’ 이렇게 친절하게 보냈는데 받는 사람이 ‘이거 봐주세요!’ 이렇게 읽으면 ‘이 사람이 왜 나한테 그러지?’ 이렇게 오해할 수 있으니까 사실은 오류보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받는 사람이 어떻게 읽을 건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보내는 게 어떨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명숙: 그래서 저는 가끔 어떨 때는 문자 열심히 하다가 그냥 전화를 걸어버리는 때가 있어요. 그리고 몇 년 전에 교수님께서 조카와 나눈 이메일을 계기로 해서 쉬운 한국어 문법책을 내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어 문법 여행> 저는 사실 우리말이라는 게 물론 과학적이고 쉽고 그렇다고 자랑스럽게 여기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알면 알수록, 또 배울수록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너무 어렵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 교수님께서 쓰신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책, 흥미로운데요. 어떤 책인지 잠깐만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 신지영: 네. 제가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제목을 생각하게 된 게 4년 8개월 전, 굉장히 오래전입니다. 5년 이전인데요.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서 말할 때 이 단어를 쓸까, 저 단어를 쓸까. 이때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렇게 마음속으로 줄다리기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언어의 세계를 봤더니 재밌게도 언어표현들 사이에서도 그런 줄다리기가 있더라고요. 이런 말을 하자. 혹은 이런 말을 하지 말자. 이런 줄다리기가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걸 보면서 이걸 관찰해보고 탐험해보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쓰게 되었고요.

◇ 김명숙: 쉬운 우리말과 배울수록 어려운 우리말, 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맥락에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 신지영: 네. 우리 진행자님께서 처음에 그 이야기를 해주셔서 제가 굉장히 좋은 표현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란히 할 수 없는 말인 것 같죠. 쉬운 말 하고 어려운 말, 이건 완전히 다른 말인데. 그래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모두 다 공감하잖아요. 어떻게 나란히 할 수 없는 표현을 공감할까, 생각해봤더니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입장 차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듣는 사람한테는 쉬운 말이어야 하니까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쉬운 말을 해야 하는 거고요. 또 그렇게 쉽게 들리고 쉽게 읽히려면 하는 사람은 굉장히 어려운 말이 되죠.

◇ 김명숙: 생각을 좀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 신지영: 그래서 사실 말하는 사람한테 어려운 말은 듣는 사람한테는 쉬운 말이 아닐까. 왜냐면 듣는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고 이러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그 사람한테 맞는 말을 하게 될 테니까요.

◇ 김명숙: 그런 의미에서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표현을 쓰신 거군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말하는 사람의 입장과 듣는 사람의 입장이 서로 다 같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상적인 표현 중에 무심코 이야기하다가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거나 언짢게 하는 그런 경우들이 있어요. 그리고 생각지도 않게 우리가 그냥 막 쓰는 용어들이 있죠. 예를 들자면 흔히 하는 게 여교사라든가 여판사라든가 이런 이야기 있잖아요. 여사원, 여의사. 물론 요즘에는 남간호사 이런 표현도 있지만요. 이런 것들이 우리가 무심코 쓰지만 사실 성적인 차별이라고 할까요. 불평등, 그럴 수 있죠?

◆ 신지영: 네. 사실 말씀해주신 대로 정말 우리가 이 단어가, 아까 말씀해주셨잖아요. 듣는 사람을 공감하게 하고 배려하는 표현이라고 얘기한 것과 이어서 제가 생각한 게 있어요. 어느 날 생각해보니까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 누굴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거리가 굉장히 먼 사람이 바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더라고요. 왜냐면 나는 이런 의도로 말했지만 듣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게 들릴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말했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여기자, 여판사, 여검사 이런 말이 불편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자. 이런 뜻이죠. 그렇다면 왜 그런 단어가 만들어졌을까. 이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 김명숙: 그 생각조차 잘 못한 거죠. 왜냐면 그냥 습관적으로 예전부터 써왔으니까.

◆ 신지영: 맞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에는 사실은 기자나 판사나 검사나 교수나 교사나, 남자일 경우에는 그렇게 남검사, 남기자 이렇게 안 하거든요.

◇ 김명숙: 여배우도 마찬가지죠.

