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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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아시안게임 후 병역특례 논란 똑바로 보기!"-안호림 교수 9/15(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9-18 17:30  | 조회 : 3088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9월 15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순서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 나오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 주제는 어떤 것을 준비해 오셨나요?

안호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축구대표팀와 야구대표팀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는데요. 공교롭게도 결승전 상대가 두 번 다 일본팀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반응은 판이합니다. 축구는 칭찬과 축하가 쏟아졌지만, 야구팀은 아직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은 바로 병역특례 때문입니다. 아시안 게임은 끝났지만,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정치권도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병역특례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해보겠습니다.

아나운서: 아시안 게임은 금메달을 획득해야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죠? 이번 아시안게임 때문에 특례를 받게 되는 선수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안호림: 네 맞습니다. 올림픽은 동메달부터지만,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딴 선수들만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번에 병역특례를 받게 되는 국가대표 선수는 총 42(마흔두)명입니다. 이중 축구가 가장 많아 총 20(스무)명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 선수도 포함되고, 지난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주목을 받은 조현우 선수도 특례 대상입니다. 또한 야구대표팀은 총 9명의 선수가 병역특례를 받게 됐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오지환, 박해민 선수 등이 그 대상입니다.

아나운서: 병역특례를 받는 선수 숫자는 축구가 오히려 더 많은데 유독 야구선수들만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호림: 사실 이번 야구대표팀은 선발과정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논란이 된 오지환, 박해민 선수는 이번에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현역으로 입대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선수 다 지난 해, 상무와 경찰청 입대를 포기했거든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병역특례를 받을 것을 노리고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 것입니다. 결국 국가대표 선발이 선동렬 대표팀 감독의 말대로 실력위주로 뽑은 것이 아니라, 병역특례를 받아야 하는 선수들을 뽑은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축구대표팀은 이런 논란이 될 만한 선수들은 없었거든요.

아나운서: 더군다나 축구는 우승을 장담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야구는 우승을 못하면 이상한 상황이었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안호림: 맞습니다. 한국야구대표팀은 전원 정상급 프로선수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이에 비해 라이벌인 일본은 사회인선수, 대만은 실업선수가 주축인 팀이었습니다. 이런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과연 병역특례를 줄만큼 대단한 성과냐는 생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결국 정운찬 KBO총재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호림: 프로야구가 비판을 받은 또 한 가지 이유가, 논란이 큰 데도 한동안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아서입니다. 결국 지난 수요일인 12일 공개적인 사과를 했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열흘이나 지나서였기 때문에 늦은 감이 없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정운찬 총재는 병역문제에 대한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선수 선발을 위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나운서: 병역특례는 면제와는 다른 것이죠?

안호림: 군역의 의무를 완전히 없애주는 면제와는 다릅니다. 병역특례를 받은 이들은 공익요원 신분으로 2년 10개월, 즉 34개월을 복무하게 됩니다. 일반 공익요원과 다른 것은 4주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후에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는 것이죠. 손흥민 선수 같은 경우는 계속 해외 프로축구팀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태서 복무 기간 동안 544시간 봉사활동의 의무가 주어집니다. 복무기간이 끝나면 예비군에 편입되는 것은 일반인들과 같습니다.

아나운서: 제 기억에는 병역특례는 계속 있었던 것 같은데, 대체 언제부터 실시된 거죠?

안호림: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입니다. 1973년 ‘병역 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병역특례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 병역특례와 함께 ‘학술·예술 또는 체능의 특기를 가진 자’도 보충역에 편입시켜 사실상 현역병 징집을 면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도 없었고 한동안 사문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 이상 입상한 사람들은 보충역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990년 현재 수준으로 대상을 줄였습니다.

아나운서: 운동선수들만 병역특례를 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안호림: 네 그렇죠. 흔히 우리가 병역특례라고 부르는 제도의 정확한 명칭은 예술체육요원 제도입니다. 이름처럼 예술분야도 국내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 병역특례의 혜택이 주어집니다.

