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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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팩트체크]"자녀 양육 비용은 20년에 1억이면 충분? 저출산 정책 팩트체크! 外"-이고은 기자 9/2(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9-04 17:25  | 조회 : 4722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9월 2일 (일요일)
■ 출연 : 이고은 기자


사회자 : 지난 2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 해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이고은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고은 : 안녕하세요?

사회자 :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지난달 21일 임신에서 대학교 입학까지 20년간 돈 1억여원이 있으면 아이를 키울 수 있다. 그래서 매달 40만원씩을 국가가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국회의원이 있다고요.

이고은 : 바로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입니다.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 초·재선 국회의원 혁신모임인 ‘통합·전진’에서 한 이야기인데요. 그는 전문가의 계산 결과 연평균 500만원이면 아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지원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연간 40만 명의 신생아를 가정했을 경우, 40조가 들어가면 1억으로 낳아서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책임지고 국가가 잘 길러낼 수 있다”고 주장을 하면서 임신부터 대학 진학까지 바우처 또는 쿠폰 형식으로 운영할 것은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자 : 20년간 1억, 우선 계산이 정확할지 궁금해지는데요. 어떻습니까. 아이 1명을 20년간 키우는데 1억이면 충분한가요?

이고은 : 한국 사회의 현실상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죠. 우선 한국 사회에서 20살이 되었다고 해서 부모로부터 완전히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고요.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대학 입학 이후인 20살부터 오히려 본격적으로 돈이 들어간다고 봐야겠지요. 국가가 모든 자녀 양육 비용을 해결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양육비 1억원이라는 수치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사회자 : 그렇다면 어쨌든 성인이 되는 20년을 기준으로만 삼는다고 하면 이 계산, 어느 정도 믿을 만한 걸까요?

이고은 : 대학입학 이후를 제외하고, 임신으로 태아가 생긴 때부터 20년을 기준으로 하면 몇 가지 비용 항목을 추려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의료비, 산후조리원, 출산 육아용품이 있을 수 있고요. 영유아기에 접어들면 기저귀값, 분유값, 의료비, 보육비, 식비, 놀이비용 등이 필요합니다. 유아기때부터는 사교육도 시작되지요. 초등학생이 되면 교육비와 사교육비, 용돈도 필요합니다. 중고등학생 시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항목만 봐서 감이 잘 안 잡힌다 싶으시면 몇가지 항목에 대한 통계를 참고 삼아 볼 수 있을 겁니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인데요. 사교육비를 제외하고 한달 15만원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사회자 : 20년간 1억원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하려면 좀 명확한 근거가 필요해 보이는군요.

이고은 : 자녀양육비를 20살까지 집계한 통계는 없지만요. 총 양육비 통계는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4월 전국 남녀 1만33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2년도 전국 결혼·출산 동향 및 출산력·가족 보건복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총양육비는 3억896만원, 월 양육비는 118만9000원이었습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아주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3년 전에 비하면 18%, 9년 전에 비하면 59%나 늘어난 액수입니다. 이 조사는 아이를 낳아서 대학을 졸업시키기까지 약 22년을 기준으로 했는데요. 물론 시기적으로 대학을 다닐 때 7708만8000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를 다니는 기간을 빼더라도 자녀 한명을 키우는 데는 2억300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죠.

사회자 : 아이 한명 키우는데 2억, 3억이라는 비용이 든다고 하니 우리 부모님들 정말 등골이 휘고 본인의 노후 준비는 정작 제대로 못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습니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요?

이고은 : 미국의 경우 2013년 미국 농림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이 아이 한 명을 대학 4학년까지 가르치는 데 드는 양육비는 한화로 3억5000만원이었고요. 또 CNN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 및 비즈니스 연구센터에서 추산한 것인데, 한 아이를 21세까지 키우는 데 우리 돈 약 3억4777만원이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여기에 학비와 등록금은 포함이 안 된 겁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만은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 그런데 과연, 국가에서 양육비용을 부담한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까요? 사람들이 아이를 안 낳는 게 꼭 돈 문제만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고은 : 사실 양육비용 일부를 재정으로 직접 양육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복지 정책의 일환이라고 봐야죠. 양육 수당, 아동 수당 모두 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출산율이 이런다고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출산 및 양육비 부담이긴 하지만, 그 다음이 바로 전반적인 경제 및 고용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비정규직이 국민의 절반을 넘어서고 부모가 될 성인들의 삶이 불안하고 미래를 알 수 없는데 과연 아이를 낳을 수 있겠습니까.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믿고 맡길 양질의 보육시설이 부족한데 일을 유지할 수도,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도 없죠. 결국 현재 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이 출산율에 목매는 것이 아니라 성인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고용 안정과 워라밸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가야만 저출산 문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자 : 다음 뉴스에 대해 팩트체크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지난달 내내 제주도 비자림로 인근 삼나무숲이 잘려나간 모습이 공개돼 비난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수천년 걸려 형성된 자연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생태도로’로 개발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요. 또 한편으로는 삼나무숲이 보존 가치가 별로 없다는 새로운 반론도 나왔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살펴보죠.

