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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도시재생,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대로면 성공할 수 없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8-31 16:45  | 조회 : 3880 
[생생인터뷰] 도시재생,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대로면 성공할 수 없어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연일 부동산 뉴스입니다. 오늘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안이 의결됐습니다. 도시재생 뉴딜이 뭔지 도대체 어디가 선정됐는지 궁금하시죠.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 나오셨어요. 소장님, 안녕하세요?

◆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이하 구본기)>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소장님, 오늘 발표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면면을 보기 전에요. 도대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뭔가요?

◆ 구본기> 쉽게 설명하면요. 중앙 정부가 돈을 지원해주는 도시재생 사업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총 500곳, 1년에 100곳씩 50조 원 정도를 풀겠다고 약속했어요. 그것을 2018년분 99곳을 선정한 겁니다. 크게는 사업 종류나 면적, 규모에 따라 이렇게 나눕니다. 우리 동네 살리기 같은 경우는 5만m² 이하, 가장 작은 규모고요. 그다음으로 조금씩 높아지는데요. 주거지 지원형이 5만에서 10만m², 그다음에 일반 근린형이 10만에서 15m², 중심 시가지형이 20만m², 경제 기반형이 50m² 되겠습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중앙 정부가 돈을 줘서 도시를 재생시키는 사업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이고요. 사업 종류와 면적, 규모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누는 거군요. 정말 작게는 우리 동네, 그리고 크게는 도시 경제의 기반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도시 재생하는 사업을 이야기하는데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규모에 따라서요. 

◆ 구본기> 우선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보통 생각하시는 것들이 마을에 주차장을 짓는다, 어린이집을 짓는다, 아니면 주택가에 무인 택배 센터를 지원한다, 등으로 생각하시는데요. 이렇게 구체적 사례들을 여러 가지로 혼잡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어요. 도시 재생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종의 수사라서요.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면 이렇게 할 수 있어요. 도시재생 선정 지역에서 아무거나 하면 그게 도시재생 사업이 돼요.

◇ 김혜민> 도시 재생 지역이라고 선정되면, 그 돈을 가지고 아무거나 하면 그게 도시재생 사업입니까?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에요?

◆ 구본기> 실제로 법률이 그렇게 짜여 있어요. 제가 왜 이렇게 말씀드렸는지 잠시 설명을 드릴게요. 일종의 정책들을 포장하는 수사들이 있어요. 구체적인 정책들을 추상적으로요. 가령 일전에는 그런 것이 있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에 창조경제. 창조경제가 뭐에요, 전문가들한테 물어보면 다 대답이 제각각이잖아요. 그게 알맹이가 구체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수사라서 그래요.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재생도 도시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일종의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종합적으로 다각적으로 접근하자는 수사거든요. 이것을 법률로 구체적으로 만들려면 결국은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도시 재생법을 살펴보면, 도시재생 사업이 무엇이냐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이것들이 도시재생 사업이다, 도시재생 지역에 선정되고, 거기서 이것을 하면 도시재생 사업입니다. 이렇게 법률로 규정하는데요. 대충 문장이 이렇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지역 발전 및 도시재생을 위하여 추진하는 일련의 사업. 그리고 지방자치 단체가 지역 발전 및 도시재생을 위하여 추진하는 일련의 사업.

◇ 김혜민> 굉장히 수사적이네요. 

◆ 구본기> 그리고 또 일각에서 잘못 알고 계시는 게 도시재생과 재개발이, 뉴타운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시재생이 뉴타운을 포괄하는 넓은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도시재생 사업지에서 뉴타운을 하잖아요? 그러면 그것은 또 도시 재생 사업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정리하시면 됩니다. 

◇ 김혜민>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딸이 좋아하는 공주 만화영화 보면요. 공주가 아닌 친구가 왕궁에 들어와서 공주가 되기 위해서 많은 것을 하잖아요. 깨끗이 씻고, 옷도 입고, 보석도 달고요. 이렇게 해서 공주가 되잖아요. 그 모든 행위를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 구본기> 네, 그래서 제가 도시재생 사업이 대체 뭐에요, 라고 하면 이렇게 말씀드리곤 해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 김혜민> 그러면 아까 뉴타운도 도시재생 안에 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재개발하고의 차이가 뭐에요?

