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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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초대석 "올바른 대화법.. 말은, 인격이다" - 전영우 수원대 명예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0-12 12:24  | 조회 : 3926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 출연자 : 전영우 수원대 명예교수

전성기 초대석 "올바른 대화법.. 말은, 인격이다" - 전영우 수원대 명예교수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은 전영우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전영우 수원대 명예교수(이하 전영우): 안녕하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명숙: 별말씀을요, 저희가 영광이죠. 저는 특히 아나운서 대선배님을 모시고 이렇게 방송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고요. 더불어서 선생님, 제가 지금 진행을 잘할 수 있을지 저도 모르겠어요. 너무 긴장되고요. 선배님 앞이라 제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제가 명칭을 그냥 전영우 교수님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 전영우: 좋죠. 좋아요.

◇ 김명숙: 저도 떨리네요. 왠지 오늘 테스트받는 기분이에요. 아나운서 생활을 길게 하시다가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셨잖아요. 아나운서 생활도 무려 30여 년 하셨고,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요.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교수라는 직업의 매력은 각각 뭐라고 생각하세요?

◆ 전영우: 사람마다 갖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에게 말하라고 하면 그때 저희가 방송국 다닐 때는 방송국이 한 군데거든요, KBS. 그러니까 인기 직업이에요. 인기 직업인만큼 인기를 얻어야죠. 그리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고 사귈 수 있고, 그리고 돌아가는 세상 정보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접하고 빠르게 전달하고. 그래서 방송에 대한 추억이 저는 많습니다.

◇ 김명숙: 교수를 또 택하셨는데 교수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전영우: 대학교수는 아무래도 가르치는 일이 그렇게 즐겁고 보람 있어요. 최근에 저는 책을 몇 권 썼지만 그 책도 전부 제자가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었어요.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래서 제자 키우는 보람, 기쁨 그런 게 있죠. 그리고 저는 아나운서를 30년 했지만 대학교수를 30년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전부 연장선에 있어요. 아나운서도 말하기 읽기 듣기 이런 게 중요하잖아요. 저도 화법이라는 과목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서 그걸 가르쳤어요. 우리말 화법이라고.

◇ 김명숙: 하셨던 일을 바탕으로 해서 연장 선상에서 제2의 직업을 선택하셔서 꾸준히 해 오신 거잖아요. 저희 방송 청취하시는 분들 가운데도 ‘나도 제2의 인생 어떻게 다시 꽃피울까’ 고민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은데 오늘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고요. 책도 여러 권 쓰셨잖아요.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작년에는 <화법에 대하여>라는 책을 발간하셨고, 연이어 최근에는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는 책을 번역하셨어요. 궁금해요, 어떤 책인지.

◆ 전영우: 우리가 대화하지 않습니까. 아까도 말하기에 대한 캠페인이 나왔는데, 대화하면 우리는 흔히 입이 말하고 귀가 듣는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입을 통해 인격이 말하고 귀를 통해 인격이 듣거든요.

◇ 김명숙: 입을 통해 인격이 말하고 귀를 통해 인격이 듣는다. 

◆ 전영우: 그렇죠. 그러니까 대화는 인격의 만남이요, 인격의 교류거든요. 그러니까 자기의 인격 형성을 위해서 우리가 공부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가 이런 방면을 등한시했죠, 그동안. 그것이 윤리학입니다. 그래서 윤리학책을 번역한 거죠. 아리스토텔레스의 많은 저서 중에 저는 <레토릭>을 이미 번역했고, 2009년에. 레토릭을 보통 수사학이라고 하지만 영한사전을 보면 수사학이 있고 변론술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 레토릭은 변론술이에요. 말을 어떻게 하면 잘하는가, 그런 걸 하는 건데 레토릭에 수사학이 나와요. 그런데 그걸 전체로 봐서 수사학이라고 하는 건 성급한 번역이죠. 레토릭은 변론법입니다.

