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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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사법부 블랙리스트, 충격적인 재판거래까지!"-안호림 교수 9/1(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9-04 17:10  | 조회 : 1885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9월 1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언론에 비춰진 세상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 보기>시간입니다. 안호림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번 주는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안호림: 지난 14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사법 농단와 관련하여 이뤄진 것입니다. 그런데, 김 전 비서실장 입에서 충격적인 진술이 나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일제 시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벌인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연시켜달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사법 농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지난 정권의 핵심까지 겨냥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좀 무겁지만 사법 농단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이 주제는 저희가 지난 6월에 한 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기억을 상기시키는 차원에서 사건을 간략히 다시 정리해보죠.

안호림: 사건의 시작은 대법원이 사법부 내 개혁지향적인 성향의 판사모임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터입니다. 일견 큰 사건이 아닌 것으로 보였던 이번 사건이 확대된 것은 4월,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인데요. 그 이후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법원이 자체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조사했지만,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결국은 검찰수사를 받아들이고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사건이 이제는 단순한 블랙리스트 의혹 수준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안호림: 처음에는 블랙리스트가 있었는지,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는지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조사 도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시 ‘상고심법원’ 설치를 위해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이유는 대법원이 스스로 법원의 독립성을 헤쳐가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청와대와 재판거래만 시도했던 것이 아니라, 조직적인 재판개입과 방해, 여론조작, 행정부, 국회와도 거래했거나 거래하려고 한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나운서: 국정농단사태와 유사하게 사법농단이라고 불리던데요.

안호림: 어떤 점에서는 국정농단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 측면도 있습니다. 사법부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관이잖습니까?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밝혀진 것은 사법부가 몇몇 재판에서 법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맞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온 국민이 사법부 판결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과 사회 정의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원래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인가 여부도 큰 논란거리였잖습니까? 사법부가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사실이었는데요.

안호림: 대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사태까지 흘러간 것은 사법부 자체 조사가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더 키우기만 해서입니다. 대법원은 줄곧 조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사법부가 사실 규명의 의지가 있는지 자체가 의심을 받았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정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장을 발부하고, 최종적으로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인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검찰 수사 결정이 발표되자마자 현직 대법관들의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이것이 또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안호림: 현직 대법관 13명 전원이 검찰 수사 결정을 발표한 당일, 사건에 대한 공동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이와 관련해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 현직판사는 이런 발언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논평습니다. 대법원이 자신이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에 대해 미리 공개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더구나 이 일은 언론이 사건을 확대 보도하고,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억지 주장을 해서 불거진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태를 만든 것은 대법원, 즉 대법관 본인들입니다. 비판은 자신들에게 해야겠죠.

아나운서: 지난 달 말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문건들이 추가로 공개되었죠?

안호림: 그렇습니다. 원래 법원 자체에서 사건을 조사했던 특별조사단이 확보했던 법원행정처의 문건은 총 410(사백열)개에 달합니다. 이중 98(아흔여덟)건은 지난 6월 5일 공개됐습니다. 당시 법원은 문서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나머지 문서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는 거리가 있는 문서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서공개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미공개 문건 공개를 의결하자, 7월 31일 추가로 196(백아흔여섯)건의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사법행정권 남용과 거리가 먼 문서들이라는 해명과 정반대로 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아나운서: 어떤 내용들이 새로 밝혀졌나요?

안호림: 문건 수가 많다보니 담겨있는 내용도 다양합니다. 조선일보를 통해 상고법원 홍보를 위한 여론전을 벌이는 계획도 담겨있었습니다. 조선일보에 설문조사와 좌담회, 특집기사 등의 게재 등의 협조를 구하고 그 대가로 법원 예산 중 10억여원을 광고비로 지급하는 계획입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국고횡령 예비 혐의 감입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의 계획일 뿐 실제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찰 수준의 자세한 인적 정보를 수집하고, 로비도 시도했습니다. 또,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홍일표 의원의 재판 대응전략과 예상 형량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건에는 수사 검사나 관련 영장을 검토한 판사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나온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나운서: 헌법재판소를 무력시키는 계획도 세웠다고 합니다.

안호림: 대법원은 헌재를 잠재적인 경쟁자이자 상고법원 설치의 걸림돌로 봤던 것 갔습니다. 급이 낮은 법관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하고, 헌법재판관 출신을 다시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하자는 방안을 세우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를 대법관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실상 대법원의 하급기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헌법재판관들은 대법관으로 출세하기 위해 대법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겠죠.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추락시키기 위한 홍보를 벌이는 계획도 담겨 있습니다.

아나운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역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진술입니다. 청와대와 사법부간 재판거래가 실제로 있었다는 진술이었는데, 하필이면 거래 대상인 재판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건입니다.

안호림: 국민들의 분노를 가장 크게 일으키는 사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 전 실장의 진술에 의하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미루고 결과를 바꾸라고 대법원에 요구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직접지시'였다는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청와대가 드러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수년째 묶여 있습니다.

아나운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이 줄줄이 기각당하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안호림: 검찰이 일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와 외교부 간 거래 시도 의혹과 관련된 전·현직 대법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됐습니다. 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발부율은 지난해 86%였는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는 17%에 불과합니다. 구속영장도 아닌 압수수색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하는 것은 법원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각 사유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아나운서: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안호림: 과거 법원 자체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일부 언론은 의혹은 다 해명되었으니 사법부의 권위를 흔드는 더 이상의 조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문건이 공개되고 나서는 모든 언론사가 사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특별재판부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부정적인 입장인데 반해, 경향신문은 특별재판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는 짓을 자행했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정입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요?

안호림: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여론 정도입니다. 삼권 분립의 원칙 때문에 입법부, 행정부가 사법부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사법부 스스로가 국민의 뜻에 부응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볼 때 한국 법원이 이 점에서는 많이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보입니다.

아나운서: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요?

안호림: 선진국 중 한국처럼 소수의 대법관이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를 가진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독일만 해도 연방법원, 주법원이 분리되어 있고, 다시 다섯 가지 계열별로 구분되어 권력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에 해당하는 연방최고법원의 대법관수는 320명에 달합니다. 미국은 많은 주에서 법관을 선거로 선출합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한 법관 선출도 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본의 영향을 받는 취약점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안호림: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사법부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모든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법부 개혁방안도 마련해야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사법부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러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최대한 피해야할 일이겠지만 결국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개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사법부가 유념했으면 하는 사실은, 이미 사법부의 권위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 떨어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법원의 권위는 잘못을 뒤덮는 것으로 지켜질 수 없습니다. 자신들부터 ‘정의’를 몸소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아나운서: 이번 사건이 사법부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래봅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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