◆ 구본기> 재개발과의 차이는 사실은 없어요. 재개발을 하겠다고 일정한 법률하에서 일정 행위들이 1부터 10이 있다고 하면, 1부터 10이 있잖아요. 도시재생 사업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뉴타운까지 들어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차별점은 없고, 오히려 더 큰 카테고리라고 생각하시면 되는 거예요. 뉴타운까지 포함한 모든 도시 개발은 다 도시재생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 김혜민> 그런데 문재인 정권, 이런 진보 정권에서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굉장히 다른 것처럼 얘기하잖아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과거에 재개발과 관련해 여러 가지 폐해들을 진보 정권에서 굉장히 많이 지적했고,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재개발과는 또 다른 개념을 소개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 구본기>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표백했다, 저희 팀은 이렇게 불러요. 그렇게 수사로 표백하고, 포장한다고 말씀드리는데요. 실제로 구체적으로 현장을 방문해보면요. 일전에 재개발, 뉴타운 문제 때문에 상인들 내쫓기고 그래서 문제다. 해서 재생을 하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재생 사업이 진행된 곳에 사람들도 내쫓기고 있는 형국이거든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그런 것에 대해서 신경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죠.

◇ 김혜민> 지금 말씀하신 구체적인 지역이 어디입니까? 그러니까 도시재생 뉴딜 사업 때문에 피해를 오히려 봤다고 생각하는 지역이요.

◆ 구본기> 우선 사실은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한 번 있었어요. 도시재생 사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런 명제를 두고 다툼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어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전문가들과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찾아낸 사례가 바로 ‘세운상가’에요. 

◇ 김혜민> 우선 젠트리피케이션 먼저 설명해드릴게요. 그러니까 낙후되었던 구도심이 번성해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오히려 거기에 있었던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니까 도시재생 사업 때문에 그 지역이 번성하면서 정말 있었던 시민들이 쫓겨나는 거죠.

◆ 구본기> 그렇게 정리해드릴게요. 결국, 도시재생 사업은 정부 돈으로 부동산 개발을 하는 사업이거든요. 부동산 개발이 되면 임대료가 상승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멸의 상식이죠. 그런데 이 상식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어서 그것을 제가 타파하기 위해서 찾아간 곳이 세운상가였던 거예요. 세운상가는 작년 9월에 도시재생 사업 1차 사업이 끝났고요. 보행 데크를 3층에 조성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건물주가 하는 일은 뻔하거든요. 임대료를 올리거든요. 그래서 제가 작년 빼빼로 데이 때 한 번 취재를 갔죠. 9월에 1차가 끝났으니까 분명 3층에 보행 데크 생겨서 누구 쫓겨났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자마자 찾았어요. 3층 보행 데크에서 내쫓겨서 안쪽으로 들어가셨고요. 그 자리 임대료 2배 정도 올랐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사건들이 지금 묻히고 있는 거죠. 

◇ 김혜민> 그래서 지금 정부에서 오늘 발표한 사업에도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요? 서울 시내에는 몇 군데 선정이 안 됐죠? 어느 지역이 선정됐죠?

◆ 구본기> 서울 시내 같은 경우는 중랑구, 서대문구, 강북구, 은평구, 관악구, 동대문구, 금천구. 이렇게 7군데 선정됐는데요. 아까 제가 설명드릴 때 사업 종류가 다섯 가지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설명 드린 것, 중심 시가지형과 경제 기반형은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이거든요.

◇ 김혜민> 세운상가가 여기에 속하는 거죠?

◆ 구본기> 네, 맞습니다. 이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은 현재 선정이 된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부도 알고 있는 거죠. 서울에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큰일이 난다는 것을요. 

◇ 김혜민> 그래서 제가 앞에서도 연일 부동산 소식이라고 전제를 깔고, 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말씀드린 것이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서울에 대형 도시재생 사업은 일단 스톱하겠다는 입장을 오늘 밝힌 겁니다. 지방은 대표적으로 어디가 선정됐습니까?