◇ 김명숙: 그동안 쓰신 책을 보면, 물론 최근에 쓰신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는 책도 번역하셨지만, 결국 다 화법, 스피치 그런 걸 주제로 하신 거잖아요. 화법에 특히 집중하신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 전영우: 생각해보세요. 1983년 유엔이 당해 연도를 커뮤니케이션의 해라고 선포했어요. 국제사회에서도 얼마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면 1983년을 유엔이 커뮤니케이션의 해라고 선포했겠습니까. 그런 데서도 자극을 받았지만, 저는 그 이전부터, 그때부터 한 20여 년 전부터, 1960년대 초기부터 그걸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국어선생을 몇 군데서 했어요. 경기고등학교라든가 몇 군데서 국어선생을 했는데 국어 시간에 국어를 가르치기보다는 국문을 가르쳐요. 다시 말씀드리면 글을 가르치는 국어 시간은 있어도 말을 가르치는 국어 시간이 없어요. 여기에서 문제의식을 갖게 되고, 미국은 국어교육을 어떻게 하나 보니까 거기는 주로 화법과 작문이에요. 스피킹과 라이팅, 그게 참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문장만 해석하는 걸 주로 가르쳐요. 그러니까 영어는 우리가 발음을 외울 줄 알면서 국어는 발음을 배울 줄도 모르고 가르치지도 않아요. 우습지 않습니까. 여기서 저는 문제의식을 가진 거예요. 문제의식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화법을 전공하게 된 거죠.

◇ 김명숙: 특히 학생들을 지도하시면서, 20대 젊은 학생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시다 보면 지금 드셨던 생각이 더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국어교육의 문제점 같은 것들이. 학교에서 국어를 문법으로 공부만 했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다 보면.

◆ 전영우: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 김명숙 아나운서도 말씀하잖아요. 그럼 청취자가 들을 때 듣기가 편할 겁니다. 그건 뭐냐면 포즈(pause), 말과 말을 끊어서 하잖아요. 띄어서 말하잖아요. 그러면 듣기가 편해요. 그런데 요새 젊은 사람들은 그런 걸 배우질 않아서 그냥 일직선 상으로 말해버려요. 떼는 게 없어요. 그것은 띄어쓰기를 안 한 글이나 책을 읽는 것과 똑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요. 그게 되려면 중간중간 끊어야 합니다. 그게 포즈죠. 

◇ 김명숙: 그리고 발음도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 전영우: 발음 중요하죠. 한글날도 얼마 전에 지났지만 한글 그러면 세계적인 우수한 글자라고 우리가 다 압니다. 또 알파벳도 세계적인 문자에요. 그런 것은 소리글이라고 하잖아요. 소리를 적는 글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영어사전에도 보면요. doubt가 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처음 배울 때는 발음이 ‘도우브트’ 같아요. doubt, 의심이니까. 그래서 나는 외국 사람하고 이야기할 때 ‘도우브트’ 그랬다고요. 그랬더니 이 사람이 못 알아들어요. 영어사전 보니까 ‘다웃’이에요, ‘도우브트’가 아니고. 소리글인데 영한사전에 꼭 발음기호가 있죠. 우리나라 말도 한글로 표기돼 있지만 그걸 그대로 발음할 수 없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발음공부를 해야 하죠. 저는 처음 착안한 게 발음사전이에요. 가령 ‘의’라는 한글이 있잖아요. 그런데 발음은 네 갈래 아닙니까. 관형적 조사로 쓸 때는 보통 의 그러지만 ‘에’라고 하죠. ‘즐거운 나에 집’이지, ‘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으 집’ 그런 사람은 좀 이상하게 들리잖아요. 발음을 배워야 하거든요. 그런데 발음을 안 배워요. 학교가 이런 걸 등한시해요. 그러면 국어 시간에 시험 볼 때 보면 문제가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여라’ 또는 ‘다음 글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설명해라’ 이것은 국문 시험 문제이지, 국어 시험 문제가 아니에요. 말을 어떻게 할까, 남의 말을 어떻게 들을까, 발음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우리 속담에도 같은 말이지만 어 해 다르고 아 해 다르다고 하거든요. 이런 억양 문제로 의미가 전혀 달라요. 한글이 좋은데 ‘네’라고 썼잖아요. 소리는 이렇게 냅니다. ‘네.’ ‘네?’ ‘네!’ ‘네~’ 이거 발음 없이는 안 되잖아요. 발음기호를 알아야 하죠. 억양, 발음, 음성표현 이게 중요한데 우리는 손 놓고 있습니다. 왜냐면 상급학교 입학시험 문제로 안 나오니까. 이게 문제예요. 그래서 저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법을 찾은 게 화법입니다.

