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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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사립유치원 비리와 대책, 그리고 규제"-안호림 교수 10/20(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0-22 10:01  | 조회 : 2370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을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주말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시작하겠습니다. 인천대학교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번 주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무슨 주제로 얘기를 나눠볼까요?

안호림: 지금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한창입니다. 이번 국감을 통해 화제가 된 분이 하나 있죠?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이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감사실태를 공개해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박용진 의원은 단순히 적발된 유치원의 수와 적발내용만 공개한 게 아니라 유치원의 실명까지 공개했습니다.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특히 유치원을 다니고 있거나, 곧 유치원을 가야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매일같이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립유치원 비리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먼저 박용진 의원이 폭로한 내용을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안호림: 박용진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입니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벌인 유치원 감사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박의원에 따르면, 1,878(천팔백이른여덟)곳의 사립유치원에서 5,951(오천구백쉰한)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합니다. 전국의 유치원수는 다 합하면, 작년 기준으로 9천개가 조금 넘고 이중 사립유치원은 4,282(사천이백여든두)개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감사에 적발된 사립 유치원 비중이 44%입니다. 이렇게 보아도 너무 많은데, 사실 지난 5년간 감사대상이 된 유치원수는 전체 9천여개가 아니라 2,080(이천여든)여개에 불과합니다. 이중 1,878(천팔백이른여덟)개이기 때문에 비율은 자그마치 91%나 됩니다.

아나운서: 모든 사립유치원들이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감사는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네요.

안호림: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감사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전국 9천여개에 달하는 유치원을 감사하기 위한 인원도 충분치 않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일부자체에서는 시민감사관제도를 도입해서 보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립유치원 감사에서 어려운 점은, 사립 유치원들이 협조적이지 않은데다가 외부 압력도 많다는 점입니다.

아나운서: 실제 감사 과정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안호림: 언론보도에 따르면, 감사관에게 노골적으로 회유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비리가 확인된 유치원에서 ‘10억을 주겠다’, ‘차를 바꿔주겠다’라는 식으로 회유를 시도하기도 하고, 심지어 감사관이 다니는 교회로 금괴를 보내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또 유치원 원장이 감사관에게 ‘총이 있으면 쏴버리고 싶다’는 폭언을 한 일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국회, 시도교육청, 지방의회 등에 사립유치원들이 로비를 벌여 감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국회의원과 기초, 광역의회 의원들은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 유치원장들의 민원을 쉽게 무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선출직 공무원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나운서: 이번에 공개된 비리내용을 보니 입이 딱 벌어질만한 내용도 많던데요.

안호림: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례들이 여럿 있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몇 가지만 소개해보면, 한 유치원은 설립자의 배우자 외국 여행비로 880만원을 쓰고 여행지에서 건강보조식품을 156만원 어치나 샀는데 이걸 다 공금에서 썼습니다. 감사에 적발된 또 다른 유치원은 1억 2천만원 상당의 스테인리스 도시락을 납품받는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을 맺은 곳이 자신이 운영하는 어학원이었습니다. 이 유치원은 이런 식으로 가족운영 회사와 2억 7천만원 규모의 부당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외에도 공금에서 외제차 보험료를 내고, 고가의 도자기를 구입하거나, 5천만원어치 명품 가방을 구입하는 등 크고 작은 비리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성인용품을 구매한 곳도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쓴웃음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감사에 적발되어도 처벌을 받아도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던데요.

안호림: 이번에 감사결과가 밝혀지면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곳 중 하나는 경기도 동탄의 환희유치원입니다. 이 유치원은 2016년 감사에서 설립자 겸 원장인 A씨가 교비를 숙박업소, 노래방, 성인용품 구입 등에 사용했습니다. 또 아파트 관리비를 내는 등 약 7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감사결과에 따라 유치원장은 교육청으로부터 파면조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A씨는 파면 후에도 채용공고도 안내고 원장자리를 비워둔 채 자신을 총괄부장으로 임명해서 유치원을 계속 운영해 왔습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은 한 사람이 설립자와 원장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징계를 요구하면 본인을 ‘셀프징계’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벌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설사 사법처리를 받는다고 해도 유치원을 계속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학법에 관련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나운서: 처벌을 받아도 수위가 높지 않다고 합니다.

