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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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사우디 언론인 피살, 언론 탄압과 국제 갈등"-안호림 교수 10/27(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0-29 08:59  | 조회 : 2577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10월 27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있었던 미디어 이슈에 대해 알아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시간입니다. 인천대학교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 주제는 무엇인가요?

안호림: 최근 국제 정세를 크게 흔들고 있는 사건이 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의 저명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한 후 실종되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암살되었고, 암살을 지시한 것은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카슈끄지 피살을 규탄하면서 사건의 정확한 전말을 밝히라고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사우디 언론인 피살 사건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아나운서: 카슈끄지라는 언론인에 대해 먼저 소개해 주시죠. 어떤 인물이길래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건가요?

안호림: 카슈끄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사우디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습니다. 한때는 왕실의 언론 고문으로 일한 경력도 있고요. 영국의 스펙테이터지(The Spectator)는 카슈끄지를 ‘아랍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평론가(political pundit)’라고 평가했습니다. 서구에 알려지게 된 건, 2003년인데요. 고위 이슬람 성직자에 대한 비판 칼럼을 쓴 이유로 신문 편집장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면서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 서구세계에는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진보주의자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부터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미국으로 옮긴 이후에는 워싱턴포스트지에 카타르 봉쇄, 레바논과의 분쟁, 사우디의 예멘 공격 등 현 사우디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빈 살만 왕세자와 국왕을 비판하는 칼럼을 계속 써왔습니다. 카슈끄지의 날선 정부비판이 왕세자의 분노를 사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나운서: 망명을 할 정도였으면, 반정부 언론인으로 낙인찍힌 상황이어서 신변이 위험하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을텐데요. 총영사관을 방문하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했을까요?

안호림: 총영사관을 방문한 건 터키인인 약혼자와의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인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는지 약혼자에게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측근인 야신 악타이 고문에게 연락하라고 미리 말해뒀다고 합니다. 약혼자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들어간지 4시간이 되도록 나오지 않자 악타이 고문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나운서: 처음부터 빈 살만 왕세자가 지시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었죠?

안호림: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미스터 에브리띵(Mr. Everything)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왕세자가 가진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차지하고 있는 직위만 열거해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우디 국무총리 대리(참고로 국무총리는 현 국왕입니다)를 맡고 있고, 한국으로 말하면 재정경제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장관직을 겸하고 있는거죠. 이런 권력자도 모르는 채 국제적으로 저명한 반정부 언론인의 암살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죠. 빈 살만 왕세자는 대외적으로는 개혁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만, 자신의 반대세력은 독재자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동안 자신과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들을 어떻게 탄압했는지를 고려하면 충분히 의심을 살 만 한데요. 게다가 이번 사건 용의자 중에는 왕세자의 근위대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나운서: 사우디는 처음에는 사실무근이라는 태도였다가 현재는 피살된 것은 맞긴 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던데요.

안호림:10월 3일 빈 살만 왕세자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1시간 정도 머물다 떠났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주미 사우디 대사도  카슈끄지 피살보도는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정황증거가 나오고, 명쾌한 해답을 내놓으라는 국제사회 압박이 커지자, 최근 피살된 것은 맞다 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20일 사우디 검찰 발표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용의자들과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을 벌였고, 그러다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우발적 사건이라는 입장이고, 왕세자와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사우디 당국의 해명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안호림: 사우디에 우호적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등은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은 국가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3개 국가는 21일 공동성명을 발표해서 사우디가 신뢰할만한 사실에 근거한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사우디가 얼마나 만족할만한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제재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입니다. 독일은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5천억 상당의 무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했습니다. 사우디와 서방 주요국간의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는 모습입니다. 사우디 정부가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 또한 이번 사건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처음 초청했던 미국과 유럽의 정부인사들, 세계 유력 기업, 경제기구의 수장들 대부분의 참석이 취소가 되어 행사가 반쪽이 돼버렸습니다.

아나운서: 미국의 입장은 좀 모호하던데요.

안호림: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빈 살만 왕세자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가, 사우디의 해명을 신뢰한다고 말을 바꾸는 등 일관성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는 취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처음부터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려 1100억달러(한화 약 113조)에 해당하는 무기 수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업가로서의 트럼프 대통령 면모가 드러나는 태도입니다. 미국이 사우디를 제재하기 쉽지 않은 건 무기거래도 있지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사우디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회에서는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훨씬 강경한 입장입니다. 심지어 왕세자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터키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혹을 계속 추궁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터키 내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집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데요.