◆ 신지영: 그렇죠, 맞습니다. 여배우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러니까 그 이면에는 듣는 사람이 ‘나는 왜 특별하지? 나는 그냥 기자인데 왜 나한테 여 자를 붙이지?’ 이렇게 들을 수 있다는 걸 먼저 생각하자는 거죠. 그렇다면 그 단어가 왜 만들어졌을까. 이 생각을 하면 그 당시에는 모든 직업은 주로 남자들이 가지고 있다 보니까 ‘여기자. 기자는 남자인데 여성이 기자네? 특별하네, 신기하네’ 그러면서 그런 차이를 단어로 표현해주고자 하는 욕망이 여기자나 여배우나 여검사나 여판사나 여교수나, 이런 단어를 만들게 됐다는 거죠.

◇ 김명숙: 그건 어떤 차별이라기보다는 성적 구별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요즘에는 남자 간호사도 있는데 남간호가 이렇게 부르잖아요. 그런데 굳이 여간호사 남간호사가 아니라 그냥 간호사 이러면 될걸.

◆ 신지영: 왜 간호사를 보고 우리는, 여간호사란 말은 없잖아요. 그것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간호사는 여자인데 남자가 있네? 이상하네’ 그래서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남간호사 이렇게 부르는 건데요. 그렇다면 그것은 구별 짓는 거니까 약간 그 이면에는 좀 다른 생각이 들어갈 수가 있으니까, 검사든 간호사든 그 직업은 특정한 성별이 갖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지금은 다.

◇ 김명숙: 직업도 마찬가지고 학교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희 다닐 때도 여자 중학교, 여자 고등학교, 여대. 굳이 이렇게 구별을 꼭 해야 하나.

◆ 신지영: 옛날에는 서당이나 성균관이나 다 남자가 학교에 다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여자가 다니는 학교는 좀 특별하다. 이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구분한 거죠. 그러니까 지금 세상이 달라졌으니까 그런 말을 쓰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기자라고 부르면 되지, 혹은 검사·교수 이렇게 하면 되지, 특별히 여성일 때 여기자, 여검사, 이렇게 부를 필요가 있느냐. 그런 단어를 안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왜 저 뒤에 저런 이야기가 있을까를 그 줄다리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그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하면서 왜 이런 경기가 일어날까. 흥미롭다, 이해해보자. 이런 태도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 김명숙: 그렇죠. 그래서 교수님의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책을 보면서 무심코 했던 말들에 이런 의미가 담겨있는 거였구나, 라는 것을 곳곳에서 제가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예를 들자면 이런 것도 있어요. 우리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배우자인 아내에게 흔히 ‘미망인’, ‘과부’ 예전에 그런 표현들을 많이 썼죠. 그런데 그 뜻을 알고 제가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그게 그렇게 썩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 신지영: 단어의 뜻을 알면 여러분도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미망인이란 단어는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에요.

◇ 김명숙: 남편을 따라 죽지 않았다, 이런 표현이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 신지영: 왜 아직 죽지 못했느냐면 말씀하셨듯이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하는데. 아주아주 옛날에 순장제도가 있었고 그걸 배경으로 만들어진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표현이거든요. 그래서 따라 죽었어야 하는데 따라 죽지 못한 죄인. 이런 표현으로 미망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지금까지 쓰이고 있으니까, 누군가를 우리가 당신 죽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부르는 것은 폭력적입니다. 누가 그렇게 부르고 싶겠어요. 그걸 안다면 우리가 그런 말을 쓰지 말자,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요. 첫째는 왜 남편이 죽은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단어가 있을까. 배우자인데 여성 배우자가 먼저 죽은 경우, 물론 홀아비 이런 단어가 있죠. 한자어로는 환부나 광부란 단어도 있는데 그런 단어는 우리가 잘 안 쓰고 모르죠. 왜 그럴까. 이 생각을 먼저 해야 할 것 같고요. 그것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구분해서 특별한 존재다, 라고 생각하고 구별 짓기 위해서 단어는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남편이 먼저 죽은 분, 이런 것들을 왜 특별하게 우리는 단어로 만들었을까. 그걸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이 생각을 한다면 굳이 그냥 그렇게 부르지 말고 유가족 이렇게 하면 다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보자는 거죠.