이고은 : 우선 제주도 비자림로 삼나무숲을 베어낸 것은 비자림로 확장공사 때문입니다. 제주 동부지역에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달 2일부터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는데요. 공사 구간은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총 2.9km 구간입니다. 이 구간에 포함된 삼나무 숲길 800m 양쪽에 자리한 삼나무 2160(예순)그루를 베어내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삼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자연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개발 계획이라는 비판 아래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고요. 그래서 공사가 중단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등은 “공론화 자리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 비자림로 확포장은 관광객들을 위한 공사인가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이고은 : 제주도 측이 밝힌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의 이유는 ‘관광객과 성산읍 지역 및 성산항 농수산물 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인데요. 사실 이 지역은 관광객들이 렌터카를 아무 곳에나 주차해 길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혼선을 빚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여러 단체들로 구성된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는 시민모임’ 측은 “결국 실상은 왕복 4차선 도로의 2차선은 도로로 이용하게 하고 2차선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라면서 “도로 확장과 포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비자림로에 맞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자 : 삼나무숲하면 공기가 좋고 힐링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비자림로에 심겨진 삼나무가 사실은 일본의 자원수탈용이다, 제주도 자생식물의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요.

이고은 : 지난 달 9일 온라인 커뮤니티인 SLR 클럽에 <답답해서 쓰는 글. 제주도 삼나무에 대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요지는 “제주도 삼나무는 식민지 시대 일본이 자원수탈용으로 마구잡이로 심은 것으로 오히려 제주도 자생식물들의 생육을 방해했고, 삼나무 자체도 알레르기비염과 아토피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실제로 국립중앙과학관 식물정보와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 따르면, 삼나무는 영문명이 Japanese Cedar(시더)이고 일본이 원산지인 상록침엽수입니다. 1900년대 초 일제시기에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것은 사실인데요. 실제로 전문가들 의견 중에는 삼나무는 제주 자생식물의 생육을 막을 정도로 일본보다 제주도에서 더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서, 다른 생물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제주 환경에 잘 맞는 특성상 육림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자원활용도가 높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회자 : 삼나무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아토피를 발생시킨다는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이고은 : 이 부분도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서울아산병원이 제공하는 질병백과에 따르면,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은 누런 먼지처럼 공중에 날아다니는 삼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등의 꽃가루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삼나무를 비롯한 몇 개 종이 꽃가루 알레르기인 화분증을 유발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 일본에서는 봄철만 되면 삼나무 꽃가루 배출량을 방송으로 알리며 주의를 환기하고 조림사업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제주도민들의 알레르기 질환 비율도 높은 편으로 알려졌는데요. 2015년 인구 10만명 당 알레르기 비염과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제주도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자 : 이런 삼나무의 단점이 있다고 하지만, 비자림로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은 도로로 선정될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지 않습니까? 이번 갈등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고은 : 말씀하신대로, 비자림로는 도로 양옆으로 빽빽하고 울창하게 자라 병풍처럼 늘어선 삼나무숲 경관이 아름답습니다.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 주관 평가에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도 선정됐습니다. 결국 제주의 대표수종 가운데 하나가 된 삼나무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환상의 경관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식물이 자라기 어렵게 하고 제주 본래의 자연환경을 교란시키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범인이기도 한 아이러니를 갖고 있습니다. 비자림이 제주의 대표적인 자연관광지이기 때문에 삼나무를 베는 것을 곧 자연 파괴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높습니다. 사실 이 공사의 목적이 삼나무의 단점 때문이 아니라 도로 확장 때문이었기 때문에 ‘개발 대 보존’의 프레임이 작동하게 된 건데요. 때문에 삼나무 대신 다른 수목으로 숲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원희룡 제주지사가 언급한 ‘생태도로’ 조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도로 확장보다 환경과 경관을 보존하는 방법을 시민과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사회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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