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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탕평과 문재인의 탕평, 핵심은 주권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1-08 10:27  | 조회 : 3424 
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역사와 뉴스가 만났을 때’

□ 방송일시 : 2018년 11월 8일 (목요일) 
□ 출연자 : 전우용 역사학자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지난 월요일, 문재인 대통령과 각 당 원내대표들이 만나서요.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여러 민생현안, 그리고 예산심사에 대한 협치 약속했죠. 오찬에서 관심을 모은 메뉴가 있었어요. ‘탕평채’ 잘들 알고 계시잖아요. 영조가 극심한 붕당정치 극복하자, 이런 의미로 내놓았다고 알려진 탕평채입니다. 이번에 청와대에서는 오색비빔밥, 각 당 색깔 상징하는 오색비빔밥이 있었고요. 거기에 양조의 탕평채가, 문재인 대통령의 탕평채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발새아침의 역사 선생님이시죠.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와 함께 그 의미와 역사에 대해서 오늘 여유롭고 길게 알아보는 시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사님.

◆ 전우용 역사학자(이하 전우용): 안녕하세요.

◇ 김호성: 박사님께선 탕평채 드셔보셨는지요?

◆ 전우용: 예, 먹어봤습니다.

◇ 김호성: 이게 지금 음식 재료, 아마 세어 보니까 16가지 재료가 들어가는데요. 물론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달랐겠지만요. 그러나 이 탕평채라는 음식이 갖는 시대적인 의미, 어떻다고 봐야 할까요?

◆ 전우용: 그 당시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고 해요. 탕평채를 처음 영조가 만들어서 먹으라고 내놓았을 때 먹어본 사람들도 맛이 심심하다, 별 맛이 없다.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하죠. 이건 굉장히 상징성이 있는 음식이지, 물론 재료들이 나쁘지 않으니까 좋으니까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상징성을 강조한 음식이라서 성질 자체가 영조 자체엔 그랬어요. 튀지 않는 것, 지나치지 않는 것, 그냥 무난하게 어울리는 것. 이런 것들을 탕평의 정신이랄까요. 가치로 추구했기 때문에 탕평채가 음식이 맛있는 음식으로 먹지는 않았던 거죠. 뭔가 좀 튀지 말아야겠다고 하고, 자기 자신을 억제하는 강렬한 맛 이것에 대한 욕구를 다잡는 이런 의도를 담은 음식이었다고 봐야겠죠.

◇ 김호성: 탕평채 하면 탕평책 이야기 안 나올 수가 없고요. 탕평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근원이 됐나 궁금해요. 어떻게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전우용: 중국 고대로부터 ‘무편무당은 왕도탕탕이고 무당무편은 왕도평평이(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라는 말에서 땄다고 해요. 왕도가 왕은 편과 당을 가르지 말고 언제나, 중립과는 구분이 되는데요. 왕도의 원칙에 따라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햇빛이 태양이 비치면서 물론 바위나 산에 가려서 그늘이 지기는 하지만 햇빛이 만물을 차별하지는 않는 것처럼 왕은 어느 것도 차별해선 안 된다. 이런 취지에서 나온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편당이라고 하는 말을 애초에 탕평을 얘기할 때 썼는데 이에 대해서는 성나라 때 다른 해석이 나왔습니다. 사실 그게 우리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는데요. 우리가 지금은 정당 그러지 않습니까. 정치를 하는 당이라는 말을 써요. 그런데 당을 애초에 유교 정치이념에선 좋은 뜻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붕우가 모이면, 군자가 모이면 군자가 모이는 곳을 붕이라 부르고, 소인이 모이는 곳을 당이라고 한다 해서.

◇ 김호성: 그래서 붕당이 되는 건가요?

◆ 전우용: 예. 그래서 붕당으로 구별했고요. 군자는 의를 중심으로 뭉치고, 소인은 이익을 중심으로 뭉치기 때문에 당이 되면 서로 이익을 두고 다투느라 정신이 없다.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이렇게 판단들을 했죠. 그래서 당이라고 하는 것을 본래는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분위기 자체가. 왕이 무편무당해서 당파를 이루지 말아야 할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는 이익에 따라 당을 이루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다들 자기가, 자기들 모임은 붕이고 상대편 모임은 당이다. 이렇게 해서 비난하고 자기들은 의에 따라 모여 있는 집단이고 군자의 집단이고, 상대편은 이익에 따라 모여 있는 소인 집단이다. 이런 식으로 구분하곤 했죠.