◇ 김명숙: 무심코 그냥 관습적으로 우리가 사용해왔던 언어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도 모르고 무심코 썼던 단어들이 많이 있거든요. 결국 말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 말로 나오는 거고, 무심코 말하다 보면 그 말이 사실 생각을 좌우할 수도 있는 거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고 조심스럽게 우리가 표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신지영: 맞습니다. 또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생각을 우리가 해서 말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생각을 우리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잖아요. 우리가 생각한 만큼 뭔가 우리의 생각에 근접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노력하는데요. 그걸 이렇게 비유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우리가 번역한다. 이렇게 한다면, 여러분이 번역가라고 생각하면 내 생각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볼까, 를 고민하게 될 거예요. 더 좋은 번역을 하고 싶으니까요. 적당한 번역을 하고 싶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어떤 표현을 쓸까를 고민하는 것, 더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굳이 어려운 단어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이런 표현들을 우리가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사회가 많이 변하다 보니까 예전에 저희 세대만 해도 중년층 이상만 되면 어르신들께서 그냥 우리들한테 반말로 하는 것에 대해서 별생각이 없었어요. ‘저 아주머니가, 저 할머니가 왜 나한테 반말해?’ 이런 생각 별로 못하고 당연하다고 받아들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잖아요. 물론 당연하죠, 존중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우리말에 존칭 있는 것 너무 불편해’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지영: 사실 존댓말이 있는 게 굉장히 한국어에는 특별한 거죠. 그러다 보니까 존댓말 때문에 좋은 것도 있고 존댓말 때문에 나빠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게 더 강조될 수 있으니까 우리가 높임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그 높임말의 작동원리를 안다면 훨씬 더 좋은 말을, 원하는 말을 사람들에게 들릴 수 있게, 듣는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그런 높임말을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높임말은 반드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거잖아요. 듣는 사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은. 오히려 하는 사람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사실 듣는 사람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런 내용을 책에 담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높임말을 듣는 사람이 높임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을 잘 생각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종류의 말을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런 것들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되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옷을 잘 입는 것,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까요?

◇ 김명숙: 글쎄요. 일단 생각을 잘해야겠죠.

◆ 신지영: 사실 옷을 잘 입는 건 때와 장소에 맞춰서 우리가 옷을 입어야 하잖아요. 그게 옷을 잘 입는 거죠. 하지만 그런 것은 경험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높임말도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경험을 굉장히 많이 해야 하는데 하는 사람이 어린 사람들이거든요. 높임말을 쓰는 사람들은 아직 언어적 경험이 적은 사람이고요. 높임말을 듣는 사람들은 훨씬 언어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너 왜 옷 못 입어?’ 이렇게 할 게 아니라, ‘너 왜 높임말 잘 못써?’ 이렇게 얘기할 게 아니라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경험들을 격려해주고, 그래서 그 경험을 많이 해서 더 높임말도 잘하고 더 편안한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우리 젊은 사람들을, 시청 층들이 성숙한 어른들이라고 들었는데요. 그분들이 이런 성숙한 생각을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는 거죠.

◇ 김명숙: 서로 존중해주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신지영: 이해해주는 마음.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할 수 있으려면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그 지식들을 제가 그래서 어른들에게 전달해주고 싶고, 아이들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어서, 또 청년들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어서, 젊은이들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어서 책을 썼습니다.

◇ 김명숙: 참, 말이라는 게 어렵습니다. 우리가 말을 안 하고 살 수도 없고 하루에도 정말 엄청난 말을 하는데, 내가 하는 말이 과연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단어 하나라도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는데요.

◆ 신지영: 아까 제가 이어서 말씀을 드리면, 예를 들어 이런 걸 한 번 생각해봐요. 우리가 어른들이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만나서 너 몇 살이야, 이렇게 말할까?’ 

◇ 김명숙: 서열 중심?

◆ 신지영: 네. 그런 걸 생각하는데 사실 그 이면에 한국어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면 굳이 그렇게 우리가 ‘왜 저러지?’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왜 아이들이 ‘너 몇 살이야?’ 이렇게 말하느냐면 말하기 위해서예요. 말하려면 저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알아야 하고, 그 관계가 사실 한국어에서는 높임말로 표현되거든요. 아이들에게 되게 중요한 건 나이거든요. 그래서 몇 살인지 알아야 친구인지, 동생인지, 아니면 나보다 윗사람인지를 알게 되거든요. 그래야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너 몇 살이니?’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우리가 그걸 알고 접근한다면 ‘왜 쟤네들은 저렇게 나이를 물어보고, 서열이 저렇게 중요해?’ 이런 오해는 갖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교수님 생각에는 존칭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건가요? 아니면 요즘 흔히 회사에서도 존칭 쓰는 것에 대해서 존댓말이 불편하다, 젊은이들이. 그래서 영어이름을 만든다거나 닉네임이 있다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지영: 일단 젊은이들하고 우리나라 사회에서 소통이 세대 간에 잘 안 된다. 이런 말이 많잖아요. 그 이면에 사실 이런 존댓말과 존칭이 존재하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옷을 잘 입는 건 자꾸 경험해봐야 하는데 어른들하고 말하려면 젊은이들은 높임말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른들하고 말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고 꺼려지고, 존댓말을 잘 못하니까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아직 많이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그런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면서 서로 잘 경험해서 서로 말하는 걸 경험해보는 것. 이게 세대 간에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첫 번째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지금 이어서 세대 간의 그런 걸 초월하는 언어적 소통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요즘 유행어도 많고 신조어, 새로 생겨나는 말도 이해 못 한다는 어르신들도 많이 계시고요. 그러다 보니까 언어가 심하게 파괴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그래서 ‘요즘 애들이 쓰는 말이 너무 문제야’ 이런 어르신들 이야기도 있는데, 이게 젊은이들만의 문제일까요?