◇ 김명숙: 그러면 요즘 SNS나 인터넷, 휴대전화를 통해서 카톡이나 문자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럴 때 언어파괴가 많이 되는 것 체험하시죠. 그럴 때 어떤 생각 드세요?

◆ 전영우: 그렇죠. 의정단상에도 막말이 문제 되잖아요. 그러니까 얘기하는 게 윤리학이에요. 첫째가 인격 형성이거든요. 인격을 형성해야 해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도 보면 착하게 살아라. 인간 선인 선과요, 악인 악과 라고 해요. 착한 원인이 있으면 착한 결과가 있고, 나쁜 원인이 있으면 나쁜 결과가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인격 형성을 해야 하는데 감춰져 있다고 해서 막말해선 안 되죠. 그것은 어떻게 보면 군중심리, 군집심리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죠. 자기를 감추니까 막 하는 거예요. 자기를 드러내고 떳떳하게 말하려면 예절도 갖추고 갖추어진 인격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죠. 참 중요하죠. 그게 윤리학입니다.

◇ 김명숙: 결국 아까 말씀하신 딱 그 한마디로 집결되는 것 같아요. 인격으로 말하고 인격으로 듣는다. 그래서 말이 그렇게 중요한 거고, 말의 힘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전영우: 그렇죠, 그게 철학적인 문제예요. 언어철학.

◇ 김명숙: 저도 오늘 새삼 많은 것을 느꼈는데요. 정말 많은 활동을 하신 가운데, 제가 알기에는 노랫말을 또 쓰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 전영우: 부끄럽지만 방송국에 있으니까, 또 국문과를 나왔으니까 한 번 해볼까. 그래서 지은 거예요.

◇ 김명숙: 가요 노랫말을 보면 굉장히 시적인 표현이 많잖아요. 그리고 시대적 감각도 포함돼 있고요. 특별히 작사하게 되신 계기가 혹시 있으신가요? 방송국에 있어서 그랬지, 이게 아니고.

◆ 전영우: 요새 가을 아니에요. 우리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데 그래도 정서적으로 느껴지는 게 가을인 것 같아요. 봄은 약동의 계절이니까. 스프링(spring)아니에요, 스프링처럼 튄다고 해서. 가을에 우리의 정서는 차분하게 가라앉거든요. 그리고 추억하게 되고, 임을 그리게 되고, 고향을 찾게 되고. 그런 정서를 살리느라고 노랫말을 생각한 거죠.

◇ 김명숙: 그래서 그렇게 가을에 어울리는 느낌의, ‘사랑의 계절’이라는 패티 김의 노랫말을 쓰신 건가요?

◆ 전영우: 방송국에 있는데 길옥윤 씨라고 작곡가가 왔어요. 김 선생, 이거 노랫말이 시원찮은데 곡 좀 붙여줄 수 있겠냐고, 이렇게 보더니 붙이겠다고. 그러고 얼마 안 있다 곡을 붙여 발표한 거예요.

◇ 김명숙: 길옥윤 선생님 대단하신 작곡가시잖아요.

◆ 전영우: 네. 패티 김의 부군 되는 분이죠. 그래서 작곡된 거예요. 사랑의 계절이죠. 이맘때를 배경으로 한 거죠, 시대적 배경이. 시절이죠.

◇ 김명숙: 혹시 또 노래를 위해서 멋진 시를 한 편 또 써보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 전영우: 저는 그런 수준에는 못 미쳐요.

◇ 김명숙: 아마 우리 청취자분들이 지금 들으시면 아마 하나 더 해보시죠, 라고 권하실 것 같은데요. 바로 우리 전영우 교수님이 작사하신 패티 김의 노래 ‘사랑의 계절’이라는 노래 저희가 준비했거든요. 한 번 듣고 와서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전영우: 그러죠, 고맙습니다.

(음악: 패티 김 - ‘사랑의 계절’)

◇ 김명숙: 정말 ‘사랑의 계절’ 가을이 물씬 느껴지는 노래였어요. 