안호림: 이번 사건이 커지게 된 것은 터키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터키 정부와 언론은 계속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우디를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터키의 행동에두 국가 간의 외교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두 국가 모두 전통적으로 아랍권의 실세로 인정받아 왔는데요. 둘 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었는데, 아랍의 봄(자스민혁명)이후 사실상 적대 관계로 변했고, 2013년 이집트에서 일어난 쿠데타가 계기가 됐습니다. 민간 정부에 우호적이던 터키와의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을 지지하던 사우디와 사이가 벌어졌고, 중동 지역 국가들도 편이 갈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에두르안 대통령이 사우디로부터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서, 그러니까 이득을 노리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면, 두 국가 간에는 이미 화해불가능한 수준이고 라이벌에 대한 적대심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사건과 관련한 쟁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안호림: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과연 카슈끄지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냐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고문 후에 살해당했고, 시신은 토막내서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암살단에는 시체처리를 담당할 법의학자도 포함되어 있어서 의혹을 뒷받침했는데요. 결정적 단서는 시신인데, 24일자 스카이 뉴스 보도에서 사우디 영사의 자택 정원에서 토막난 시신을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신 발견 위치가 영사관에서 500미터 떨어진데다가 사우디 영사의 자택 정원이라서 우발적 사고라는 사우디의 해명이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것인데, 실제로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밝혀내긴 힘들 것 같습니다. 왕세자 관련 여부는 사우디 당국의 수사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권력의 핵심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나운서: 카슈끄지 피살은 전 세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카슈끄지 외에도 언론인들이 피살당하거나, 탄압받는 사례는 많죠?

안호림: 매년 전 세계에서 수십명의 언론인들이 살해당하거나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2017년에 살해당한 언론인 숫자는 65명입니다. 이중 기자는 50명인데, 지난 14년 동안 가장 적은 숫자입니다. 피살된 기자 중에서 39명은 살해됐고, 나머지는 전쟁, 테러 현장에서 변을 당했습니다.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기자들은 실제 전투 현장을 취재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됩니다. 종군기자가 아닌 다른 이들은 대개 범죄조직이나, 독재정권에 의해 살해된 것입니다. 아직도 세계에는 언론인들을 총칼로 위협하고, 그것도 모자라 잔혹하게 살해까지 하는 국가들이 많이 남아있는데요. 올해에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에서 부패정치인과 범죄조직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가장 위험한 나라는 어디인가요?

안호림: 전쟁을 벌이고 있거나 군사 분쟁이 있는 나라를 제외하면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는 멕시코입니다. 멕시코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11명의 미디어 종사자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대개 범죄조직이나 정치인, 관료들의 부패를 조사하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멕시코에서 이렇게 많은 언론인들이 희생당하는 이유는 마약범죄조직과 지역 정치인들이 긴밀하게 결탁되어서 테러를 자행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다음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9명의 기자가 희생당한 필리핀이 가장 위험한 국가로 손꼽힙니다.

아나운서: 언론인을 암살하는 극단적인 경우보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구속하는 일이 더 많지 않나요?

안호림: 언론탄압은 아직도 세계 곳곳, 특히 독재가 심한 국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카슈끄지 피살 건으로 사우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터키가 가장 언론인 탄압이 심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터키에서는 작년에 42명의 기자와 1명의 미디어 종사자가 수감됐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언론자유지수 157위로 최하권입니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민감한 취재원과 접촉할 경우, 테러 혐의로 구속한 것입니다. 중국도 블로그 등을 포함해 52명을 구속했는데요. 내전 중인 시리아도 24명의 기자가 수감됐고, 이란도 23명이 됩니다.

아나운서: 진실을 알린다는 것은 역시나 많은 용기와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군요.

안호림: 아직도 많은 언론인들이 부패한 권력, 범죄와 맞서다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슈끄지 같이 위협과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남아있어서 세상이 발전하고,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데요. 한국 또한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노골적인 언론탄압이 이뤄지던 나라였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언론의 자유지만, 많은 노력과 희생을 통해 어렵게 쟁취한 것입니다.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잘 지켜야겠죠.

아나운서: 어느덧 끝낼 시간이네요. 마무리 멘트 부탁드립니다.

안호림: 이번 사건을 보면서 현재의 한국 언론이 있기까지 수많은 탄압과 고초를 견디셔야 했던 언론인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신념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희생당한 카슈끄지 사건의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래봅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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