◆ 구본기> 거의 전국이 선정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기, 충남, 대구, 경북, 충북, 강원. 이렇게 해서 선정됐는데요. 사실 이런 것을 가지고 미시적으로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서 어떻게 보십니까, 라고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저는 특별하게 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5년 동안 500곳 선정한다고 했거든요. 결국, 5년 뒤에는 전국 모든 지역이 도시재생 사업을 할 거예요. 그리고 중앙 정부에서 하는 뉴딜 말고도요. 지자체 내에서 따로 하는 도시재생 사업도 있기 때문에 올해 선정이 됐다, 내년에 선정됐다고 해서 크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김혜민>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젠트리피케이션이라든지, 집값 상승이라든지, 이런 부작용들이 분명히 있고요. 하지만 오래된 도시를 사람들이 살기 좋게 바꾸고, 말 그대로 재생하는 사업 자체를 나쁘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러면 방향이 틀렸다고 보시는 거예요?

◆ 구본기> 네, 우선은 철학적 문제하고, 기술적 문제로 나눠볼 수 있어요. 이런 거죠. 아이가 있어요. 대한민국 아이라면, 한글을 배워야죠. 그렇지만 한 살 아이한테 한글을 가르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시기상조잖아요. 지금 우리나라는 도시재생 사업하기에 시기상조에요. 특히 서울시 같은 경우는 더욱 그래요. 도시재생 사업을 할 때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란 말이에요. 그러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대비를 먼저 해놓고, 그것들이 충분히 성숙해지면 그 뒤에 도시재생 사업을 해도 늦지 않거든요. 그런데 현재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에 바로 필수적으로 떠오르는 부작용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비책을 지금 명확하게 세워놓지 않고요. 우선 사업부터 진행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 김혜민> 그게 가시적이기 때문일까요? 눈에 확 보이니까요. 뭔가를 뜯어고치고, 뭔가 새롭게 세우는 건 눈에 보이잖아요.

◆ 구본기> 그렇죠. 일종의 개발 이데올로기죠. 참을 수가 없는가 봐요. 어쨌든 물리적으로든, 어떻게든지, 도시를 개발해서 사람들한테 정치적으로 우리는 이런 것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여주고 싶으신가 봐요. 그게 조금 가슴 아픕니다. 철학적으로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 하는 사업들을 보면요. 상인들, 사람들 내쫓기는 걸 보면, 지금의 도시재생 사업은 거주민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이 아닌 것은 분명해요. 

◇ 김혜민> 거주민들을 위한, 그러니까 원주민들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도시재생은 정부나 지자체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내가 이런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시 변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주체가 되는 도시재생이 맞는 방향이 아닌가, 저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 구본기> 그게 옳지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데요. 현장에서 현재 어떻게 되고 있냐면요. 이게 행정 편의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가령 도시재생 지역 내에서 주민들 회의를 하는데 낮에 진행합니다. 낮에 진행하면 회사원들은 우선 떨어져 나가는 거죠. 그리고 문제는 뭐냐면 주거 세입자 같은 경우는 2년마다 이사 다니거든요. 2년마다 이사 다니는 분들이 자기 골목 앞에 개발한다고 하면, 거기에 관심을 가지시겠어요? 결국 세입자분들 다 빠지고요. 낮에 회의에 올 수 있는 건물주분들이나, 자영업자, 주부. 즉 소수가 도시재생 사업을 현재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 지금 빨리 다 개선해야 합니다. 

◇ 김혜민> 행정 편의적인 도시재생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외국 경우는 어떻습니까? 외국은 아무래도 마을 공동체라든지, 이런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도시재생 사업도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 구본기> 도시 개발은 우선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는데요. 그런데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도시재생을 대하는 태도, 철학 같은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본에 ‘롯폰기’ 아시잖아요? 롯폰기 힐스가 도시재생 사업으로 만들어진 곳인데요. 총 사업 기간이 17년이었어요. 그런데 주민들이랑 얘기하고, 협의하는데 14년을 썼어요. 

◇ 김혜민> 대단하네요. 아파트를 쇼핑센터로 만든 것 그거예요?