◆ 신지영: 제가 그래서 책을 쓰면서 굉장히 재밌었는데요.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은어와 속어와 비어를 많이 써? 욕도 많이 해’ 이런 말들이 60년 전에도 있더라고요. 60년 전에도 있고요. 그 당시의 어른들이 ‘요즘 애들 왜 그래?’라고 이야기했고 또 계속 지속적으로 신문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계속 그런 말들이 있었고, 20년 후에도, 최근에도 이런 말들이 계속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그러니까 그때 애들은 지금 요즘 노인이 되어 있을 텐데, 이상하지 않으세요? 그걸 우리가 이해해보자는 거죠. 왜 그러면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을까요? 또 우리 진행자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어렸을 때 그런 이야기들 들어보셨죠. 왜 유행어를 쓸까, 신조어를 왜 만들까. 그것은요. 아이들이 언어라는 건 배워야 하는 거잖아요. 어른들한테 언어를 배운 다음에 그 언어를 배우면서 익혔던 걸 가지고 한 번 새로운 걸 만들어보는 겁니다. 언어를 가지고요.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그 말들을 유통하면서 연대감도 느끼고 재미도 느끼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을 누구에게 언제 쓸 건지, 이걸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죠. 못 쓰게 하는 게 아니라, 자기네들끼리는 쓸 수 있지만요. 아까 옷 잘 입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거랑 똑같이, 예를 들어서 수영장에 갔는데 수영복을 입는 것은 좋지만, 스튜디오에 제가 녹화하러 왔는데 수영복을 입는 건 안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 김명숙: 때와 장소를 가려서 구분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오늘 말씀을 이어가는 것보다도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 교수님이 연예인 수준이세요. 교수님 팬분들이 참 문자가 많이 오고 있네요. 우선 6706번 청취자분, ‘교수님 <언어의 줄다리기>를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 상황을 생각하면 쓰고 있는 언어를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때가 맞는 것 같습니다. 기혼과 미혼의 줄다리기 편은 저도 평소에 생각했던 부분이고, 현재 결혼풍토에 비추어 한 번쯤 더 생각해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도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하셨는데요. 사실 기혼과 미혼도 이걸 결정적으로 구별 지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저도 생각하는데요.

◆ 신지영: 맞습니다. 우리가 이력서 같은 것 쓸 때요. ‘당신은 기혼입니까, 미혼입니까?’ 질문에 대해서 답이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기혼은 이미 결혼한 거고요.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음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제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그렇다면 미혼이라고 할 수도 없고 기혼이라고도 할 수 없네요. 왜냐면 미혼이라는 것은 결혼을 아직 못했으니까 언젠가 하는 거니까요.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하죠? 답할 수가 없네요. 그다음에 제가 만약에 이혼을 했다면 저는 기혼일까요, 미혼일까요? 그 질문을 받고 반드시 둘 중의 하나에 선택해야 하는 이혼한 분들이라든지,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매우 당황스럽고 불편해진다는 거죠. 왜 그렇다면 기혼과 미혼이라는 선택지만 우리에게 있었을까요. 그 이전에 그런 세계가 있었다는 거죠. 전 세계의 사람들은 미혼과 기혼밖에 없다. 그러니까 결혼을 한 사람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 두 사람밖에 없다. 이런 세계관이 반영된 단어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걸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왜냐면 세상은 변했으니까요.

◇ 김명숙: 그렇죠. 지금 문자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데 시간이 너무 없는 게 아쉽습니다. 아무튼 교수님 말씀 듣다 보니까 우리가 앞서 나눴던 이야기처럼 잘못된 표현들, 그냥 무심코 썼던 표현들을 조금씩 더 생각해보면서 좋은 말, 예쁜 말을 쓰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봤습니다. 오늘 재미있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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