◆ 전영우: 그래요? 고맙습니다.

◇ 김명숙: 이 가을 노래 말고 계절별로 한 곡씩 하시죠. 이제 곧 겨울인데 겨울 노래 기대해볼까요. 내년 봄, 내년 여름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지금 30년 간 아나운서 생활을 하시고 30년을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활동하신 전영우 교수와 함께 우리가 말에 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예법, 예의, 기술에 관한 말씀을 나누고 있는데요. 한국 근대 토론사 연구로 박사논문을 쓰셨다고요. 한국 근대사 역사까지, 토론을 중심으로 쓰신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에도 TV를 보면 토론 프로그램 많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보다가 ‘저게 무슨 토론이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요. 물론 토론 잘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 박사님께서는 보시기에 토론하는 방송을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토론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 전영우: 우리가 토론하는 것은요. 우리의 생각을 깊이 하고, 우리의 생각을 평범하게 하고, 그러는 가운데서 진리를 찾는 것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학문하는 기초적인 방식이 토론이에요. 그것을 일반 우리들이 토론 그러는데 어떤 때는 대화라고 할 것을 토론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간담회 하는 것도 토론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토의하는 것도 토론이라고 하고. 그래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토론은 한 가지 논제를 놓고 의견이 다른 사람이 서로 상대방을 논박하고 자기주장을 힘 있게 하는 게 토론이에요. 그런데 그런 건 없고 그저 평범한 좌담, 평범한 대화, 평범한 토의를 토론이라고 합니다. 그건 우리가 고쳐야 하는데요. 토론에 앞서 토의가 있어야 해요. 토의는 어떤 주어진 문제 있잖아요.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강구하는 논의가 토의예요. 토론은요. 해결책이 나왔습니다. 이 해결책을 가지고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이것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 가부. 이것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 그래서 토론은 반드시 앞에 이게 붙어요. 가부 토론, 적부 토론. 그런데 우리는 그런 입장에 서지 않으면서 일반 대화를 하면서 토론이라고 합니다. 이건 잘못돼 있습니다. 토론에는 제가 지금 얘기한 학술적인 의미가 있고, 일반 보통명사로 쓰이는 토론이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좀 더 학술적인 토론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김명숙: 그러고 보면 단어 사용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 전영우: 중요하죠, 낱말이. 낱말이 참 중요합니다.

◇ 김명숙: 지금 토의, 간담회, 대화, 토론. 이런 것에 대해서 그냥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 전영우: 그렇죠. 우리가 말할 때는 김 아나운서가 말씀한 것처럼 낱말 선택이 중요하고, 그다음에 용어 선택이 중요해요. 낱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냐면 경어를 쓴다는 것. 그다음에 두 번째는 쉬운 말을 골라 쓴다는 것. 그러나 비속어는 버려야 한다는 것. 쉬운 말 쓰다 보면 비속어가 나와요. 그다음에 예의 바른 언어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 또 좀 더 좋은 말을 골라 쓰면 감각적인 언어. 예를 들면 제가 안경방에 안경을 맞추러 갔어요. 그랬더니 요새 유행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해요. 유행이 뭐냐고 했더니 렌즈에다 장밋빛을 약간 넣어 드릴까 그래요. 나는 무심코 넣으세요, 그랬어요. 그리고 안경을 껴보니까 술 한 잔 먹은 다음에 눈언저리가 불그스름한 거 있잖아요. 그런 게 나와요. 아주 실망했어요. 내가 이걸 왜 장밋빛이라고 해서 그냥 수긍해버렸을까. 그때 만약 안경점 주인이 벽돌빛을 약간 넣어 드릴까요, 이랬다면 어떡할까. 그러면 안 했을 거예요. 낱말 선택이 아주 중요해요.

◇ 김명숙: 그렇군요. 이해가 빠릅니다, 제가 지금. 그런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대화할 때 지금 말씀하신 것을 잘 염두에 두고 해야 하는데, 세대가 다른, 아주 젊은 세대랑 이야기할 때랑 저를 기준으로 한다면 저보다 훨씬 연배가 어르신인 분들과 이야기할 때 좀 다르게 해야 할 것 같아요.