◆ 구본기> 네, 맞아요. 17년인데, 14년 동안 대화를 했어요. 그것을 하려고 주민들이랑요. 그런데 우리는 이게 참, 이거죠. 유명하잖아요. 대한민국 사람들 ‘빨리빨리 정신.’ 이렇게 되니까 자꾸 졸속이 되는 거예요. 지금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드리면요. 지금 보세요. 전국 99곳이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로 선정됐잖아요. 이 지역에 도시재생 지원 센터들이 들어가야 해요. 문제는 도시재생 지원센터에 들어갈 인력이 없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도시재생 사업은 있는데, 도시재생 전문가는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어요. 지금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 김혜민> 빨리빨리 해서 어떻게 됐는지 우리가 부작용들을 지금 몸소 느끼고 살고 있잖아요. 특히 도시개발에 있어서요. 그래서 도시재생 하겠다는 건데, 도시재생도 똑같이 빨리빨리 하네요?

◆ 구본기> 포장을 도시재생 하겠다고 하면, 저희가 받아들이기로 재생이잖아요? 우리가 재생이라고 떠올리는 것은 천천히, 가령 피부가 까졌을 때 피부 재생이 어떻게 하루 이틀 만에 되겠습니까? 천천히 피부가 차오르는 거죠. 그런데 겉의 포장은 도시 재생이라고 해놓고, 내부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예전 문법이랑 별로 다르지 않은 거예요. 특히 오늘 이낙연 총리 같은 경우는 이런 말까지 했어요. 도시재생 사업 완공까지 5년이 너무 기니까 행정 절차 줄이자, 더 빨리하자는 거죠. 현장에서 이거 못 쫓아갑니다. 

◇ 김혜민> 참 그렇네요. 일본의 사례도 이야기해주셨는데, 일본이 우리나라와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정권 유지되는 기간도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래도 14년을 주민들을 설득했다는 것이 참 대단하고,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여의도, 용산 개발하자던 것, 그것도 도시재생의 일종이었습니까?

◆ 구본기> 도시재생이죠. 뭐든지 도시재생이에요. 서울시가 하는 것들은 지금 도시재생으로 포장되어 있고요. 서울시가 진짜 재밌죠. 인구 밀집도도 높고, 지가 상승률도 어마어마하잖아요? 도시재생이라는 문법, 언어가 정치적 수사로 너무 활용되고 있어서요. 재밌는 게 뭐냐면, 작년 같은 경우는 서울시가 이런 보도자료를 냈어요. 도시재생 사업과 집값 상승은 상관관계가 없다. 이런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우리도 도시재생 뉴딜 선정되게 해주세요. 이렇게 주장을 펼쳤어요. 작년에요. 

◇ 김혜민> 이제 조금 달라지시겠네요. 박원순 시장님이 여의도, 용산 개발 이야기했다가 집값이 확 올랐다고 철회하셨잖아요.

◆ 구본기> 그래서 한 걸음 더 나아가셨어요. 오늘인가, 어제 말씀하셨죠. 원래는 도시재생 뉴딜 선정 지역이 발표되는 것하고 동시에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도 발표가 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것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했거든요. 지금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는 거죠. 작년에는 한다고 했다가 지금은 안 한다고 했다가. 이게 왜 그러냐 하면요. 정치하시는 분들의 습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양쪽에서 다 표를 얻고 싶은 거예요. 건물주한테도 얻고 싶고, 세입자한테도 얻고 싶으니까, 한쪽 편에서 뚜렷하게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 사업인가를 명확히 하면 논리가 생기거든요. 바닥부터 타고 올라올 수 있는데, 양쪽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액션을 취하다 보니까 논리가 사라지고, 갈지자 행보를 하게 되는 겁니다. 지금 박원순 서울 시장님 행보는 저한테 그렇게 보입니다.

◇ 김혜민>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우리가 한 것 같은데요. 김현미 장관이 천안 사업 현장을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았거든요. 좋은 사례 있습니까?

◆ 구본기> 우선 없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도시 재생 사업, 아까 제가 피부 까진 것을 말씀드렸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 사업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례가 나오면 그것 자체가 코미디죠. 솔직히 말해서요. 

