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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산문집 <사소한 부탁>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0-18 10:15  | 조회 : 742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오늘은 황현산 산문집 <사소한 부탁>을 소개합니다.

“은자의 왕국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수런거림은 내게 너무도 간절하여 흰옷의 땅으로부터 찾아오는 매력에 나는 이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의 두런거림을 주의깊게 듣고 있노라면, 순결한 속옷과 겉옷을 언제까지나 두들기며 빨래하는 여자들의 소리와, 다리미를 대신하는 끝없는 다듬잇방망이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들이 빨고 다듬는 것이 하얀 새벽 그자체인 것처럼.”(294쪽)
프랑스 작가 아폴리네르의 중편소설 <달의 왕>에 등장하는 문장들인데요.
아폴리네르는 우리에게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우리 사랑을 나는 다시/되새겨야만 하는가/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왔었지”라는 <미라보 다리>라는 시의 작가로 유명하지요.
지난 8월8일 암으로 타계한 불문학자 고 황현산 교수는, 아폴리네르의 한국사랑이 예사롭지 않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두 편의 ‘한국의 시’가 있는데, 지금은 사라져 찾을 수 없고, 1912년 8월호의 한 잡지에는 왕방연의 시조를 불어로 번역해서 싣고 있다는데요.
조선 초기 문신인 왕방연은 유배중이던 단종에게 사약을 건네는 책임을 맡았었지요. 자신의 책무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에 시냇가에 앉아 시조를 지으면서 슬픔을 달랬다고 하는데요. 사랑하는 어린 군주를 향한 애끓는 마음이 프랑스 작가 아폴리네르에게도 그대로 전달이 되었을까요? 
시공간을 달리하는 문인들이지만, 사람의 감정에는 이렇게 진한 공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아폴리네르 이야기를 비롯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글을 담고 있는 이 산문집은 고인의 첫 번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 만에 펴낸 것인데요, 문학과 세상의 중심에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이어준 깊이 있는 산문들이 실려 있습니다.

오늘의 책, 
황현산 산문집 <사소한 부탁>(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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