◇ 김호성: 영조 탕평책 이야기 나올 때마다 늘 나오는 것이 그때 당시 당파싸움들, 노론과 소론, 우리나라 각종 역사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했던 그런 소재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정도의 파벌이 있었던 것인지, 그게 참 궁금하네요.

◆ 전우용: 사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국의 민족성이 좀 낮다, 저열하다. 이런 식의 이론을 만들어서 퍼뜨렸죠.

◇ 김호성: 왜곡된 이야기네요.

◆ 전우용: 이걸 식민사관 또는 식민주의 이데올로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중에 굉장히 중요한 몫을 차지했던 것이 당파성 이론이에요. 조선이 또 한국이 반도이기 때문에, 반은 대륙에 걸쳐있고 반은 해양에 걸쳐있기 때문에 늘 해양세력과 대륙 사이에 끼어서 눈치 보는 입장이 있었고, 눈치 보는 처지에 있다 보니까 그 내부의 정치세력도 양파로 늘 갈려서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그것이 체질화되었다. 조선 사람은 셋만 모이면 두 사람 파와 한 사람 파로 나뉘고 서로 파벌로 나뉘어서 싸우는 것이 한국인의 민족적 기질이다, 라고 이야기해왔어요. 그리고 그런 식의 논리의 일종의 사례, 근거로써 들었던 것이 조선시대의 이른바 지금 우리가 붕당정치라고 부르는데 당시 당쟁이라고 부르던 이 당파싸움이었죠. 그건 치열했고요. 또 어떻게 보면 1960년대 이후 한국 역사학계가 식민사학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영역도 이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게 단순히 무원칙하게 이익을 두고, 아니면 해양파나 대륙파나 이런 걸 가지고 그렇게 나뉘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원리와 원칙을 가지고 이른바 대의와 관련해서 명분을 가지고 대립했던 그런 근세적 정치형태다. 근세 중앙집권국가의 정치형태다, 라고 관점을 바꾸는 것이 식민사학 극복과정에서 나왔죠. 그래서 요즘에는 교과서에 당쟁이라고 실려있지 않고 아마, 저 때만 해도 중학교 때까지는 당쟁이라고 배웠던 것 같아요.

◇ 김호성: 글쎄요. 아주 머릿속에 박혀 있어요.

◆ 전우용: 사화와 당쟁 이렇게 됐던 것 같은데, 80년대 이후로는 교과서에서 당쟁이란 말을 쓰지 않고 붕당정치란 말로 용어 자체를 바꿨습니다. 맥을 따지자면 그래요. 조선 초에 건국에 공을 세웠던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런 사람들이 국가유공자가 돼서 후손들까지 주요 관직을 독차지하는 그런 일들이 지속되고, 한동안. 그렇게 되면 권력이 세습되면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고, 열심히 과거시험 준비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공신이니까 벼슬에 오를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이 되다 보니까 주자학적 원칙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뭐랄까요. 당시에 유학자들이 보기에는 무식하다고 봤겠죠. 다소 무식하고 그러면서 사욕을 채우는 등하고. 그러니까 국가가 청렴한 기운이 없어지고. 이렇게 판단했던 거죠. 그래서 그런 것들, 그런 사람들을 훈구파라고 했어요. 훈척의 후손으로서 오래전부터 권력을 잡아온 사람들. 이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새로 정치모델이 등장했던 것이 조선왕조 건국에 동참하지 않았던, 사실은 주자학의 원칙에 따르면 군위신강 이래서 군신의 관계는 바꿀 수가 없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성계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바로 이 군신관계를 바꾼 것이기 때문에 원칙에 어긋난다고 해서 조선 건국 초에는 과거시험도 안 보고 관직에 진출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 200년 100년 정도 지나다 보니까, 100년 넘게 지나다 보니까 이제 더 이상 그런 명분의 효력은 다했다고 생각해서 과거시험 보고 관직에 진출하면서 바로 이 훈구 대신들의 뭐랄까요. 부도덕성이랄까요. 이런 것들을 비판하면서 권력을 잡거든요. 또 그게 당시 시대상황에 맞았기 때문에 훈구에서 사림으로의 권력교체라고 하는 것이 대략 조선 중엽, 선조연간에 가서 이뤄져요. 그런데 훈구세력을 사림이 몰아내고 정권을 잡자마자 사림이 동인과 서인으로 분열하게 된 거죠.