아나운서; 2002년 월드컵 때도 월드컵대표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지 않았었나요? 월드컵은 올림픽은 아닌데요.

안호림: 네 그런데, 당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표팀 라커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문했습니다. 당시 대표팀 주장이던 홍명보 선수가 김 전 대통령에게 후배들의 군복무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서 월드컵에서 16강 이상 성적을 거둬도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 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한 야구 국가대표팀도 혜택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바둑기사들도 예술체육요원으로 인정받아 병역특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나운서: 너무 원칙 없이 운영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호림: 병역특례제도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원칙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 번 원칙을 세웠으면 계속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정치권은 오히려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해서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려 버린 격입니다. 한국 남자들에게 군복무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너무 손쉽게 접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아나운서: 병역특례가 문제시되는 것은 원칙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큰가요?

안호림: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병역특례는 사실 일종의 특혜잖습니까? 한편으로는 ‘한국을 빛낸 사람들’ 즉, 이른바 ‘국위선양’을 한 사람들에게 공에 대한 대가로서 주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과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 사병으로 근무하는 것보다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하라는 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위선양’이라는 말 자체가 모호합니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국위선양을 했는지를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게 문제입니다.

아나운서: 바른미래당의 하태경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이 방탄소년단을 거론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봐야겠죠?

안호림: 네 그렇죠. 두 분 덕에 방탄소년단이 엉뚱한 논란에 휘말리게 되었는데요.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예술분야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순수예술 쪽으로 편중되어 있죠. 대중가수는 이런 혜택을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한 것 못지않게 나라의 이름을 드높인 것이죠. 방탄소년단은 하나의 예일 뿐이지만, 어느 분야를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아나운서: 또 어떤 점이 문제일까요?

안호림: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아직도 국제음악회에서 우승하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에 대해 병역혜택까지 주면서 한국을 널리 알려야 되는가라는 것입니다. 병역특례는 어떻게 보던 공평한 제도는 아닙니다. 대다수 정상적인 군복무를 해야하는 남성들에게는 역차별인 것이죠. 혜택을 주려면 이에 걸맞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병역특례가 도입된 70, 80년대 한국은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은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한국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소수의 엘리트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메달을 따는 식의 스포츠 정책을 펴왔습니다. 병역특례도 이런 정책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대국이고, 문화적으로도 전 세계에 한류의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성과만 추구하는 과거 정책이 국민들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아나운서: 여론은 어떤가요?

안호림: 언론에 드러난 것을 보면 병역특례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다 다양한 대상으로 확대하는 대신, 수혜자는 줄이자는 의견이 28.6%로 가장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면 폐지하는 입장도 23.8%나 됩니다. 현행유지는 21.4%, 오히려 확대하는 의견은 13.3%입니다. 언론사들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나운서: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던데요.

안호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술체육요원들이 지도자 자격으로 대체복무하고, 복무시기는 50세가 되기 전에 본인이 선택해서 복무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일종의 마일리지 제도인 점수누적제를 제안했습니다. 정치권은 예전에도 병역법 개정을 시도했다 번번히 무산된 경험이 있지만, 이번은 예전과 달리 개혁 필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도 병무청 주관으로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나운서: 왜 지금 다시 병역특례 논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세요?

안호림: 아시안게임으로 다시 논란이 불거진 것은 병역특례제도가 공정하지도 않고, 이제는 명분도 약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라고 보입니다. 과거보다 더 큰 논란이 된 것은 한국인들의 시민의식, 사회 정의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더 이상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과거의 관행을 묵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것이죠. 한국 사회가 과거 불공정한 관행들을 하나씩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나운서: 그럼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안호림: 병역문제는 한국 사회 모든 사람들과 관계있는 문제입니다. 과거 유력 대선후보가 자제의 병역면제 의혹으로 낙선한 일도 있듯이 무척 예민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 큰 영광입니다. 이에 더해 다른 혜택까지 줄 필요가 있는가, 준다면 어떤 이들에게 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정부도, 정치권도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결정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만약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 없이 졸속으로 해결한다면, 또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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