◆ 전영우: 우선 언어표현에서요. 나이 먹은 사람은 속도가 느려요. 젊은 사람은 속도가 빨라요. 빠른데도 알아듣더라고. 그런데 나이 먹은 사람은 빠른 말을 못 알아들어요. 노인하고 대화할 때는 좀 느리게 해야 하고, 아니면 포즈를 아까도 얘기했지만 떼어 말하는 법을 알아야 해요. 혹은 끊어 말하는 법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르지. 그러니까 가령 이를테면 ‘나는 네가 좋아’ 이런 표현보다는 ‘나는, 네가 좋아’ 어떤 것이 좋아요?

◇ 김명숙: 더 강조되네요, 포즈가 있는 게.

◆ 전영우: 그렇죠. 이런 걸 가르쳐야 해요, 학교가. 그런데 이런 걸 국어 시간에 안 가르쳐요. 답답해요. 그래서 이런 음성표현 문제라든가 또 낱말을 고르는 문제라든가, 예절을 갖추는 것. 우리가 예절 그러면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온 게 있어요. 예의범절이 줄어든 말. 예절 그러면 또 다른 사전에는 예의와 절차. 그걸로 사전 보는 이가 도움을 받겠어요? 저는 예절을 이렇게 정의를 내려요. 예절은 뭐냐. 인간관계의 윤활유다. 인간관계의 윤활유 같은 게 예절이다. 그리고 예절은 뭐냐, 남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예절은 뭐냐, 나를 낮추는 것이다. 예절은 뭐냐, 남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남을 편하게 해줄까. 이쪽에서 막말하는데 상대방이 편하겠습니까. 편하려야 편할 수가 없죠. 남을 편하게 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겸손하고, 예절을 갖추고. 그런 걸 우리가 알아야 할 텐데 그것을 모르고 지낼 때가 많아요. 왜냐, 성미가 급해서. 격정적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말할 때 중요한 건 감정을 잘 제어해야 합니다. 감정을 제어하면서 말해야 할 텐데 우리는 감정이 앞서요. 그러니까 말이 제대로 안 되죠. 막말이 되죠. 감정을 잘 제어해야 합니다. 교양이 필요한 거예요. 책을 읽어야 해요. 그런데 요새 책을 잘 안 읽지 않습니까. 누가 그래요, 책 만들었다니까 잘 안 팔린다는데 만들어서 뭐하냐고. 그래도 책을 읽어야 합니다.

◇ 김명숙: 오늘 정말 주옥같은 말씀들을 지금 저희에게 전해주고 계시는데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습니다. 교수님께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우리말 표현이 있다면 잠깐만 소개해주시겠어요?

◆ 전영우: 그러죠. 여러분, 숙대에서 오래 시를 가르친 선생님이 있어요. 김남조 선생님이라고. 김남조 선생님의 시에 그런 게 있어요.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가 아니에요. ‘그대 있으매 내가 있네’ 그거 얼마나 좋아요. 

◇ 김명숙: 이런 게 감각적인 언어라고 하는 건가요?

◆ 전영우: 그렇죠. 감각적인 언어 표현이죠. 그 한마디로 끝나죠.

◇ 김명숙: 딱 사랑하기 좋은 계절. 우리 교수님 아까 ‘사랑의 계절’이란 노래가사도 쓰셨지만, 이렇게 ‘그대 있으매 내가 있다’ 이런 표현도 좋아하시는 거 보니까 상당히 낭만적이신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하시는 것도 많으실 것 같아요. 목표도 있으시고. 잠깐 소개해주시죠.

◆ 전영우: 저는 30년 아나운서를 했고 대학교수를 30년 했고, 요새도 대학원에 나갑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저술을 해요, 책 쓰는 일. 그게 그렇게 즐겁고 보람 있고, 정신운동이 되니까. 그러니까 육체운동도 중요하지만 정신운동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나이의 구김살을 그렇게 자꾸만 새겨가지 않는 그런 생활을 즐기는 게 좋다고 봐요.

◇ 김명숙: 지금 아주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요. 오늘 저는 교수님 말씀 가운데 우리가 말은 인격으로 말하고, 인격으로 듣는다. 이 한마디로 저는 요약하고 싶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이렇게 좋은 말씀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전영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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