◇ 김혜민> 그렇네요. 그러면 이럴 수는 있잖아요. 아까 일본 사례도 들었지만 아직까지 설득을 하고 있는 곳이라든지, 그런 데 없습니까?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서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고 간다든지, 없으면 없다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 구본기> 저는 현장형 연구자라서요. 진짜로 취재를 가서 주민 참여도 하고 이래요. 제가 지금까지 가서 실제로 피부로 부딪혀본 사례 중에는요. 외부에서 잘된다고 해서 들어가서 잠입 취재를 한 결과로는 진짜 제대로 된 곳이 없더라고요. 근데 당연한 거예요. 

◇ 김혜민> 그럼요. 그러니까 14년이 걸리죠. 그러면 마지막으로 원칙 몇 가지를 소장님이 제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마을의 공동체 의견을 먼저 수렴한다든지, 근시안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 사업을 바라보는 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든지, 원칙 한 세 가지 정도 주실래요?

◆ 구본기> 대원칙을 우선 드릴게요. 대원칙은 부작용을 먼저 생각하셔야 해요. 

◇ 김혜민> 부작용을 먼저 생각해라.

◆ 구본기> 상식을 따르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식적인 우리는요.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일을 할 때 분명히 안전장치부터 착용하고, 설계를 하고, 일을 벌여요. 가령 오토바이를 탈 때 먼저 헬멧을 쓰잖아요.

◇ 김혜민>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서요. 

◆ 구본기> 그렇죠. 그런데 현행 도시재생 사업은 반대로 하고 있어요. 오토바이를 먼저 타고, 헬멧을 어떻게든 사고 후에 써보겠다는 식인 거죠. 지금 도시재생 사업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들이 쏙쏙 발굴되고 있는데요. 이것들을 멈추는 논리적인 방법은 단 하나에요. 첫째, 도시재생 사업을 우선 즉각 중단해야 해요. 전국의 도시재생 사업을.

◇ 김혜민> 즉각 중단해라. 오늘 발표했는데, 즉각 중단해라.

◆ 구본기> 그렇게 되면 논리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은 더는 일어나지 않아요. 도시재생 사업 잠깐 멈춘다고 해서 나라 망하는 것 아니거든요. 누구 죽는 것 아니고요. 명확하잖아요. 우선 멈추자는 거예요. 우선 멈춘 뒤에는 지금까지 도시재생 사업 진행되고, 내쫓긴 분들이 있고, 사례들이 있어요. 그 사례들 다 수집해서 어떤 법률, 어떤 제도의 허점에 의해서 내쫓겼는지 역추적해서 그것들을 개선해야 해요. 그것들을 개선하고, 안전장치 마련한 후에 도시재생 사업 다시 시작해야 해요. 이게 대원칙이에요. 

◇ 김혜민> 우리가 자동차 신제품 나오면 먼저 시험 운전하고, 그다음에 잘못된 부분이 뭔지 체크하고 해서 다시 완제품으로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잖아요. 지금 그 과정을 거치자는 거죠?

◆ 구본기> 네, 그 대표적인 게 서울이에요. 도시재생 사업, 아까 제가 사례로 말씀드렸던 게 서울시는 선도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이미 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있습니다. 세운상가가 특히 그렇죠. 세운상가는 1단계 도시재생 사업이 끝났어요. 우리가 아까 제품을 말씀하셨잖아요. 시장에서는 그러면 1단계 사이클이 끝나면, 한 번 멈추고 과정들을 복기한 다음에 부작용을 발견하면 그것들을 개선해서 나가잖아요. 그런데 서울시 내 1단계 사업이 끝났을 때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 뉴딜 50조 원을 쓰겠다고 발표한 거예요. 그러니까 뒤에 기존 사업을 복기하는 과정을 서울시가 생략을 해버렸어요. 지금 그 데이터들이 활용 안 되고 있는데요. 잠깐 멈추고, 그 데이터들을 저희들이 분석해야 합니다. 

◇ 김혜민> 네, 터전에 대한 문제입니다. 도시재생. 정치적 수사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정부와 정치인이 알았으면 좋겠고요. 요즘 공동체가 많이 붕괴되고 있다는데, 공동체가 이런 도시재생 사업을 같이 논의하고, 시작하는 것도 공동체 회복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님 고맙습니다. 

◆ 구본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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