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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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아직도 진행 중인 트럼프와 미국 언론의 전쟁!"-안호림 교수 9/8(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9-10 12:19  | 조회 : 2162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9월 8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미디어와 세상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 시간입니다.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주제로 나눠볼까요?

안호림: 최근 미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특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350여개 언론사가 지난 16일 언론은 국민의 적이 아니라는 내용의 사설을 공동으로 게재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은 국민의 적이다’라는 공격에 언론사들이 연대하여 반박한 것입니다. 이번 공동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언론 공격이 미국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우려 속에 진행됐습니다.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특이한 일이 벌어졌네요. 어떤 경유로 해서 이번 일이 성사되게 된 거죠?

안호림: 그렇죠. 이 일은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라는 신문사의 제안으로 성사되게 된 것입니다. 미국 50개주 전체에서 각주마다 적게는 1~2개 신문사,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 등과 같은 대형주에서는 7~8개의 신문사가 참여했습니다. 사설은 ‘언론사와 언론인은 국민의 적이 아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를테면 시카고 트리뷴(The Chicago Tribune)지는 “대통령님, 우리는 국민의 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부에 대한 견제장치입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자유언론은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A Free Press Needs You).”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아나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궁금해지는데요.

안호림: 사설이 게재된 16일 아침,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 매체는 야당(opposition party)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인 것이죠.

아나운서: 트럼프 대통령과 주류 언론과 불편한 관계라는 건 외신에서 자주 나왔습니다.

안호림: 미국 주류 언론과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뉴욕 타임즈에 대해서는 ‘망해가는’ 신문, 워싱턴 포스트에 대해서는 ‘저널리즘의 수치’라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가장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한 것은 CNN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13일 영국 방문 중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질문을 하려는 CNN 기자에게 "CNN은 가짜 뉴스다. 나는 CNN에게선 질문을 받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폭스 뉴스 기자를 지명했습니다.

아나운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언론에 대해 적대적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안호림: 자신과 입장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서만 적대적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채널이 보수적이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자주 받는 폭스 뉴스 채널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부터 대선출마 직전까지 폭스 뉴스 채널의 ‘폭스 앤 프렌즈(Fox & Friends)’라는 시사 토크 쇼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트럼프는 특유의 거칠고 공격적인 언사를 구사했다고 합니다. 결국 트럼프의 세계관은 단순하면서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은 아군,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은 적군입니다.

아나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사들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요.

안호림: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주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미디어와 트럼프 중에 누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믿는가를 질문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 중 75%가 트럼프를 선택했습니다. 언론이라고 대답한 이는 10%에 불과합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정반대입니다. 86%가 뉴스미디어를 신뢰하고, 단 5%만이 트럼프를 신뢰합니다. 중도층의 경우 뉴스 매체를 신뢰한다는 이들이 58%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트럼프 집권 이후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동 사설이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차피 공화당 지지자들은 언론을 불신하기 때문에 이렇게 사설을 게재하는 게 선입관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이념 성향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네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것은 트럼프 대통령 탓인가요?

안호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주류 언론에 대한 신뢰도 하락 현상은 2000년대 초부터 나온 현상입니다. 민주당 지지자와 중도층에서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역할이 이런 경향을 더 강하게 만든 것입니다. 미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이념적인 극단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극단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단순히 언론과 대통령과의 다툼으로만 보기 힘든 이유가 그 때문인가요?

안호림: 정치인들과 언론, 정부와 언론이 때로는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조지 더블유 부시 전 대통령은 언론을 엘리트주의적이고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도 폭스 뉴스 채널 기자를 기자회견에서 제외시키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아무리 언론과 사이가 안 좋아도 최소한 공개석상에서는 독립적인 언론이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인정했습니다. 트럼프는 공석, 사석을 가리지 않고 언론은 적이라는 식인데요. 민주주의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교과서적인 상식입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를 대통령이 앞장서서 무너뜨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책임하다는 것이죠.
아나운서: 한국에서도 대통령, 또는 정치인들과 언론들 간 사이가 안 좋은 경우들이 있었잖습니까?

안호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전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습니다.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평하면서 비판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지요. 대표적인 예가 MBN의 오보 건입니다. MBN은 온라인 기사를 통해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 홍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목에 “수년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표현했는데, ‘수년간’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MBN보도는 제목에서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 오보지, 악의적인 가짜뉴스는 아닙니다. MBN은 나중에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이 보도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라고 비판하면서 MBN기자에게 당사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도 “왜 언론이 이런 식으로 우리를 음해하고 허위보도를 하는지 참 의심스럽다.”라고 토로한 적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도 유명합니다.

안호림: 조선일보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었죠. 조선일보가 참여정부 내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타협을 거부하고 계속 대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가 조선일보 앞에 가서 꽃을 바치고 무릎을 꿇는다고 한들 조선일보가 나를 예쁘게 보아주겠느냐'고 밝힌 적도 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그냥 싫어하신 것은 아닐 텐데요.

안호림: 노 전 대통령은 일부 언론을 수구 세력의 일부라고 보았고, 보수 언론들은 노 대통령의 개혁적 성향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사이가 좋기는 힘들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와는 악연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1991년 9월에 ‘한때 부산요트클럽 회장으로 개인요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 달에 주간조선은 노무현 의원이 상당한 재산가라고도 보도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조선일보가 패했습니다. 결국 조선일보가 화해를 제안해 소송이 취하됐습니다. 그런데 주간조선은 화해를 먼저 제의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습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오보지요.

아나운서: 정치인들이 언론을 비판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까?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방송과 신문에 대해 서로 편파적이라고 비판하곤 하는데요.

안호림: 언론은 정부와 입법부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편파적으로 인식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이른바 ‘적대적 매체 효과’라고 하는 현상이죠. 중립적인 뉴스라고 하더라도 이념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편파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뉴스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학생들에게 보여줬는데, 두 집단 모두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을 더 옹호하는 편파적 보도라고 인식했다고 합니다. 이 효과는 후속 연구들에서도 여러 차례 증명됐습니다.

아나운서: 그럼 트럼프도 그런 이유에서 저런 언행을 보이는 것일까요?

안호림: 그렇기도 하겠지만, 전략적인 계산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언론에 대한 계속적인 공격은 결국 누구도 믿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중도층에게는 혼란과 정치 무관심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들을 더 강하게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즉, 분열의 정치라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수법이 독재정권, 전체주의 정권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주류언론의 우려는 이런 점에 있습니다.

아나운서: 미국문제를 저희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반면교사로 삼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가 한국 정치, 언론에 줄 수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안호림: 공동 사설에 동참한 언론사들은 트럼프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계속 사실보도의 원칙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자신들도 공격적으로 반응하면 결국 모두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도 이들 같이 자신들은 객관보도, 공정보도의 원칙을 지켜왔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요?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정치이념에 따라 평가가 다른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낮습니다. 결국 원인은 언론 자체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공격에도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같은 유력지는 굳건히 버티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쌓아올린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 언론은 정치권, 정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자신에게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마지막으로 청취자 여러분께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안호림: 트럼프의 언론공격이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지지자들이 주류언론을 전면 배격하고, 보수언론과 극우성향의 SNS, 블로그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뉴스를 편식하다보니 편향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보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익숙한 것을 더 찾는 것은 당연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언론만 똑바로 선다고, 정치인들만 잘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뉴스를 소비하는 것도,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도 국민들입니다. 그동안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다양한 의견과 뉴스를 접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나운서: 뉴스에 관해서는 잡식성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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