◇ 김호성: 거기서 또 갈라지고 그러잖아요.

◆ 전우용: 그렇죠. 그래서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는 훈구세력들에 대해서 좀 더 강경한 원칙을 취하느냐, 아니면 조금 더 유화적이냐에 따라 나뉘었다고 하고요. 그다음에 동인이 또 남인과 북인으로 나뉘고, 광해군 때 일이고요. 그다음에 숙종연간에 가서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고. 이런 식이죠. 그리고 이건창이라는 사람이 근세 19세기에 당의통략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걸 쭉 정리했는데 그것에는 북인도 골북·육북이 있고, 남인도 청남·탁남이 있고, 그랬다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갈라진 파당의 수를 따지면 10개도 넘을 정도로 갈라졌다고 하죠.

◇ 김호성: 당파나 당쟁이나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식민사관에 입각한 왜곡된 우리의 과거 역사인식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전에 언급하셨습니다만 각 노론과 소론이다, 남인과 북인이다, 등등 나오면서 실제로 보면 이인좌의 난 같은 것도 일어나게 되고요. 각종 대립을 통해서 왕권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탕평채라는 음식을 통해서 탕평책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이런 것 아니었을까요?

◆ 전우용: 그러니까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왜냐하면 과거에 노론-소론 붕당이나 서인-남인 붕당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철학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게 보통 그동안의 붕당정치 역사연구에서 나온 결론이고요. 우리 화폐 보면 5만 원짜리 신사임당이고 1만 원짜리 세종대왕이고, 그 밑에 율곡·퇴계가 있잖아요. 도로 이름도 율곡로·퇴계로가 있고요. 그래요. 그러니까 율곡 선생이 서인의 사상적 기조가 되고요. 퇴계 선생이 동인 및 남인의 사상적 기조가 돼요. 그래서 유학의 힘이 1960년대까지도, 지금은 많이 쇄약해졌지만 컸기 때문에 율곡과 퇴계를 따로 갈 수가 없었어요. 서인과 남인 또는 동인과 서인이라고 하는 두 양쪽의 세력들을 다 인정해줘야 했기 때문에 늘 율곡·퇴계를 같이 갈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이제 학문적 싸움이고 이론의 싸움인 한에 있어서는 이건 서로 토론으로 해결하는 문제였고요. 논쟁에서 이기면 이기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하는 것이었는데 숙종연간에 오면서부터는 서로 토론하고 정치적으로 가까이, 왕에게 받아들여진 그런 세력의 주장이 채택되고, 이걸 넘어서서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로까지 붕당의, 그야말로 붕당정치를 넘어서서 죽고 죽이는 당쟁의 형태로 비화되거든요. 이건 국가의 이른바 유림들의 이론 분열을 첨예하고 만들고, 이론들이 서로 대립하다 보면 이제 국가의 공론이 국가의 정책이 순조롭게 펼쳐지지 않기 때문에 이걸 막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 숙종 때 서로 죽고 죽이는, 지금 말씀하셨듯이 신임사화라든가 이렇게 서로가 상대방 영수를 죽여야 끝나는 이런 싸움이 돼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이 싸움을 막기 위해서 영조가, 사실 숙종 때도 그런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즉위하자마자 강력하게 천명했던 것이 앞으로는 이렇게 서로 죽고 죽이는 문제를 만들지 않겠다. 그래서 나도 누구를 죽이는, 사실 죽이는 명령을 왕이 하는 거였으니까, 그런 식의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테니 너희 신하들도 당론에 치우치지 말고 나라를 생각해서 서로 양보해라. 이런 교서를 내립니다. 그걸 탕평교서라고 하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탕평책이 추진되었던 거죠.