안호림: 맞습니다. 처벌이 약한 것도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실명이 공개된 유치원 1,146(천백마흔여섯)곳 가운데 정직 이상 중징계를 받은 곳은 2%에 불과합니다. 감봉 등의 경징계가 3%이고 절대다수인 95%가 단순 주의와 경고에 그쳤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감사관들에게 강제수사권이 없다보니, 심증이 있어도 비리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이 부족해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박용진 의원의 폭로 이후 여론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안호림: 학부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1일부터 닷새동안 100건 넘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학부모들이 비리 유치원에 항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환희유치원의 경우 비리 사실이 밝혀지자 분노한 학부모들이 지난 14일 항의 방문했습니다. 설립자는 17일 학부모간담회를 열어 공개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계속 지적하는 문제는, 비리가 밝혀지더라도 학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건데요. 비리유치원에 자녀가 지금 다니고 있거나, 곧 유치원에 자녀를 취학시켜야 하는 학부모들의 경우, 워낙 원하는 유치원 들어가기가 어렵다 보니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사립유치원들의 대응이 오히려 학부모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호림: 처음에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단, 일부 문제 있는 유치원 문제를 가지고 사립유치원 전체가 비리집단인 것처럼 몰고 간다며 반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감사대상의 91%나 되는 유치원에서 지적사항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다는 지적입니다. 충남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이번 일이 좌파 국회의원과 시민단체의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 1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사과는 했지만, 이번에 적발된 유치원들의 경우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는 회계 감사 기준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국공립유치원 기준으로 봤을때 잘못된 거지, 사립유치원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인데요. 게다가 한 발 더 나가서, 사립유치원은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국고 지원을 받으면 감사를 받는 게 당연하고, 국고에서 지원받은 돈은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사립유치원의 입장은 좀 다르네요?

안호림: 그런 인식 차이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영유아 교육도 국가에서 책임져야하는 것이 맞고, 개인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이익보다는 교육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립유치원은 공교육의 테두리 밖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2년부터 국가지원이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공교육의 영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립유치원들을 운영하는 분 중에는 교육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시작한 분들도 있겠지만, 사설 학원과 비슷한 생각으로 시작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유치원들을 공교육 체제 안에 포함시키려고 하다 보니,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아나운서: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사항들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유치원에게 있겠지만, 행정당국의 문제는 없었을까요?

안호림: 이번 사태를 놓고 교육부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년간 만 3~5세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으로 지원한 금액만 10조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교육부가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각 시도 교육청의 감사 원칙이나 주기, 처벌 수위 등에 통일성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하지만, 교육부만 비판하기도 어렵습니다. 교육부나 국회가 관련 법안을 발의하거나,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화를 위한 조치를 시도할 때마다 사립유치원들의 로비나 집단행동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곤 했습니다. 행정당국이나 국회, 지방의회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립유치원들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나운서: 정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겠죠?

안호림: 이번 사태를 폭로한 박용진 의원이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등 세 가지 관련 법안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내용은 현재 유치원에 대한 국고 지원을 지원금에서 보조금 형태로 바꿔, 비리나 부정이 적발되면 환수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유치원 회계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비리가 적발될 경우 징계를 받은 설립자나 원장이 일정기간 개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이번 사안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의 교육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도입하고, 정기적인 종합 실태 감사를 실시합니다. 또 적발된 비리는 유치원장의 실명까지 공개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민주당과 정부는 주말인 21일. 내일이죠. 구체적 내용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나운서: 정부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문제가 해결될까요?

안호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에 대한 여론이 강한 만큼, 강력한 규제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국회 통과라는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립유치원의 로비나 저항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강력한 규제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영유아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겉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만 고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그러면 어떤 조치들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보세요?

안호림: 물론 교육부와 국회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없애는 일에 먼저 주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영유아 교육, 한국 전체 교육제도의 공공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영유아 교육에서 사립유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원생수로 계산하면 약 76%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요.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고, 유치원 교사의 수를 늘리는 교육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유아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있는 사람들이 사립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 영유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교육은 말 그대로 백년지대계입니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점의 개선에만 머물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대책과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

아나운서: 이 코너는 언제나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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