◇ 김호성: 탕평책의 핵심적인 내용 가운데서 보면 당파를 초월해서 균형 있게 사람들을 등용한다, 이런 것인데. 이게 각 개인의 사람의 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그러면 당파를 초월해서 배분하듯 하는 것에 대한 이면에는 왕권에 대한 수호 이런 것이 오히려 더 큰 목적이 아니었겠는가, 라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전우용: 그런 것보다도 일단 이제 붕당정치가 너무 극단으로 치닫다 보니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실제로 옳고 그름보다는 자기 당세가 이기기 위해서, 그런 것 있잖아요. 논쟁을 위한 논쟁이 있고 이기기 위한 논쟁이 있는데 이기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거는 이런 문화가 돼버렸어요, 정치문화 자체가. 이러면 이제 시시비비를, 왕이야 앉아 있는데, 궁궐 안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가 없죠. 자기 당이 이기기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유포해도 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는 거죠. 왕권의 안정이라기보다는 이른바 유생들, 이게 중앙에 있는 각 관리들이 그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맥이라든가 당색을 통해서 전국에 있는 유림들하고 연결돼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식의 당파들 간에 싸움을 방치했다가는 전국의 유림들이 서로 갈라져서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지경이 돼버리고, 이건 거의 정신적 정치적 내전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니까 이걸 막아야 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사회였던 거죠. 그걸 막기 위해서 영조 때는 이른바 안배정책을 폈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조판서에 노론을 임명했다고 하면 이조참편에는 남인을 임명하고,

◇ 김호성: 지금의 연정구도와 같은 식으로 이해하면 되나요?

◆ 전우용: 흡사하죠. 관직을 나눠주는 거죠. 각 당색별로 관직을 나눠줘서 어느 한쪽의 이른바 정파가 독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런 방식의 탕평을 취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서로 대립되는 사람이 상하에 있고 서로 견제되는 곳에 있고 이러다 보니까 어떤 것도 제대로 힘 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밍밍하다. 그게 탕평책의 맛이다, 라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나왔던 거죠.

◇ 김호성: 사실 저희 과거 역사를 보면 붕당정치라는 이야기 얘기하셨습니다만 그 이후에 지금 남북의 이념적인 대치라든가요. 그리고 지금 펼쳐지고 있는 진보-보수 간에 여야의 갈등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전우용: 일본인들에게 한국인의 당파성이라고 하는 것이 한국인의 고질적인 나쁜 민족성이라고 못을 박아놨지만 이게 전 세계 어디나 정치라고 하는 것이 이른바 이해를 따지고 옳고 그름을 따지고, 또 이해관계를 단지 이해관계로 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관계로 포장하는 기술이 또 한편으로 정치잖아요. 그러니까 실제로 끝까지 파고 들어가면 서로가 옳아요. 서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을 절충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죠. 이번에도 미국 선거에서 놓고 보면 공화당-민주당이 선명한 것 같아도 어떻게 보면 선명하지도 않고, 이른바 정책적 차이는 드러나는데 이념이나 원칙에서 다른 면들이 별로 안 드러나잖아요. 그러니까 이른바 정파로 갈려져서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체제에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 역사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요. 또 어떤 식으로 갈등을 조절하냐는 것이 정치적 리더십의 굉장히 중요한 몫인데. 문화에서 중요한 것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 또는 원칙에 대해서 이의가 없다면 협조하는, 또는 원칙이 옳지 않다면 철회하는, 정권을 잡은 측에서든 정권을 노리는 측에서든. 이런 합리적인 토론 문화랄까요. 또 서로 이른바 양보하거나 또는 어떨 때는 고집부리더라도. 이런 것들이 교환되는 문화가 돼야 하는데 이게 점점 극심해지면 서로 논리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물어뜯고 고집부리고 이런 문화가 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정치가 완전히 망하는 거죠. 나라도 망하는 것이고요. 그런 일을 방지할 수 있는 주권자의 지혜가 필요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정조 때가 되면 영조의 이른바 이런 식의 안배식 탕평이라고 하는 것이 탕평의 본의에서 어긋났다. 원칙을 중시하고 정책에 대해서 선명한 태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의리를 중심으로, 논리를 중심으로 새로 탕평을 실시하자. 당색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론에 의리 중심성을 가지고 탕평을 하자.

◇ 김호성: 그러면 지금 영조 말씀하셨는데 영조 시대의 역사 속 인물과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상황이 아주 흡사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 전우용: 글쎄요. 지금 그렇게 보자면, 왜냐면 탕평책을 실시할 때 탕평책의 주인은, 주도자는 왕이었어요. 주권자죠. 지금 문 대통령이 주권자가 아니잖아요. 국민이 주권자죠. 사실은 문 대통령이든 아니면 반대하고 대립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든 주권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탕평의 대상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오히려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어떤 부분에서 안배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 원칙적으로 안배하지 않을 것인가. 이런 정조식 준론탕평을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너무 재밌네요. 고맙습니다. 

◆ 전우용: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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